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전이의 살인 스토리콜렉터 42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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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무리 봐도 봐도 표지가 참 경이롭게 아름답다. 니시자와 야스히코와는 어느새 두번째 만남이되고야 말았다. 사실 가장 만나고 싶었던 작품은 '치아키의 해체 원인' 이었지만... 여전히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는 중이라 아쉽기만 하다. 3년전쯤에 만난 '일곱 번 죽은 남자'로 처음 그와의 만남을 시작했다.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위한 소년 탐정의 맹활약! 9번의 타임루프, 그런데 왜? 일곱번 죽은 남자일까? 그 제목이 궁금하다? 그렇다면 이 책속에도 나름 작은 힌트를... 표지가 참 경이롭다! 힌트가 될지 트릭이 될지? ㅋㅋ


본격 미스터리의 귀재라는 수식과 함께하는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네임밸류를 믿고 선택한 미스터리! <인격 전이의 살인>. 하지만 그 시작은 SF라는 소재로 문을 열고 있다. '일곱번 죽은 남자'에서 타임루프라는 소재에 미스터리를 조합했던것 같이, 이번에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인격을 교환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소재가 된다. 197X년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예기치 않게 발생된 인격 교환, 그리고 20년이 지난 캘리포니아의 쇼핑몰, 하지만 그 속에 인격교환 시스템, 스위치 서클을 숨기고 있는 쇼핑몰 치킨하우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다시금 예기치 못한 인격 교환이 벌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 미스터리는 시작된다.


치킨 하우스 안에 있던 7명의 사람들이 있다. 주인공인 나, 일본인 토마 에리오를 비롯해서, 무명 여배우 재클린, 아랍게 남자 하니, 미국 남부 사투리를 쓰는 남자 랜디, 치킨 하우스 주인 아들 바비, 그리고 알랭과 아야코라는 여성이 있었다. 갑작스런 지진으로 아야코는 죽게되고 나머지 인원은 셸터라고 생각했던 공간에 들어가게 되는데, 바로 그곳에서 인격 교환, 전이가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이곳을 연구하는 다니엘 아크로이드 박사와 CIA 요원들에 의해 발견되어 격리, 인격 교환이 발행했다는 믿지 못할 상황을 인지하게 된다.





주인공인 에리오를 비롯해서 5명의 등장인물들을 굳이 나열한 이유는 이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매스커레이드, 인격 전이 현상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처음 전이가 이루어진 순서에서 차례로 그 순서가 바뀌면서 여섯번을 무한 반복해서 전이가 이루어진다. 죽을 때까지 이 인격전이는 이어질 것이며, 그 횟수와 주기는 특정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 황당무계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살인사건이라는 또 다른 특별한 상황이 발생한다. 밀폐된 생존 공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그 와중에 계속 이어지는 인격전이, 누가 누군지 인지하기 조차 쉽지 않은 긴박한 상황이 계속 혼돈과 공포, 스릴러의 재미를 선물하며 이야기는 속도를 더해간다.


이번에도 역시 니시자와 야스히코는 어김없이 그만의 색깔을 그려내고 말았다. 정신 차릴 수 없을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는 살인, 공격, 인격 전이의 순간이 뒤엉키며 그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는 혼돈속으로 독자들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순차적 인격전이라는 구도를 깨뜨리고,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매스커레이드의 종결 지을 수 있는 방법이 치달을 즈음! 로맨스로 이야기는 또 한번의 반전을 거듭한다. SF라는 소재로 시작해서,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고, 마지막에서야 이 모든게 로맨스를 위한 장치들이 었구나 감탄하게 된다.


300페이지 정도로 커피 한잔에 가볍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하지만 그 무게가 그리 가볍지 만은 않을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책을 내려놓을 때쯤 이 작품 <인격 전이의 살인>이 로맨스 소설이었구나 하고 새삼 인지하게 될것이다. 그래서 다시금 커피 한 잔이 더 마시고 싶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게된다. 인격 전이라는 독특한 소재, 반전과 반전을 거듭는 속도감 넘치는 전개, 도대체 범인은 누구야? 하며 물음표를 내놓을 때쯤, 로맨스의 달달함으로 이야기는 색다른 장르로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


