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여섯살 딸아이에게 겨울왕국 종이 인형놀이를 사준적이있다. 아직은 조금 어려서인지 손으로 뜯고 끼우고 맞추기가 그리 쉽지 않았지만
워낙 엘사와 안나를 좋아라 하기에 집중 또 집중하고, 아빠의 손도 빌어 재밌는 종이 인형놀이를 완성하였던 기억이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종이 인형놀이! 그 시절에는 누구나 그것이 전부이며, 그속에 생명이 있고, 즐거운 이야기도 함께 한다고 믿었다. 인형놀이뿐만 아니라
조그맣게 만들어진 모든 장난감들이 진짜인양 가지고 논다. 하지만 어느 시간을 기점으로 그것들은 아이들의 손에서 멀어져간다. 종이 인형,
장난감들이 진짜가 아님을 인식하는 그 순간...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종이달>이란 제목에 담고 있는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궁금해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우메자와 리카를 '갓 쓰기
시작한 비누 같은 아름다움을 가진 아이'라고 표현하는 그녀의 여고동창의 말처럼,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졌던 소녀는 어른이되어 은행에서 1억엔을
횡령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메자와 리카에게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그리고 그녀를 아는 지인들, 여고시절
동창에서부터 전남자친구, 요리교실에서 만났던 친구, 그리고 결혼한 그녀의 현재 애인까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궁금하다 궁금해!
'나는 무언가를 얻어서 이런 기분이 된 걸까, 아니면 무언가를 잃어서 이런 기분이 된 걸까.'
마흔한살의 은행 계약 사원이 1억원을 횡령한다. 그리고 그 소식은 뉴스를 통해 온 세상에 전해진다. 그녀 리카를 아는 지인들 역시 그
소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그녀를 욕심 없고, 청초하며, 계산적이지 않은 인물로 기억한다. 그런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언론에서는 그녀의 남자 관계때문에 이 일이 벌어졌을거라고 단정하지만 그것이 사실일까? 이야기는 그녀를 아는 지인들의 시점을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다시, 리카의 시점에서 섬세하게 일상을 기록한다.
가키모토 리카는 스물 다섯의 나이로 우메자와 마사후미와 결혼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아이가 생기지 않고 서서히 그들의 관계는 시들해진
사랑과 일상적인 삶들로 가득찬 일반적인 부부들의 모습을 닮아간다.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열정적이지 않은 부부관계, 그 틈사이에서 리카는
은행에서 계약 사원으로 일하게 되고 은행 VIP 고객의 손자인 고타를 만나면서 180도 변화된, 달라진 삶을 살아가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그것은 리카뿐만이 아니다. 리카의 여고시절 친구도, 전남자친구도, 요리교실 친구도... 그리고
리카의 애인 고타 역시 마찬가지 이다.
우리는 가끔 어렵지않게 은행 관계자의 횡령과 같은 뉴스들을 종종 듣게된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리고 만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중에 '궁금한 이야기 Y'라는 것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가 스치듯 지나쳤던 뉴스속 이야기들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파고들어간다. 왜 그랬대? 하며 무심코 지났쳤던 내용들을 조금 깊숙히 들여다보니 안타까움도 있고, 생각치도 못했던 반전이 담겨지기도 한다.
어느것 하나 단순한것이 없고, 평범한 것이 없게 느껴진다. 하물며 그 사건의 주인공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하는 설정이 이 작품속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란 생각이든다. 그리고 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 거기에 담겨지기도 한다.
사실 가쿠다 미쓰요라는 이름이 개인적으로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낯선 이름 또한 아니다. 왜냐하면
'삼면기사, 피로 얼룩진' 이란 범죄 사회 소설로 만남을 가졌던 작가이기 때문이다. 벌써 7년여 전에 만난
작품이라 잠시 그 이름이 낯설었지만... 그 작품 역시 이 작품과 유사한 소재를 담아낸 작품이라 기억된다. 신문 메인에 걸리지 못하고 사회면
언저리에 스치듯 지나가는 살인, 사기, 강간을 비롯한 범죄의 발생과 그 내막을 담아낸 이 작품을 통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작가의 시선과 그
사건들을 담아내는 섬세하고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삶이란 무엇일까? 왜 살까? 돈? 그게 최선일까? 행복은? 등등의...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단정짓듯
내려놓을 수 있는 결론은 없다. 다만 어제는 그런 생각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아이들' 이 그 답은 아닐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은 나의
삶도 그렇지만 아직 어리기만한 아이들에게 희망 가득한 삶을 건네주기 위한 몸짓이 아닐까? 이 세상에서 진정 필요한 것은 '희망' 이란 것이
아닐까? 그 희망이 있어 힘들고 무겁지만 뛸 수 있고, 열정적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고...
사람마다 삶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 지금 나 자신에게 그 가치는 바로 '아이들'이란 생각을 해본다. 모든 이들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시간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는 순응정도로 보인다. <종이달>속 리카는 어쩌면 그렇게 흐르는 물속에 담갔던
발을 잠시 빼어 내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고 만것이다. 어쩌면 모두가 그 작은 일탈을 그렇게 말하며 생각한다. '이번 뿐이야!'
하고...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시작이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에 발을 내딛는 바로 그 순간!인 것이다.
'돈'이 삼켜버린 이 세상에 대한, 돈에 억압된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종이달>이다. 1억엔이란 어마어마한 돈을 내가
아는 지인이 횡령한다. 한편으로는 '왜 그랬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대담함과 그 돈의 매력에 솔깃 하기도 한다. 돈 때문에
외롭고 힘겨운 우리들에게 가쿠다 미쓰요는 돌맹이 하나를 던지듯 잔잔한 마음을 술렁이게 만든다. 돈에 대한 갈증을, 돈이 던지는 갈등을, 돈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우리들의 일상을 잠시 들여다본다. 진짜가 아닌 <종이달>을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생각해볼 시간을 가쿠다 미쓰요는 선물해주는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