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G 나무 도감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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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봄인가 싶더니 어느새 낮 기온이 여름 문턱까지 차오른다. 다른 것은 몰라도 봄비가 흠뻑 적시고 난 뒤, 이 산 저 산을 물들이는 초록의 나무들이 그렇고, 어느새 봉우리를 활짝 떠뜨리고 이제는 서서히 작은 바람에도 꽃잎을 새초롬 떨구는 벚나무들의 모습에서도 그렇다. 올해 맞이하는 우리의 봄은 단순히 '봄' 그 이름 만으로도 벅찬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기나긴 겨울을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런 계절! 우리 사회의 얼어붙었던 모습과 또 닮아 있어 이 계절이 더욱 기대되고, 또 설레이기까지 한다. 한껏 푸르름을 머금는 나무들을 보면 또 설레인다. 아~~ 봄이구나!

나무병원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직업군에 몸담은지도 어언 8~9년이란 시간이 다되어간다. 나무들을 가꾸고 관리하고 또 예쁘게 꾸미고, 오래된 나무들에 또 다른 삶, 지속 가능한 시간을 조금은 더 화려하게 부여해주는 일이 우리들의 일이라 자부하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나무 역시도 그만큼 많은 종류와 분류, 또 다양성을 갖고 있음에 항상 놀라곤 한다. 나에게도 작은 나무도감 한권이 있다. 아니 어느 집이건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작은 나무 관련 책자 하나정도는 집에 있을것 같다. 나에게도 그렇다. 아이들이 보기 편한 커다란 크기의 나무도감, 그리고 아빠가 보는 나무도감이 있다.




<APG 나무도감> 과의 만남은 또 다른 즐거움의 시작이다. 직업이 그렇다보니 나무 관련 책들에 언제나 관심이 먼저 간다. 더불어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 둘이나 있다보니, 세상 밖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새롭고 화려하고 궁금한 것들로 가득차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나무 역시 커다란 관심사이기 마련이다. 더불어 앞서도 말했듯 회색빛으로 우중충했던 겨울의 흔적들을 지우고 초록의 푸르름을 머금나 나무의 계절, 이 봄에 만나는 나무도감은 또 다른 즐거움의 시작이라 말할 수 도 있을것 같다.

751Page, 묵직한 그 풍체와 더불어 그 속에 담긴 나무에 대한 꼼꼼한 지식은 1600여종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나무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최신의 식물분류체계인 APG(속씨식물 계통분류 그룹, Angiosperm Phylogeny Group)분류체계를 통해 분류한 이 <APG 나무도감>은 가장 최신의 정보를 이용하여 나무의 정확한 계통과 이름, 특징들로 분류하고 있다. 가장 크게 겉씨식물군과 속씨식물군의 구분을 시작으로 세부적으로 식물군을 구분한다. 개개 나무들에 관한 생태설명과 꽃과 열매, 그리고 잎들이 담긴 컬러 사진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나무들의 독특한 특징과 비교점에 대해서는 색깔을 달리해 표현하고 있다. 겨울눈과 씨앗, 꽃과 열매, 잎까지 나무에 관련한 다양한 사진들은 각 나무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분류체계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로 부록에서는 꽃 색깔로 나무를 찾아보기를 추가하고 있다. 봄에 피는 꽃과 여름에 피는 꽃으로 크게 구분하고, 꽃의 색깔에 따라 노랑, 빨강, 흰색과 녹색의 네가지로 구분해 특징을 나눠 나무를 찾아보기 쉽게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참나무는 보통 잎의 모양에 따라 세가지로 구분된다. 가는 타원형의 상수리와 굴참나무, 중간단계의 넓은 잎은 갈참, 졸참나무, 잎이 크고 두툼한 형태는 신갈나무와 떡갈나무가 있다. 이런 구분과 분류 기준이 이 책에 담겨있지는 않다. 각 나무의 특징과 비교점들이 비교적 명확하고 깊이 있게 담겨져 있지만, 이런 세세한 부분들, 혹은 이슈화 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 각주나 포인트 페이지를 두어 설명해주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컬러화면에 양장으로 구성된 묵직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손에 착 잡히는 휴대성이 돋보인다. 꼭 어딘가를 갈때 들고다닐 필요는 없을것이다. 차 한켠에 두면 나들이때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나무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무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이들은 물론 학생들이나 이제 막 나무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에게도 친절하고 꼼꼼한 설명으로 쉽게 이해가 가능토록 배려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딸아이가 이 책에 관심을 갖는다. 아직 한글읽기가 서툴러 쉽지는 않겠지만 꽃, 잎, 열매 사진들로 나무를 알아가고, 나무에 관심을 갖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 자체가 대견하게도 느껴진다.  


