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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따카니 - 삐딱하게 바로 보는 현실 공감 에세이
서정욱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12월
평점 :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 이유도
없어 진심이 없어, 사랑
같은 소리 따윈 집어 쳐, 오늘밤은
삐딱하게~~♬' 왠지 빅뱅의 '삐딱하게'를 흥얼거리게 하는 오늘이다. 아니 초록색의 작은 책 한 권을
집어들고는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입헌 공주 공화국에 살고 있는 우리, 하루가 멀다하고 정치권에서 쏟아내는 막말 퍼레이드에 지치고,
서민들의 기호식품 담배 소주 값은 신나게 오르고, 신중하기 이를데 없어야할 할머니들의 아픔에 손쉽게 손을 대어 버리는... 정말 요즘 같아서는
삐딱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그런 나날들이다. 요즘 밤은 삐딱하게~~♪
<빠따카니>는 이처럼 힘겹고 지치고 웃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예전에 만났던 '광수생각'이란
작품이 문득 스쳐지나기도 하는 그런 작품이다. '삐딱하게 바로 조는 현실 공감 에세이' 라는 수식이 함께 하는 이
작품은 만화로 그려진 몇 컷속에 우리 현실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진, 삐딱한 세상을 살짝 비트는 위트를 담아낸다. 소위 말해 웃픈 현실을
그려내며 가벼운듯 하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무겁고 어둡게 현실을 그려내지 않는다. 슬프지만 웃을 수 있는 여유가 그 속에 담겨져
있는 듯하다.
잠시 삐따카게 몇가지 에피소드들을 살펴보자. '누구나 마음속에 팥쥐 한 명씩은 키우며 산다'는 현실속 콩쥐팥쥐 이야기에도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렇게 찾아 헤매던 행복의 파랑새는 바로 내 가족이었다'는 파랑새, 스크루지 영감에서는 왠지 지금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듯해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허망한 남자들의 도원결의! 삼국지도, '알'에서 라도 태어난듯한 그들을 '단군신화'는 그려낸다. 알라딘의 램프속 요정의 모습에
아내의 모습이 아른거리기도 한다.

이 작품속 모든 이야기들의 제목은 모두 우리가 들어봤음직한 오래된 동화들의 이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책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익히
우리가 알던 동화속 그들의 모습이 아니다. 주인공들은 바로 웃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들이다. 아름답기만하던 동화속 주인공들과
그들의 이야기들은 현실속에 투영되면서 아프고, 슬프고, 힘겹고, 때론 가슴 한켠을 뜨겁게 만드는 그런 모습들로 그려진다. 웃기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들속에서 따스한 메세지를 꺼내들기도 한다.
<삐따카니> 바라보지만 이 작품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렇게 삐따카지만은 않다. 아름다운 동화를 삐따카게 그려가지만
그렇다고 그 순수함을 크게 훼손하지는 않는다. 웃을 수 있지만 쉽게 웃을수만은 없는 현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웃게 만드는 것은, 현실을
똑바로 바라봤구나 하는 안도와 이해라고 할까? 그런 작가 특유의 시선과 그것을 통해 우리가 갖게되는 공감이 함께 하기 때문일것이다. 속시원하게
세태를, 현실을 풍자하지만 그 깊이있는 메세지에 공감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기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 길지 안으면서도, 또한 만화라는 구성을 통해 무엇보다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이 <삐따카니>속에 들어있다. 익숙한
동화들 틈에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웃음속에서 사랑과 행복을, 삐따칸 시선을 통해
비뚤어진 우리 세상을 풍자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사색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가진 독특한 힘이 아닐까? 이 겨울, 그 어떤 것보다도 색다른 선물을 준 <삐따카니>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