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절규
하마나카 아키 지음, 김혜영 옮김 / 문학사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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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해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유지환 시인의 '깃발' 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소리없는 아우성이라... 학창시절 배웠던 표현법으로 말하자면 은유 내지 역설법으로 표현될까? 이런 아름다운 시어들과 마주해도 문법을 따지고 어법을 따지는, 과거 교육에 지배당한 나 자신에 안타까움이 머릿속을 잠시 잠깐 스치며... <침묵의 절규>라는 제목의, 하마나카 아키라는 작가의 작품과 마주하면서 문득 이 시의 구절들이 떠오른다. 소리없는 아우성 그리고 침묵의 절규... ^^


이 작품에 대한 찬사가 시작부터 요란하다. '제16회 미스터리 문학대상 신인상' 수상이라는 하마나카 아키, 그리고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 신인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TOP 10', 마지막으로 일본 작가추리협회에 노미네이트까지도 되었다는 이 작품에 대한 수식만큼이나 그 기대치가 커진다. 하마나카 아키라는 이름이 신인이기에 낯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작품에 대한 수식 덕분에 '굉장한 신인의 엄청난 작품이구나!' 기대, 또 기대하면서 페이지를 넘겨본다.


'죽음의 바다'가 되어버린 어느 주택가 맨션, 스즈키 요코로 추정되는 여성이 죽은채 발견된다. 사체는 이미 부패할때로 부패해 이미 말라붙은 상황이고, 그 곁에 여러마리의 고양이 사체가 널부러져있다. 더군다나 배가 고팠던 고양이들이 이 사체를 뜯어먹었던 걸로 추정되는데... 이 죽은 사체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녀의 죽음은 단순한 고독사일까? 경찰은 사체의 신원이 집의 주인인 요코라고 단정짓고 있지만, 그 지역 형사과의 여형사 오쿠누키 아야노는 이 여자의 죽음에서 왠지모를 '사건'의 냄새를 맡는다.


요코의 시점, 아니 요코를 바라보는 어떤 2인칭의 시점으로 다시금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의 어린시절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발달장애가 있었던 동생 '준'이, 버블경제의 붕괴로 요코의 아빠는 회사에서 명퇴를 당하고 급기야 집에서 돈을 들고 가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그녀의 엄마 스즈키 다에코가 있다. 지방 전문대를 나와 고향 작은 회사에 취직하고 결혼을 하지만 남편과 사별하고 두번째 결혼을 한 요코.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고양이와 함께, 고양이의 먹이가 되어버린 요코! 그녀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요코를 바라보는 시점이 과거의 시간이라면 현재의 이야기들은 여형사 아야노의 시점에서 그려진다. 그리고 요코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과 더불어 또 하나의 사건이 이야기의 중간중간에서 나타난다. 에도가와 NPO 대표 살해사건에 대한 기사들이나 이 사건 관련 인물들의 증언 등이 요코와의 관련성을 조금씩 내비치면서 '사건'의 냄새를 풍기게 된다. 과연 요코는 죽은 것일까? 아니면 죽임을 당한 것일까? 또 이들 살인사건들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하지만 어디선가 웅성웅성 아우성이 들려오는듯 하다. 요코의 삶과 시간들을 그려내는 <침묵의 절규>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지향한다. 우리 현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그곳에서 상처받고 고통받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그들과 함께 아파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요코의 삶속에서 우리는, 여성이라는, 사랑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장기 불황에 따른 가족붕괴 등 다양한 시대적 아픔을 미스터리의 형식을 빌어 독자들의 시선과 마음을 붙잡아 놓는다.


