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한국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 그리고 한국 독자들을 무지하게 사랑할 것 같은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이야기가 이 여름, 다시금 우리를 찾아왔다.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악인'이라는 수식이 함께 한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그를 만난것이 그 작품을 통해서였고, 그 작품을 만났을때의 그 신선한 충격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의 새로운 작품들이 나올때마다 붙는 또 다른 수식 하나는, '악인을 뛰어 넘는'... 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런 수식에 합당한 작품을 만난 기억은 아직까지 없다.


'내가 하는 말을 이세상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 , '요즘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   -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 中에서 -  


이번에는 '악인'이후 새로운 대표작! 이라는 수식으로 시작한다. 바로 <분노>라는 작품으로 요시다 슈이치의 이름을 만난다. 정말 개인적인 바램은, '악인'을 뛰어넘(사실 이것은 불가능...)지는 못하더라도, 그것과 비슷한 수준의 대표작이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어느새 '악인'을 함께 한지 7, 8년 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때 그 작품을 만났을때 느낌을 적은 글에서 '소중한 사람의 의미', '믿음' ... 이런 비슷한 단어들이 담겨져 있었다. 왠지 느낌이 좋다. <분노>에 담긴 이야기속에서도 바로 그 비슷한 단어들이 함께 한다. 그리고 시작부터 이야기속에 빠져든다.


잔인한 살인 사건의 현장! 택배배달원으로 가장해 침입 여자를 목졸라 살해, 퇴근한 남편마저 칼로 찔러 살인! 살인 사건을 벌인 범인은 여유롭게 피해자가 슈퍼에서 사온 음식들을 먹고, 소파에 누워 사건 현장에서 6시간이나 머물렀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피로 쓴 손글씨 '분노'! 그 후 경찰관의 검문에 걸린 범인은 전국에 몽타주가 배포되고 지명수배가 된다. 남자의 이름은 야마가미 가즈야! 하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고... 초반부터 긴박하고 스토리와 잔인하고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범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사건이 있은지 1년 후에서 시작된다. 서로 다른 삶속에서 살아가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주요 인물들로 등장한다. 먼저 가출한 딸을 찾아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 마키 요헤이와 그의 딸 아이코가 있고, 만남 사이트 어플에서 남자를 찾고 섹스를 즐기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게이 후지타 유마가 있다. 엄마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떠나 이사를 하게 된 소녀 미즈에와 그녀의 엄마의 삶속에서 이야기는 그려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살인사건의 범인인 야마가미 가즈야를 쫓는 하치오지 경찰서의 기타미가 있다.


 

 

 

이들의 곁에 낯선 이가 찾아온다. 지바 어촌에서 생활하는 요헤이 부녀에게는 다시로라는 청년이, 도쿄에 있는 유마에게는 나오토라는 남자가, 오키나와의 외딴 섬으로 이사한 이즈미 앞에는 다나카가... 과거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하기만한 남자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삶은 그저 평온하기만 하다. 하지만 작은 사건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이야기의 초반 등장했던 사이코패스적인 범인 야마가미 가즈야를 쫓는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세남자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행복해질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싶습니다'


<분노>는 사실 일본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고 요시다 슈이치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이 주목받아야 할 부분은 사건의 해결이 아니라는 것이 아닐까싶다.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찾아온 미스터리한 인물들, 그리고 미궁에 빠진 사건의 진실과 혼돈된 일상! 어디서부터가 진짜이고 사실인가를 의심하게되는 우리의 모습들을 보면서 작가는 살짝 미소를 짖지 않을까? 의심에서 시작된 다양한 양상과 시선,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심리가 이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전부라 생각된다.


먼저 이 작품의 제목인 <분노>의 의미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시선이냐에 따라 아마도 제목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입장이라면 아마도 제목은 '신뢰', 혹은 '믿음' 이런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책속에 등장하는 세 남자의 시선이라면 <분노>라는 이 제목이 합당하리라 생각된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그 바탕에 깔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작가의 예리하기만한 시선 역시 빼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성적 소수자, 빈곤층, 사금융의 피해자 등 이런 상처를 간진한 다양한 인물 군상이 작품속에 녹아있고, 그들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불편하고 잘못된 시선들을 드러냄으로써 배신과 상처, 신뢰와 불신의 이름들로 뒤엉킨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게 만든다. 하지만 중요한 한가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도 언급했듯, 작가는 '인간, 혹은 우리 사회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의 눈빛'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결국 사랑과 신뢰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는 자리를 잡아간다. 


<분노>를 내려놓으며 처음에 희망했던 몇가지를 다시 되뇌여본다. '악인'을 뛰어넘었는가? 아니면 요시다 슈이치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되기에 충분한가? 결론적으로 '악인'과 이어지는, 연결되는 그의 대표작 정도로 말하고 싶다. '악인'에 견줄 깊이감과 사회에 대한 시선, 갈등을 풀어내는 그만의 섬세한 방식이 새롭게 빛을 발하는 그런 작품으로 말하고 싶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요시다 슈이치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닐까싶다. <분노>로 오랫만에 요시다 슈이치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 <분노>와 많은 이들이 이 여름을 함께 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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