<APG 나무도감>은 정말 갖고 싶은 책이다. 곁에 두고 항상 함께 하고 싶은 책이다. 푸르른 봄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해도 참 즐거울것 같다. 책에 '명품'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몇몇 안되는 책일거라 생각된다. 스마트한 세상, 종이가 잊혀져 가는 시대일지라도 정말 한 권의 책이 나무라는 이름을 만나 '명품'으로 새로워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조금은 친숙한 진선의 '나무 해설 도감'과 더불어 아이들과 조금더 즐거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APG 나무도감>을 만나 즐겁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가까운 들로 산으로 작은 나무 여행을 준비해 봐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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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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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세번재 만남이다. 소네 게이스케! 일본 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했던 '코'를 만난게 2011년이고,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침저어'와 만났던게 2년전이다. 호러와 판타지를 넘나들더니, 경찰 첩보 미스터리로 매력을 흠뻑 발산한 소네 게이스케! '열대야'라는 작품으로는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색다른 재미를 갖춘 작품들로 언제나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소네 게이스케, 이제 믿고 만나는 작가로 의심할 여지가 없어보인다.

 

'앞으로는 흔해 빠진 인생이 아니라, 흔해 빠진 가치관에 저항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소감 中에서 - 


<암살자닷컴>의 주인공은 살인청부업자들이다. 모두 네 가지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가상의 공간 '암살자닷컴'이라는 살인을 사고 파는 인터넷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작품속 등장 인물들인 암살자, 살인청부업자들의 원래 직업은 결코 특별하지 않아 보인다. 청부업자로 일하는 형사도 있고, 남편의 실직때문에 이 일을 하는 주부도 있다. 킬러로 명성을 쌓아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레전드도 있고, 탐정이란 직업을 가진 이도 이 금기의 문을 결코 쉽게 지나쳐버리지 못한다.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살인을 사고 팔고 있는 것이다.


미스터리로 구분할 수 있는 이 작품의 장르를 굳이 부연해서 덧붙이자면 '블랙 코미디' 정도로 추가 할 수 있을것 같다. 살인을 입찰하고 낙찰받아 돈을 벌 수 있는 곳! 암살자들은 돈때문에 살인을 사고 팔게된다. '성공률 100퍼센트, 마감 기한 보장, 그리고 맞춤형 살인 제공'이라는 <암살자닷컴>의 캐피프레이즈가 참 우습기도 하고 씁쓸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네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이 작품속에서 이야기는 개별적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도쿠라 히나코'라는 첫번째 단편에 등장했던 그 인상적인 여인으로 인해 하나의 연결고리속에 이어진다.





'사회복지 도우미'로 일하는 주부는 경쟁 관계의 다른 살인청부업자 때문에 잘못해 '10엔'에 낙찰 통지를 받게된다. 축하한다는 낙찰 메일을 받아든 초보 암살자의 모습에 웃음을 멈출수가 없다. 사랑에 빠진 프러 킬러의 고민, 아들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만들어가는 형사, 그리고 100엔짜리 사건의뢰로 고민하는 탐정의 모습들을 보면서 실소를 지으면서도 씁쓸함을 지울수가 없다. 비뚤어진 사회를 똑바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작은 '고민'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암살자닷컴>(사실 암살자가 아닌 고로시야, Korosiya, 살인청부업자라는 표현이 더 맞는다고 한다)은 웃음으로 탄생한 가상의 공간이지만 어쩌면 이와 비슷한 공간과 거래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을 것 같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 마음속에서도 응징하고픈 인간?들이 하나 정도는 존재하는 것처럼, 이런 가상 공간의 존재를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인간의 존재와 목숨은 충분히 소중하고 위대하지만 말이다.


