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잠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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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쓰미 쇼이치. 사진작가, 사진 주간지에서 사진을 조작했다는 누명을 쓰고 업계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 사진 조작이 그와 상관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서도 한동안 다시금 그의 자리로 돌아오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흥신소 일을 도와주다 탐정 사무소를 내게 되고 잠시 탐정 활동에 몰두 했던 그, 이제 그는 자신의 사진집을 내기 위해 다시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표지를 장식할 사진을 찾기위해, 폐허가 된 한 건물 앞에 선다. 그곳에서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창백한 잠>의 표지가 참 인상적이다. 카메라 프레임인 듯한 표지는 군청색으로 물든 렌즈속 풍경이 담겨진다. 언듯 공장의 잔해들 같기도 하고, 가만히 보니 물위에 뜬 정유시설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이것은 사진작가인 주인공 다쓰미 쇼이치의 카메라속에 비친 풍경이리라. 그의 가깝고도 먼 연인 후지코는 그를 '쇼'라고 부른다.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여기서 그를 '쇼'라고 부르려한다. 쇼! 이제 자네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까?

 

앞서도 언급했듯 쇼는 자신의 사진집의 표지를 장식할 한 장의 사진을 위해 몰락한 시골 마을 다카하마에 머무르게 된다. 그곳에서 폐허가된 다카하마 호텔을 둘러보던 중 한 여인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경찰에 연락을 취하게되면서 이 흥미진진한 하드보일드 소설의 시작을 알린다. 그 여인의 정체는 이 마을에 들어설 공항을 반대하는 모임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 아이자와 다에코라는 여성이다. 그녀의 전 남편이던 지역신문 기자 안비루를 비롯한 공항건설반대모임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쇼는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된다.

 

아이자와 다에코가 활동했던 공항건설반대 활동이 이 살인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살해동기로 부상하는 가운데, 그녀에게 얼마전 협박장이 도착했고, 그녀 방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되었다는 사실들을 듣게된다. 5년전 발생한, 폐허가 된 다카하마 호텔 화재사건의 신문 스크랩을 가지고 있던 아이자와 다에코, 화재사건과 이번 살인이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그녀의 휴대폰은 어디에 있을까? 다에코와 쇼의 연인인 후지코가 인터뷰 하던 도중 걸려온 전화의 상대방은 누구일까? 이런 의문들로 이 살인사건의 물음표는 쇼에게 건네진다.

 

 

어쩌면 단순 명확해 보이는 인과 관계를 가진듯한 살인사건이 점점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깊숙히 머리를 들이민다. 쇠락한 마을, 그리고 그 속에서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들, 갑작스럽게 대두된 개발이 불러온 문제들, 그리고 잔인한 살인사건... 그리 오래진 않지만 탐정 활동을 했던 쇼는 그런 복잡 미묘한 관계들 속에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고 찰라의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 작가가 가진 특별한 능력(?)의 도움으로 진실을 찾아 사건을 풀어나간다.

 

'폐허의 완전한 실루엣을 담고 싶었다. 군청색의 세계속에서 오도카니 홀로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는 폐허. ... 그러나 무리였다. ... 태양이 얼굴을 내밀면 폐허는 실루엣을 드러내겠지만 그때가 되면 푸른 세상은 사라져 없어진 후였다. 푸른 세상이 아직 살아 있을 동안은 폐허도 그 푸른빛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완전한 실루엣을 드러내지 않았다.' - P. 9 -

 

가노 료이치. 두번째, 그리고 일년만의 만남! '환상의 여자'를 통해서 지난해 처음 만났던 가노 료이치를 오랫만에 다시 만난다. 미궁속에 빠져든 살인사건, 지역개발을 둘러싼 또 하나의 비극이라는 측면에서 어쩌면 이 작품 <창백한 잠>과도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의 작품들에 주로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라는 수식이 많지만 그와 더불어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회파 미스터리에 더 초점을 두고 싶다. 이 시대를 아우르는 시선이 그에게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개발에 따른 자연의 파괴와 낙후된 지역의 개발논리를 두고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마찬가지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이 작품의 배경인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공항 건설때문에, 우리가 좋아라하는 신도시 건설도 그렇고, 지난 정권때 추진해 지금도 문제가 심각한 4대강 건설도 그렇다. 이익을 쫓는 사람들, 그때문에 사지로 내몰리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파괴에 대항하는 사람들... 돈과 권력! 쉽지 않은 문제지만 언제나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가난'이란 약자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몫이다. 그런 사회에 담긴 솔직한 시선들이 가노 료이치의 시선속에 고스란히 담겨 본문속에 녹아든다.

