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여름 날들이 서서히 우리에게 등을 내어 보이는 시간들로 다가온다. 찜통더위라는 말을, 정말이지 실감하고 실감할 그런 여름의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보다 더 강렬한 사건 사고들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시간들의 이름이 '여름'이 아닌가 싶다. 메르스라는 예상치도
못한 이름이 대한민국을 휘져었고, 최근에는 역시 상상도 못했던 '전쟁' 이라는 단어가 우리 눈 앞에 던져져 공포스런 하루하루가 이어지기도 했다.
물론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어려웠지만 현명하게 잘 처리하고 또 그 과정속에서 많은 상처와 교훈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공포! 지금 우리가 만나볼 약간은 두툼한
책 한 권이 바로 이런 공포를 담아내고 있다. 이노우에 유메히토의 <마법사의 제자들>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의 140번째 작품으로 처음 이 책을 만난다면 모두가 조금은 놀랄것 같다. 요즘은 보기 쉽지 않은 그 두께에 눈이 커다래질 것
같다. <마법사의 제자들>은 어떤 내용들을 담았을까? 제목만으로는 쉽게 짐작하기 쉽지 않다. 판타지?의 이미지를 잠시 떠올리며,
공포라는 단어 역시 함께 하며 이야기 속으로 다가간다.
"모든 게 공포심에서 비못하고 있네. 폭력 사태는 공포를 강하게
느끼는 쪽이 먼저 손을 들어 시작하는 거니까.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지. 말다툼만이 아니야. 분쟁도 전쟁도, 힘으로 남을
억누르려는 건 공포심이 있기 때문이지." - P. 356 -
주간지 기자인 나카야 교스케는 어느 대학병원에서 원내 감염이 있었다는 연락을 받고 취재를 위해 야마나시로 출발한다. 감염이 있은지
1시간만에 5명이 죽고,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류오 대학병원은 폐쇄되기에 이른다. 취재를 위해 병원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던 교스케는
시민회관에서 오치아이 메구미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병원에 실습생으로 있는 약혼자 고바타 고조의 행방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녀의
요청으로 교스케는 함께 병원에 잠입할 구상을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메구미가 전염병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되고 둘은 모두 류오 대학
병원에 호송되어 치료를 받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전염병을 다룬 작품들과 이전에도 마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성을 띈다. 전염병을
통해서 초능력과 같은 새로운 능력들을 갖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 호송된 교스케와 메구미, 그들은 용뇌염, 드래건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가진 전염병에 감염되어 죽음의 기로에서 살아남게 된다. 용뇌염은 100%에 가까운 치사율을 가지고 있어 이미 감염된 수백명이
사망한 상태였다. 드래건 바이러스가 아직 몸에 있지만 그들을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살아남았고, 더불어 생각지도못한 특별한 능력까지 갖게 된다.
<마법사의 제자들>과의 시작은, 치사율이 높은 드래곤 바이러스라는 전염병과 우리가 겪은 메르스라는 비슷한 관심사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더불어 초능력자,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그들의 모습은 요즘 주목 받는 영화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그들이기에 또
다른 관심으로 다가온다. 책속 교스케는 투시 능력을, 메구미는 사물을 움직이는 염력을, 93세의 할어버지 오키쓰 시게루씨는 회춘과 빙의라는
초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어벤져스'나 '판타스틱4'와 같은 영화속 주인공들의 모습들과 연상되어 색다른 재미와 관심을 갖게된다.

하지만 이 작품이 그런 영화속 이야기들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그들의 능력, 초능력의 과시나 사용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라,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가지는 다름에 대한 고민과 함께, 그들이 드래건 바이러스를 이겨낸 사람이기에 앞서 그것을 전파시킨 매개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과 갈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과 갈등 사이에서 또 다른 사건과 사고들이 발생하고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는 전개 증폭 된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마법사의 제자들>의 저자인 이노우에 유메히토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때 정말 생소하고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이미 오래전에 그의 작품을 하나
만난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낯섬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4년전인가? '클라인의 항아리'라는 조금은 색달랐다는 기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의 저자가 바로 이노우에 유메히토 였다. 하지만 그때는 오카지마 후타리라는 도쿠야마 준이치와 이노우에 이즈미의 공동필명으로
활동할때였다. 이노우에 이즈미가 바로 이노우에 유메히토(필명)라는 이름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알 수가... ^^
어찌 되었건 그때도 지금도 기발한 상상과 색다른 이야기들로 반전의 반전, 특별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전해주는 능력 만큼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법사의 제자들>이라는 제목속에 담긴 의미들을 찾는 재미, 초능력속에 숨겨진 반전과 반전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상처와 고민, 그리고 사회에 드리워진 공포! 시작부터 끝까지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그 두께가 너무나 가볍게
느껴진 것은 나만의 착각 일까? 나만 그런거야? 쉴새 없이 내어 달리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 만큼은 역시 어느 작품에 뒤지지 않는 이 작품만의
매력일 것이 확실하다.
<마법사의 제자들>은 재미와 함께 작가가 툭 던진 말에 많은 생각들을 하게끔 만드는 작품이다. 책의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 역시, 미래는 없다는 거야?" 라는 메구미의 물음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아래에 써놓은 오키쓰 시게루 씨가 한 말을 통해 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오늘도 우리는 그 이유를 찾고 또 찾으며
걸어가고 있는 걸 꺼야! ^^ '
"우리 인간이라는 건 말이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를
찾아가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네. ... 왜 이유가 필요한 겐가? 이유를 모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엄청 불안해하더군. 그러니
안심하고 싶어서 이유를 찾는 걸지도 모르지. 불안하니까 ... 어떤 이유든 상관 없는게야. 중요한 건 자기만의 이유를 찾아내는 거니까." -
P. 57 -
판타지를 필두로, 액션과 공포, 스릴러까지... 다양한 색깔을 깔끔하고 맛깔나게 담아낸 <마법사의 제자들>의 매력에 한동안
빠져나오기 힘겨울듯 하다. 혹시 다음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교스케와 메구미, 그리고 그들 이후에 등장한 초능력자들을 묶어 정말 판타스틱한
능력자들의 모습을 그려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이노우에 유메히토는 평범하거나 익숙한 내용들을 담아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 안에 담겨질
특별한 색깔이 더욱 기대되기에 다음 이야기를 꼬옥 기다려보려한다. 낯설었지만 어느새 친근했고 더욱 익숙해진 이노우에 유메히토, 그리고
<마법사의 제자들> 너무 반가웠고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