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 이 거리에, 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 어떤가요 ...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
봄, 그 계절이 되면 어김없이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흩날리는 벚꽃잎들 사이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표정이 그때만큼 밝고 활기찰 수가
있을까 싶은 벚꽃의 계절! 떨리듯 손 맞잡고 벚꽃비를 맞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즐겁고 행복햇던 시간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리고 그
시간들을 사람들은 오래도록 추억한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하고 나즈막히 읊조리며... 그 아름답던 벚꽃잎들이 비를 뿌리듯 흩날리는 그
찬란한 시간들은 따지고보면 고작 한 주, 혹은 열흘 정도! 그리고 그 시간들은 영원히 가슴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묻힌다.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초속5센티미터래.'
요즘 가장 핫한 인물중의 하나가 바로 '신카이 마코토'라는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서 3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는 감독!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의
인기야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만화는 그저 아이들에게 국한 되었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인해서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시장, 시각을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요즘에도 '이웃집 토토로(1988년)'를 즐겨본다. 얼마전에는 '도라에몽'을 보러 아이들과 극장에 가기도 했다. 우리 어린
시절과 요즘의 현실이 별반 다르지가 않다. '은하철도 999', '독수리5형제'를 우리 만화인양 알고 성장해온 우리 세대와 '세일러문',
'피카츄', '도라에몽'과 '짱구'에 빠져 지내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동변상련이란 생각이 스친다. 물론 요즘은 유아들을 위한 국내
애니메이션들도 상당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아직도 아쉬움이 있는건 사실이다. 우리와 그들사이에 놓인 간격! 조금, 혹은 커다란 수준의 차이로
보여지는 것은 어쩌면 상상력 혹은 가치관, 세계관의 차이가 아닐까? 그리고 더불어 시장성과 장인정신 역시 그 작은 차이들 틈에 놓여있지 않을까?
소년, 소녀를 만나다!
어쨌든 이 자리는 애니메이션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기에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본다.
<초속5센티미터>는 첫사랑에 관한 작지만 긴 이야기이다. 어는 누구든 한번쯤 벚꽃 흩날리는 계절을
만났던 것처럼, 소년시절에 찾아온 첫사랑의 따스한 체온이 담겨진다. 총 3화로 구성되어져 있는 이 작품은 '벚꽃이야기'로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17년전,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소년 타카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소녀 아카리에게 왠지 모르게 끌리며 서로에게 지식을 공유하던 소년 소녀들은
서로 다른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고, 편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지만 타카키가 지방으로 이사가게 되고, 그 전에 만남을 계획하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인 '코스모너트'에서는 '카나에'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고등학생이 된 타카키,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섬 소녀 카나에!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온 대학이라는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두 청춘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마지막 '초속5센티미터'는 대학을 지나 현재를 살아가는
타카키의 시선을 그린다. 또 다른 만남 그리고 이별! 그 속에 존재하는 첫사랑에 대한 애잔함이 담겨진다.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간직될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이 애니메이션속 캐릭터들과 함께 머릿속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카나에'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문제들이 바로 그 시절, 바로 지금의 청소년들이 가진 문제들이다. 타카키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서핑
문제를 시작으로 짝사랑 문제, 그리고 대학 진학을 앞둔 진로 문제가 있다. 수학성적도 그렇고 가슴이 커지지 않는 것도 문제고, 센스없는
사복패션, 지나치게 건강해서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 몸도 문제란다. 문제가 산더미라는 이런 카나에의 고민과 걱정이 바로 세상 모든 청춘들의
문제일 것이다.
중2가 나라를 지킨다고 했다. 더불어 요즘 부각되는 갱년기 역시 사회문제가 될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왜 그럴까? 그 중심에는 '변화'라는
것이 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호르몬의 변화로 시작될것이고 모든 것이 변화하기 때문에 기인할 것이다. 다섯살난 아들녀석이 TV를 보면서 '저
누나 섹시해!'라고 말한다. 섹시가 뭔지 아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었지만, 요즘 아이들이 이처럼 성(性)장이 빠른건 각종 매체의 발달, SNS의
다양성에 따른 것일수도 있다. 어쨌든 그만큼 아이들의 이런 저런 고민들은 점점 더 빨라지는것 같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무렵 우리가 필사적으로 지식을
교환했던 것은 상실을 예감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서로 끌리고 계속 함께 있기를 바랐지만, 어쩌면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동안 전학 다닌 경험을 통해서 느꼈고 그래서 두려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이 사라져버릴 때를 대비해 그의 단편을 필사적으로
교환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P. 19
요즘은 중2병도 모자라 빨라진 사춘기로 초4병이 나타난다고 하니 부모들도 걱정이지만 이시기 아이들이 참 걱정이기도 하다. 우리사회가
성숙하지 못한 시점에서 아이들의 성숙이 쉽지 않은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 아이들의 고민과 성장을 신카이 마코토는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써내려간다.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만들어진 이 작품을 작가는 소설로 다시한번 우리들에게 선물한다. 영상으로 담아내는 것과
문장으로 쓰여진것은 다르다는 작가의 말처럼, 먼저 애니메이션을 보았다면 두 장르적 차이를 표현하기가 좀 더 쉬울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한다.
'너의 이름은'을 필두로 '초속5센티미터' 그리고 '언어의 정원'까지. 애미메이션과 더불어 종이로 만나는 소설라인업에 신카이 마코토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큰 선물이 아닐수 없을것 같다. 또 하나의 기록을 만드는, 아니 우리 사회에 혁신을 던지는 신카이 마코토의 선물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민과 설움을 대변하는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성숙하지 못한 우리 시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수많은 고민과
또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발걸음! 우리 모두가 앞으로 주목하고 기대하고 희망해봐야 할 가치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민과 방황, 하지만 그 뒤엔 희망과 성장이 있음을 다시금 일깨우고 명심하게 된다. <초속5센티미터>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이
차가운 겨울만큼이나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이들에게 따스한 선물이 된다. 눈으로 온통 뒤덮인 차가운 이 계절! 벚꽃 흩날리는, 상쾌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그런 찬란한 계절이 무척이나 그립다. 첫사랑, 그리고 짝사랑! '찰라'이기에 더 '찬란'한 청춘들의 시간을 응원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너무 고민만 하지 말고 조금은 즐길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수많은 청춘들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