 

개발과 이권다툼, 초반에 예상했던 추측이 적중하지만 조금더 복잡하게,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사건에 독자들은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 측면에서 아쉬움이 묻어나기도 하지만, 사건을 리드믹컬하게 서술하고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노 료이치하면 '제물의 야회'라는 작품을 빼어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수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개인적으로는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 조금은 더 그립고 즐거운 작품이다. 빠른 시일내에 가노 료이치와의 세번째 만남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일년여만에 만난, 이제는 낯익은 이름의 이 작가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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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이정하 지음 / 문이당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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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리운건 내게서 조금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한사람을 사랑했네, 아직 피어있습니까 그 기억,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사랑해서 외로웠다!' 

제목들만 들어도 왠지 가슴이 찡해진다. '이정하' 라는 이름을 처음 만난것이 대학교에 다니던 때였으니까... 어느새 2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른듯하다. 그리고 그 시간, 그 이름과 함께 했던 단어는 바로 '이별'이었다. 젊은 가슴이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고, 너무나 가슴 아팠던... 그녀에게서 그 이름을 알았고, 그리고 이별로 그 이름과 함께 했다.


세상의 모든 만남은 슬픔이다. 그 사람을 내내 담아 놓을 수 없기에....  - P. 110 -


뭐랄까 이정하란 시인의 말과 글은 왠지 서글픔이 묻어난다. 그의 작품속에는 이런 단어의 향기들이 묻어있다. '그리움, 외로움, 사랑, 눈물, 슬픔, 이별...' 이런 말들이 그의 시를 장식해나간다. 오랜 시간 이전, 그를 처음 만났을때, 그녀에게서 건네받은 시집이 바로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였다. 그리고 그녀는 떠나갔다. 시라는 장르와는 그리 친숙하지 않았던 나였지만, 이별 혹은 사랑은 모든 이들을 시인으로 만든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았다. 어느새 이정하란 시인이 내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번에 만나는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역시나 오랜 시간을 거슬러 그 시간을 추억하게 만든다. 청춘에게 실패는 없다. 경험이 있을뿐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 시절 내가 겪은 가슴 아픈 이별은 실패가 아니라 소중한 경험 이었음을 오랜 시간후에 느끼게된다. 어느새 난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오래전 이별의 아픔과 상처는, 그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아련한 추억속 한 장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아련한 장면속을 흐르는 음악처럼 '이정하'와 그의 시어들은 작고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준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닷물이 상쾌한 바람과 함께 밀려오듯이...


너무나 좋아하고 즐겨만나던 익숙한 작품들도 눈에 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이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그리고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허수아비'... 어느 시집에 담겨졌었는지는 하나하나 구분할 수 없지만, 그 시간들을 걸어오면서 나의 가슴을 어루만져주던, 왠지 모를 공감 혹은 따스한 느낌의 시어들은 오랫만에 만나도 참 기분이 즐거워진다. 다시 만나는 추억의 詩도 있고, 그 시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담은 글도 있다. 새롭게 우리를 찾은 사랑, 혹은 이별의 언어들도 그렇게 함께 한다.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 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도 못할 만큼 그대가 그립습니다. 

                                                               - 이정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 


처음 사랑이란 말로, 이별이란 먈로 '이정하'를 만났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고 가슴을 후벼파던 상처가 있었던가 하는 기억도 아련할 무렵 그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그 시간들과 함께 그의 시어들은 어느새 '삶' 이란 단어와도 닮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마도 그건 우리의 삶이 바로 사랑이라는 말과 언제나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삶 속에는 사람이 있고, 또한 사랑이 있다.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그렇게 사랑을, 사람을, 우리 삶을 담아내는 그런 시산문집이 아닐까싶다.


'시를 읽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시를 읽으면 무엇보다 마음이 촉촉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메말랐던 마음에 풀꽃 하나가 촉촉이 피어나는 그 행복감 하나면. 때로 삶이 힘겹고 지치는가? 하지만 그 노력으로 인해 당신의 삶이 이만큼 올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런 때가 있었어. 그대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그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던 때가.'