이 작품 역시 미스터리의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는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수식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머리싸움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상처에 대한 소리없는 절규를 그려내는 작품의 성격을 지닌다. 작가와의 치열하고 냉정한 두뇌싸움을 원하는 독자들이라면 후한 별점을 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이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코의 삶과 내면속에 담겨진 아픔과 상처,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공감이라는 틀 안에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기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을 시작했던 것처럼, <침묵의 절규>는 읽는 이들에게 다양한 감상을 전해주게 될 것이다. 요코,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이 미스터리라는 틀안에서 색다른 시점으로, 독특한 구성으로 어우러져 '하마나카 아키'라는 이 신인작가의 이름에 강한 인상을 부여하게 될것이다. 조금은 두꺼운 무게가 있고, 중간중간 약간은 페이지 넘김이 더딜 수 있지만, 그렇다고 쉽게 책을 내려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시점의 변화,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이 전해주는 쾌감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말이다. (단, 책의 뒷표지에 쓰여있는 내용은, 책을 내려놓기 전까지 읽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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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마의 신
하라다 마하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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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여섯 살 딸아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언제와?' 우리는 주말부부다. 아니 주말 부녀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주말부녀다. '이제 두 밤 자면 아빠 가지! 왜?', '아니... 어린이집 가기 싫어서...' , 깜짝!! '왜? 힘들어?' 말을 들어보니 어린이 집에서 년말에 재롱잔치 준비가 한창인가보다. 매일매일 그것때문에 선생님한테 혼나구 그런가보다. 얼마나 힘들까? 잠깐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걸 꼭 해야하나? 아이들에게 뭔 못할짓인지... '힘들어두 두 밤 자구 아빠랑 주말에 놀자! 자전거 타구, 시장놀이 하구' 요즘 딸아이가 가장 즐거워 하는 일이 놀이터 가서 자전거 타구, 집에 와서는 시장놀이 하는 거였다. '알았어 아빠, 사랑해요 안녕!' 조금 기분은 나아진듯, 하지만 여전히 힘이 없다.


모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 같이, 세상의 모든 아빠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슈퍼맨이다. 뭐든 다 할 수 있고, 뭐든 다 알고, 엄청나게 키도 크고 힘도 세고, 아이들에게 아빠란 존재는 그렇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슈퍼맨이었던 아빠는 가진것 없고 힘없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발각된다. 친구들이 아빠보다 좋아지고 아빠와의 간격은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만 간다. 얼마전 끝난 '아빠를 부탁해!'란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에게 도 곧 닥칠 우리 부녀의 모습을 잠깐 생각해보기도 했다. 자전거, 시장놀이로 연결된 지금의 아빠와 딸, 시간이 조금 흐른뒤 우리는 무엇으로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키네마의 신>은 어쩌면 먼 훗날의 아빠와 딸, 그들의 연결고리가 된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영화가 주인공이 아니라 '아빠와 딸', 가족이 주인공인 영화다. 도박병과 영화를 즐기는, 빚투성이로 점철된 철없는 노인 마루야마씨. 반면 그녀의 딸 아유미는 도쿄종합개발이라는 꽤 괜찮은 회사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날 갑작스런 아버지의 심장수술이 있던날, 마침 그날은 그녀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제출한 날이었다. 아버지의 수술과 함께 아버지가 일하던 관리인실에서 아버지일을 대신하게 된 아유미씨는 우연히 아버지의 관리인 일지를 보게된다. 영화의 감상노트와도 같은 그 일지를...


도박으로 빚투성이가 된 아버지와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어버린 딸! 좋은 직장에 다니는 딸이 항상 자랑스러웠던 아버지, 하지만 딸은 도박에 멍든 아버지의 삶을 혐오한다. 하지만 이런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작은 연결 고리가 찾아온다. 그것은 바로 '영화' 였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아버지의 단골 극장이었던 '데아트르 은막'과 아버지의 친구 데라신을 찾게 된 아유미는 '신시네마 천국'을 보게 되고, 아버지의 영화노트에 그 감상을 적는다.



 

 


우연찮은 이 행동이 그들의 삶을 180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가 아유미의 글을 '에이유샤' 라는 영화잡지 블로그에 재미삼아 게재하면서 아유미,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까지 영화의 세계에 발은 내딛게 된 것이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그들의 앞에 벌어진다. 블로그 '키네마의 신'과 고짱, 그리고 '로즈버드'의 등장... 그들에게 벌어진, 이 믿을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들이 예상치못한 감동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가 바로 이 작품 <키네마의 신>에 담겨져 있다. 하나는 바로 이 책이라는 종이의 향기이고, 다른 하나는 작품의 소재인 '영화'이다. 아이를 키우는 지금도 아내와 가끔 극장을 찾는데, 과거 젊은 시절에는 하루에 두 세 편의 영화를 보기도 했을만큼 영화를 사랑했다. 요즘은 극장도 극장이지만 시간상 컴퓨터로 보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말이다. <키네마의 신>속에는 참 많은 영화들이 등장한다. 오랫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처럼 제목만 나열된 이 작품들에 대한 향수가 느껴지기도 한다.


'볼 때마다 생각한다. 영화는 여행이라고.

