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마른 장마라는 말이 언제부턴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올해의 경우엔 장마기간 비도 종종 내리고 해서 봄 가뭄으로 말라버렸던 저수지나 댐의 수위가 조금은 다행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그리고 그전 여름에도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라는 수식이 당연하기라도 한듯, 장마기간 비를 찾아 보기라곤 좀처럼 쉽지 않다. 간혹 태풍이라도 올라치면 쏟아지는 비에 잠시 목을 축일뿐 그마저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버렸다. 더위, 가뭄, 땡볕! 불쾌지수는 더할나위 없고, 온몸이 말라버릴듯한 열기를 경험한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사람들의 '화'는 건드리기만해도 폭발할 경우도 다반사가된다.


<드라이>는 바로 이런 백년만에 찾아온 이상기온, 기록적인 가뭄에 놓인 호주 멜버른에서 5시간 떨어진 외딴 마을 키와라 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비가 내리지 않아 마을은 이미 절망과 무기력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도시에서 외떨어진 시골마을의 폐쇄적인 분위기와 예상치 못한 기상 이변으로 마을의 심리는 사막처럼 황폐해진 기후만큼이나 갈라질때로 갈라져 있는 상태다. 그런 키와라에 상상할 수 없었던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한 사람이 그곳을 방문하게 된다. 잊혀졌던, 아니 묻혀졌던 또 다른 사건과 함께...


'루크는 거짓말을 했어. 너도 거짓말을 했지. 장례식에 와라.'


멜버른에서 금융범죄 전문수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에런 포크에게 편지 한장이 도착한다. 루크? 그건 바로 루크의 부모님이 보낸 것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루크의 장례식에 참석해달라는 그의 부모가 보낸 이편지! 포크는 그렇게 20년만에 고향땅 키와라를 찾게된다. 농장을 경영하던 루크는 경영 악화를 비관해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자신 마저 자살을 택했다고 전해지지만 루크의 부모는 죽기전 루크의 행적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사실로 루크의 자살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을 포크에게 이 사건을 재조사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포크는 친구 루크의 석연찮은 죽음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잊을 수 없는 기억, 20년전의 시간속 또 하나의 사건을 꺼내어 들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않아도 폐쇄적이기만한 키와라는, 더불어 기록적인 기상이변으로 흉흉해질때로 흉흉해진 상태, 로크에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 역시 20년전 벌어졌던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기에 경찰이라는 그의 신분과는 상관없이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던져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로크는 하나하나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단순 자살 사건이라 여겨졌던 이번 사건에 석연찮은 점들과 과거 살인사건의 연관성이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과거의 진실! 이 작품의 주안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아니 아직도 진행중인 과거의 적폐청산의 와중에 놓인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할까? 친구의 죽음, 장례식장에서 출발하는 하나의 사건과 과거에 벌어진 사건이 시간을 달리하며 교차한다. 과거의 사건과 연관성을 지울 수 없는 주인공 포크의 시간들, 기상이변으로 각박해질때로 각박해진, 고립된 시골 마을의 현실 배경은 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진실에 다가간다는것, 그것은 우리 생각처럼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진실을 살짝 밀어놓는 다는 것은 우리에게 영원한 짐과 과제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현실에서 이미 배워왔다. 그리고 그 거짓된 시간의, 결과의 처참함에 우리는 당황했고 후회했고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는게 쉽지 않음을 뼈져리게 깨닫고 있는 게 바로 지금의 시간이다. 로크가 밝혀가는 사건의 진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사건의 진실 역시 바로 세우기가 이처럼 어렵고 고단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가뭄에서 비롯된 처참한 삶 만큼이나 작은 단서를 쫓는, 숨겨진 비밀의 열쇠를 찾는 로크의 활약은 <드라이>를 읽는 동안 쫄깃쫄깃한 긴장과 재미를 전해주었다.


이 작품 <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는 제인 하퍼의 데뷔작이면서, '2015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학상, '2016 아이북스 올해의 베스트북', '2016 ABC 북클럽 올해의 데뷔소설', '2017 골드 오스트레일리아 도서상' ... 등 수많은 수상과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수많은 찬사중에 '매혹적인 소문과 분노에 관한 서스펜스 소설!'이라는 말이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수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로도 제작 예정이라는 이 작품, 그리고 제인 하퍼! 또 한 명의 기대할 만한 작가의 탄생이다. 충격적인 서스펜스 스릴러의 탄생이다! 그리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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