                                                                                   - 작가의 말 중에서 -


학창시절 하나의 시를 놓고 문법을 배우고,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를 유추하고, 이 시가 담고 있는 의미들을 도식화해서 외우고 외우던 시간들이 아직도 기억난다. 詩는 정말 그런 것일까? 아니 그런것이 의미가 있을까? 작가의 의도를 굳이 알아야 할까? 詩는 그냥 詩 그 자체로 유효하다. 그것을 눈에 담고 가슴에 닿으면 그만이다. 무엇가가 느껴지고 안느껴지고는 그것을 만나는 이의 몫이 아닐까? 詩라는 장르와의 오랫만의 만남에 그런 생각들이 문득문득 스친다.


지금도 나의 책장 한구석에 소중하게 놓여있는 이정하 작가의 시집들 앞에 앉아서, 오랫만에 다시만난 그와의 만남이 너무나 설레이고 반가웠다. 오랜 추억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그와 마주앉아 속깊은 이야기를 나눈듯 즐겁다. 처음 이정하라는 작가를 만나는 이들에게는, 또 오래전 내가 느꼈던 그 감정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설렘, 서글픔, 혹은 사랑의 진솔함? 왠지 모를 가슴 뭉클함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이 곁들여진 삶의 이야기로, 오래도록 우리들 가슴속에 살아숨쉬는 그의 시어들과 함게 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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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3 - 하늘이 알려준 시간
다니 미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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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겨울, 그리고 또 다시 겨울... 어느새 세번째 만남이 시작된다. '추억'을 선물하고 '감동'을 전해주며, 우리 가슴을 따스하게 했던 이야기들은, 끝인가 했다가 다시금 찾아온 겨울 추위의 매서움마저 한풀 누그러 뜨려준다.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다니 미즈에의 이 소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추억, 그리고 감동의 이야기는 어느새 겨울이면 찾아오는 또 하나의 깜짝 선물과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가슴속에 숨죽여 있던 우리들 자신의 추억 이야기마저 살짝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저 얼굴들과 '추억의 시時 수리합니다'라는 글자가 새겨진 추억가게, 어느새 이 익숙한 풍경은 그곳에라도 서있는듯 우리를 그들의 공간속으로 이끈다. 슈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의 연인 아카리의 추억들로 이야기는 이어져나간다. 모두 네가지 추억이야기가 그려진다. 슈치의 어릴적 친구들과 얽혀진 추억속에서, 헤어진 연인들의 시간속에서, 그리고 사랑스런 그녀 아카리의 '아버지'와 연결된 이야기속에서 '시간'은 '추억'이되어 녹아든다.

 

'​응답하라 1988', 최근에 가장 즐겁게 만났던 드라마중에 하나가 바로 이 드라마였다. 나에게도 어린 시절일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지만, 그 드라마속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광고, 배경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향수에 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많은 이들이 그 시간들을 추억하면서 공감하고 회상하고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약간의 '후회'라는 감정도 함께 공존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후회, 후회...

 

 

 

 

'후회', 무엇에 대한? 어느 대상에 대한?... 우리는 삶을 의사결정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밥먹는 것부터 입고, 자는것에 이르기까지 항상 고르고 선택하고 또 어떤것은 포기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우리가 선택하고 포기하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많을 것을 얻으면서도 또한 어떤것들은 잃게 된다. 그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후회'라는 결과물 역시 동반되는 것이다. 젊었을때 못해본것들이 너무많아, 지금이라면 이랬을텐데, 부모님에게 죄송하고,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부족했던 것들이 쉴새없이 떠오른다.

 

 

'거꾸도 돌아가는 시계를 만들어주세요' 처럼 우리 마음 한켠에는 저런 외침들이 분명 담겨져 있을 것이다. 추억 수리공 슈지에게 주어진 임무를 이번에도 그는 멋지게 해결해나간다. 이번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3>에서는 특히 슈지의 연인 아카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중심이 된다. 죽은줄만 알았던 그녀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진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아카리를 일약 원톱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 좋아하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자기 자신도 좋아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에 빠지면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마음에 제동장치를 만들어왔다. 상대방보다 더 좋아하게 되면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두려움도 없이 좋아하고 싶다. 이 새로운 사랑 경험은 지금까지와 다른 만큼 당황스러운 일도 많았지만 아카리에게 행복한 날을 선물하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 P. 23 -

 