시작과 함께 순식간에 보는 이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명화란 그런 게 아닐까. 그리고 엔딩 크레디트는 여행의 종착역. 방문한 곳을, 만난 사람들을 다시 떠오릴게 하는 회상의 장소다. 그러므로 길어도 괜찮다. 그만큼 푹, 추억 속에 잠길 수 있으므로.' - P. 005


영화를 여행에 비유한 이 말이 참 인상적이다. 젊은 시절에는 참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영화도 참 많이 봤었는데.... 이런 추억과 아쉬움속에 영화와 여행은 참 많이 닮아있다는 이 말에 공감!이 드리워진다. 그리고 두 단어속에는 추억이란 말도 함께 담겨져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알콩달콩 아버지와 딸이 그려내는 영화, Cinema 그리고 가족의 사랑과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새로운 인간관계의 복원! 무엇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터져나온 '감동' 깊은 이야기들이 너무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300페이지 정도의 딱 정당한 크기에 담긴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구제불능 아버지와 직장에서 밀려난 백수 딸, 두 사람에게 영화처럼 찾아온 인연!' 이런 평범하기 짝이 없는 책 소개와는 비할 바 없는 특별하고 진한 감동이 책을 내려놓으며 독자들의 가슴을 울릴것이다. 아버지와 딸, 가족이라는 소재가 던지는 감동과 더불어, 이 시대의 배경이 되는 시기의 고민이었을 복합상영관과 작은 극장 사이의 사회적 갈등이 그려지기도 한다. 에이유샤 편집장의 아들 교타, 은둔형 외톨이인 그를 사회로, 사람들 속으로 다시금 불러낸 것 역시 너무나 감동적이다. 평범한듯 전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감동이 영화의 재미와 함께 책의 향기를 더욱 진하게 피어오르게 만든다. <키네마의 신>이라 쓰고 <감동>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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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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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오후 7시. 사카이 마사오는 죽었다.

 

미스터리 소설답게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문을 연다. 신인 추리소설가였던 사카이 마사오가 자신의 집 창문에서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서는 없었고 집의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기에 사건은 단순 자살로 결론 지어지는듯하다. 젊은 무명 창작가의 고뇌에서 비롯된 자살 사건! 하지만 사카이 마사오는 청산가리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지고, 잊혀지는듯 하던 사건은 서로 다른 두 사람에 의해 그 숨겨진 실체속으로 내달리게 된다.


나카마치 신! 익숙한듯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이름이 낯설다. 나카마치 신의 이 작품 <모방살의>는 출간된지 벌써 40년을 훌쩍 넘긴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을 읽어가면서 전혀 그런 시간의 흐름, 무게를 느낄 수 없었던것은 분명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줄 믿는다. 하지만 출간 당시에 <모방살의>는 그다지 큰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이 새로이 관심을 받고 다시금 사랑받게된 것은 2012년 분쿄도 서점에서 기획했던 '다시 만나고 싶은 복간 희망도서' 에 선정되면서 였다고 한다. 어쨌든...


다시금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면.... 잊혀지는듯 하던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파헤치는 두 사람이 있다. 나카다 아키코와 쓰쿠미 신스케! 이들이 바로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파헤치는 장본인이자, 이 작품 <모방살의>를 주도하는 화자이기도 하다. 나카다 아키코는 단행본의 기획취재와 제작을 맡고 있는 출판사 편집자이자 유명 추리작가인 세가와 고타로의 딸이기도 하다. 더욱이 사카이 마사오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그에게 아무런 자살의 이유도 없었고, 그녀에게 어떤 비밀도 없었던 사카이 마사오 죽음의 미스터리를 그녀가 풀어내려 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살인 리포트'라는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 쓰쿠미 신스케다.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에 대한 기획 취재를 의뢰받고 그의 석연찮은 죽음을 파헤치다 예상치 못한 인물이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고 확신하게 되고 그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나카다 아키코, 쓰쿠미 신스케가 주목한 서로 다른 인물들의 알리바이를 깨기위한 추리와 활약이 그들의 시선속에서 한번씩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주도한다. 독자들은 그들을 오가며 사건에 빠져들고, 전혀 예상치못한 반전에 뒤통수를 매만지게 된다.



