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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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 그리고 한국 독자들을 무지하게 사랑할 것 같은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이야기가 이 여름, 다시금 우리를 찾아왔다.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악인'이라는 수식이 함께 한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그를 만난것이 그 작품을 통해서였고, 그 작품을 만났을때의 그 신선한 충격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의 새로운 작품들이 나올때마다 붙는 또 다른 수식 하나는, '악인을 뛰어 넘는'... 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수식에 합당한 작품을 만난 기억은 아직까지 없다.


'내가 하는 말을 이세상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 , '요즘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   -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 中에서 -  


이번에는 '악인'이후 새로운 대표작! 이라는 수식으로 시작한다. 바로 <분노>라는 작품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이름을 만난다. 정말 개인적인 바램은, '악인'을 뛰어넘(사실 이것은 불가능...)지는 못하더라도, 그것과 비슷한 수준의 대표작이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어느새 '악인'을 함께 한지 7, 8년 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때 그 작품을 만났을때 느낌을 적은 글에서 '소중한 사람의 의미', '믿음' ... 이런 비슷한 단어들이 담겨져 있었다. 왠지 느낌이 좋다. <분노>에 담긴 이야기속에서도 바로 그 비슷한 단어들이 함께 한다. 그리고 시작부터 이야기속에 빠져든다.


잔인한 살인 사건의 현장! 택배배달원으로 가장해 침입 여자를 목졸라 살해, 퇴근한 남편마저 칼로 찔러 살인! 살인 사건을 벌인 범인은 여유롭게 피해자가 슈퍼에서 사온 음식들을 먹고, 소파에 누워 사건 현장에서 6시간이나 머물렀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피로 쓴 손글씨 '분노'! 그 후 경찰관의 검문에 걸린 범인은 전국에 몽타주가 배포되고 지명수배가 된다. 남자의 이름은 야마가미 가즈야! 하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고... 초반부터 긴박하고 스토리와 잔인하고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범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사건이 있은지 1년 후에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삶속에서 살아가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주요 인물들로 등장한다. 먼저 가출한 딸을 찾아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 마키 요헤이와 그의 딸 아이코가 있고, 만남 사이트 어플에서 남자를 찾고 섹스를 즐기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게이 후지타 유마가 있다. 엄마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떠나 이사를 하게 된 소녀 미즈에와 그녀의 엄마의 삶속에서 이야기는 그려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인 야마가미 가즈야를 쫓는 하치오지 경찰서의 기타미가 있다.


 

 

 

이들의 곁에 낯선 이가 찾아온다. 지바 어촌에서 생활하는 요헤이 부녀에게는 다시로라는 청년이, 도쿄에 있는 유마에게는 나오토라는 남자가, 오키나와의 외딴 섬으로 이사한 이즈미 앞에는 다나카가... 과거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하기만한 남자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삶은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 하지만 작은 사건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이야기의 초반 등장했던 사이코패스적인 범인 야마가미 가즈야를 쫓는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세남자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행복해질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싶습니다'


<분노>는 사실 일본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고 요시다 슈이치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이 주목받아야 할 부분은 사건의 해결이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싶다.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찾아온 미스터리한 인물들, 그리고 미궁에 빠진 사건의 진실과 혼돈된 일상! 어디서부터가 진짜이고 사실인가를 의심하게되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면서 작가는 살짝 미소를 짖지 않을까? 의심에서 시작된 다양한 양상과 시선,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심리가 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전부라 생각된다.


먼저 이 작품의 제목인 <분노>의 의미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시선이냐에 따라 아마도 제목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입장이라면 아마도 제목은 '신뢰', 혹은 '믿음' 이런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책속에 등장하는 세 남자의 시선이라면 <분노>라는 이 제목이 합당하리라 생각된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작가의 예리하기만한 시선 역시 빼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성적 소수자, 빈곤층, 사금융의 피해자 등 이런 상처를 간진한 다양한 인물 군상이 작품속에 녹아있고, 그들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불편하고 잘못된 시선들을 드러냄으로써 배신과 상처, 신뢰와 불신의 이름들로 뒤엉킨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게 만든다. 하지만 중요한 한가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도 언급했듯, 작가는 '인간, 혹은 우리 사회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의 눈빛'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결국 사랑과 신뢰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는 자리를 잡아간다. 


