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빗소리는 마법의 주문이다. 새벽부터 보슬보슬 내리는 빗소리에 책 한 권을 여유롭게 펼쳐든다. 주문을 외우듯 자연스레 책을 펼쳐들게 만드는, 커피 한잔의 여유까지 선물하는 빗소리에는 정말 마법같은 어떤 주문이 숨겨져 있다. 몇일 전에도 내리는 빗소리에 취해 사랑이야기 들려오는 작은 책 한 권과 마주했었는데... 대신 오늘은 하얀 가면이 놓여진 미스터리 한 권과 마주하고 있다. 무섭게 생긴 삐에로 가면도 어울릴 것 같은 본격 미스터리, 새로운 작가, 새로운 작품에 대한 작은 기대로 빗소리에 귀기울이며 커피 한모금, 그리고 조심스레 페이지를 넘긴다.


".... 그날 밤, 저는 당직을 서려고 차를 타고 다도코로 병원에 갔습니다." 


좁은 취조실에 하먀미즈 슈고는 경찰과 마주하고 있다. 벌써 열시간도 넘게, 3일전 악몽과도 같던 그 날의 일을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그날 밤 다도코로 병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슈고가 겪은 일을 이제 우리가 그의 목소리를 통해 조심스레 따라가본다. <가면병동>은 그렇게 하야미즈 슈고의 시선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선배의 부탁으로 교외에 있는 다도코로 병원에서 하룻밤 당직 대타를 서게 된 슈고, 다도코로 병원은 요양병원으로 의식이 온전치 못한 환자나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주로 입원하고 있는 병원이다. 그래서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였던 셈이었다. 그렇게 가벼운 맘으로 들어선 다도코로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치넨 미키토! 조금은 낯선 이 이름과 함께 찾아온 <가면병동>은 '클로즈드 서클'을 표방한다. '외부와 연락을 일절 취할 수 없는 완벽하게 고립된 장소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하는 이 표현은 다시말해 고립된 장소, 밀실, 통신수단 불가능, 무리에서 이탈한 인물의 죽음 등 특별한 상황과 배경을 전제로 하게된다. 우리가 익히 만나온 다양한 일본 미스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설정인 것이다. 교외의 밀폐된, 외부에서 접근이 어려운 공간을 배경으로 갑작스레 찾아온 등장인물에 주인공 슈고와 병원관계자들 모두 인질이 되고 만다.


보직 알바를 생각하고 찾았던 요양병원에 사건이 벌어진건 당직 일을 시작하고 오후 9시를 넘긴 시간쯤이었을까? 갑작스런 호출에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간 슈고! 삐에로 가면을 쓴 편의점 강도와 그가 쏜 총에 배를 맞은 여인이 인질로 병원에 들어온 것이다. 이 흉칙한 삐에로는 슈고에게 총에 맞은 여인, 마나미의 수술을 요구한다. 그녀를 살려내면 슈고와 다른 병원 관계자들을 해치지 않고 조용히 나가겠다는 제안을 하게된다. 슈고는 마나미를 무사히 수술하고 경찰에 신고하려 하지만, 병원장의 만류로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만다.




삐에로 강도에게 다리에 총상을 입게 되는 병원장 다도코로, 예상치 못한 간호사의 죽음으로 병원의 어둠은 점점더 깊어진다. 요양병원이 이 곳에서 환자를 수술한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휴대전화와 내선전화를 끊어버리는 병원장의 행동은 점점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병원 내부에 존재하는 비밀장소들, 요양병원과는 관련 없을 것 같은 첨단 의료장비들, 병원장을 조심하라는 경고와 다도코로 요양병원이 가진 비밀이 서서히 그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삐에로 강도는 왜 이 병원을 찾아왔던 것이고, 인질이었던 마나미와 사라진 3천만엔의 행방은 또 어떤 결말로 이야기를 끌고갈지 궁금증이 더해간다.