 

 



서술트릭! ​<모방살의>은 이 네 글자를 빼어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다. 사망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실체를 쫓는 두 남녀의 시선이 교차하고, 독자들은 쉴새없이 약300페이지 정도되는 미스터리의 향기속에 코를 내어놓고 내달린다. 미스터리라는 이름속에 언제나 독자들은 작가와 팽팽한 머리싸움을 대비하며 책을 읽어 내려간다. 하. 지. 만... 불공평이라는 단어가 맞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작가에게 어김없이 뒤통수를 온전히 내놓아야 하는 것이 바로 서술트릭인 것을... ㅠ.ㅠ


아마도 나카마치 신의 <모방살의>가 1973년 출간 당시에 사랑받지 못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 서술트릭에 독자들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하나의 기법으로 통하지만, 당시로서는 어쩌면 지나치게 과한 파격, 혹은 작가의 농간? 정도로 인식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나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가능하게 만든 서술트릭의 전설이 바로 이 작품 <모방살의>인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도달하면 '서술트릭'이라는 카드를 내밀며 대반전을 내어놓지만, 이 작품을 단순히 '서술트릭' 만으로 표현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서술트릭에 다가가기 전부터 독자들을 책속에 몰입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다. 아키코와 신스케가 각각 지목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발로 뛰는 동안, 독자들 역시 쉴 새 없이 아키코가 되고 신스케가 되어 미스터리에 몰입한다. 밀실 트릭을 깨고,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깨고, 서술 트릭을 깨뜨려야 비로소 그 제목 <모방살의>의 의미를 알게되는 미스터리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살의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던 <모방살의>를 통해서 나카마치 신과 첫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모방살의>의 응용편이라 불린다는 '천계살의'가 곧 출간된다고 한다. 역시나 너무너무 기대되고 다시한번 뒤통수를 어루만질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음을 밝혀둔다. '공백살의', '삼막살의', '추억살의'... 오랜 시간동안 쌓였던 먼지를 떨어내고 독자들에게 사랑받게 된 <모방살의>와 같이, 나카마치 신의 또 다른 살의 시리즈 역시 빠른 시간내에 국내 독자들에게도 인사를 건넸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책의 계절에 만난 색다른 미스터리, 색깔있는 미스터리가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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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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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여섯살난 딸아이와 포도를 먹고 있었다. 포도씨를 하나하나 골라내는 딸아이에게 '씨앗은 몸에 좋아, 그냥 먹어도 된단다'고 얘기해주었다. 우리 집에서는 뭔가를 먹을때 아빠가 이건 '뭐에 좋구 뭐에 좋구' 얘기해주는걸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물론 그 시작은 편식이 습관화된 아이들을 위한 궁여지책이었지만... 어쨌든 딸아이가 그런 씨앗은 어디에 좋냐?고 묻는다. '응 씨앗은 그 속에 우리 몸에 좋은 영양소가 다 들어있구, 씨앗으로 인해서 또 다른 나무가, 열매가, 그리고 먼훗날 아빠는 떠나지만, 너희들이 커가고 또 아빠 엄마가 되는거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더랬다. 아이들이 알아들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


에쿠리 가오리의 작품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을 읽으면서 문득 딸아이와 나눴던 이런 저런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 작품은 우리 세대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상적이지만 다양성을 지닌, 그냥 그런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런 가족, 삶에 대한 이야기속에서 딸아이와 잠깐 나눴던 씨앗이 나무가 되고, 아이들이 이 아빠의 자리에 서는... 그런 비슷한 이야기가 책속에 담겨져 있다.


야나기시마 일가의 이야기는 1982년 가을, 둘째딸 리쿠코와 남동생 우즈키, 오빠 고이치가 '학교에 가는건 어떨까?'라는 아빠의 갑작스런 제안에서 시작된다. 야나기시마 일가는 정규교육대신 집에서 가정교사를 불러 교육을 받는 시스템이었기에 리쿠코를 비롯한 아이들은 의아하기만 하다. 어쨌든 학교라는 곳에 다니게된 세 남매, 하지만 그들의 학교 생활은 달랑 3개월, 적응이 쉽지 않았던 그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1982년에서 시작된 야나기시마 일가의 이야기는 갑자기 시공간을 초월한다. '60년대로 갔다가 다시 '80년대로, 또 다시 '70년대로 그리고 '90년대, 2000년대 까지... 3~40년의 시간을 쉴새없이 오가게 된다. 시공간의 이동과 더불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주인공의 시점도 변화한다. 둘째딸 리쿠코의 시점에서 외삼촌, 그리고 엄마, 언니, 아빠, 그리고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시각에서 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들에게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을 잔잔하면서 섬세하게 그려낸다.




