무섭다! 으스스하다! 미쓰다 신조의 메타픽션의 완성! 어쨌든 이 모든걸 종합하더라도 '무. 섭. 다!' 이
세글자로 모든걸 말하고 싶다. <사관장>을 만나기전 함께 했던 작품이 '노조키메'와 '사상학탐정' 이었다. '노조키메'에서 보여주던
공포와는 전혀 다른 '사상학탐정'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때문에 어쩌면 이 작품 <사관장> 그리고 <백사당>에 대한 기대가
조금더 컷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 기대는 만족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미쓰다 신조의 귀환! 이라 감탄하고 싶다. 아~~ 정말
무섭다. 그리고 재밌다. 도대체 '그것'이
뭐야?? ...
<사관장>은 <백사당>이라는 작품과 함께 짝을 이룬다.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으로,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그리고 '작자미상, 미스터리 작가가 읽는 책'에 이어 <백사당, 괴담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그 마무리
성격을 갖는 작품이다. 따라서 <사관장>은 작가 시리즈 완결편과 이어지기는 하지만 <백사당>의 전작!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백사당>이 바로 <사관장>에서의 주인공이 작가인 미쓰다 신조에게 들려주는 괴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쉽게도 작가시리즈를 만나본 적이 없다. 그리고 <사관장>에 이어 <백사당>을 함께 만나려고 준비중이기에 이
시리즈에 대한 언급은 이 다음으로 미뤄두어야 할 것 같다.
다섯살인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너무 어려서 불확실한 기억속에서 '나'는 기억을 더듬는다. 그리고 다섯살 무렵 아버지 손에 이끌려
갔던 '햐쿠미 가'에서의 짧은 시간들속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거기서 아버지가 이 햐쿠미가의 장남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자신을 첩의 자식으로
증오하는 요괴 할멈, 할머니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새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 고모와 숙부들까지... 어린
소년에게 괴로운 시간은 계속된다. 하지만 다미 할멈만은 소년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준다. 궁금한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다미 할멈, 특히 그녀가
들려주는 괴담들은 정말 듣는, 보는 이들을 소름돋게 만드는 공포가 있다.
그리고 요괴 할멈의 죽음으로 그 알 수 없는 공포가 조금씩 실체를 드러낸다. 하쿠미 가를 감싸는 뭔지 모를 으스스한 분위기, 백사당에서
만난 '그것'의 정체, 도도야마 산과 백물어에 얽힌 괴담, 장송백의례와 밀실에서 사라진 아버지의 미스터리... 점점 알 수 없는 공포가 독자들을
옭죄어 온다. 스륵스륵... 삭삭.... 사악~~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던지는 공포는 뭐라고 쉽게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오싹한
느낌이다. 전후반으로 구성된 <사관장>의 전반부는 이렇게 다섯살에서 여섯살로 이어지는 '나'의 유년 시절 햐쿠미 가에서의 공포를
그린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나', '다쓰미 미노부'가 26~7년이 흐르고 다시 찾은 햐쿠미 가에서의 끝나지 않은 공포를 그려낸다. 그리고
그것은 <백사당>으로 계속 이어진다.

미쓰다 신조가 지향하는 '메타픽션'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두
작품!
'메타픽션'의 특징을 '종래의 관습적인 소설 양식을 탈피, 그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급격한 변화를 주어 질서정연한 구성이나
리얼리티의 재현, 보편적인 진리 추구에 대한 지향 등을 폐기한다' 고 다소 어렵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쉽게 말하자면
픽션이면서도 이것이 혹시 진실이 아닐까? 리얼리티가 아닐까? 하는 혼동을 주어 어쩌면 독자들의 공포감을 더욱 극대화 한다는 이런 비슷한 류의
설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작품 <사관장> 역시 그런 느낌을 가득 담아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는
'당집'이라는 소재와 그 소재가 가진 비현실성, 혹은 환상을 공포와 접목해 차용하는 수법이 아닌가 하는....
지난해 흑산도를 습격한? 솔껍질 깍지벌레로 인해 흑산도의 소나무들이 상당수 죽고 위협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때문에 직업상 흑산도를 찾은
나는 그곳에서도 이 책속에 등장하는 소위 '당집'을 만나게 되었다. 흑산도에는 '진리 당숲'과 '비리 당숲'이 있는데, 그곳의 소나무들도
깍지벌레 피해로 인해 상당부분 죽고 위협당하고 있어 그것에 대한 피해 확산을 방지하고 해충방제와 영양 공급으로 피해를 예방, 방제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당숲에서 생활하는 일이 한 두세달 가까이 계속 되었다.
사실 과학 정보화 사회에서 아직도 이런 미신적인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롭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신들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진리 당숲'의 경우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관심을 갖기도 한다. 그곳의 분위기는 이 책에 등장하는 <백사당>처럼 으스스하지는
않다. 하지만 조금 안쪽으로 들어서보면 조금은 스산한? 느낌이 전해지기도 한다. 아직도 마을 주민들은 그곳에서 제를 올리고 안녕을 빌고 있다.
그들에게 '당숲' '신당'이라는 곳은 바로 '현실', '리얼리티' 그 자체일 것이다. 그리고 종종 느껴지는 음산함 역시 그곳에서, 혹은 지금도
현존하는 다른 비슷한 공간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감정 이기에 <사관장>에서 전해지는 공포의 강도는 더욱 큰 것이 아니었나 생각되기도
한다.
<사관장>에서 빼놓을 수 없이 무서운 두 곳이 있다. 다쓰미 미노부가 '백사당'에서 겪은 공포는 물론 말할 필요도 없으니 잠시
뒤로 물리고, 하나는 다미 할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는 장면이다. 정말 오싹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그가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다미 할멈의
이야기는 마무리가 없고 이야기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그 뒤를 상상하게 되고 환상을 떠올리게 되어 공포심이 더욱 커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갖는다. 그리고 다음은 폐가가 된 스나가와네 집에서 경험한 공포다. 이건 뭐... 정말 짜증날 정도로 무.섭.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들이 <백사당>을 재빠르게 펼치고 싶은 욕구를 이끈다. 도대체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고, 실종된
아버지에 얽힌 밀실 미스터리, 그리고 사라진 어머니의 시신은 어떻게 된 것인지... 공포의 실체를 확인한 다쓰민 미노부가 들려줄
<백사당>에 얽힌 공포스러운 이야기들, 작가 미쓰다 신조가 겪게 될 기괴한 현상들은 무엇인지... 다음 이야기에 유혹의 손이
내밀어진다.
쌩뚱 맞지만 종이의 질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책을 받아 들고는 두터운 책의 무게에 조금 망설였지만... 페이지를 열자 다가오는
종이의 재질과 느낌으로 꽤 괜찮은 첫인상을 받았었다. 그리고 책을 내려놓으면 드는 생각 역시 좋았던 첫인상과 같은 즐거움에 사로잡힌다. 이래서
미쓰다 신조, 미쓰다 신조 하는구나!!! ㅋㅋ 이런 기분 좋은, 흥겨운 맘으로 ... 자, 이제 <백사당>을 만나러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