'내일 아침까지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새벽까지만 버티면 살아날 거라고 믿었던 단순 인질 사건, 하지만 인질 강도와 병원 내부 인질들사이의 싸움처럼 보여지던 사건의 시작은 점점 병원 내부의 숨겨진 미스터리에 초점이 맞춰진다. 병원장의 이상스런 행동들, 신원불명의 환자, 폐쇄된 요양병원 이라는 밀실이 주는 공포와 맞물려 탈출과 경찰에 연락하려는 인질들의 긴장감 넘치는 모습들도 긴장감을 더해준다. <가면병동>은 범죄 사건과 의료 미스터리를 교묘하게 믹스해놓은 구성 조차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내과의사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의사이기도 한 치넨 마키토의 의료계 경험과 맞물려 병원 내부의 설정과 사건 전개속 의료현장의 모습이 섬세하게 그려져 현장감을 더해준다. 300페이지 조금 넘는 분량은 이 미스터리를 담아내기에, 가독성 넘치는 이야기를 펼치기에 적당한 몰입감을 선물한다. 어찌보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구성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촘촘하게 짜여진 사건의 구성과 조금씩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이 전해주는 짜릿함은 재미를 더하고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해보인다.


섬세하고 스릴 넘치는 심리 추격전, 잔인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긴장감이 느슨한 그런 작품도 아닌, 반전에 반전 그리고 본격 미스터리에서 빠질 수 없는 마지막 대반전이 전해주는 카타르시스는 <가면병동>이 가진 빼놓을 수 없는 미덕임에 틀림없다. 마법의 주문으로 펼쳐 들게 된 작은 순백의 책 한 권이 오랫만에 본격 미스터리의 재미를 선물해준다. 낯선 작가, 하지만 짙게 남은 인상으로 치넨 마키토 '병동' 시리즈의 또 다른 작품인 '시한병동'을 기다려지게 만든다. 마지막 무더위의 끝에서 시원한 선물과 함께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마른 장마라는 말이 언제부턴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올해의 경우엔 장마기간 비도 종종 내리고 해서 봄 가뭄으로 말라버렸던 저수지나 댐의 수위가 조금은 다행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그리고 그전 여름에도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수식이 당연하기라도 한듯, 장마기간 비를 찾아 보기라곤 좀처럼 쉽지 않다. 간혹 태풍이라도 올라치면 쏟아지는 비에 잠시 목을 축일뿐 그마저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버렸다. 더위, 가뭄, 땡볕! 불쾌지수는 더할나위 없고, 온몸이 말라버릴듯한 열기를 경험한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사람들의 '화'는 건드리기만해도 폭발할 경우도 다반사가된다.


<드라이>는 바로 이런 백년만에 찾아온 이상기온, 기록적인 가뭄에 놓인 호주 멜버른에서 5시간 떨어진 외딴 마을 키와라 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비가 내리지 않아 마을은 이미 절망과 무기력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도시에서 외떨어진 시골마을의 폐쇄적인 분위기와 예상치 못한 기상 이변으로 마을의 심리는 사막처럼 황폐해진 기후만큼이나 갈라질때로 갈라져 있는 상태다. 그런 키와라에 상상할 수 없었던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한 사람이 그곳을 방문하게 된다. 잊혀졌던, 아니 묻혀졌던 또 다른 사건과 함께...


'루크는 거짓말을 했어. 너도 거짓말을 했지. 장례식에 와라.'


