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세번재 만남이다. 소네 게이스케! 일본 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했던 '코'를 만난게 2011년이고,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침저어'와 만났던게 2년전이다. 호러와 판타지를 넘나들더니, 경찰 첩보 미스터리로 매력을 흠뻑 발산한 소네 게이스케! '열대야'라는 작품으로는
추리작가 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색다른 재미를 갖춘 작품들로 언제나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소네 게이스케, 이제
믿고 만나는 작가로 의심할 여지가 없어보인다.
'앞으로는 흔해 빠진 인생이 아니라, 흔해 빠진 가치관에
저항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소감 中에서 -
<암살자닷컴>의 주인공은 살인청부업자들이다. 모두 네 가지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가상의 공간 '암살자닷컴'이라는 살인을
사고 파는 인터넷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작품속 등장 인물들인 암살자, 살인청부업자들의 원래 직업은 결코 특별하지 않아 보인다.
청부업자로 일하는 형사도 있고, 남편의 실직때문에 이 일을 하는 주부도 있다. 킬러로 명성을 쌓아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레전드도 있고, 탐정이란
직업을 가진 이도 이 금기의 문을 결코 쉽게 지나쳐버리지 못한다.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살인을 사고 팔고 있는 것이다.
미스터리로 구분할 수 있는 이 작품의 장르를 굳이 부연해서 덧붙이자면 '블랙 코미디' 정도로 추가 할 수 있을것 같다. 살인을 입찰하고
낙찰받아 돈을 벌 수 있는 곳! 암살자들은 돈때문에 살인을 사고 팔게된다. '성공률 100퍼센트, 마감 기한 보장, 그리고 맞춤형 살인
제공'이라는 <암살자닷컴>의 캐피프레이즈가 참 우습기도 하고 씁쓸함을 전해주기도 한다. 네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이 작품속에서 이야기는
개별적으로 독립성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도쿠라 히나코'라는 첫번째 단편에 등장했던 그 인상적인 여인으로 인해 하나의 연결고리속에 이어진다.

'사회복지 도우미'로 일하는 주부는 경쟁 관계의 다른 살인청부업자 때문에 잘못해 '10엔'에 낙찰 통지를 받게된다. 축하한다는 낙찰 메일을
받아든 초보 암살자의 모습에 웃음을 멈출수가 없다. 사랑에 빠진 프러 킬러의 고민, 아들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만들어가는 형사, 그리고
100엔짜리 사건의뢰로 고민하는 탐정의 모습들을 보면서 실소를 지으면서도 씁쓸함을 지울수가 없다. 비뚤어진 사회를 똑바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작은 '고민'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암살자닷컴>(사실 암살자가 아닌 고로시야, Korosiya, 살인청부업자라는 표현이 더 맞는다고 한다)은 웃음으로 탄생한
가상의 공간이지만 어쩌면 이와 비슷한 공간과 거래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을 것 같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 마음속에서도 응징하고픈 인간?들이 하나 정도는 존재하는 것처럼,
이런 가상 공간의 존재를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인간의 존재와 목숨은 충분히 소중하고 위대하지만 말이다.
소네 게이스케의 이 도발적이고 색다른 미스터리는 이전에 만났던 그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특별한 즐거움을 선물해준다. 그와의 세번째
만남이지만 그 하나하나가 장르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모두 색다른 매력을 통해 작가만의 독특한 색깔과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단편으로 구성되어
손에 잡고나면 쉽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잇는 가독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단편 하나 하나 개별성을 띄면서도 색다른 연결고리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다. 미스터리만의 매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특별한 반전 역시 빼놓을 수 없을것 같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름 2년여를 주기로 그를 만나고 있다. 그때마다 장르적 특성을 새롭게 하는 작가 소네 게이스케!
미스터리라는 큰 틀속에서도 다양한 이야기와 색다른 소재로 쉽게 속단할 수 없는 즐거움을 선물해주는 그의 매력에 다시한번 빠져든다. 국내에 소개된
'호러'를 담아낸 단편집 '열대야', 그리고 '르와르'를 그려냈다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역시 빠른 시일내에 만나보고 싶어진다.
소네 게이스케의, 이젠 정말 믿고 보는 작가! <암살자닷컴> 가볍게 즐겁게 그리고 특별하게, 이 봄과 어울리는 도발적인 미스터리,
소네 게이스케의 이름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