<분노>를 내려놓으며 처음에 희망했던 몇가지를 다시 되뇌여본다. '악인'을 뛰어넘었는가? 아니면 요시다 슈이치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되기에 충분한가? 결론적으로 '악인'과 이어지는, 연결되는 그의 대표작 정도로 말하고 싶다. '악인'에 견줄 깊이감과 사회에 대한 시선, 갈등을 풀어내는 그만의 섬세한 방식이 새롭게 빛을 발하는 그런 작품으로 말하고 싶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요시다 슈이치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싶다. <분노>로 오랫만에 요시다 슈이치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분노>와 많은 이들이 이 여름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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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 탐정 1 - 세인트 메리의 리본
다니구치 지로 지음, 정은서 옮김, 이나미 이츠라 원작 / 애니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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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이 아이가 메라다. 오늘 밤부터 네 가족이 될꺼야! 세인트 메리!"

이 말을 더듬거리지 않도록 몇번이나 연습하는 중절모를 눌러쓴, 눈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 한 탐정의 발자욱으로 책은 페이지를 덮는다. 일본 만화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금 우리의 책읽는 패턴과 비교해보면 반대이기 때문에 어떤 때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무의식적으로 책을 펼쳐야지... 했는데, 어느새 그 부분이 끝이 되어버린다. 처음 만나는 <사냥개 탐정>의 시작도 그렇게 끝이? 되어버렸다. ^^

 

 

미스터리, 탐정 소설을 좋아해 여러 장르, 다양한 작가들을 만나보았지만... 언제나 느끼는 점은 또 언제나 그렇게 새로운 이름의 작가들, 다양한 소재를 가진 작품들이 참 많다라는 생각이 든다는 사실이다. <사냥개 탐정> 역시 그렇다. 5년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상속받은 땅에 정착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남자 류몬 타쿠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그의 독특한 직업은 바로 '사냥개 탐정' 이다. 낯설기만 한 이 직업은, 그 이름과 같이 잃어버린 사냥개를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오로지 사냥개만을 대상으로...

 

 

몇가지 의뢰가 들어오지만 탐정이 등장하는 여느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게, 단편 단편이 아니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도둑맞은 개를, 특히 사냥개 만을 되찾아 주는 탐정!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곁을 지켜주는, 늑대를 닮아가는 '조' 가 있다. 산속에 버려져 죽을뻔 했던 녀석은 어느새 조와 함께 하는 멋진 파트너가 되어버렸다. 또 한 명 그의 친구이자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히우치 데츠오, 임업회사 사장이지만 대학동창에 사냥이라는 같은 취미로 사이가 가까워진...

 

 

이 작품의 부제인 '세인트 메리의 리본'의 주요 줄거리가 되는 잃어버린 '맹도견'과 '하나'의 이야기가 <사냥개 탐정>의 전반을 차지한다. 그 중간중간 잃어버린 사냥개를 찾아주기도 하고, 자신의 땅을 노리는 야쿠자 조직과의 마찰도 그려지기도 한다. 맹인들을 안내하는 개, '맹도견'을 되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으며 인연이 되는 야쿠자 조직의 '김규화'라는 여인과의 관계가 앞으로도 궁금해지지만, 이 작품에서 아직은 류몬의 사랑은 드러나지 않는다. 약간의 아쉬움이랄까? ^^

 

'오직 사냥개만 찾아주고 돈은 내가 정한 대로만 받겠다!'

기존 탐정소설에서 보여지는 수트를 입은 젠틀하고 샤프한 이미지, 혹은 반대로 허둥대고 허점 많아 보이는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사냥개 탐정>의 주인공 류몬은 독특한 매력이 그려지는 작품이다. 어쩌면 전혀 탐정 같아 보이지 않는 사냥총을 든 비주얼, 어쩌면 사냥개를 찾아준다는 탐정 자체가 그렇게 독특하기도 하지만... 그런 비주얼로 자기 나름의 철학을 가진 독특한 캐릭터가 인상적인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혈통이 좋거나, 잡종개거나 상관없이 똑같이 취급하고, 누구의 명령도, 돈으로도 움직이지 않는 강직함이 이 남자, 류몬의 매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매력은 인간적이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감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표지에서도 그려지듯 기존 탐정소설의 이미지와는 왠지 다른, 서정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듯한 그림들이 이 소설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철학과 인생이 담겨지기도 한다. 맹도견 훈련소에서 만난 리처드씨와의 만남, 그리고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 이런 삶의 철학이 담겨진다.