예전처럼 많은 이들이 손목에 시계를 걸고 다니는 일이 많이 없는 요즘이다. 휴대폰속으로 들어가버린 시간은 어느새 시계라는 존재를 우리곁에서 살짝 밀어 놓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시계가 집안 구석 어디쯤엔가 하나쯤은 존재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도 벌써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계하나가 있다. 이미 멈추어버린지 오래, 이 시계를 보다보면 아빠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기 시작한지 얼마안된 나에게 '아버지'는 새로운 존재로, 또 다른 이름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앞서도 언급했던 '후회'를 말한다.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음을 우린 너무나 잘 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비단 시계에 연결된 추억 이야기, 잊고 있던 아쉬운 시간들을 떠올리며, 더이상 소중한 이들에게 더 오랜 시간후 후회가 없도록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세지가 들려오는듯하다. 특히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우리들의 가족에게 말이다. 미래를 위한 준비는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 행복을 놓치고 놓아버린 미래가 얼마나 가치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된다. 시계수리공 슈지와 그의 연인 아카리의 사랑과 추억의 시간이 다시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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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따카니 - 삐딱하게 바로 보는 현실 공감 에세이
서정욱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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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 이유도 없어 진심이 없어, 사랑 같은 소리 따윈 집어 쳐, 오늘밤은 삐딱하게~~♬' 왠지 빅뱅의 '삐딱하게'를 흥얼거리게 하는 오늘이다. 아니 초록색의 작은 책 한 권을 집어들고는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입헌 공주 공화국에 살고 있는 우리, 하루가 멀다하고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막말 퍼레이드에 지치고, 서민들의 기호식품 담배 소주 값은 신나게 오르고, 신중하기 이를데 없어야할 할머니들의 아픔에 손쉽게 손을 대어 버리는... 정말 요즘 같아서는 삐딱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그런 나날들이다. 요즘 밤은 삐딱하게~~♪

 

<빠따카니>는 이처럼 힘겹고 지치고 웃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예전에 만났던 '광수생각'이란 작품이 문득 스쳐지나기도 하는 그런 작품이다. '삐딱하게 바로 조는 현실 공감 에세이' 라는 수식이 함께 하는 이 작품은 만화로 그려진 몇 컷속에 우리 현실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진, 삐딱한 세상을 살짝 비트는 위트를 담아낸다. 소위 말해 웃픈 현실을 그려내며 가벼운듯 하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무겁고 어둡게 현실을 그려내지 않는다. 슬프지만 웃을 수 있는 여유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듯하다.

 

잠시 삐따카게 몇가지 에피소드들을 살펴보자. '누구나 마음속에 팥쥐 한 명씩은 키우며 산다'는 현실속 콩쥐팥쥐 이야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렇게 찾아 헤매던 행복의 파랑새는 바로 내 가족이었다'는 파랑새, 스크루지 영감에서는 왠지 지금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듯해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허망한 남자들의 도원결의! 삼국지도, '알'에서 라도 태어난듯한 그들을 '단군신화'는 그려낸다. 알라딘의 램프속 요정의 모습에 아내의 모습이 아른거리기도 한다.

 

 

 

 

 

이 작품속 모든 이야기들의 제목은 모두 우리가 들어봤음직한 오래된 동화들의 이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책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익히 우리가 알던 동화속 그들의 모습이 아니다. 주인공들은 바로 웃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들이다. 아름답기만하던 동화속 주인공들과 그들의 이야기들은 현실속에 투영되면서 아프고, 슬프고, 힘겹고, 때론 가슴 한켠을 뜨겁게 만드는 그런 모습들로 그려진다. 웃기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들속에서 따스한 메세지를 꺼내들기도 한다.

 

<삐따카니> 바라보지만 이 작품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렇게 삐따카지만은 않다. 아름다운 동화를 삐따카게 그려가지만 그렇다고 그 순수함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는다. 웃을 수 있지만 쉽게 웃을수만은 없는 현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웃게 만드는 것은, 현실을 똑바로 바라봤구나 하는 안도와 이해라고 할까? 그런 작가 특유의 시선과 그것을 통해 우리가 갖게되는 공감이 함께 하기 때문일것이다. 속시원하게 세태를, 현실을 풍자하지만 그 깊이있는 메세지에 공감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기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 길지 안으면서도, 또한 만화라는 구성을 통해 무엇보다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이 <삐따카니>속에 들어있다. 익숙한 동화들 틈에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웃음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삐따칸 시선을 통해 비뚤어진 우리 세상을 풍자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사색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가진 독특한 힘이 아닐까? 이 겨울, 그 어떤 것보다도 색다른 선물을 준 <삐따카니>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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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까지 5분 전
혼다 다카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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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일부러 5분 일찍 맞추어 놓는다! 나는 그렇다. 시계가 5분 일찍 맞추어져 있다면 나의 하루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5분 빨리 시작된다. 삶 자체가 혼자만의 삶이 아닌, 사회에 맞추어져 있다보니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 아닐때가 많다. 그런 관계들의 틈속에서 5분이란 시간은 나를 준비하고 나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매개체로 존재한다. 하지만 반대로 5분을 늦게 맞춘다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좀 이득을 본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6년전 떠나보낸 주인공 '나'가 있다. '나'의 시간은 그렇게 여전히 '5분 늦게' 흘러간다.


