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가와 현경의 마키시마 후미히코 경시, 그는 동료들에게 '영맨'이라 불린다. 마키시마는 '와시'라고 불리던 범인과의 만남을 추억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려움? 그런 비슷한 감정을 마키시마가 처음 품게 된 상대가 바로 '와시'였다고 한다. 그가 비번이었던 그 날, 유괴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사건을 지휘하던마키시마는 예기치 못한 실수로 범인을 놓치게 된다. 그 결과 유괴된 아이는 죽게 되고, 언론을 통해 마키시마는
'와시를 놓친, 아이를 죽게 만든 남자'로 집중포화를 받게 된다.
그리고 6년후, 가와사키 시에서 다섯에서 일곱살 남자아이들을 노린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범인은 자신의 이름을 '배드맨'이라 칭하며, 편지를
보내오고... 가와가나 현경에 부임한 소네 경시감과 특별수사관 마키시마는 와시 사건 이후 다시금 재회하게 된다. 야심가이기도 한 소네 경시감은
가와가나 현경의 이미지 쇄신책의 일환으로 이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마키시마를 뉴스에 내보내는, 공개수배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다.
3년전인가 전에 만났던 '내가 살인범이다' 라는 영화가 문득 떠오른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인 15년이 지나
자신이 범인임을 밝히는 자서전을 출간한 미남 살인범! 범인을 잡지 못한 죄책감과 범인이 자신의 얼굴에 남긴 상처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분을
삭이지 못하던 형사. 살인범과 형사의 새롭게 시작되는 전쟁! 하지만 그 이면에 생각을 뒤집는 반전이 놀라웠던, 이 영화가, 이 작품
<범인에게 고한다>를 만난후 문득 떠오른다. 언론을 통해 범인을 잡는다! 언론을 통한 사건 해결이라는 유사한 컨셉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반전의 전율! 왠지 다른듯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영맨과 배드맨의 대결!
와시를 놓친 경찰이라는 낙인 아닌 낙인으로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마키시마, 두려움 그 비슷한 감정이라고 와시를 표현한 것처럼, 그는 여전히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심기일전, 이번 배드맨과의 대결에 마키시마는 침착함과 노련함을 선보인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TV를 들여다보듯, 과거
우리들도 즐겨 보곤 했던 '공개수배' 와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편 배드맨과의 심리전을 사이에 두고, 과거 '와시'로 추정되는
범인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범인과 형사의 대결, 그 중간중간 과거의 와시 사건들이 오버랩되기도 하고, 마키시마의 딸과 손자가 사건과 연결될듯 아닌듯 긴장감을
전해주기도 한다. 형사 총무과장인 우에쿠사의 첫사랑이 사건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하고, 카메라를 사이에 둔 연쇄 살인범과 증오로 가득한 형사,
그리고 공개수배라는 독특한 소재에 색다른 스토리 전개와 반전! <범인에게 고한다>는 어느것 하나 내려놓을 수 없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무장한 작품이라는 수식이 당연해보인다.
일본에서는 이 작품이 '철야(徹夜)소설'이라 불린다고 한다. 내려놓을 수 없는 재미, 요코야마 히데오의 대작 '64'를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와 함께 할 때처럼... 그런 긴장감과 흡입력으로 <범인에게 고한다>는 밤의 시간들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다. 무려 600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무게에도 가볍게 책을 내려놓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 더 시리즈의 열번째 작품이다. 호러와 미스터리 경계를 넘나드는 이 시리즈에서, 개인적으로는 다섯번째 작품인 이누이
루카의 '여름 빛'과 만난 기억이 있다. 미쓰다 신조의 사상학 탐정 시리즈도 있고, 오싹한 공포도, 형사 슈투더 시리즈도 있다. <범인에게
고한다>를 계기로 더 다양한 'THE 시리즈'들을 만나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기도 한다.
'저는 말이죠, 형사 일을 하다가 악역무도한 온갖 인간들에게
진저리가 날 때면 그를 만나러 갑니다. 그러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르쳐 줍니다. 슬픈 눈빛을 제게 보내오지만, 그건 가르쳐 주는 겁니다. 모두 인간의 자식이라는 걸요. ...
그러니까 수사관님도 범인을
두려워하시면 안 됩니다. 똑같은 인간의 자식이에요. 도미오카처럼 자신의 추악함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녀석들이 발버둥을 치는 것뿐입니다. 그들도
다 어머니의 배속에서 태어난 인간의 자식입니다.' - P. 248 ~ 249 -
요코야마 히데오, 이사카 고타로 등 유명 작가들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했다는 이유를 책을 펼치자마자, 내려놓는 순간에서도 확인 할 수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만나는 시즈쿠이 슈스케! 요코야마
히데오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의 이름도 나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어 질것 같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이 아쉽게도 아직은 많지 않은것
같다. 더 많은 그의 작품들과 함께할 기회가 주어지길 희망해본다.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 불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순식간에
피어올라, 다시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란다. 벚꽃도 한번에 확 피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지기 때문에
아름답지.' - P. 68 -
<범인에게 고한다> 역시 불꽃같이, 벚꽃보다 아름답다. 순식간에 다가와 눈 깜짝 할 사이에 가슴속에 자리잡기에 특별한 이름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간직될것 같다. 시즈쿠이 슈스케라는 멋진 작가와 만남을 허락해준 이 작품에 감사하게 된다. 이번 여름 휴가
갈 때 꼭 필요한 한 권! 그 한 권이 바로 <범인에게 고한다>이기를 많은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