멜버른에서 금융범죄 전문수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에런 포크에게 편지 한장이 도착한다. 루크? 그건 바로 루크의 부모님이 보낸 것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루크의 장례식에 참석해달라는 그의 부모가 보낸 이편지! 포크는 그렇게 20년만에 고향땅 키와라를 찾게된다. 농장을 경영하던 루크는 경영 악화를 비관해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자신 마저 자살을 택했다고 전해지지만 루크의 부모는 죽기전 루크의 행적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사실로 루크의 자살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을 포크에게 이 사건을 재조사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포크는 친구 루크의 석연찮은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잊을 수 없는 기억, 20년전의 시간속 또 하나의 사건을 꺼내어 들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않아도 폐쇄적이기만한 키와라는, 더불어 기록적인 기상이변으로 흉흉해질때로 흉흉해진 상태, 로크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 역시 20년전 벌어졌던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기에 경찰이라는 그의 신분과는 상관없이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던져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로크는 하나하나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단순 자살 사건이라 여겨졌던 이번 사건에 석연찮은 점들과 과거 살인사건의 연관성이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과거의 진실! 이 작품의 주안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아니 아직도 진행중인 과거의 적폐청산의 와중에 놓인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할까? 친구의 죽음, 장례식장에서 출발하는 하나의 사건과 과거에 벌어진 사건이 시간을 달리하며 교차한다. 과거의 사건과 연관성을 지울 수 없는 주인공 포크의 시간들, 기상이변으로 각박해질때로 각박해진, 고립된 시골 마을의 현실 배경은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진실에 다가간다는것, 그것은 우리 생각처럼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진실을 살짝 밀어놓는 다는 것은 우리에게 영원한 짐과 과제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현실에서 이미 배워왔다. 그리고 그 거짓된 시간의, 결과의 처참함에 우리는 당황했고 후회했고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는게 쉽지 않음을 뼈져리게 깨닫고 있는 게 바로 지금의 시간이다. 로크가 밝혀가는 사건의 진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사건의 진실 역시 바로 세우기가 이처럼 어렵고 고단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가뭄에서 비롯된 처참한 삶 만큼이나 작은 단서를 쫓는, 숨겨진 비밀의 열쇠를 찾는 로크의 활약은 <드라이>를 읽는 동안 쫄깃쫄깃한 긴장과 재미를 전해주었다.


이 작품 <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는 제인 하퍼의 데뷔작이면서, '2015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학상, '2016 아이북스 올해의 베스트북', '2016 ABC 북클럽 올해의 데뷔소설', '2017 골드 오스트레일리아 도서상' ... 등 수많은 수상과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수많은 찬사중에 '매혹적인 소문과 분노에 관한 서스펜스 소설!'이라는 말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수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로도 제작 예정이라는 이 작품, 그리고 제인 하퍼! 또 한 명의 기대할 만한 작가의 탄생이다. 충격적인 서스펜스 스릴러의 탄생이다! 그리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부터, 아니 새벽부터 보슬보슬 빗방울이 흩날린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왠지 마음이 센치해진다. 꽤 많은 나이를 잡수어 버렸지만 아직도 그런 감정들이 마음속을 헤집어 놓기 일쑤다. 방학이지만 방과후 수업을 떠난 딸아이, 아내와 아들녀석은 비누만들기 체험을 하러 가고, 짧은 시간이지만 커피한잔에 책 한권을 곁에 두고 흩내리는 빗줄기와 빗방울 소리에 마음이 흔들린다.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이란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봄비? 겨울비? 포근하고 따스한 사랑의 시간, 하지만 불현듯 찾아노는 이별의 시간은 차갑고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다. 그럼에도 사랑은 멈추지 않고 언제나 이어진다. 그게 바로 사랑이다.


아마도 이런 비요일에 사랑을 떠올리는 이유는 아마도 이 책 때문일것 같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을 떠오르게 하는 색깔~을 닮은, <4월이 되면 그녀는>이다. 가와무라 겐키! '너의 이름은' 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고, '기생수', '악인', '전차남'과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를 제작하기 햇다는 그의 세번째 소설 작품을 만난다. 비요일에 어울리는, 파란 하늘을 가진, 그녀의 이야기, 아니 그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구 년 만이네요...'로 시작하는 편지 한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루' 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의 편지가 도착한 시점은 정신과의사 후지시로 슌이 1년후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그는 여자친구인 야요이와 3년째 함께 살고 있다. 익숙함에 지쳐 사랑의 감정마저 혼동되던 그 시기, 위험한 사랑이 계속되던 그 시간에 첫사랑이었던 그녀, 이요다 하루에게 날아들어온 편지 한장이 후지시로의 삶을 변화시킨다. 대학 사진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자연스레 사랑으로 싹텃던 순수했던 사랑의 시간들이 9년의 시간을 흘러 다시금 사랑의 시간을 추억하게 한다.