'모든 것이 F가 된다'의 작가 모리 히로시는 마지막 작품 해설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약3초 간격으로 매스커레이드가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인간은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이다' 라고 말이다. 그도 그럴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도대체 이런 상상들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미래에서 오기라도... 아니 바로 이거였다. 매스커레이드였다. 소설뿐만 아니라 IT분야나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매스커레이드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다시한번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상상, 아니 작가적 매스커레이드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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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증
마리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박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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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조차 자극적이다. 내용도 역시 자극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가장 자극적이었던건 이야기 말미에 들려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 아닐까? 표지를 장식한 전라의 한 여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목은 다소 애매하기 그지없다. <고충증>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제목이다. 책소개를 빌자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음란하고 자극적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율의 에로틱스릴러!'라고 말한다. 역시 자극적이다. 에로틱 스릴러, 신인작가의 다크 미스터리, 어쨌든 기대된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 초등학생의 딸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 마미, 그녀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범한 주부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음란하기까지한 그녀의 일상이다. 월, 수, 금, 오후 6시 20분부터 9시까지 일주일 세번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섹스를 즐기는 주부. 그 일탈의 장소는 그녀의 동생 나미가 살던, 나미 명의의 예전 아파트다. 가족들 누구도 모르게, 이런 일탈을 탐닉하던 마미,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월요일의 남자 다쿠야의 죽음! 다쿠야의 엄마란 여자가 아파트에 찾아오게 되고, 작은 혹 같은 것이 온몸에 퍼져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는 다쿠야! 그 일이 있고 난후 마미에게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파삭파삭파삭....'하는 소리가 언제부턴가 귓가를 맴돌기 시작하고 원인모를 복통과 함께 기생충 같은 것이 몸에서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얼마전 자신과 섹스를 즐기기도 했던 누마타 역시 다쿠야와 비슷하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된다. 그리고 모든것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섹스 중독에 걸린듯한 마미의 이야기에 혼란스러워질때쯤 그녀의 동생 나미의 시선이 등장한다. 언니 마미의 남편, 형부를 남몰래 짝사랑하던 나미, 하지만 다른 남자와 이미 결혼을 한 그녀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없다. 남편은 그녀의 집에서도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기도... 이건 뭐... 어쨌든 이야기를 점점더 강도를 높여간다. 언니 마미의 딸 미사코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게되고, 맞물려 마미 역시 행방불명되고 만다. 이상한 쪽지가 남겨진채... 미사코의 죽음, 마미의 행방불명, 그리고 나미의 남편 도시키의 자살! 미궁에 빠진 죽음과 진실들... 그리고 마지막 누군가의 시선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작된 이야기에 살짝 지루해질 무렵, <고충증>이라는 제목을 연상시키는 죽음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인공 마미에게도 찾아오기 시작한 그 죽음의 그림자는, 바통을 이어받은 나미의 시선속에서 더욱 미스터리하게 그려진다. 실제 '다키모리 고충증' 이라는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조차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그것이 또 다른 소설속 트릭은 아닐지 생각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 고충증이라는 애매한 녀석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조금은 더 불안하고 불쾌하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재밌다는 찬사를 내어놓게 될것같기도 하다.


"그러니까요. 욕망의 끝은 늘 공허한 늪 바닥 같죠. 그 늪의 바닥에 빠졌다가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 남자와 여자를 얼마나 많이 봐왔는지 몰라요. 정말 그런 마음이 절절 하게 들죠. 하지만 욕망은 그나마 낫죠. 가장 무서운건 질투와 악의에요. 그건 정말 무서워요. 사람을 죽이는 무서운 흉기죠. 제 아무리 얌전히 살아도, 어디서 질투의 대상이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른바 묻지마 살인 같은 거죠."


마미의 엄마, 장모를 찾아가는 다카오와 나미가 탄 택시의 기사가 했던 위의 말이 아마도 이 작품에 담고자 했던 작가의 말을 대신하는지도 모를일이다. 섹스, 욕망을 말하면서 고충증이라는 소재를 선택하고 있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것은 바로 인간이 가진 추악한 감정, 바로 '질투와 악의' 라고... 그리고 그것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지닌 날카로움 때문이 아니라, 그 칼끝이 향하는 대상이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 아닐까 하는데 있다.


마미의 시선, 그리고 나미로 이어지는 고독하고 뭔가 부족해보이는 현대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 고독과 부족을 섹스로 충족하고자 하는 그릇된 모습들을 통해 작가는 우리 사회를 호되게 질타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역시 그런 섹스를 탐닉하는 '위기의 주부들'이 아니라, 질투와 악의로 또 다른 잘못을 일삼고, 여기저기 날카로운 칼을 휘두르면서도 자신들을 정당화 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이자 외침이 아닐까싶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여버린 말에 그 누군가는 상처받고 나아가 목숨을 버릴 수도 있다는...