소네 게이스케의 이 도발적이고 색다른 미스터리는 이전에 만났던 그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특별한 즐거움을 선물해준다. 그와의 세번째 만남이지만 그 하나하나가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모두 색다른 매력을 통해 작가만의 독특한 색깔과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단편으로 구성되어 손에 잡고나면 쉽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잇는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단편 하나 하나 개별성을 띄면서도 색다른 연결고리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다. 미스터리만의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특별한 반전 역시 빼놓을 수 없을것 같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름 2년여를 주기로 그를 만나고 있다. 그때마다 장르적 특성을 새롭게 하는 작가 소네 게이스케! 미스터리라는 큰 틀속에서도 다양한 이야기와 색다른 소재로 쉽게 속단할 수 없는 즐거움을 선물해주는 그의 매력에 다시한번 빠져든다. 국내에 소개된 '호러'를 담아낸 단편집 '열대야', 그리고 '르와르'를 그려냈다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역시 빠른 시일내에 만나보고 싶어진다. 소네 게이스케의, 이젠 정말 믿고 보는 작가! <암살자닷컴> 가볍게 즐겁게 그리고 특별하게, 이 봄과 어울리는 도발적인 미스터리, 소네 게이스케의 이름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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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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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변명' 끝에, 오늘 우리는 커다란 기쁨과 작은 희망으로 들떠있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발생했고, 그것이 국민의 뜻에 합당했다는 판단하에 그것은 인정받았다. 그 기나긴 시간동안 주인인 국민들을 알아보지 못한 대통령은 변명 아닌 변명만을 내어놓으며,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일삼고 뒤에선 국민들의 뒤통수를 휘갈겼고, 떳떳한 자신의 의견 한번 개진하지 못한채 오늘을 맞이하게 되었다. 기쁘면서 슬프고, 웃으면서도 씁쓸하다. 이게 끝이 아닌, 우리에게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아주 긴 변명' 조차도 늘어놓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또 다른 <아주 긴 변명> 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 변명은 아내를 사고로 잃은 한 남자의 것이었다. 300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기~이인 시간동안 그의 변명같은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지금은 유명 소설가인 사치오. 그에게 (보통 남편들이라면) 청천벽력과도 같을 소식이 전해져 온다. 갑작스런 사고로 인한 아내의 죽음! 하지만 사치오는 흔들림이 없다. 가까운 지인이 죽어도 그렇지 않을텐데, 하물며 아내의 죽음에도 눈물한방울 훌쩍 거리지도 않는 강인함(?)이 엿보인다.


'사랑해야 할 날들에 사랑하기를 게을리 한 대가가 작지 않군. 대신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공존은 상실을 치유하고, 할 일을 늘려주고, 새로운 희망과 재생의 힘을 선물해주지. 그러나 상실의 극복은 바쁜 일이나 웃음으로는 절대 성취되지 않아. ... 우리는 둘다 살아 있는 시간을 너무 우습게 봤어.' - ​P. 325 -


이제 사랑하지 않아. 털끝만큼도... 

사치오의 아내였던 나쓰코 역시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사치오가 유명 작가이지도 않았지만, 그를 뒷바라지 하고 유명해지기 시작해서도 나쓰코의 역할과 태도는 전후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 부부의 관계 역시 이미 일정한 간격 그 이상으로 벌어져 있었다. 나쓰코의 갑작스런 죽음에도 꿈쩍 않던 사치오도 같이 사고를 당한 유키의 가족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심경의 변화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에게 사랑하던 그녀, 나쓰코가 다시금 마음속에 남겨진다.




 

'아낀다' 의 뜻은 ​'귀중하게 여겨 함부로 쓰거나 다루지 아니하다.' 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너무나 소중해서 닳을까봐 애지중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익숙해지게 되면 그 애지중지의 대상이 그, 혹은 그녀에서 나 자신으로 옮겨지게 마련이다. 부부관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소중한 것은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우리는 익숙해진 관계의 틀 속에서 이 모든 것들을 놓치고, 다음에 다음에 미루면서 살아간다. 오늘이 아니면 안되는데... 하지만 언제나 기회를 잃어버리고 후회를 반복한다.


<아주 긴 변명>에 시선을 모은 이유는 니시카와 미와 라는 낯선 작가때문이 아니라 '김난주' 번역가의 이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들뿐아니라 일본 소설작품 번역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그녀이기에 믿고 만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담담하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내의 죽음을 기점으로 '변명'으로 이어져가는 한 남자의 삶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결국 그의 곁에 없는 아내의 빈 자리를 드러나고 깨닫게 되는 시점에서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두드러진다. 