하루, 그녀는 왜 9년이 지난 이 시점에 후지시로에게 편지를 쓴 걸까? 아니 그녀는 왜 편지를 보낸걸까? 현실과 직면한 사랑의 시간, 순수하기만 했던 추억의 단편!이 두개의 시간이 교차하면서 방황하는 후지사로의 사랑의 시간을 되찾아준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마침표라는 것으로 표현할 수 없을것 같다. 차라리 순간의 느낌표, 그리고 계속되는 물음표가 맞는말이 아닐까 싶다. 청춘이라는 시간동안 사랑을 위해 만나고 이별하고를 반복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지만 그것에 대한 정답이 결혼인지에 대해서는 영원한 물음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든다.


함께 하면서도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그렇게 좋게 보이던 것들이 함께 하면서 가장 싫은 것으로 느껴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이러니. 서로를 보다가, 나중에는 같은 곳을 보며 걸어야 하는 일정한 간격이 필요한 시기의 연인들에게도 <4월이 되면 그녀는>은 한번쯤 만나보면 좋을 그런 연애소설이다. 사랑에 대한 마침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또 이런 물을표와 느낌표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서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그 속에서 하루가 후지시로에게 편지를 쓴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사랑했을 때 비로소 사랑받았다. 살아 있는 한, 사랑은 떠나간다.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은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사랑의 그 사랑의 순간이 지금 살아 있는 생에 윤곽을 부여해준다. 서로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있다. 그 손을 잡고 끌어안으려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 그 파편을 하나하나 주워모은다.' - P. 267 -  


가와무라 겐키의 작품은 개인적으로 처음이다. 그는 죽음, 돈, 사랑 이라는 인생의 미스터리에 대해 그는 작품을 통해 투영하고 말하는 작가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전작들을 통해서 죽음과 돈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이번 작품 <4월이 되면 그녀는>속에서 사랑을 노래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구성되는 이야기는 사랑속에서 피어나는 갈등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그려낸다. 그들이 그려내는 사랑의 시공간은 애니메이션을 보듯 머릿속에서 스케치된다. 프로듀서이기에 가능한 그만의 능력이 종이위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익숙해짐이 사랑이 아닌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익숙해짐으로 사랑이 퇴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종점없는 열차를 달리고 있다. 잠깐 잠깐 작은 역들을 들르기도 하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고, 또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그럴 듯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익숙함속에 지치고 어색해진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래서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했던 '소통' 이라는 단어! 사랑 속에서도 이 단어는 꼭 필요해보인다. 아름다운 풍경속에 다시 만난 그와 그녀! 그들의 사랑은? 아니 4월이 되면 그녀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2년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남자아이의 실종사건! 그 과거의 사건을 풀 또 다른 사건이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 타우누스의 한 캠핑장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화재가 발생한 캠핑카에서 누군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사건 현장을 찾아간 우리의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과 피아 키르히호프는 이 사건은 단순히 화재사건이 아니라 누군가 피해자를 죽이고 불을 지른 방화사건 임을 직감하게 되고 이 화재를 조사하던 중 또 다른 신원미상의 사체가 발견되며 이 사건이 또 다른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새롭게 발견된 사체의 신원은 바로 보덴슈타인의 소꿉친구였던 아르투어 였고, 아르투어가 사라진 42년전 같이 없어진 10살이었던 보덴슈타인의 새끼여우 역시 사체로 발견된다. 화재가 발생한 캠핑카에서 죽은 이는 보덴슈타인 친구의 형이기도 한 클레멘스이고, 이 캠핑카의 소유주는 그의 엄마 로제마리 였다. 로제마리는 말기 암으로 요양병원에 있었는데, 방화 사건이 있던날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녀의 고해성사를 받았던 원로신부 역시 살해당하고 계속된 살인에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촉은 과거의 사건들과 이 연쇄살인의 연관성에 내닿게 된다.