<내일까지 5분전>은 광고회사에 다니는 '나'에게 다가오는 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5분 늦게'를 좋아하던, 6년전 교통사고로 죽은 첫사랑 미즈호와의 과거의 시간! 얼마전 사귀던 연인과 헤어지고 수영장에서 우연히, 운명처럼 만나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는 가스미와의 인연!이 교차한다. 더불어 회사에서는 직속상관인 고집불통 고가네이 과장과 라이벌 오사나이 과장 사이의 알력 다툼에 끼어들게 되어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편 6년전 죽은 미즈호의 6주기에 와달라고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고...


현재의 시간을 걷는 주인공에게 나타난 새로운 연인? 가스미. 그녀는 일란성 쌍둥이인, 정말 똑같이 생긴 유카리라는 동생이 있다. 그녀들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그 어떤 비밀이 없다. 그런 그녀들은 자신이 유카리인지 가스미인지, 자신들의 정체성까지 혼란스러워 지기에 이르는데... 유카리는 얼마후 약혼이 예정되어 있다. 6년전 시간에 정체되어 있던 '나'는 가스미와 새로운 사랑에 조금은 발을 내딛으려 하는데... 가스미는 자신이 간직했던 예기치못한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조금은 독특한 색깔을 담은 작품을 만난듯하다. '나'를 찾는 시간과 '그녀'를 찾는 두 개의 시간이 이 작품속에 공존한다. 첫사랑이었던 미즈호의 갑작스런 죽음, 그런 가슴 아픈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가 좋아했던, 시계를 5분 늦추는 습관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새롭게 찾아온 가스미라는 사랑의 이름 이전에도, 존재했던 연인들에게 '나'는 내 자신을 열지도 그녀들을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가스미라는, 사랑스런 그녀를 만나 그 트라우마를 깨는가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쌍둥이를 사귀어본 경험이 있기에 약간의 공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별이란 아픈 상처가 뒤따랐지만... 내가 만났던 그녀들은 이란성 쌍둥이었기에 가즈미나 유카리와는 다르게 언제나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쌍둥이들만의 교감이랄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가끔, 놀랄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더군다나 가스미와 유카리의 경우 일란성에 모든 것이 똑같이 생겼다니 그녀들을 만나는 책속의 '나'나 오자키씨의 경우에 따라오게 될 혼란은 예상이 되는 바이다.


'나는 지금도 하루의 마지막 5분 동안 가스미를 생각한다. 미즈호를 생각한다. 그때 거기에 있던 나를 생각한다. 그 시간은 나의 가슴에 고요와 평온을 가져다준다.' - P. 401 -


사랑은 정말 무어라 쉽게 단정할 수 없을것 같다. 사랑은 결코 단답형이 아니다.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어떤 모양인지도, 또 어디로 어떻게 튈지도 모른다. 6년이란 시간동안 사랑에 정체되어 있던 주인공 '나'의 사랑도 그렇고, 그런 주인공에게 우연히 다가왔지만 비밀스런 사랑의 감정을 꼭꼭 숨겨둔 가스미도 그렇다. 주인공의 상사였던 고가네이 과장의 예기치 못한 그것도 그렇고, 쉽게 사라져간 쇼코의 사랑도 그렇다. 자신들의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속에서 우리는 우리 삶속 자신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바라보게 된다.


사랑이라는 소재를 써내려간 혼다 다카요시의 문체들은 섬세하다. 더불어 일상적인 로맨스에 적절한 미스터리를 곁들여 조금은 다른 색깔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나'를 찾는 시간과 '그녀'를 찾는 두 개의 시간이 공존하면서 조금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익숙한 유키사다 아사오 감독이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그의 작품 색깔로 미루어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한다. 이 작품과 함께한 독자라면 하루의 끝자락 5분을 통해서 적어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과 함께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내일까지 5분전>과 함께 이 겨울밤이 그렇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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