 

'사람은 개의 빛나는 생명과 피하기 힘든 종언을 자신의 인생에 비춰 보면서 살게 되지. 사람은 개의 생과 사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아.' - P. 221 -

 

 

야마모토슈로고상을 수상한 이나미 이츠라의 원작과 프랑스 문화청으로부터 문화예술훈장 슈발리에를 수훈했다는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가 만나 이런 색다르고 매력넘치는 작품을 만들어낸것 같다. 조금은 따뜻하고 인간적이기에 탐정소설의 전형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낯설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탐정소설과 만나고 싶다면, 따스한 가슴으로 이 작품을 만나라고 말하고 싶다. <사냥개 탐정> 그 두번째 이야기 '사이드 킥'도 서둘러 만나보려 한다. 왠지 모르게 류몬의 사랑이 궁긍해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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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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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자는 모든 희망을 잃게 된다!'

꽤나 자극적이면서도 궁금증을 불러 오기에 충분한 한 줄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다. <남의 일>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담겨져 있기에 이런 과감한 수식을 가능케 한 것일까? 그렇다면 이 책을 읽으라는 소리인가 아니면 읽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책에 대한 자신감일까? 희망을 잃어도 되는, 그런 사람들이라면 혹은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어보라? 그런 말일까?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한 한 줄! 시선이 모아진다.

 

순수해보이는 소녀의 입술이 새~ 발갛다. 언듯, 피? 하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건 무슨 산딸기 같은 걸로 보이는데... 언듯 지나쳐 가는 느낌이 굉장히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별로 잔인하지도, 뜯어보면 무서울것 하나 없지만... 왠지모를 오싹함마저 드는 무서운 이야기들이 책속을 가득 메울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페이지를 열어본다. 14편의 단편들이 이야기를 준비한다. 표제작인 '남의 일'부터, '호랑이 발바닥은 소음기' 까지....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들이 인상적이다.

 

벼랑에서 굴러 떨어진 남자와 여자. 남자는 거꾸로 매달리고 발이 끼어 움직일 수가 없고, 여자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 하지만 아이가 사라졌다. 긴박한 상황에 처한 그들에게 나타난 한 남자! 그는 손이 더러워 질 것 같다는 이유로 이들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는데... 정말 <남의 일>이라는 제목이 딱 어울리는 그런 남자의 알 수 없는, 정말 사고를 남의 일보듯 하는 남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잔인하고 예측 불가능한 반전! 30페이지도 않도는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담긴 독특한 설정과 내용들이 정말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14편의 단편들속에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이런 '남의 일' 같은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현상, 혹은 그럴법한 이야기들을 그려낸다. 표지에 쓰였던 '이 책을 읽는 자는 모든 희망을 잃게 된다'던 자극적인 멘트에 담긴 의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다. 호러라는 장르속에 담겨진 이들 이야기들은 끔직하기도, 혐오스럽기도 하고, 생각하지 못한 잔인함으로 가득하다. 이런 이야기들의 모티브가 어쩌면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게 더 충격적이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공포란 과연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무관심과 허무! 이것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생각치 못한, 아니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이야기들이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인양 자연스럽게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우리의 현실! 그런 모습들이 바로 <남의 일>속의 이야기들이 언듯 언듯 스쳐지나간다. 정말 무서운 것들, 이 작품의 저자 히라야마 유메아키가 말하는 무서움과 공포가 바로 무관심, '남의 일'보듯 하는 우리의 그 무관심에 있는 것이다.

 

히라야마 유메아키 와는 처음 만나는 것 같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 지도의 독백' 이라는 단편집으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를, 그리고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2008년 국내에도 출간되어 인간 내면의 광기를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7년여만에 다시금 독자들에게 손을 내밀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담긴, 섬뜩한 이야기들로 예측하기 힘든 색다른 공포를 전해주고 있다.

