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겨울, 그리고 또 다시 겨울... 어느새 세번째 만남이 시작된다. '추억'을 선물하고 '감동'을
전해주며, 우리 가슴을 따스하게 했던 이야기들은, 끝인가 했다가 다시금 찾아온 겨울 추위의 매서움마저 한풀 누그러 뜨려준다.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다니 미즈에의 이 소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추억, 그리고 감동의 이야기는 어느새 겨울이면 찾아오는 또 하나의 깜짝
선물과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가슴속에 숨죽여 있던 우리들 자신의 추억 이야기마저 살짝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저 얼굴들과 '추억의 시時 수리합니다'라는 글자가 새겨진 추억가게, 어느새 이 익숙한 풍경은 그곳에라도 서있는듯
우리를 그들의 공간속으로 이끈다. 슈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의 연인 아카리의 추억들로 이야기는 이어져나간다. 모두 네가지 추억이야기가
그려진다. 슈치의 어릴적 친구들과 얽혀진 추억속에서, 헤어진 연인들의 시간속에서, 그리고 사랑스런 그녀 아카리의 '아버지'와 연결된 이야기속에서
'시간'은 '추억'이되어 녹아든다.
'응답하라 1988', 최근에 가장 즐겁게 만났던 드라마중에 하나가 바로 이 드라마였다. 나에게도 어린
시절일 수밖에 없었던 시간들이지만, 그 드라마속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광고, 배경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향수에 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많은 이들이 그 시간들을 추억하면서 공감하고 회상하고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약간의 '후회'라는 감정도 함께
공존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후회, 후회...

'후회', 무엇에 대한? 어느 대상에 대한?... 우리는 삶을 의사결정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밥먹는 것부터 입고, 자는것에 이르기까지 항상
고르고 선택하고 또 어떤것은 포기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우리가 선택하고 포기하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많을 것을 얻으면서도 또한 어떤것들은 잃게
된다. 그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후회'라는 결과물 역시 동반되는 것이다. 젊었을때 못해본것들이 너무많아, 지금이라면 이랬을텐데, 부모님에게
죄송하고,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부족했던 것들이 쉴새없이 떠오른다.
'거꾸도 돌아가는 시계를 만들어주세요' 처럼 우리 마음 한켠에는 저런 외침들이 분명 담겨져 있을 것이다.
추억 수리공 슈지에게 주어진 임무를 이번에도 그는 멋지게 해결해나간다. 이번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3>에서는 특히 슈지의 연인
아카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중심이 된다. 죽은줄만 알았던 그녀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진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아카리를 일약
원톱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 좋아하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자기 자신도 좋아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에 빠지면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마음에 제동장치를 만들어왔다. 상대방보다 더 좋아하게 되면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두려움도 없이 좋아하고 싶다. 이 새로운 사랑 경험은 지금까지와 다른 만큼 당황스러운 일도 많았지만 아카리에게
행복한 날을 선물하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 P. 23 -
예전처럼 많은 이들이 손목에 시계를 걸고 다니는 일이 많이 없는 요즘이다. 휴대폰속으로 들어가버린 시간은 어느새 시계라는 존재를 우리곁에서
살짝 밀어 놓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시계가 집안 구석 어디쯤엔가 하나쯤은 존재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도 벌써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시계하나가 있다. 이미 멈추어버린지 오래, 이 시계를 보다보면 아빠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기 시작한지 얼마안된 나에게
'아버지'는 새로운 존재로, 또 다른 이름으로 다가옴을 느낀다.
앞서도 언급했던 '후회'를 말한다.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음을 우린 너무나 잘 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비단 시계에 연결된 추억
이야기, 잊고 있던 아쉬운 시간들을 떠올리며, 더이상 소중한 이들에게 더 오랜 시간후 후회가 없도록 행복한 시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세지가 들려오는듯하다. 특히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우리들의 가족에게 말이다. 미래를 위한 준비는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 행복을 놓치고
놓아버린 미래가 얼마나 가치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된다. 시계수리공 슈지와 그의 연인 아카리의 사랑과 추억의 시간이 다시금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