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은 뭐 했나요? 그 동안에,
4년동안?" 오늘 문득 SNS를 하다보니 지금은 작가활동하고 있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온다. 최순실, 김기춘, 조윤성, 유병우... 그리고 박! 지겹도록 익숙한 이 이름들과 혼란하고 어수선하기만한 우리 나라의 현재! 그렇다면
과연 지금, 아니 과거 이런 말도 안돼는 사건들이 활개치던 그 시국에 언론들은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언론인이라고 자부하는 기자님,
저널리스트들은 대체 뭐라고 대답할수 있을까? 다시한번 정말, 정말 묻고 싶어진다. "기자님들, 당신들은 정말 무얼하셨습니까?"
<미드나잇 저널>은 참 우리들의 놓여있는 현재 상황과 참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특히 언론이 가져야할 자세, 역할 측면에서 말이다. 한동안 '기레기' 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기자+쓰레기'! 안타까운건 아직도 이
말에 아직도 어울리는 기자들이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일반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만한 기자, 언론인이 그동안 없었다는 불신의 이름, 불명예스러운
그 이름에, 그들이 안타깝고 우리가 슬퍼지기도 한다. 모 방송국의 사장님이 나라를 구했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작은 태블릿PC 그리고 언론인출신
사장님의 용기가 정말 이 나라의 변화를 예고하고 꿈꾸게 만든것이 그나마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있다.
여아연쇄유괴살인사건을 수사 추적중인 주오신문 사회부 기자 '세키구치 고타로'를 중심으로 하는 경시청 수사1과
담당팀은 나흘전 범인 체포 소식을 특종으로 다루게된다. 그리고 세번째로 유괴된 여아가 있을것으로 추정되는 은신처를 발견한 경찰과 그들의 뒤를
몰래 쫓던 고타로와 그의 팀들은 이전 사건들을 토대로 마지막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추측성 기사를 내게 되지만, 소녀가 무사히 구출되면서
미디어와 여론의 질책을 받게되고 결국 고타로와 팀원들 모두 좌천과 쫓겨나듯 부서를 옮기게 된다. 그리고 7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성폭행, 2인조.... , 그 순간 칠 년 전 기사가 떠올랐다. 7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세키구치 고타로에게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피해자 소녀가 죽었다는 오보 때문에 각종 매스컴과 신문은 피해자를 능욕당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잔인한 스캔들로
만들어 버리게된다. 한달후 소녀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소녀의 엄마도 충격으로 정신질환을 앓아 병원에 다닌다고 전해졌다. 오늘 같은 7년전 오보
사건의 시간들이 고타로에게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7년전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다시금 발생한다. 기자의 촉?이랄까? 고타로와 히로후미
그리고 유리는 자신의 자존심을 만회하듯,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자긍심으로 쉽지만은 않은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선다.
혼조 마사토! 기자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이 <미드나잇 저널>이 생생한 현장감으로 가득할 수 있는
밑거름이 아니었난 싶다. 물론 이 작품의 주요무대는 신문사 '사회부'이고 그는 스포츠 분야를 담당한 기자였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현장을 취재한
기자 출신이 전해주는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것같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더불어 기자들이 쏟아내는 기사들의 뒷면에 존재하는,
우리들은 모르는, 우리들이 무지무지 알고 싶은, 또 다른 배경과 이면들에 대한 묘사 만큼은 그의 그런 경력이 큰 부분을 차지 했음은 두말한
나위가 없을 것이다.
사명감! 자긍심! 요즘 이런 말들의 가치가 참 의심스러워진다. 물질만능시대!라는 말을 참 오래전에 들었던것
같은데 요즘처럼 '돈'같은 시대를 실감하기는 또 처음인것 같다. 참 돈같다!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잘못한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국민의
촛불에, 말도 안되게 태극기를 들고 돈 몇만원에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또 그런 사람들을 수사하지 않는 권력들, 아직도 촛불의 힘을 믿지 못하는
이들이 산적하고 그에 동조해 언론플레이를 서슴지 않는 미디어들의 장난질이 난무한다. 언론! 돈! 그런 단어들 사이에 사명감? 진실? 용기?
자긍심? 이 설 자리가 있을까?
"많은 진실이 누군가의 사정에 의해서 숨겨지거나 또는
뒤틀리기 때문이야. 그런 걸 한 겹 한 겹 벗겨내면서 진실에 다가간다. 그리고 그걸 다시 검증해서 자신의 언어로 기사화하는게 우리들의
일이잖아." ... "게다가 다른 신문사와 경쟁해서 빨리 전하는 것도 우리 일. 하루 정도 빨리 보도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빨리 기사화하지 않으면 매스컴은 뭐든 공식발표를 기다린다고. 그거야말로 권력에 끌려가는 거지. 아무래도 상관없는 허접한 정보만 전하고
불리한 건 숨기는 권력 말이야." - P. 288 -
얼마전 퇴임을 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은 퇴임을 얼마 앞두고 마지막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아첨'은 기자와 언론의 역할이 아니라고
말했다. 언론은 늘 의심이 많아야 하고, 거대한 힘을 가진 이들에게 항상 비판적인 시선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권력자에게 결코
아부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바로 '자유로운 언론'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너무나 부럽고 감동스럽고
존경스러웠다. 진실한 대통령을 가졌던 미국인들이 부럽고, 그런 대통령이 존경스럽고 그의 그런 말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론의 역할, 언론인이 자세를 다룬 <미드나잇 저널>을 통해서 우리의 모습, 우리 현실을 투영해본다. 잠자는 언론, 무지했던
국민... 우리는 지금 그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앞으로 우리의 발걸음이 달려있다. 더불어
세키구치 고타로와 그의 동료들처럼 언론도 이제 변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 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작은 두손에
커다란 촛불을 들고 우리는 이렇게 외친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