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찌푸린 하늘 덕분에 메마를대로 메말랐던 대지가 기분좋은 물기를 머금은 하루다. 기분 좋게 낄낄 대고, 방바닥을 이리저리 뒹굴고
싶어지는 하루, 오늘이 바로 그렇다. 그런 날이면 책 한 권 함께 하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그럴때 떠오르는 이름 하나가 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언제나 즐거운 웃음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평범한 일상에 신선한 활력을 선물해주는 그
이름! 기분 좋은 오늘, 바로 그런 그의 시원한 책 한 권으로 마음은 더 즐거워진다.
커다란 빗자루를 타고, 수영복을 입고, 마녀 모자를 쓴 소녀가 날아가는 모습이 표지를 장식한다. 소녀의 세 갈래로 딴 머리가 휘날리고, 그
아래 엉거주춤하게 소녀의 엉덩이 끝에 매달린 남자가 우스꽝스럽다. 책의 뒷면을 보면 매력이 철철 넘치는, 비키니 아가씨가 여름을 떠올리는
이름들과 수영을 즐기고 있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작품들은 이렇게 마주할 때부터, 그의 향기를 뿜으며 뭔가 특별한 재미를 기대하라는듯,
이야기들속 캐릭터들을 살아 숨쉬게 만든다.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 이번엔 '마법과 본격 미스터리의 만남' 이다. 항상 기분 좋은
웃음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던 그가 이번에 내어놓은 이야기는 마법과 미스터리의 색다른 조합이다. 물론 이 작품은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은
아니다. '마법사는 완전 범죄를 꿈꾸는가'가 그 첫 테잎을 끊었고, 이 작품이 시리즈의 두번째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작품과 대면하지
못했지만 이 작품을 만나는데 어떤 불편함과 어려움이 없음을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마법사와 뒤바뀐 사진'을 시작으로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에는 모두 4가지 단편들로 꾸며진다. 앞서 말한 마법소녀 '마리'를
비롯해서, 표지에도 쬐끄맣게 등장했던 오야마다 소스케 형사가 이 단편들속에 담겨진 각각의 사건들을 해결한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상사
'동백아가씨' 쓰바니 아야노 경위가 약간은 변태스럽고 우스꽝스럽기도한 소스케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감초 역할을 해준다. 그리고 또 한사람,
소스케의 아버지 데쓰지 씨 역시 마법소녀이면서 그의 집 가정부인 마리와 좌충우돌 하며 즐거운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마법, 미스터리, 그리고 코믹!
상사의 깊게 파인 셔츠 사이로 풍만한 가슴을 엿보고,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가슴의 크기로 짐작하기도 하고, 마법소녀 마리와 목욕탕에서
마주치고, 그러다가는 마리의 마법에 날라가버리는... 조금은 변태끼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떨땐 순수해보이기도 하는 열혈 형사 소스케가
바로 그 코믹 유머를 담당한다. 가끔은 사건의 범인들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ㅋㅋ 물론 마법은 감색 원피스에 순백의
앞치마를 두른 소스케의 가정부 마리의 몫이다.
모든 사건들을 마리가 마법으로 쉽게 해결해버린다면?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기우일 뿐이다. 마법소녀 마리는 때론
우연히, 혹은 소스케의 부탁으로 범인의 입에서 자백을 받아내는 일에 마법을 사용하는데에서 마무리된다. 그 다음은 온전히 소스케의 몫인 것이다.
그렇다고 범인을 지목하고 찾을때 역시 소스케가 마리의 마법을 구걸하듯 요구하지도 않는다. 형사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마리가 범인을 알려준다는
제안까지 가끔은 마다하기도 한다. 범인을 지목하고 증거를 찾고 추리하고 범인의 자백을 받아내어 사건을 해결한다. 마법사와 형사, 마리와 소스케의
활약은 이렇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마법사와 형사들의 여름>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살인사건들의 범인을 독자들이 이미 알수 있다는 사실이다. 범인은 이미 특정되어
있고, 우연 혹은 필연적으로 마리의 마법을 통해 자백을 토해내고, 소스케는 범인의 증거를 찾아내고... 하지만 이런 일련의 패턴들이 지루하거나
미스터리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알리바이를 깨뜨리고, 다잉 메세지에 담긴 트릭은 무너뜨려버리는 소스케의 맹활약이, 마법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 쉴새 없이 소스케와 티격태격대는 마리가, 그들의 주변에서 신랑감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쓰바키 경위나, 소스케의 아버지 데쓰지와
마리의 좌충우돌 다툼이, 깨알같은 에피소드들로 즐거운 웃음을 전해준다.
'마리의 등 뒤에서 세 가닥으로 땋은 그녀의 머리가 잠시
파랗고 날카롭게 빛났다.'
이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지 못했기에 마리가 소스케의 집에 가정부로 온 부분에서 소스케의 아버지와 나눈 대화들이 궁금해진다.
전편을 만나지 않고도 이 작품을 만나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된다면 첫 시리즈를 만나야봐야 할 것 같다. 마법소녀 마리의 나이는 몇
살일까?(정답은 페이지 319에...), 소스케의 사랑은 마리로 이어질까? 아니면 쓰바키 경위로? 유쾌하고 명쾌하고 즐거워지는 마법 미스터리와
이렇게 만남을 갖게되었다. 앞으로도 히가시가와 도쿠야 그 특유의 즐거움과 유쾌함으로 오래도록 독자들을 웃게 만드는 마법 미스터리 시리즈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살아 숨쉬는듯한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만나는 일은 언제나처럼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