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부터, 아니 새벽부터 보슬보슬 빗방울이 흩날린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왠지 마음이 센치해진다. 꽤 많은 나이를 잡수어 버렸지만 아직도 그런 감정들이 마음속을 헤집어 놓기 일쑤다. 방학이지만 방과후 수업을 떠난 딸아이, 아내와 아들녀석은 비누만들기 체험을 하러 가고, 짧은 시간이지만 커피한잔에 책 한권을 곁에 두고 흩내리는 빗줄기와 빗방울 소리에 마음이 흔들린다.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이란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봄비? 겨울비? 포근하고 따스한 사랑의 시간, 하지만 불현듯 찾아노는 이별의 시간은 차갑고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다. 그럼에도 사랑은 멈추지 않고 언제나 이어진다. 그게 바로 사랑이다.
아마도 이런 비요일에 사랑을 떠올리는 이유는 아마도 이 책 때문일것 같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을 떠오르게 하는 색깔~을 닮은, <4월이 되면 그녀는>이다. 가와무라 겐키! '너의 이름은' 의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고, '기생수', '악인', '전차남'과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를 제작하기 햇다는 그의 세번째 소설 작품을 만난다. 비요일에 어울리는, 파란 하늘을 가진, 그녀의 이야기, 아니 그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구 년 만이네요...'로 시작하는 편지 한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루' 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의 편지가 도착한 시점은 정신과의사 후지시로 슌이 1년후 결혼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그는 여자친구인 야요이와 3년째 함께 살고 있다. 익숙함에 지쳐 사랑의 감정마저 혼동되던 그 시기, 위험한 사랑이 계속되던 그 시간에 첫사랑이었던 그녀, 이요다 하루에게 날아들어온 편지 한장이 후지시로의 삶을 변화시킨다. 대학 사진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자연스레 사랑으로 싹텃던 순수했던 사랑의 시간들이 9년의 시간을 흘러 다시금 사랑의 시간을 추억하게 한다.

하루, 그녀는 왜 9년이 지난 이 시점에 후지시로에게 편지를 쓴 걸까? 아니 그녀는 왜 편지를 보낸걸까? 현실과 직면한 사랑의 시간, 순수하기만 했던 추억의 단편!이 두개의 시간이 교차하면서 방황하는 후지사로의 사랑의 시간을 되찾아준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마침표라는 것으로 표현할 수 없을것 같다. 차라리 순간의 느낌표, 그리고 계속되는 물음표가 맞는말이 아닐까 싶다. 청춘이라는 시간동안 사랑을 위해 만나고 이별하고를 반복하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지만 그것에 대한 정답이 결혼인지에 대해서는 영원한 물음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든다.
함께 하면서도 왠지 멀게만 느껴지는, 그렇게 좋게 보이던 것들이 함께 하면서 가장 싫은 것으로 느껴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이러니. 서로를 보다가, 나중에는 같은 곳을 보며 걸어야 하는 일정한 간격이 필요한 시기의 연인들에게도 <4월이 되면 그녀는>은 한번쯤 만나보면 좋을 그런 연애소설이다. 사랑에 대한 마침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또 이런 물을표와 느낌표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서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어진다. 그 속에서 하루가 후지시로에게 편지를 쓴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사랑했을 때 비로소 사랑받았다. 살아 있는 한, 사랑은 떠나간다. 피할 수 없이 그 순간은 찾아온다. 그렇지만 그 사랑의 그 사랑의 순간이 지금 살아 있는 생에 윤곽을 부여해준다. 서로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있다. 그 손을 잡고 끌어안으려 한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 그 파편을 하나하나 주워모은다.' - P. 267 -
가와무라 겐키의 작품은 개인적으로 처음이다. 그는 죽음, 돈, 사랑 이라는 인생의 미스터리에 대해 그는 작품을 통해 투영하고 말하는 작가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전작들을 통해서 죽음과 돈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이번 작품 <4월이 되면 그녀는>속에서 사랑을 노래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구성되는 이야기는 사랑속에서 피어나는 갈등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그려낸다. 그들이 그려내는 사랑의 시공간은 애니메이션을 보듯 머릿속에서 스케치된다. 프로듀서이기에 가능한 그만의 능력이 종이위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익숙해짐이 사랑이 아닌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익숙해짐으로 사랑이 퇴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종점없는 열차를 달리고 있다. 잠깐 잠깐 작은 역들을 들르기도 하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고, 또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그럴 듯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익숙함속에 지치고 어색해진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그래서 엄청난 대가를 치뤄야 했던 '소통' 이라는 단어! 사랑 속에서도 이 단어는 꼭 필요해보인다. 아름다운 풍경속에 다시 만난 그와 그녀! 그들의 사랑은? 아니 4월이 되면 그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