"왜 우리는 소중한 것들에게 상처를 주는 건지. 눈에 보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잡았던 손도 놓아버리고, 언제나 기회를 날려버리죠. 왜 이렇게 맨날 헛발을 디디고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지. 정말 끔찍합니다. 책을 읽어도 돈을 벌어도 전혀 현명해지지를 않으니. ..." - P. 284 - 


소중한 것은 언제나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다. 상처를 주고, 한껏 아파하고, 쉽게 손을 놓아버린후 '후회'라는 이름으로 부메랑이 되어 아픔으로 되돌아온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도 그렇고, 아내에 대한 시간들, 그리고 가까운 친구와의 이별 역시 그렇게 아픔섞인 후회로 자리한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보다 참 말이 많아졌다는 생각이든다. 누군가에게서 나를 변호하고 나의 잘못을 들키지 않으려하고 나의 말이 옳다고 소리높여 외치려고 말이 많아지는 것은 아닐까?


변명아닌 변명으로 나 자신을 정당화하려했던 오늘 우리의 대통령을 떠올리게 만든 <아주 긴 변명>, 그리고 설거지 하는 아내의 손이 닳을까 아까워 내가 애써 설거지를 도맡아했던 결혼초와는 너무 변해버를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소중한 시간을 이 작품을 통해 선물받았다. 이제 봄이다. 두꺼운 겉옷을 벗어버리듯 나를 위한 위대한 변명을 던져버리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그들을 아끼는 작은 행동이 필요한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아주 긴 변명 대신, 사랑해야할 날들에 사랑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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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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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은 뭐 했나요? 그 동안에, 4년동안?" 오늘 문득 SNS를 하다보니 지금은 작가활동하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온다. 최순실, 김기춘, 조윤성, 유병우... 그리고 박! 지겹도록 익숙한 이 이름들과 혼란하고 어수선하기만한 우리 나라의 현재! 그렇다면 과연 지금, 아니 과거 이런 말도 안돼는 사건들이 활개치던 그 시국에 언론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언론인이라고 자부하는 기자님, 저널리스트들은 대체 뭐라고 대답할수 있을까? 다시한번 정말, 정말 묻고 싶어진다. "기자님들, 당신들은 정말 무얼하셨습니까?"


<미드나잇 저널>은 참 우리들의 놓여있는 현재 상황과 참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특히 언론이 가져야할 자세, 역할 측면에서 말이다. 한동안 '기레기' 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기자+쓰레기'! 안타까운건 아직도 이 말에 아직도 어울리는 기자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일반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만한 기자, 언론인이 그동안 없었다는 불신의 이름, 불명예스러운 그 이름에, 그들이 안타깝고 우리가 슬퍼지기도 한다. 모 방송국의 사장님이 나라를 구했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작은 태블릿PC 그리고 언론인출신 사장님의 용기가 정말 이 나라의 변화를 예고하고 꿈꾸게 만든것이 그나마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있다.


여아연쇄유괴살인사건을 수사 추적중인 주오신문 사회부 기자 '세키구치 고타로'를 중심으로 하는 경시청 수사1과 담당팀은 나흘전 범인 체포 소식을 특종으로 다루게된다. 그리고 세번째로 유괴된 여아가 있을것으로 추정되는 은신처를 발견한 경찰과 그들의 뒤를 몰래 쫓던 고타로와 그의 팀들은 이전 사건들을 토대로 마지막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추측성 기사를 내게 되지만, 소녀가 무사히 구출되면서 미디어와 여론의 질책을 받게되고 결국 고타로와 팀원들 모두 좌천과 쫓겨나듯 부서를 옮기게 된다. 그리고 7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성폭행, 2인조.... , 그 순간 칠 년 전 기사가 떠올랐다. 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세키구치 고타로에게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피해자 소녀가 죽었다는 오보 때문에 각종 매스컴과 신문은 피해자를 능욕당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잔인한 스캔들로 만들어 버리게된다. 한달후 소녀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소녀의 엄마도 충격으로 정신질환을 앓아 병원에 다닌다고 전해졌다. 오늘 같은 7년전 오보 사건의 시간들이 고타로에게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7년전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다시금 발생한다. 기자의 촉?이랄까? 고타로와 히로후미 그리고 유리는 자신의 자존심을 만회하듯,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자긍심으로 쉽지만은 않은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선다.