색다른 소재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섹스 어필로 충분히 감각적으로 다가왔지만, <고충증>은 단순히 자극적인 선택만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꺼내놓고, 우리 내면의 추악한 감정들을 사실 그대로 들추어낸다. 끈적끈적한 감정들로 지루해질때쯤, 새로운 사건과 미스터리한 사건들로 이야기는 속도를 더해간다. 사건의 실체, 범인이 이사람이겠구나 단정 지을때 즈음 예상치 못한 반전과 인물들로 색다른 재미를 전해준다. 마리 유키코와 <고충증>, 신인작가의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만큼 매력적인 솜씨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새롭다. 그리고 재미있다. 하지만 몇세까지 책을 권한까는 여전히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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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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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카와 유타카, 제15회 일본 미스터리문학대상 신인상 수상이라는 거창한 수식과 함께 그 이름을 만나게 되었다. <크리피>라는 심상찮은 이름을 가진 작품으로 다가온 마에카와 유타카, 그리 대수롭지 않게 마주했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이 작가에게 빠져버린다. '크리피 creepy'의 뜻은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혹은 '기분 나쁜, 소름 끼치는' 의 의미를 가진다고 주인공 다카쿠라는 책속에서 말한다. 책을 펼치고 내려놓을 때까지 그 기분 나쁜, 소름끼치는 공포가 왠지 마음을 무겁게 억누르는듯 느껴진다.


"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범죄심리학 전공 교수, 마흔 여섯의 다카라쿠에게 다가온 이상한 이야기들이 그와 아내, 가족의 삶을 뒤바꾸어 버린다. 불륜까지는 아니더라도 졸업논문을 쓰며 가까워진 린코라는 학생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더니, 경시청 경부가 된 30년 만에 만난 동창 노가미가 범죄심리학 교수인 자신에게 8년전 일어난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히노시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을 가지고 찾아온다. 하지만 이후 노가미는 실종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앞집에 살던 두 노모녀 집에 화재가 발생해 죽게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옆집에 사는 니시노씨의 딸은 니시노가 자신의 아빠가 아니라고 말 하는데...


숨가쁘게 벌어지는 사건 가운데에서 과거 히노시 일가족 행방불명 사건과 노가미, 그리고 옆집 니시노 사이에 어떤 인과 관계가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하지만 노가미가 행방불명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 와중에 교수와 여제자라는 어정쩡한 은밀한 관계가 중간 중간 등장하면서 이후 또 다른 사건의 단초가 될것을 암시하기도 하고, 결국 옆집 니시노의 딸 미오가 다카라쿠의 집에 밤 늦게 도망쳐오는 일을 시작으로 사건을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속도를 낸다.



 

 



'크리피'라는 제목 답게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의 느낌이 역시 'Creepy'했다. 미궁속에 빠진 8년전 행방불명 사건, 새롭게 벌어진 살인사건과 또 다른 납치 도주 속에서도 무엇하나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 없이 기분 나쁘고 오싹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별 연관성이 없을 것 같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사건들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하나로 연결되고 퍼즐이 맞추어진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는 사건의 실체, 정체를 드러낸 범인이 있지만 그 모습은 사라져 뭔가 석연찮은 느낌을 전해준다. 마지막까지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오랫만에 정말 온 마음을 빼앗겨버린 작품과 마주하게 되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행방불명 사건과 살인 사건들의 연관성이 서서히 밝혀지고 사건의 범인을 짐작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확실한 결말을 예측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크리피>라는 제목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지도 모를일이다. <악인>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속 그 악인을 바로 이 작품속에서 다시 만난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악인'은 절대적인 '악'이 아니라 정신분열적 '악'이라 느낌이 든다.