러시아에서 이주 해온 아이 아르투어, 그는 어떻게 실종 되게 되었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시간, 보덴슈타인의 새끼여우와 함께 캠핑장에서 사체로 발견된 것일까? <여우가 잠든 숲>의 긴박하고 미스터리한 시간은 이제 우리들의 손안에 들어왔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벌어지는, 타우누스 지역의 작은 도시 루퍼츠하인, 보덴슈타인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에서 발생한 연쇄살인과 과거의 미스터리가 새롭운 긴장감을 선사한다. 보덴슈타인과 피아의 타우누스 시리즈 여덟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긴박한 설렘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과거와 현재, 추억과 상처속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활약을 또 한번 기대해본다.


사실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어느새 2개월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봄에 만났지만 여름에 페이지를 연다. 그토록 고대하던, 만나자마자 바로 열독을 고집했던 책을 벌써 두달째 덩그러니 내던져두고 말았던 것이다. 눈물나게 안타깝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는 핑계를 또 대어보려 한다. 어느새 여덟번째 다우누스 시리즈이고 개인적으로 여섯번째 시리즈 '사악한 늑대' 이후로 만나는 오랫만의 작품이다. 물론 그 중간에 '여름을 삼킨 소녀'와 '끝나지 않는 여름'속 셰리든을 통해 넬레 노이하우스와 만나긴 했지만 말이다. 일년만에 만남! 아쉬움에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지만 이 작품이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움에 만난 작품이었기에 그리고 오랫만에 만난 시리즈였기에 더 큰 즐거움과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다.





<여우가 잠든 숲>은 기존 타우누스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몇가지 점이 있다. 그 첫번째는 보덴슈타인 반장에게서 찾을 수가 있다. 보덴슈타인은 경찰 일선에서 잠시 발을 떼려하고, 때마침 그런 시기에 이번 사건과 막닥뜨리게 된다. 더군다나 그의 고향에서, 그리고 과거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있는 사건을 추적하게 된다. 보덴슈타인의 고뇌와 함께 앞으로 타우누스 시리즈의 운명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두번째, 반면 피아의 도전? 혹은 타우누스 시리즈의 접수는 또 다른 <여우가 잠든 숲>의 특징이 된다. 자신의 과거와 연관된 사건으로 보덴슈타인이 감정적이고 괴로워할때 그 중심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 바로 피아인 것이다. 물론 어느 사건이건 이 콤비의 활약이 두드러 졌지만 이번 피아의 활약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보인다.


세번째 이 작품의 다른점은 사건과 내용이 조금더 광범위해졌다는 것이다. 이 시리즈 작품들 중 처음으로 400페이지 가까운 두께에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그만큼 등장인물들이며, 사건과 이야기 구조가 커졌고 복잡해졌으며 탄탄한 구조속에 이야기를 가두어버린듯하다. 하지만 이런 차별과 다름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보덴슈타인과 피아 형사의 빛나는 콤비 플레이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탁월함, 그리고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반전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숨가쁘게 전개시키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펜끝 역시 우리들을 항상 설레이고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타우누스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 또한...