"비참한 니진스키" , "가엾은 알렉세이에프" ... 야나기시마 일가에게만 소통되는 습관적 표현, 유행어인 이 말들이 색다르다. 할머니가 러시아 분이기에 가능한 가족사의 한부분일 것이다. 집에서만 교육을 받다가 학교를 가게된 아이들이 내몰린 사회라는 공간속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위태로움이 안타깝고, 불륜이라는 잘못된 행동이 만들어낸, 다른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도 잘 동화되어가는 그들의 모습이 유쾌하다. 아버지가 다른 누나, 어머니가 다른 동생, 이혼한 이모와 결혼이 늦은 외삼촌! 복잡한 가정사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 삶을 헤쳐나간다.


오랫만에 만나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 너무나 반갑고 왠지 모를 따스함에 포근함이 느껴진다. 이 작품에 대해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시간은 어른들이 알지 못하고, 마찬가지로 어른들이 살아온 시간 역시 아이들은 모른다. 한 가족임에도 서로 평생 알지 못하는 시간이 존재하고 그 느낌을 살려 이런 작품을 쓰게 됐다고 말이다. 아빠의 젊은 날들은 오래된 사진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고, 집을 떠나 어느정도 커버린 아이들의 시간을 부모들은 쉽게 알 수 없어진다.


'집이 있고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갈마들며 세대가 바뀌고 등장인물 전원이 사라져도, 그 집은 이후로도 계속 남을 테지요.' - 에쿠니 가오리


포도를 함께 먹으면서 딸아이에게 들려줬던 씨앗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이 책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것은, 아마도 이 작품속에 담겨진 작가의 생각이 드러났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제목속에 담겨진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란 말의 뜻이 궁금하다. 이 말 뜻은 '성인이 되어 다행이다. 자유 만세' 라는 의미를 담는 야나기시마 일가의 또 다른 유행어라고 한다.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것도,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어른이 되는 시간동안 그들을 지켜주는 테두리 역시, '가족'이라는 공간과 사람들일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가슴 아픈 이별과 상처를 겪으면서, 그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해간다. 무엇이든 다 알 것 같은 가족이지만 그 구성원 구성원이 가진 시간과 상처, 숨겨진 이야기와 고독까지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다 알지 못하면 어떤가?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그 말이, 따뜻한 포옹과 위로의 말 한마디로 인해 세상의 중심은 가족임을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요즘 즐겨보는 '아빠를 부탁해'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가족의 소중함과 그동안 알지 못했던 '아빠, 혹은 아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그려져 색다른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를 통해 가족이라는 이름을, 그 속에 숨겨져있던 하마터면 알수 없었을 속마음까진 들여다 볼수 있었다. 오늘 떨어져 있는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그리고 용기내어 말해보자. 조금은 쑥스럽지만 사... 사... 사랑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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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제자들 밀리언셀러 클럽 140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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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여름 날들이 서서히 우리에게 등을 내어 보이는 시간들로 다가온다. 찜통더위라는 말을, 정말이지 실감하고 실감할 그런 여름의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강렬한 사건 사고들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시간들의 이름이 '여름'이 아닌가 싶다. 메르스라는 예상치도 못한 이름이 대한민국을 휘져었고, 최근에는 역시 상상도 못했던 '전쟁' 이라는 단어가 우리 눈 앞에 던져져 공포스런 하루하루가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어려웠지만 현명하게 잘 처리하고 또 그 과정속에서 많은 상처와 교훈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공포! 지금 우리가 만나볼 약간은 두툼한 책 한 권이 바로 이런 공포를 담아내고 있다. 이노우에 유메히토의 <마법사의 제자들>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의 140번째 작품으로 처음 이 책을 만난다면 모두가 조금은 놀랄것 같다. 요즘은 보기 쉽지 않은 그 두께에 눈이 커다래질 것 같다. <마법사의 제자들>은 어떤 내용들을 담았을까? 제목만으로는 쉽게 짐작하기 쉽지 않다. 판타지?의 이미지를 잠시 떠올리며, 공포라는 단어 역시 함께 하며 이야기 속으로 다가간다.


"모든 게 공포심에서 비못하고 있네. 폭력 사태는 공포를 강하게 느끼는 쪽이 먼저 손을 들어 시작하는 거니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지. 말다툼만이 아니야. 분쟁도 전쟁도, 힘으로 남을 억누르려는 건 공포심이 있기 때문이지."  - P. 356 -