혼조 마사토! 기자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이 <미드나잇 저널>이 생생한 현장감으로 가득할 수 있는 밑거름이 아니었난 싶다. 물론 이 작품의 주요무대는 신문사 '사회부'이고 그는 스포츠 분야를 담당한 기자였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현장을 취재한 기자 출신이 전해주는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같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더불어 기자들이 쏟아내는 기사들의 뒷면에 존재하는, 우리들은 모르는, 우리들이 무지무지 알고 싶은, 또 다른 배경과 이면들에 대한 묘사 만큼은 그의 그런 경력이 큰 부분을 차지 했음은 두말한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사명감! 자긍심! 요즘 이런 말들의 가치가 참 의심스러워진다. 물질만능시대!라는 말을 참 오래전에 들었던것 같은데 요즘처럼 '돈'같은 시대를 실감하기는 또 처음인것 같다. 참 돈같다!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잘못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국민의 촛불에, 말도 안되게 태극기를 들고 돈 몇만원에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또 그런 사람들을 수사하지 않는 권력들, 아직도 촛불의 힘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 산적하고 그에 동조해 언론플레이를 서슴지 않는 미디어들의 장난질이 난무한다. 언론! 돈! 그런 단어들 사이에 사명감? 진실? 용기? 자긍심? 이 설 자리가 있을까?


"많은 진실이 누군가의 사정에 의해서 숨겨지거나 또는 뒤틀리기 때문이야. 그런 걸 한 겹 한 겹 벗겨내면서 진실에 다가간다. 그리고 그걸 다시 검증해서 자신의 언어로 기사화하는게 우리들의 일이잖아."  ...  "게다가 다른 신문사와 경쟁해서 빨리 전하는 것도 우리 일. 하루 정도 빨리 보도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빨리 기사화하지 않으면 매스컴은 뭐든 공식발표를 기다린다고. 그거야말로 권력에 끌려가는 거지. 아무래도 상관없는 허접한 정보만 전하고 불리한 건 숨기는 권력 말이야." - P. 288 -


얼마전 퇴임을 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퇴임을 얼마 앞두고 마지막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아첨'은 기자와 언론의 역할이 아니라고 말했다. 언론은 늘 의심이 많아야 하고, 거대한 힘을 가진 이들에게 항상 비판적인 시선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권력자에게 결코 아부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바로 '자유로운 언론'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너무나 부럽고 감동스럽고 존경스러웠다. 진실한 대통령을 가졌던 미국인들이 부럽고, 그런 대통령이 존경스럽고 그의 그런 말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론의 역할, 언론인이 자세를 다룬 <미드나잇 저널>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 우리 현실을 투영해본다. 잠자는 언론, 무지했던 국민... 우리는 지금 그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앞으로 우리의 발걸음이 달려있다. 더불어 세키구치 고타로와 그의 동료들처럼 언론도 이제 변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 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작은 두손에 커다란 촛불을 들고 우리는 이렇게 외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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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 신카이 마코토 소설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김혜리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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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 ...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

 

봄, 그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흩날리는 벚꽃잎들 사이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표정이 그때만큼 밝고 활기찰 수가 있을까 싶은 벚꽃의 계절! 떨리듯 손 맞잡고 벚꽃비를 맞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즐겁고 행복햇던 시간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리고 그 시간들을 사람들은 오래도록 추억한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하고 나즈막히 읊조리며... 그 아름답던 벚꽃잎들이 비를 뿌리듯 흩날리는 그 찬란한 시간들은 따지고보면 고작 한 주, 혹은 열흘 정도! 그리고 그 시간들은 영원히 가슴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묻힌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5센티미터래.' 

요즘 가장 핫한 인물중의 하나가 바로 '신카이 마코토'라는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서 3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는 감독!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의 인기야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만화는 그저 아이들에게 국한 되었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인해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장, 시각을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요즘에도 '이웃집 토토로(1988년)'를 즐겨본다. 얼마전에는 '도라에몽'을 보러 아이들과 극장에 가기도 했다. 우리 어린 시절과 요즘의 현실이 별반 다르지가 않다. '은하철도 999', '독수리5형제'를 우리 만화인양 알고 성장해온 우리 세대와 '세일러문', '피카츄', '도라에몽'과 '짱구'에 빠져 지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동변상련이란 생각이 스친다. 물론 요즘은 유아들을 위한 국내 애니메이션들도 상당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아직도 아쉬움이 있는건 사실이다. 우리와 그들사이에 놓인 간격! 조금, 혹은 커다란 수준의 차이로 보여지는 것은 어쩌면 상상력 혹은 가치관, 세계관의 차이가 아닐까? 그리고 더불어 시장성과 장인정신 역시 그 작은 차이들 틈에 놓여있지 않을까?