당신의 '이웃'이 어쩌면 우리 삶에서 가장 무서운, 위험한 존재는 아닐까? 삭막한 세상속에 고립된 현대인들이 가진 취약점이 어쩌면 이 작품의 소재가 된다. 근친상간, 소아성폭력, 살인, 방화, 스토킹 등 다소 거친 소재들로 가득하지만 잔인한 부분들이 부각되지는 않아 그리 무리한 느낌은 없어보인다. 매스컴과 미디어의 폭력성을 말하고 이웃과 공존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이런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작가는 바로 이런 우리 사회의 고독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다카쿠라라는 주인공이 가진 평범함이나 사건의 범인, 그 위험 인물을 예상하면서 평범한 학생들과 함께 찾아간 무모함 등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기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에카와 유타카의 <크리피>는 가독성 만큼은 정말 최고의 작품으로 꼽으수 있을것 같다. 탄탄한 구성과 끝없는 반전이 전해주는 묘미, 몇몇 캐릭터들이 전해주는 매력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첫 작품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준 마에카와 유타카의 다른 작품들도 너무나 궁금해진다. 또 어떤 괴물들이 그녀의 멋진 작품들을 삼켜버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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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라이 1 - 탐정 미타라이키요시의 사건기록
시마다 소지 지음, 하라 텐카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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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다 소지!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아니 익숙함을 넘어 위대한 작가로 추앙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이 바로 시마다 소지이다. 그리고 그 이름과 함께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시작과 전설로 불리는 작품이 있다. '점성술 살인사건'이다. 그리고 드디어 미타라이 키요시라는 그 이름이 등장한다. '점성술 살인사건'속에 처음 등장한 그는 '이방의 기사',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등에 속속 등장하며 천재 탐정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렇게 종이와 활자 속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천재 탐정 미타라이 키요시가 만화라는 장르속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활자로 표현된 그의 모습에 대한 상상은 그림을 통해 그려진 모습들로 하나하나 현실화된다. 그리고 순정만화속 주인공같은 모습을 한 미타라이의 모습이 <미타라이, 탐정 미타라이 키요시의 사건기록1>을 통해 서서히 드러난다. 거기에는 다른 작품들 속에서 그와 콤비를 이루는 이시오카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미타라이 1>에서는 두가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첫번째 이야기 '실톱과 지그재그'는 라디오 생방송중에 걸려온 전화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가 낭독한 한 편의 시. 그것이 불러온 파장이 온 밤을 새하얗게 만든다. 그저 평범한 시라고 생각했던 그 전화 통화가 자살예고라는 '미타라이'의 말에 DJ 하야시는 라디오라는 매체가 가진 특수성을 이용해 전화를 걸어왔던 주인공을 찾아 자살을 막아보려 한다. 거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타라이 이다.

 

 

두번째 이야기 '우산을 부러뜨리는 여자'는 말 그대로 펑펑 솟아지는 빗속에서 하얀 반팔 원피스를 입은 여인이 억지로 우산을 차에 깔리게해 찌그러뜨리고는 그걸 들고 가는 목격담을 듣고 그 속에 숨겨진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미타리이의 기막힌 추리의 결정판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나게 된다. 역시 점성술사답게 예상 가능한 추리와 전혀 예상하기 힘든 추리의 결과물까지 완벽하게 창조해내는 미타라이의 초인적인 추리력이 정말 매력적인으로 그려지는 이야기였다.

 

<미타라이1>는 미스터리와 쇼트쇼트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활자로 쓰여진다면 정말 얼마안되는 짧은 미스터리로 쓰여질 것이다.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에 미스터리를 녹여놓은 듯한 이 작품은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다. 미타라이라는 천재적인 탐정의 활약상을 담아내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물론 두번째 <우산을 부러...>는 그나마 치밀하고 섬세한 추리가 돋보였지만 첫번째 이야기는 누가 주인공인지 헤깔릴 정도로 약간은 두서없고 미타라이의 등장 역시 어색함을 감출수 없었다.

 

또 신경쓰이는 한가지는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이야기가 너무 딱딱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미소년처럼,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왔음직한 외모를 가진 미타라이, 여기까진 뭐 좋다. 그렇다면 위트나 재치정도는 겸비해야 하는거 아닌가? 천재탐정인건 알겠짐나 뭐 시종일관 잘난체에 다름아닌 진행이 역시나 신경이 쓰인다. 만화라는 장르가 가진 조금은 코믹하고 재치있는 이야기 구성이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그 시작이 많이 아쉽기는 하지만, 미타라이를 그림을 통해 만난다는건 역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시마다 소지라는 그리고 미타라이 키요시라는 그 특별한 이름에 누를 범한다면 그건 아쉬움을 넘어 안타까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다른 이야기들속에서는 조금은 더 발전적이고 미스터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구성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그 이름과 명성에 걸맞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내주길 간절히 바라며... 조금은 아쉬웠던 미타라이와의 색다른 만남을 여기서 정리하려한다. 다음에 다시 만나길...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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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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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너무나 작고 예쁜 책 한 권을 손에 들었다. 어둠이 내린듯한 산장을 날아다니는 몇몇 '말벌'의 모습이 눈에 띄고, 그 말벌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 색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책이다. 작고 예쁜... 하지만 거기에 '기시 유스케'란 이름이 덧붙여지면 어떨가? 작고 예쁜... 이 아닌, 어쩌면 공포스럽고 기괴한 이야기가 책속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올것 같은 느낌을 받는건 나뿐만의 생각이 아닐것이다. 오랫만에 만나는 기시 유스케의 미스터리 호러,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음울한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를 쓰는 소설가 안자이 도모야. 아내인 유메코와 함께 자신의 산장에서 자신들의 새로운 작품의 성공을 축하하던 그와 그의 아내. 하지만 눈을 뜨고 나니 노랑말벌들이 그들을 습격한다. 아내는 어디에 갔는지 눈에 띄지 않고, 하나 둘 나타나는 말벌들과 사투를 벌이는 안자이. 의사는 그에게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벌에 다시 쏘이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를 했었다. 사라진 아내, 휴대폰도 없고, 일반전화와 컴퓨터도 먹통이 되어버려 고립된 환경속에서 계속되는 벌들의 공격에 안자이는 죽음의 사투를 벌인다.


