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의 게르니카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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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속에 숨겨진 암호와 비밀들을 숨막히는 전개로 파헤쳐가던 소설 '다빈치 코드'가 역사와 상상의 나래속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던 시간이 벌써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화속에는 그림 외에 무언가가 담겨있다는 말이 '다빈치 코드'를 보고나면 정말 사실인듯 느껴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을 통해 그 말이 진실이 아닐까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세계적인 예술가 피카소의 작품을 통해서 말이다. 피카소라는 이름과 함께 한번쯤은 만나봤을 - 혹시 제목은 모를지라도 - '게르니카' 라는 작품속에서 '그 무언가'를 찾아본다.


'옛날에 있지, 전쟁이 있었단다. 사람이 많이 죽었어. 일본 사람도, 미국 사람도, 스페인 사람도..... . 이건 전쟁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래. 이젠 전쟁을 해선 안 된다고, 피카소가 그림으로 말한 거야.' - P. 9 -  


어린시절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피카소의 그림을 만나 미술계에 발을 내딛게 된 '요코'! 그녀는 지금 어린시절의 그 장소,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회화, 조각부문의 큐레이터로 일하며 피카소 전문가로 통한다. 지금까지도 우리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충격적인 사건, 9.11 테러를 통해 남편을 잃어버린 요코, 나락으로 떨어졌던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건네준건 바로 다름아닌 피카소의 작품이었다. 남편이 결혼 선물로 주었던, 피카소가 그렸다는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드로잉, 그리고 반전(反戰)의 상징이기도한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그녀에게, 상처받은 뉴욕시민들에게, 전 세계인들에게 치유의 힘을 보여줄거라 믿게된다.


그런 믿음과 신념으로 피카소전을 기획하고, 스페인으로 반환 된 '게르니카'를 전시를 기획하게 되지만, 현실은 요코의 의도대로 녹녹하지만은 않다. 하물며 누군가의 음모로 인해서 유엔본부의 게르니카 태피스트리(명화를 천에 복재해서 그린 것)의 암막 사건 용의자로 억울한 누명을 쓰기에 이르는데... 누명을 쓴 요코, 그녀는 진짜 게르니카를 찾기위해 스페인으로 떠나게 되고, 게르니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암투와 목숨을 건 사투가 전쟁의 포화속에 담겨진 역사의 한 페이지와 함께 거침없는 전개로 긴장감을 더해준다.


사실 <암막의 게르니카>속에는 요코의 이야기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작품은 두 개의 시간을 넘나들며 '게르니카'와 관련한 사건과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나간다. 현재의 시간속에 요코가 있다면, 과거의 시간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도라'이다. 그림 의뢰가 들어오고 무엇을 그릴지 고민하던 피카소는, 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가 폭격한 자신의 고향 게르니카의 참혹한 현장을 그리게 된다. 전쟁의 비극, 고통, 상처와 아픔을 피카소 자신이 표현하던 예술 방식으로 담아낸 작품, 반전 메세지를 담아낸 작품이 바로 '게르니카'인 것이다. 도라의 시선으로 그려진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함께 현재의 요코의 시간들이 교차하며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재미를 더하게된다.





<암막의 게르니카>의 저자 하라다 마하는 9.11 테러 당시의 상황에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실제로 뉴욕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 출신이기도 했던 그녀는, 9.11테러가 발생하고 미국이 이라크에 보복을 선언했던 뉴욕유엔본부의 기자회견을 모티브로 이 작품을 썼다고 전해진다. 당시 유엔본부에 걸려 있었던 게르니카 태피스트리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암막에 가려져 있던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반전의 상징인 게르니카 앞에서 이라크 공습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한다는 아이러니한 현실, 이것이 바로 하라다 마하의 <암막의 게르니카>라는 제목처럼 고스란히 소설속 이야기의 소재가 된 것이다.


'예술가란 무엇인가. 그는 정치적인 존재다. 지속적으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괴롭거나, 씁쓸하거나, 달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세계에 의행 형성될 수밖에 없다. 타인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고, 그들의 존재에 참여하지 않고 상아탑 안으로 숨어버리는 것이 가능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회화는 실내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에서 적에 대항하여 공격하고 수비하는 도구이다. -파블로 피카소 -


개인적으로는 하라다 마하를 한번 만나본 적이 있다. 물론 작품속에서 말이다. 2015년 '키네마의 신'을 통해서 그녀의 향기를 잠시나마 함께 했었다. '구제불능 아버지와 직장에서 밀려난 백수 딸, 두 사람에게 영화처럼 찾아온 인연!'이란 짧은 수식과 더불어 가족이라는 감동이 있는 이야기에 개인적으로 좋아라하는 영화라는 소재까지... 기분 좋아지는 이야기가 아직까지도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몇년이 흘러 피카소라는 이름과 함께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으로 그 이름을 다시금 되집게 되었다.