소년, 소녀를 만나다!​ 

어쨌든 이 자리는 애니메이션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기에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본다. <초속5센티미터>는 첫사랑에 관한 작지만 긴 이야기이다. 어는 누구든 한번쯤 벚꽃 흩날리는 계절을 만났던 것처럼, 소년시절에 찾아온 첫사랑의 따스한 체온이 담겨진다. 총 3화로 구성되어져 있는 이 작품은 '벚꽃이야기'로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17년전,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소년 타카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소녀 아카리에게 왠지 모르게 끌리며 서로에게 지식을 공유하던 소년 소녀들은 서로 다른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고, 편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지만 타카키가 지방으로 이사가게 되고, 그 전에 만남을 계획하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인 '코스모너트'에서는 '카나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등학생이 된 타카키,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섬 소녀 카나에!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온 대학이라는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두 청춘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마지막 '초속5센티미터'는 대학을 지나 현재를 살아가는 타카키의 시선을 그린다. 또 다른 만남 그리고 이별! 그 속에 존재하는 첫사랑에 대한 애잔함이 담겨진다.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간직될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이 애니메이션속 캐릭터들과 함께 머릿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카나에'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문제들이 바로 그 시절, 바로 지금의 청소년들이 가진 문제들이다. 타카키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서핑 문제를 시작으로 짝사랑 문제, 그리고 대학 진학을 앞둔 진로 문제가 있다. 수학성적도 그렇고 가슴이 커지지 않는 것도 문제고, 센스없는 사복패션, 지나치게 건강해서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 몸도 문제란다. 문제가 산더미라는 이런 카나에의 고민과 걱정이 바로 세상 모든 청춘들의 문제일 것이다.


중2가 나라를 지킨다고 했다. 더불어 요즘 부각되는 갱년기 역시 사회문제가 될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왜 그럴까? 그 중심에는 '변화'라는 것이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호르몬의 변화로 시작될것이고 모든 것이 변화하기 때문에 기인할 것이다. 다섯살난 아들녀석이 TV를 보면서 '저 누나 섹시해!'라고 말한다. 섹시가 뭔지 아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었지만, 요즘 아이들이 이처럼 성(性)장이 빠른건 각종 매체의 발달, SNS의 다양성에 따른 것일수도 있다. 어쨌든 그만큼 아이들의 이런 저런 고민들은 점점 더 빨라지는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무렵 우리가 필사적으로 지식을 교환했던 것은 상실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서로 끌리고 계속 함께 있기를 바랐지만, 어쩌면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동안 전학 다닌 경험을 통해서 느꼈고 그래서 두려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이 사라져버릴 때를 대비해 그의 단편을 필사적으로 교환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P. 19 


요즘은 중2병도 모자라 빨라진 사춘기로 초4병이 나타난다고 하니 부모들도 걱정이지만 이시기 아이들이 참 걱정이기도 하다. 우리사회가 성숙하지 못한 시점에서 아이들의 성숙이 쉽지 않은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 아이들의 고민과 성장을 신카이 마코토는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써내려간다.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만들어진 이 작품을 작가는 소설로 다시한번 우리들에게 선물한다.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과 문장으로 쓰여진것은 다르다는 작가의 말처럼, 먼저 애니메이션을 보았다면 두 장르적 차이를 표현하기가 좀 더 쉬울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한다.


'너의 이름은'을 필두로 '초속5센티미터' 그리고 '언어의 정원'까지. 애미메이션과 더불어 종이로 만나는 소설라인업에 신카이 마코토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큰 선물이 아닐수 없을것 같다.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드는, 아니 우리 사회에 혁신을 던지는 신카이 마코토의 선물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민과 설움을 대변하는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성숙하지 못한 우리 시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수많은 고민과 또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발걸음! 우리 모두가 앞으로 주목하고 기대하고 희망해봐야 할 가치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민과 방황, 하지만 그 뒤엔 희망과 성장이 있음을 다시금 일깨우고 명심하게 된다. <초속5센티미터>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이 차가운 겨울만큼이나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이들에게 따스한 선물이 된다. 눈으로 온통 뒤덮인 차가운 이 계절! 벚꽃 흩날리는, 상쾌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그런 찬란한 계절이 무척이나 그립다. 첫사랑, 그리고 짝사랑! '찰라'이기에 더 '찬란'한 청춘들의 시간을 응원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너무 고민만 하지 말고 조금은 즐길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수많은 청춘들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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