11월 하순에 눈덮인 고립된 산장에 나타난 말벌떼와의 사투! 말벌이라는게 뭐 그리 무섭다고 이 난리들인가 할지도 모를일이다. 한 여름 종종 TV를 통해서 벌초를 하던 사람들이 벌에 쏘여 사망을 했다거나 하는 뉴스들을 가끔은 들어봤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TV속 먼 나라 이야기일뿐 그리 실감나지 않는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말벌은 그 존재만으로도 위협적이다. 언젠가 갔던 식당앞에 놓여져 있던 '말벌주'를 보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있다. 주인 아저씨가 정말 목숨을 담가 놓으셨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말벌>이라는 이름을 앞에 두고, 몇해전 겪었던 악몽같은 기억이 떠오른다. 직업상 종종 산에 오르는 일이 있는 나에게, 벌에 쏘였던 아찔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앞에 놓여진 책의 제목과 같은 '말벌'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노랑과 검정의 경계색인, 말벌 보다는 조금 작은 녀석에게 쏘였었다. 갑자기 달려든 녀석들이 얼굴 주위를 서너방 쏘였을까? 책속 주인공의 주치의는 벌의 위험성을 독이 아닌 알러지 반응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실제 사고를 당해본 당사자로서는 알러지 반응보다 호흡 곤란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아무쪼록 다시는 쏘이지 않게 조심하세요.... 처치가 늦으면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요." 


얼굴을 공격한 녀석들때문에 얼굴이 붓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호흡이 갑자기 가빠지기 시작했다. 너무 놀라 가까운 보건소에서 응급약을 먹고 큰 병원으로 내달렸던 기억,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 그지없다. 그러다보니 이 책속에서 약간은 과장되게 당황하고 대응하는 인자이 도모야의 모습이 사실 이해가 갔다. 하지만 벌에 대한 관념이 없는 이들에게는 정말 말 그대로 퐝당한 시츄에이션이라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작의적 멘트가 공허하게 다가올 수도 있었을 거라는 것이다.


처음에 언급했듯 참 작고 예쁜 책이다라는 첫인상을 갖게된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숨막힐듯 진행되는 사투는 가독성있게 책을 넘기는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공포와 맞닥드린 주인공의 모습들이 1인칭시점으로 서술되어 우리 역시 같은 모습으로 체험하고 느끼게 된다. 공포와 스릴 넘치는 긴장감, 그리고 마지막 예상치 못했던 반전. 기시 유스케의 작품속 캐릭터들이 가지는 극한의 심리상태도 역시 볼거리다.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고립된 산장속에서 말벌과의 사투! 라는 틀에 너무 얽매여 자꾸만 상황을 집안으로 가두어버리는 어리석음이 어쩌면 이 작품의 가장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하다. 말벌과의 사투를 위해 상황 상황을 끼워맞추는 듯한 모습이 작품에 빠져들지 못하게 만드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너무 작아서일까? 이야기들이 그 작은 틀속에서 자알~ 마무리 하기 위해 삐걱거리며 억지로 자리를 맞추어 버린? 느낌! 이런 것을이 <말벌>이 보여주는 약간의 아쉬움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작음이라는 틀이 가독성을 주고, 기시 유스케가 전하는 호러의 색깔을 즐거움으로 담아내기도 한다. 그나마 개인적으로는 '말벌'이라는 소재에 대한 공감,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 색다름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 약간의 아쉬움속에서도 그 가벼움 만큼이나 조금은 가볍게 만나보면 좋을 서스펜스 호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오랫만에 기시 유스케를 다시금 만나 반가웠다. 다음에는 조금더 살벌하고, 치밀하고, 광기 넘치는 작품으로 다가와주길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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