아트 미스터리 서스펜스! 아직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이전 작품인 '낙원의 캔버스' 역시 큐레이터라는 그녀의 경험을 살린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니, 이 분야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자신의 영역을 확고히 해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더없이 멋지기만 하다. 예술은 단순히 예술만이 아니다. 예술가 역시 위에서 말한 피카소의 말처럼 단순히 예술가 만이 아니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블랙리스트다 화이트리스트다 해서 말들이 참 많아보인다. 예술가들의 붓과 펜 끝을, 입과 소통의 창구를 막아버린 권력자와 그 시녀들은 아마도 피카소의 이 말에 겁을 먹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다빈치 코드'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영상화 하면 더욱 시선을 모을 작품이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인디페이퍼라는 출판사는 사실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 <암막의 게르니카>를 통해서 많은 이들에게 조금 더 사랑받고 침체된 우리 문학계에 또 하나의 신선한 바람이 되어줄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https://www.facebook.com/indiepaper  무더운 여름, 많은 이들이 흘렸을 땀의 흔적들이 이 결실의 계절에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으로 피어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피카소는 스페인과 민주정치 부활과 게르니카의 스페인 귀환이 유언이었다고 한다. 위대한 예술가의 유언처럼, 우리 땅에서도 진정한 민주주의와 예술의 자유가 무르익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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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1. 보온 - 세상 모든 것의 기원 오리진 시리즈 1
윤태호 지음, 이정모 교양 글, 김진화 교양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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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알쓸신잡'은 많은 이들에게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듯 보인다. 그저 웃고 즐기기만하는 여행, 바보들이 복불복이나 하며 생각을 내려놓고 떠나던 여행에서, 한번 더 유쾌하게 생각하게 만들고, 우리에게 그저 평범한 여행에서의 일들을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만드는, 신비하고 놀라운 세상과의 조우가 시청자들은 그저 즐겁고 행복했다. 그럼으로해서 시청자들이, 독자들이 아니면 관객들이 원하는 Needs가 무엇인지 그 프로그램이 제시한 방향성에 의미를 두고 싶어진다.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선로위에 선 이 한 권의 책과 만난다.


'체온이 떨어진 이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온정이다' 


<오리진1> 그 첫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미래에서 온 '로봇 베타'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미래세계,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삶의 의지가 사라지고 있다. 생명 연장의 꿈 역시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지만, 오히려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불가사의한 일이 발생하는 미래. 그래서 미래에서 누군가, 사람들이 삶의 에너지가 가장 뜨거웠던 21세기로 로봇을 보내기에 이른다. 그래서 그 로봇이 학습하는 내용을 미래로 송출해 미래 인류에게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기를 바란다는... 그렇게 현재의 시간으로 오게 된 로봇 베타! 이 로봇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사업장이 폐쇄된, 쫄딱 망해버린 로봇드림이라는 회사였다.





그곳에서 중요한 두 사람! 아니 두 부류의 인간들을 만나는 로봇 베타! 하나는 이 회사, 로봇드림에 온 열정을 쏟았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 서른살 동구리를 비롯한 네 명의 로봇 천재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 회사에 투자했다 쪽박차게 된 통닭 프랜차이즈 회사 지원팀 과장인 마흔한살 봉황 아저씨였다. 봉황은 이 회사에 들이 닥쳤다가 미래에서 온 로봇 베타를 만나게 되고, 로봇을 담보로 가져가려 한다. 하지만 마음씨 착하기만한 봉황은 오히려 이들 네명의 친구들에게 자신의 방 한켠을 내어주게 된다. 그렇게 예상치도 못한 이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로봇베타는 봉황 가족의 또 다른 식구가 되고 새로운 이름 '봉투 BONG TWO'로 거듭 태어난다.


지난주였나 오랫만에 김태호 작가의 미생 열두번째 이야기를 함께 했었다. 여전히 크고 작은 일들은 넘쳐나고, 여전히 그들의 따스한 감동은 사그러들줄 모르고 타오르고 있었다. 윤태호 작가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행복이다. 이 작품 <오리진>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다른 많은 이들처럼 개인적으로도 참 많은 기대를 했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내러티브 교양 만화? 세상의 모든 기원? 보온? 알듯 모를듯한 수식들로 가득했던 책에 대한 궁금증을 책을 열어버린 순간부터 알찬 교양? 감동?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를 쉽게, 그리고 명확히 알수가 있었다.