 

 

'글로 보는 스플래터 무비' 라는 표현으로 <남의 일>은 표현 된다. 피와 살점들이 난무하는...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웃음끼를 빼버린 담백한 공포 호러 소설! 히라야마 유메아키라는 작가에 대한 첫인상은 정말 정말 깊게, 독특하게 새겨져 버릴듯하다. 공포를 유발하는 등장인물들, 그들의 잔인한 모습은 우리 사회의 상처와 갈등이 숨겨져 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건 바로 우리들 자신인 것이다. 그리고 그 엄청난 사건의 잔인함 속엔 우리들이 서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어째서 모두들, 모든 것에 대해 좀 더 상냥하게 대하지 못하는 걸까? 누구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처럼 남도 소중하게 대한다. 그리고 내 꿈을 소중하게 여기듯이 남의 꿈도 소중히 여긴다. 그저 그렇게만 해도 세상은 희망이라는 마법으로 넘칠 텐데.... ' - P. 183 , 전서묘 中에서 -

 

​이 책을 읽으면 희망을 읽게 된다는 경고도, 어쩌면 위에 쓰여진 책속의 한 구절로 인해 무너져 내릴 수도 있을것 같기도 하다. 희망이라는 마법이 바로 세상을 바꿀 힘이며, 그 희망을 위해 우리 사회가 우리들이 해야할 행동에 대한 팁을 작가는 던져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편들의 내용들을 정말 정말 잔인하고, 자비없이 비인간적이다. 분명 이것은 사실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이에 대한 선택권은 오로지 독자들의 몫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나의 필요만 보고 있지 않습니까? 사랑의 안경을 쓰면 상대방의 필요가 보입니다.'

- 정용철, 사랑의 인사 中에서 -

 

오늘 아침 문득 펼친 책속에 담겨졌던 짧은 글을 마지막으로 소개하려 한다. '필요와 사랑'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두 단어가 절묘하게 어울리듯, <남의 일>을 사랑의 안경으로 바라보면 절대 남의 일이 아님을 작가는 우리에게 이야기하는듯하다.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포, 무관심의 상처를 새롭게 바라보고 대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색다른 공포소설로 여름 휴가의 시작을 정말 쫀득쫀득하게 시작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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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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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찌푸린 하늘 덕분에 메마를대로 메말랐던 대지가 기분좋은 물기를 머금은 하루다. 기분 좋게 낄낄 대고, 방바닥을 이리저리 뒹굴고 싶어지는 하루, 오늘이 바로 그렇다. 그런 날이면 책 한 권 함께 하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그럴때 떠오르는 이름 하나가 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언제나 즐거운 웃음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평범한 일상에 신선한 활력을 선물해주는 그 이름! 기분 좋은 오늘, 바로 그런 그의 시원한 책 한 권으로 마음은 더 즐거워진다.


커다란 빗자루를 타고, 수영복을 입고, 마녀 모자를 쓴 소녀가 날아가는 모습이 표지를 장식한다. 소녀의 세 갈래로 딴 머리가 휘날리고, 그 아래 엉거주춤하게 소녀의 엉덩이 끝에 매달린 남자가 우스꽝스럽다. 책의 뒷면을 보면 매력이 철철 넘치는, 비키니 아가씨가 여름을 떠올리는 이름들과 수영을 즐기고 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들은 이렇게 마주할 때부터, 그의 향기를 뿜으며 뭔가 특별한 재미를 기대하라는듯, 이야기들속 캐릭터들을 살아 숨쉬게 만든다.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 이번엔 '마법과 본격 미스터리의 만남' 이다. 항상 기분 좋은 웃음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던 그가 이번에 내어놓은 이야기는 마법과 미스터리의 색다른 조합이다. 물론 이 작품은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은 아니다. '마법사는 완전 범죄를 꿈꾸는가'가 그 첫 테잎을 끊었고, 이 작품이 시리즈의 두번째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작품과 대면하지 못했지만 이 작품을 만나는데 어떤 불편함과 어려움이 없음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마법사와 뒤바뀐 사진'을 시작으로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에는 모두 4가지 단편들로 꾸며진다. 앞서 말한 마법소녀 '마리'를 비롯해서, 표지에도 쬐끄맣게 등장했던 오야마다 소스케 형사가 이 단편들속에 담겨진 각각의 사건들을 해결한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상사 '동백아가씨' 쓰바니 아야노 경위가 약간은 변태스럽고 우스꽝스럽기도한 소스케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감초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또 한사람, 소스케의 아버지 데쓰지 씨 역시 마법소녀이면서 그의 집 가정부인 마리와 좌충우돌 하며 즐거운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마법, 미스터리, 그리고 코믹! 

