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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7월 7일 오후 7시. 사카이 마사오는 죽었다.
미스터리 소설답게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문을 연다. 신인 추리소설가였던 사카이 마사오가 자신의 집 창문에서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서는 없었고 집의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기에 사건은 단순 자살로 결론 지어지는듯하다. 젊은 무명 창작가의 고뇌에서 비롯된 자살
사건! 하지만 사카이 마사오는 청산가리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지고, 잊혀지는듯 하던 사건은 서로 다른 두 사람에 의해 그 숨겨진 실체속으로
내달리게 된다.
나카마치 신! 익숙한듯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이름이 낯설다. 나카마치 신의 이 작품
<모방살의>는 출간된지 벌써 40년을 훌쩍 넘긴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을 읽어가면서 전혀 그런 시간의 흐름, 무게를 느낄 수
없었던것은 분명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줄 믿는다. 하지만 출간 당시에 <모방살의>는 그다지 큰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고 하는데... 이
작품이 새로이 관심을 받고 다시금 사랑받게된 것은 2012년 분쿄도 서점에서 기획했던 '다시 만나고 싶은 복간 희망도서' 에 선정되면서 였다고
한다. 어쨌든...
다시금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보자면.... 잊혀지는듯 하던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파헤치는 두 사람이 있다. 나카다 아키코와 쓰쿠미 신스케!
이들이 바로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을 파헤치는 장본인이자, 이 작품 <모방살의>를 주도하는 화자이기도 하다. 나카다 아키코는 단행본의
기획취재와 제작을 맡고 있는 출판사 편집자이자 유명 추리작가인 세가와 고타로의 딸이기도 하다. 더욱이 사카이 마사오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그에게 아무런 자살의 이유도 없었고, 그녀에게 어떤 비밀도 없었던 사카이 마사오 죽음의 미스터리를 그녀가 풀어내려 한다.
또 다른 한 명은 '살인 리포트'라는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 쓰쿠미 신스케다.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에 대한 기획 취재를 의뢰받고 그의
석연찮은 죽음을 파헤치다 예상치 못한 인물이 사카이 마사오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고 확신하게 되고 그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나카다 아키코, 쓰쿠미 신스케가 주목한 서로 다른 인물들의 알리바이를 깨기위한 추리와 활약이 그들의 시선속에서 한번씩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주도한다. 독자들은 그들을 오가며 사건에 빠져들고, 전혀 예상치못한 반전에 뒤통수를 매만지게 된다.
서술트릭! <모방살의>은 이 네 글자를 빼어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작품이다. 사망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실체를 쫓는 두 남녀의 시선이 교차하고, 독자들은 쉴새없이 약300페이지 정도되는 미스터리의 향기속에 코를 내어놓고
내달린다. 미스터리라는 이름속에 언제나 독자들은 작가와 팽팽한 머리싸움을 대비하며 책을 읽어 내려간다. 하. 지. 만... 불공평이라는 단어가
맞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작가에게 어김없이 뒤통수를 온전히 내놓아야 하는 것이 바로 서술트릭인 것을... ㅠ.ㅠ
아마도 나카마치 신의 <모방살의>가 1973년 출간 당시에 사랑받지 못했던 이유는 아마도 이 서술트릭에 독자들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익숙하게 만날 수 있는 하나의 기법으로 통하지만, 당시로서는 어쩌면 지나치게 과한 파격,
혹은 작가의 농간? 정도로 인식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 시리즈나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가능하게 만든 서술트릭의 전설이 바로 이 작품 <모방살의>인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도달하면 '서술트릭'이라는 카드를 내밀며 대반전을 내어놓지만, 이 작품을 단순히 '서술트릭' 만으로 표현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서술트릭에 다가가기 전부터 독자들을 책속에 몰입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작품이다. 아키코와 신스케가 각각 지목한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발로 뛰는 동안, 독자들 역시 쉴 새 없이 아키코가 되고 신스케가 되어 미스터리에 몰입한다. 밀실 트릭을 깨고,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깨고, 서술 트릭을 깨뜨려야 비로소 그 제목 <모방살의>의 의미를 알게되는 미스터리의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살의殺意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던 <모방살의>를 통해서 나카마치 신과 첫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모방살의>의 응용편이라 불린다는 '천계살의'가
곧 출간된다고 한다. 역시나 너무너무 기대되고 다시한번 뒤통수를 어루만질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음을 밝혀둔다. '공백살의', '삼막살의',
'추억살의'... 오랜 시간동안 쌓였던 먼지를 떨어내고 독자들에게 사랑받게 된 <모방살의>와 같이, 나카마치 신의 또 다른 살의
시리즈 역시 빠른 시간내에 국내 독자들에게도 인사를 건넸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책의 계절에 만난 색다른 미스터리, 색깔있는 미스터리가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