이야기의 처음 '알쓸신잡'을 이야기 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제는 그냥 쉽게 웃고 지나치는 그런 이야기들보다는, 보고 생각하고 읽고 기억하는 감동, 지식, 추억, 공감...이 함께 할 때 비로소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된다. <오리진>의 처음 시작에서 작가의 이런 고민, 또 오리진이 나아가고자하는 방향성,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감들을 엿볼 수가 있었다. 교양과 결합된 만화의 세계, 기초없이 이룬 성취가 아닌, 기초를 다지는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작가의 의지 역시 확인하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묵직한 메세지처럼 들려왔다. 그래서인지 더욱 믿음이 간다. 윤태호라는 그 이름에...


'같은 따스함이면 너와 같아질 수 있을까?'
 

마지막 첫번째 이야기의 의미있는 작은 물음이 끝나고, 교양으로써의 또 다른 '보온'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만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쏘옥 뺀 오로지 '보온'에 집중된 교양으로써의 지식들이 또 다른 색다름을 선물한다. 따스하고 섬세한 시선을 끝에, 냉정하고 과학적인 접근이 돋보인다. 우리가 놓쳐버린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앞으로 경험해야 할, '봉투'가 학습해나갈 21세기 우리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온 마음을 모아, 시선을 함께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벌써부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다음 이야기의 부제인 '에티켓'이 궁금하다. '보온'처럼 쌩뚱 맞으며서도 또 기발한 무언가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오리진>을 언제나 따스한 시선으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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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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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華城)'에 살며 '화성(火星)'을 꿈꾼다.

2015년 마션(The Martian)이란 영화는 우리에게 화성(Mars)이라는 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끔 만들었다. 아마도 얼마후에는 정말 저렇게 우리도 화성에서 살아 갈수 있지 않을까? 감자도 키우고 우리에게 필요한 작물들도 키우면서, 지구를 떠나 또 다른 행성에 정착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꿈꾸게 했다. '화성(火星)'은 어쩌면 먼 미래 지구를 떠나게 될 우리 인간의 또 다른 희망이 되어버린 땅이라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화성은 그럴수가 없다. 희망을 꿈꿀 수 없는 공간으로서의 화성! 내가 사는 '화성(華城)' 은 다행히도 아직은 희망이 꿈틀거린다.


어디서부터 먼저 이야기해야 할까? '화성'은 이미 살짝 건드렸으니, '평화경찰' 이야기가 먼저일 것 같다. 가상의 공간, 물론 센다이 지방이란 이름을 가지지만 이 또한 가상공간이다. 사회에 위험이 될 만한 인물을 색출해 처형하는 임무를 맡는 이들 평화경찰은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하에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이기를 서슴지 않는다. 사람들은 권력자들은 잘못이 없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더해 서로를 감시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사회에 대항하는 '정의의 편'이 등장한다. 검은 쫄쫄이 히어로, 라이더 슈트를 입고, 온몸을 검은 색으로 치장한 목검과 골프공 같은 비밀무기를 들고 나타난 블랙 히어로! 우리는 그에게 주목한다.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월드! 그의 작품 세계를 말할때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기발한 상상력,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빼어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재기넘치는 웃음이다. 이사카 월드로 빠질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는 이런 다양성에 있을 것이다. 이 작품 이전에 만났던 그의 작품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였다. 이전에 만났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풍기는, 평범한 인물들의 조금은 따스한 이야기들이 그에게도 이런 색깔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갖게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다시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속에서 잊혀졌던 그의 모습을 다시금 찾게된다.


이 작품은 특히 얼마전까지 만연 했던 우리사회의 병폐와도 너무나 닮아 있어 당혹감을 갖지 않을수 없다. 일본 사회 역시 이 작품속 풍경과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니 세상은 어쩌면 돌고 돌아 서로 비슷한 형국으로 흐르는 듯하다는 씁쓸한 맘이 든다. 공권력 앞에 스스로 작고 초라함을 새삼 실감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잃어버린 10년이 어쩌면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처뿐인 영광~! 촛불 혁명으로 일군 민주주의의 결과물이 아직까지도 물길을 막아놓은 비버의 나무둑처럼 길게 늘어선 현실에 아직도 안타까움이 앞선다.