상사의 깊게 파인 셔츠 사이로 풍만한 가슴을 엿보고,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가슴의 크기로 짐작하기도 하고, 마법소녀 마리와 목욕탕에서 마주치고, 그러다가는 마리의 마법에 날라가버리는... 조금은 변태끼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떨땐 순수해보이기도 하는 열혈 형사 소스케가 바로 그 코믹 유머를 담당한다. 가끔은 사건의 범인들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ㅋㅋ 물론 마법은 감색 원피스에 순백의 앞치마를 두른 소스케의 가정부 마리의 몫이다.


모든 사건들을 마리가 마법으로 쉽게 해결해버린다면?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마법소녀 마리는 때론 우연히, 혹은 소스케의 부탁으로 범인의 입에서 자백을 받아내는 일에 마법을 사용하는데에서 마무리된다. 그 다음은 온전히 소스케의 몫인 것이다. 그렇다고 범인을 지목하고 찾을때 역시 소스케가 마리의 마법을 구걸하듯 요구하지도 않는다. 형사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마리가 범인을 알려준다는 제안까지 가끔은 마다하기도 한다. 범인을 지목하고 증거를 찾고 추리하고 범인의 자백을 받아내어 사건을 해결한다. 마법사와 형사, 마리와 소스케의 활약은 이렇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살인사건들의 범인을 독자들이 이미 알수 있다는 사실이다. 범인은 이미 특정되어 있고, 우연 혹은 필연적으로 마리의 마법을 통해 자백을 토해내고, 소스케는 범인의 증거를 찾아내고... 하지만 이런 일련의 패턴들이 지루하거나 미스터리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알리바이를 깨뜨리고, 다잉 메세지에 담긴 트릭은 무너뜨려버리는 소스케의 맹활약이, 마법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 쉴새 없이 소스케와 티격태격대는 마리가, 그들의 주변에서 신랑감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쓰바키 경위나, 소스케의 아버지 데쓰지와 마리의 좌충우돌 다툼이, 깨알같은 에피소드들로 즐거운 웃음을 전해준다.


'마리의 등 뒤에서 세 가닥으로 땋은 그녀의 머리가 잠시 파랗고 날카롭게 빛났다.' 


이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지 못했기에 마리가 소스케의 집에 가정부로 온 부분에서 소스케의 아버지와 나눈 대화들이 궁금해진다. 전편을 만나지 않고도 이 작품을 만나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된다면 첫 시리즈를 만나야봐야 할 것 같다. 마법소녀 마리의 나이는 몇 살일까?(정답은 페이지 319에...), 소스케의 사랑은 마리로 이어질까? 아니면 쓰바키 경위로? 유쾌하고 명쾌하고 즐거워지는 마법 미스터리와 이렇게 만남을 갖게되었다. 앞으로도 히가시가와 도쿠야 그 특유의 즐거움과 유쾌함으로 오래도록 독자들을 웃게 만드는 마법 미스터리 시리즈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살아 숨쉬는듯한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만나는 일은 언제나처럼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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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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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가와 현경의 마키시마 후미히코 경시, 그는 동료들에게 '영맨'이라 불린다. 마키시마는 '와시'라고 불리던 범인과의 만남을 추억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려움? 그런 비슷한 감정을 마키시마가 처음 품게 된 상대가 바로 '와시'였다고 한다. 그가 비번이었던 그 날, 유괴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사건을 지휘하던마키시마는 예기치 못한 실수로 범인을 놓치게 된다. 그 결과 유괴된 아이는 죽게 되고, 언론을 통해 마키시마는 '와시를 놓친, 아이를 죽게 만든 남자'로 집중포화를 받게 된다.


그리고 6년후, 가와사키 시에서 다섯에서 일곱살 남자아이들을 노린 연쇄살인이 발생한다. 범인은 자신의 이름을 '배드맨'이라 칭하며, 편지를 보내오고... 가와가나 현경에 부임한 소네 경시감과 특별수사관 마키시마는 와시 사건 이후 다시금 재회하게 된다. 야심가이기도 한 소네 경시감은 가와가나 현경의 이미지 쇄신책의 일환으로 이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마키시마를 뉴스에 내보내는, 공개수배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다.