코넬리아 뢰벤베르크! 넬레 노이하우스의 본명이다. 많은 만남 속에서도 그녀의 이 낯선 이름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듯도 하다. 넬레 노이하우스는 그녀의 본명에서 넬레를, 그리고 전남편의 노이하우스라는 남자의 그것과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심장판막을 삽입하는 대수술 이후 발표한, 시한부 선고를 이겨내고 창조해낸 또 하나의 기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보덴슈타인의 은퇴! 그리고 피아의 승계가 어쩌면 이런 그녀의 현재 상황과도 연관지어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앞서 언급한 그녀의 필명에 관한 이이기를 비롯해,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가 인터뷰를 담고 있다. 그리고 타우누스 시리즈 각 권에 대한 완벽 정리 역시 아직 타우누스 시리즈를 잘 모르고, 혹은 입문을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작품소개를 담고있다. 개인적으로도 아직 몇몇 작품들과는 만나지 못했기에 관심과 함께 만나고자 하는 욕망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여우가 잠든 숲>은 조금더 인간적인 모습의 보덴슈타인과 피아 반장의 또 다른 매력을 가늠케 하는 작품이었다고 생각이든다.


물론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반전을 떠 받들 좀더 촘촘하고 날카로운 칼날이 약간은 무뎌진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잔인하고 때론 악의로 가득찬 상처입은 세상에 대한 작음 외침을 넬레 노이하우스에게서 듣게 된다. 또 생사를 오가면서도 작품을 위한 그녀의 열정과 캐릭터들의 매력을 끌어내는 능력은 두손 가득 담은 박수가 부족할 뿐이라고 생각된다. 봄에 만나 여름에 꽃피운 <여우가 잠든 숲>! 이제 여름 휴가가 가까워진 요즘 새롭게 만나도 참 좋을 것 같다. 길어지는 장마, 여름의 무더위를 이 책으로 날려버릴 수 있기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지난주부터 말라붙었던 대지에 가녀린 비가 내린다. 불볕이던 대지를 적시는 빗물로 온통 끈적거리는 습기를 머금은 일주일을 버텨냈다. 오늘도 여전히 비요일, 말라버린 저수지 바닥을 채워주기엔 아직 역부족이지만, 우리들의 목마른 갈증을 채워주기엔 충분함을 다시금 느끼는 그런 비가 내린다. 끈적거림과 내리쬐는 볕하나 없는 찜통더위로 몇날밤을 지세온 나에게 또 다른 끈적거림과 오싹한 책 한 권이 배달되었다. 익숙한 이름, 오랫만에 만나는 반가운 이름, 언제나 기대를 품게되는 이름의 그와 만난다.


모리미 도미히코! 7년, 8년전? 어느새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대표작이라면 역시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꼽을 수 있을것 같은데, 이 작품을 만난건 소설이 아닌, 만화로 출간된 2010년 경이었다. 독특하다는 첫인상을 뒤로하고 그해 그의  또다른 몇몇 작품들과 함께했던 기억이있다. '유정천 가족', '요미야마 만화경'... 하나같이 모리미 도미히코의 독특한 색깔로 쓰여진 작품들이 너무나 인상적으로 다가온것은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 "왜 야행일까?" 내가 중얼거리자 화랑 주인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행열차夜行列車(밤에 다니는 열차 - 옮긴이)의 야행 일수도 있고, 아니면 백귀야행百鬼夜行(온갖 귀신이 밤에 다닌다는 뜻 - 옮긴이)의 야행 일지도 모르죠." '  


그렇게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모리미 도미히코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반갑지 않다면 분명 거짓말이 맞을 것이다. <야행夜行> 이라는 제목을 통해 유추해본다. 본문속 대화속에서 보여지는 '야행'에는 왠지 기차가 등장할 것 같고, 분명 오싹한 귀신들이 모습을 내어보이지 않을까 기대된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스타일이 그렇듯 그것들이 너무 강렬하게 존재감을 뿜으며 등장하는 것이 아니고 이야기속에서 문맥속에서 어딘지 모를 오싹함과 괴담 수준의 공포를 통해 독자들의 눈과 귀를 모으게 하고 마지막 어떻게 이야기가 마무리될까? 궁금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전해준다.