주간지 기자인 나카야 교스케는 어느 대학병원에서 원내 감염이 있었다는 연락을 받고 취재를 위해 야마나시로 출발한다. 감염이 있은지 1시간만에 5명이 죽고,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류오 대학병원은 폐쇄되기에 이른다. 취재를 위해 병원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던 교스케는 시민회관에서 오치아이 메구미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병원에 실습생으로 있는 약혼자 고바타 고조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녀의 요청으로 교스케는 함께 병원에 잠입할 구상을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메구미가 전염병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되고 둘은 모두 류오 대학 병원에 호송되어 치료를 받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전염병을 다룬 작품들과 이전에도 마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띈다. 전염병을 통해서 초능력과 같은 새로운 능력들을 갖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호송된 교스케와 메구미, 그들은 용뇌염, 드래건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가진 전염병에 감염되어 죽음의 기로에서 살아남게 된다. 용뇌염은 100%에 가까운 치사율을 가지고 있어 이미 감염된 수백명이 사망한 상태였다. 드래건 바이러스가 아직 몸에 있지만 그들을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살아남았고, 더불어 생각지도못한 특별한 능력까지 갖게 된다.


<마법사의 제자들>과의 시작은, 치사율이 높은 드래곤 바이러스라는 전염병과 우리가 겪은 메르스라는 비슷한 관심사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더불어 초능력자,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그들의 모습은 요즘 주목 받는 영화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그들이기에 또 다른 관심으로 다가온다. 책속 교스케는 투시 능력을, 메구미는 사물을 움직이는 염력을, 93세의 할어버지 오키쓰 시게루씨는 회춘과 빙의라는 초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어벤져스'나 '판타스틱4'와 같은 영화속 주인공들의 모습들과 연상되어 색다른 재미와 관심을 갖게된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런 영화속 이야기들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그들의 능력, 초능력의 과시나 사용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가지는 다름에 대한 고민과 함께, 그들이 드래건 바이러스를 이겨낸 사람이기에 앞서 그것을 전파시킨 매개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과 갈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과 갈등 사이에서 또 다른 사건과 사고들이 발생하고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는 전개 증폭 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마법사의 제자들>의 저자인 이노우에 유메히토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때 정말 생소하고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미 오래전에 그의 작품을 하나 만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낯섬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4년전인가? '클라인의 항아리'라는 조금은 색달랐다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의 저자가 바로 이노우에 유메히토 였다. 하지만 그때는 오카지마 후타리라는 도쿠야마 준이치와 이노우에 이즈미의 공동필명으로 활동할때였다. 이노우에 이즈미가 바로 이노우에 유메히토(필명)라는 이름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알 수가... ^^

 

어찌 되었건 그때도 지금도 기발한 상상과 색다른 이야기들로 반전의 반전, 특별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전해주는 능력 만큼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법사의 제자들>이라는 제목속에 담긴 의미들을 찾는 재미, 초능력속에 숨겨진 반전과 반전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상처와 고민, 그리고 사회에 드리워진 공포! 시작부터 끝까지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그 두께가 너무나 가볍게 느껴진 것은 나만의 착각 일까? 나만 그런거야? 쉴새 없이 내어 달리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 만큼은 역시 어느 작품에 뒤지지 않는 이 작품만의 매력일 것이 확실하다.


<마법사의 제자들>은 재미와 함께 작가가 툭 던진 말에 많은 생각들을 하게끔 만드는 작품이다. 책의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 역시, 미래는 없다는 거야?" 라는 메구미의 물음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래에 써놓은 오키쓰 시게루 씨가 한 말을 통해 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오늘도 우리는 그 이유를 찾고 또 찾으며 걸어가고 있는 걸 꺼야! ^^ '


"우리 인간이라는 건 말이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를 찾아가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네. ... 왜 이유가 필요한 겐가? 이유를 모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엄청 불안해하더군. 그러니 안심하고 싶어서 이유를 찾는 걸지도 모르지. 불안하니까 ... 어떤 이유든 상관 없는게야. 중요한 건 자기만의 이유를 찾아내는 거니까." - P. 57 - 


판타지를 필두로, 액션과 공포, 스릴러까지... 다양한 색깔을 깔끔하고 맛깔나게 담아낸 <마법사의 제자들>의 매력에 한동안 빠져나오기 힘겨울듯 하다. 혹시 다음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교스케와 메구미, 그리고 그들 이후에 등장한 초능력자들을 묶어 정말 판타스틱한 능력자들의 모습을 그려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이노우에 유메히토는 평범하거나 익숙한 내용들을 담아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안에 담겨질 특별한 색깔이 더욱 기대되기에 다음 이야기를 꼬옥 기다려보려한다. 낯설었지만 어느새 친근했고 더욱 익숙해진 이노우에 유메히토, 그리고 <마법사의 제자들> 너무 반가웠고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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