3년전인가 전에 만났던 '내가 살인범이다' 라는 영화가 문득 떠오른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인 15년이 지나 자신이 범인임을 밝히는 자서전을 출간한 미남 살인범! 범인을 잡지 못한 죄책감과 범인이 자신의 얼굴에 남긴 상처로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분을 삭이지 못하던 형사. 살인범과 형사의 새롭게 시작되는 전쟁! 하지만 그 이면에 생각을 뒤집는 반전이 놀라웠던, 이 영화가, 이 작품 <범인에게 고한다>를 만난후 문득 떠오른다. 언론을 통해 범인을 잡는다! 언론을 통한 사건 해결이라는 유사한 컨셉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그리고 반전의 전율! 왠지 다른듯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을 갖게된다.


영맨과 배드맨의 대결!

와시를 놓친 경찰이라는 낙인 아닌 낙인으로 마음의 상처를 간직한 마키시마, 두려움 그 비슷한 감정이라고 와시를 표현한 것처럼, 그는 여전히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심기일전, 이번 배드맨과의 대결에 마키시마는 침착함과 노련함을 선보인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TV를 들여다보듯, 과거 우리들도 즐겨 보곤 했던 '공개수배' 와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편 배드맨과의 심리전을 사이에 두고, 과거 '와시'로 추정되는 범인에게 편지가 도착한다.



범인과 형사의 대결, 그 중간중간 과거의 와시 사건들이 오버랩되기도 하고, 마키시마의 딸과 손자가 사건과 연결될듯 아닌듯 긴장감을 전해주기도 한다. 형사 총무과장인 우에쿠사의 첫사랑이 사건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하고, 카메라를 사이에 둔 연쇄 살인범과 증오로 가득한 형사, 그리고 공개수배라는 독특한 소재에 색다른 스토리 전개와 반전! <범인에게 고한다>는 어느것 하나 내려놓을 수 없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무장한 작품이라는 수식이 당연해보인다.


일본에서는 이 작품이 '철야(徹夜)소설'이라 불린다고 한다. 내려놓을 수 없는 재미, 요코야마 히데오의 대작 '64'를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와 함께 할 때처럼... 그런 긴장감과 흡입력으로 <범인에게 고한다>는 밤의 시간들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다. 무려 600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무게에도 가볍게 책을 내려놓을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 더 시리즈의 열번째 작품이다. 호러와 미스터리 경계를 넘나드는 이 시리즈에서, 개인적으로는 다섯번째 작품인 이누이 루카의 '여름 빛'과 만난 기억이 있다. 미쓰다 신조의 사상학 탐정 시리즈도 있고, 오싹한 공포도, 형사 슈투더 시리즈도 있다. <범인에게 고한다>를 계기로 더 다양한 'THE 시리즈'들을 만나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기도 한다.


'저는 말이죠, 형사 일을 하다가 악역무도한 온갖 인간들에게 진저리가 날 때면 그를 만나러 갑니다. 그러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르쳐 줍니다. 슬픈 눈빛을 제게 보내오지만, 그건 가르쳐 주는 겁니다. 모두 인간의 자식이라는 걸요. ... 그러니까 수사관님도 범인을 두려워하시면 안 됩니다. 똑같은 인간의 자식이에요. 도미오카처럼 자신의 추악함을 아직 눈치채지 못한 녀석들이 발버둥을 치는 것뿐입니다. 그들도 다 어머니의 배속에서 태어난 인간의 자식입니다.' - P. 248 ~ 249 -  


요코야마 히데오, 이사카 고타로 등 유명 작가들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했다는 이유를 책을 펼치자마자, 내려놓는 순간에서도 확인 할 수 있을거라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만나는 시즈쿠이 슈스케! 요코야마 히데오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의 이름도 나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어 질것 같다. 국내에 소개된 그의 작품이 아쉽게도 아직은 많지 않은것 같다. 더 많은 그의 작품들과 함께할 기회가 주어지길 희망해본다.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 불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순식간에 피어올라, 다시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란다. 벚꽃도 한번에 확 피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지기 때문에 아름답지.'  - P. 68 -


<범인에게 고한다> 역시 불꽃같이, 벚꽃보다 아름답다. 순식간에 다가와 눈 깜짝 할 사이에 가슴속에 자리잡기에 특별한 이름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간직될것 같다. 시즈쿠이 슈스케라는 멋진 작가와 만남을 허락해준 이 작품에 감사하게 된다. 이번 여름 휴가 갈 때 꼭 필요한 한 권! 그 한 권이 바로 <범인에게 고한다>이기를 많은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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