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 탐정 1 - 세인트 메리의 리본
다니구치 지로 지음, 정은서 옮김, 이나미 이츠라 원작 / 애니북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하나, 이 아이가 메라다. 오늘 밤부터 네 가족이 될꺼야! 세인트 메리!"

이 말을 더듬거리지 않도록 몇번이나 연습하는 중절모를 눌러쓴, 눈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 한 탐정의 발자욱으로 책은 페이지를 덮는다. 일본 만화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지금 우리의 책읽는 패턴과 비교해보면 반대이기 때문에 어떤 때는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무의식적으로 책을 펼쳐야지... 했는데, 어느새 그 부분이 끝이 되어버린다. 처음 만나는 <사냥개 탐정>의 시작도 그렇게 끝이? 되어버렸다. ^^

 

 

미스터리, 탐정 소설을 좋아해 여러 장르, 다양한 작가들을 만나보았지만... 언제나 느끼는 점은 또 언제나 그렇게 새로운 이름의 작가들, 다양한 소재를 가진 작품들이 참 많다라는 생각이 든다는 사실이다. <사냥개 탐정> 역시 그렇다. 5년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상속받은 땅에 정착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남자 류몬 타쿠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그의 독특한 직업은 바로 '사냥개 탐정' 이다. 낯설기만 한 이 직업은, 그 이름과 같이 잃어버린 사냥개를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오로지 사냥개만을 대상으로...

 

 

몇가지 의뢰가 들어오지만 탐정이 등장하는 여느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게, 단편 단편이 아니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도둑맞은 개를, 특히 사냥개 만을 되찾아 주는 탐정!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곁을 지켜주는, 늑대를 닮아가는 '조' 가 있다. 산속에 버려져 죽을뻔 했던 녀석은 어느새 조와 함께 하는 멋진 파트너가 되어버렸다. 또 한 명 그의 친구이자 그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히우치 데츠오, 임업회사 사장이지만 대학동창에 사냥이라는 같은 취미로 사이가 가까워진...

 

 

이 작품의 부제인 '세인트 메리의 리본'의 주요 줄거리가 되는 잃어버린 '맹도견'과 '하나'의 이야기가 <사냥개 탐정>의 전반을 차지한다. 그 중간중간 잃어버린 사냥개를 찾아주기도 하고, 자신의 땅을 노리는 야쿠자 조직과의 마찰도 그려지기도 한다. 맹인들을 안내하는 개, '맹도견'을 되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으며 인연이 되는 야쿠자 조직의 '김규화'라는 여인과의 관계가 앞으로도 궁금해지지만, 이 작품에서 아직은 류몬의 사랑은 드러나지 않는다. 약간의 아쉬움이랄까? ^^

 

'오직 사냥개만 찾아주고 돈은 내가 정한 대로만 받겠다!'

기존 탐정소설에서 보여지는 수트를 입은 젠틀하고 샤프한 이미지, 혹은 반대로 허둥대고 허점 많아 보이는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사냥개 탐정>의 주인공 류몬은 독특한 매력이 그려지는 작품이다. 어쩌면 전혀 탐정 같아 보이지 않는 사냥총을 든 비주얼, 어쩌면 사냥개를 찾아준다는 탐정 자체가 그렇게 독특하기도 하지만... 그런 비주얼로 자기 나름의 철학을 가진 독특한 캐릭터가 인상적인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혈통이 좋거나, 잡종개거나 상관없이 똑같이 취급하고, 누구의 명령도, 돈으로도 움직이지 않는 강직함이 이 남자, 류몬의 매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매력은 인간적이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감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표지에서도 그려지듯 기존 탐정소설의 이미지와는 왠지 다른, 서정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듯한 그림들이 이 소설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속에는 철학과 인생이 담겨지기도 한다. 맹도견 훈련소에서 만난 리처드씨와의 만남, 그리고 그가 들려준 이야기에 이런 삶의 철학이 담겨진다.

 

'사람은 개의 빛나는 생명과 피하기 힘든 종언을 자신의 인생에 비춰 보면서 살게 되지. 사람은 개의 생과 사를 통해 배우는 것이 많아.' - P. 221 -

 

 

야마모토슈로고상을 수상한 이나미 이츠라의 원작과 프랑스 문화청으로부터 문화예술훈장 슈발리에를 수훈했다는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가 만나 이런 색다르고 매력넘치는 작품을 만들어낸것 같다. 조금은 따뜻하고 인간적이기에 탐정소설의 전형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낯설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탐정소설과 만나고 싶다면, 따스한 가슴으로 이 작품을 만나라고 말하고 싶다. <사냥개 탐정> 그 두번째 이야기 '사이드 킥'도 서둘러 만나보려 한다. 왠지 모르게 류몬의 사랑이 궁긍해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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