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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까지 5분 전
혼다 다카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시계를 일부러 5분 일찍 맞추어 놓는다! 나는 그렇다. 시계가 5분 일찍 맞추어져 있다면 나의 하루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5분 빨리
시작된다. 삶 자체가 혼자만의 삶이 아닌, 사회에 맞추어져 있다보니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 아닐때가 많다. 그런
관계들의 틈속에서 5분이란 시간은 나를 준비하고 나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매개체로 존재한다. 하지만 반대로 5분을 늦게 맞춘다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좀 이득을 본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6년전 떠나보낸 주인공 '나'가 있다. '나'의 시간은
그렇게 여전히 '5분 늦게' 흘러간다.
<내일까지 5분전>은 광고회사에 다니는 '나'에게 다가오는 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다. '5분 늦게'를 좋아하던,
6년전 교통사고로 죽은 첫사랑 미즈호와의 과거의 시간! 얼마전 사귀던 연인과 헤어지고 수영장에서 우연히, 운명처럼 만나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는
가스미와의 인연!이 교차한다. 더불어 회사에서는 직속상관인 고집불통 고가네이 과장과 라이벌 오사나이 과장 사이의 알력 다툼에 끼어들게 되어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한편 6년전 죽은 미즈호의 6주기에 와달라고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고...
현재의 시간을 걷는 주인공에게 나타난 새로운 연인? 가스미. 그녀는 일란성 쌍둥이인, 정말 똑같이 생긴 유카리라는 동생이 있다. 그녀들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그 어떤 비밀이 없다. 그런 그녀들은 자신이 유카리인지 가스미인지, 자신들의 정체성까지 혼란스러워
지기에 이르는데... 유카리는 얼마후 약혼이 예정되어 있다. 6년전 시간에 정체되어 있던 '나'는 가스미와 새로운 사랑에 조금은 발을 내딛으려
하는데... 가스미는 자신이 간직했던 예기치못한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조금은 독특한 색깔을 담은 작품을 만난듯하다. '나'를 찾는 시간과 '그녀'를 찾는 두 개의 시간이 이 작품속에 공존한다. 첫사랑이었던
미즈호의 갑작스런 죽음, 그런 가슴 아픈 사랑에 대한 트라우마는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가 좋아했던, 시계를 5분 늦추는 습관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새롭게 찾아온 가스미라는 사랑의 이름 이전에도, 존재했던 연인들에게 '나'는 내 자신을 열지도 그녀들을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드디어 가스미라는, 사랑스런 그녀를 만나 그 트라우마를 깨는가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쌍둥이를 사귀어본 경험이 있기에 약간의 공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별이란 아픈 상처가 뒤따랐지만... 내가 만났던
그녀들은 이란성 쌍둥이었기에 가즈미나 유카리와는 다르게 언제나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쌍둥이들만의 교감이랄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가끔, 놀랄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더군다나 가스미와 유카리의 경우 일란성에 모든 것이 똑같이 생겼다니 그녀들을 만나는
책속의 '나'나 오자키씨의 경우에 따라오게 될 혼란은 예상이 되는 바이다.
'나는 지금도 하루의 마지막 5분 동안 가스미를
생각한다. 미즈호를 생각한다. 그때 거기에 있던 나를 생각한다. 그 시간은 나의 가슴에 고요와 평온을 가져다준다.' - P. 401 -
사랑은 정말 무어라 쉽게 단정할 수 없을것 같다. 사랑은 결코 단답형이 아니다.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어떤 모양인지도, 또 어디로
어떻게 튈지도 모른다. 6년이란 시간동안 사랑에 정체되어 있던 주인공 '나'의 사랑도 그렇고, 그런 주인공에게 우연히 다가왔지만 비밀스런 사랑의
감정을 꼭꼭 숨겨둔 가스미도 그렇다. 주인공의 상사였던 고가네이 과장의 예기치 못한 그것도 그렇고, 쉽게 사라져간 쇼코의 사랑도 그렇다.
자신들의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속에서 우리는 우리 삶속 자신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바라보게 된다.
사랑이라는 소재를 써내려간 혼다 다카요시의 문체들은 섬세하다. 더불어 일상적인 로맨스에 적절한 미스터리를 곁들여 조금은 다른 색깔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나'를 찾는 시간과 '그녀'를 찾는 두 개의 시간이 공존하면서 조금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익숙한 유키사다 아사오 감독이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그의 작품 색깔로 미루어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한다. 이 작품과
함께한 독자라면 하루의 끝자락 5분을 통해서 적어도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과 함께 할 수 있을거라 믿는다. <내일까지
5분전>과 함께 이 겨울밤이 그렇게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