10년만에 만난, 학창시절에 다니던 영어회화 학원 동료들과 교토의 구라마 진화제를 다시금 찾기로 한 나, 오하시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10년전 그때는 오하시를 포함해 모두 여섯명이 구라마를 방문했지만 돌아온 사람을 다섯명뿐이었다. 하세가와씨가 그날 밤 실종된 것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녀! 그리고 10년만에 다시 구라마 진화제를 찾은 사람들! 오하시는 문득 하세가와씨와 닮은 사람을 보게되고 그녀를 쫓아 한 화랑에 들어서는데, 하세가와씨는 온데간데 없고 거기에서 기시다 미치오라는 작가의 동판화 '야행'을 만나게 된다.





실종된 하세가와씨, 그리고 구라마를 찾은 오하시와 나카이 씨, 다케다군, 다나베 씨, 그리고 후지무라 까지... 이야기는 오노미치를 찾은 나카이씨가 겪은 이야기부터 다시금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집을 나가버린 아내를 찾아 나선 나카이는 오노미치에서 그녀와 똑같이 생긴 여자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오싹한 경험을 하게된다. 오쿠히다를 방문한 다케다의 이야기속 할머니는 그들에게 죽음에 대한 예언을 하고, 아오모리를 방문했던 후지무라는 하나도 변하지 않은 어린시절 친구를 만나게되고, 다나베씨는 열차속에서 만난 미스터리한 소녀까지... 하나같이 몽환적인 분위기속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이야기가 이어진다. 바로 처음에 언급했던 기시다 미치오와 그의 작품 '야행'으로 말이다.


기시다 미치오! 그는 누구일까? 하세가와씨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리고 오하시를 제외한 다른 동료들이 겪었던 믿기 힘든 오싹하고 괴이한 경험들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이야기들의 중심에 선 '야행'이 가지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지... 이런 궁금증들로 책장을 넘기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야기 속에 빠져든다는 말이 맞을듯 싶다. 언제나 그랬다. 많이는 아니지만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들과 함께 했던 순간에는 생각지못한 판타지와 몽환적 분위기, 가끔은 기이한 이야기들로 눈과 귀를 사로잡기 일쑤였다. 아마도 그의 작품들이 야마모토슈고로상, 일본SF대상, 서점대상 등에 꾸준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재능! 모리미 도미히코를 일본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교토라는 공간을 주로 배경으로 사용해서 '교토 작가', '교토 천재'라는 별명 또한 가지고 있는 그이다. '매직 리얼리즘' 이란 표현으로 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대신할 수 있을것 같다. 현실과 가상이 혼재되어 있어 어느것이 현실이고 환상인지 모를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만의 독특하고 색깔있는 기법을 우리는 이렇게 부르고 있다. 또한 교토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일본이 가진 독특한 색깔 역시 작품속에 잘 녹여 담아내는 작가가 바로 모리미 도미히코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반전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야행>이 가진 매력중 하나이다. 여러 동료들의 이야기와 그속에 등장하는 동판화 '야행'과 인물들, 다양한 퍼즐들을 맞추어 나가다보면 어느새 예상치 못한 반전이 우리들을 기다린다. 이야기의 시작때부터 진한 물음표로 시작했던 마지막 결말에 대한 궁금증... 작가 기시다 미치오의 작품 '야행' 그리고 '서광' 이 속에 그 작은 답이 담겨져 있다. 밤(夜)에 담겨져 있는 여러가지 의미와 이미지들이 작품속에서 메아리친다. 어둠이 품고 있는 두려움, 사람이 가진 악(惡)의 근원! 귀신과 죽음이라는 공포, 하지만 밤은 신비로움과 빛에 관한 갈망과도 연결되어진다. 모리미 도미히코는 바로 이런 단어들에 <야행>을 담아낸것이 아닌가 싶다. 아주 오랫만에, 비요일에 만난, 분위기가 정말 잘 어울리는 이 만남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날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