 

평화 경찰에게 잡혀온 인물들은 위험인물이든 아니든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평화 경찰 자신들의 존재 의무를 부여하기 위한 존재일 뿐이라는데 무서움이 있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 였다. 평화 시위대를 둘러쌓던 차벽과 물대포가 그랬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들고 우리들을 탄압했던 정권의 부역자들이 그랬다. 평화 경찰이 원한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닌, 평화를 위협하는 것들을 만들어내어 평화를 해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현실의 권력자들, 힘을 쥔 자들의 모습들 속에 평화 경찰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나라를 떠나면 돼. 다만 어느 나라에 가든 이 사회의 연장선상에 있지. 일본보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도 있어. 약도 없고 에어컨도 없지. 말라리아 때문에 고생하는 나라도 있어. 이 나라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예 화성에 가서 살 생각이야?'  - P, 121 -

오래전 TV토론회에서, 현재는 작가활동 중이신 유시민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법치주의가 무엇이냐?' 라는 물음과 대답을 말이다. 법치라는 말은 국민이 법을 잘 지키라는 말이 아니라,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나라를 운영하고 통치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고 말이다. 지금까지 잃어버린 10년 치하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했던 말의 전부가 바로 법을 잘 지키라는 것이었다. 아니면 잡아가고 밥줄끊고 겁주는게 일상이었던 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화경찰, 안전구역, 그리고 공개처형... 이런 단어들이 그 시간속에 그려졌던 모습들을 그려내는듯 해서 소름이 돋는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유작가의 외침이 머릿속에 선명해진다.


말이 나온김에 유시민 작가가 했던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말이라면서 당시 대통령이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했던 말이다. '제일 좋은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따라 다스리는 것이고, 이익으로 국민을 유도하는 것이며, 도덕으로 설교하는 것이라 했다. 가장 나쁜 정치는 형벌로 겁을 주는 것이고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다투는 것이다'라는 말로 그는 정치에 대해서, 권력자들의 태도에 대해서 강한 어조로 말을 맺고 있었다. 우리의 지난 시간, 권력자들은 어떠했는가? 법을 지키라고 외치면서 국민을 겁박하고 억압하고 주눅들게 만든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심판의 시간이 왔고,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유작가의 말은 옳았다. 그리고 사마천의 말도 그랬다.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는 오랫만에 이사카 고타로와의 만남이면서도 이사카 월드 재입성이자,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불안한 시선과 함께 한 작품이었다. 이사카 고타로 그만의 독특한 웃음이 있어 즐거우면서도 그 웃음속에 사회를 비판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낸 작품이다. 독특한 히어로의 등장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었고, 그 속에서 '희망'이란 작은 낱말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소중함이 있었다. 2010년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아마도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던진 서민들의 물음표학 아니었을까? 그리고 오늘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속에서 다시 그 '정의'를 말하게 된다. 나는 아직도 '화성(華城)에서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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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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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徹夜) 소설', 밤을 지새워 읽게 되는 소설로 불리며 수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즈쿠이 슈스케의 '범인에게 고한다'는 지금까지도 경찰 소설의 모범처럼 소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새로운 얼굴로 찾아왔던 이 작품 이후 2년만에 그 두번째 이야기로 다가아 반가움을 전해준다. 아동유괴 살인범과 경찰, 그리고 매스컴을 사이에둔 치열한 심리전을 생동감 넘치게 그려냈던 '범인에게 고한다'에 이어 이번에 찾아온 그 두번째 이야기 <립맨>은 유괴 사업(?)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실행하는 소위 립맨과 경찰과의 또 한 번 땀을 쥐는 대결을 그려낸다.

 

<립맨>은 동기도 목적도 없는 어둠의 비지니스 설계자의 치밀한 범행을 주요 소재로 삼고있다. 명문대에 들어가 졸업을 앞두고 건실해보이는 회사에 입사를 앞두고 있던 도모키. 하지만 그 회사의 갑작스런 경영 악화로 사실상 취업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도모키는 동생 다케하루와 함께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발을 들여놓게 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영업소에 경찰이 들이닥치고 만다. 가까스로 동생과 함께 경찰을 피해 도망나올 수 있었던 도모키는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함께 일했던 아와노와 함께 새로운 범행을 모의하게 된다.

 

유괴 사업, 그들이 모의한 새로운 범행은 바로 유괴 사업이었다. '대일본유괴단'이라 자신들을 지칭하고 그들의 첫 사업을 가볍게 성공시킨다. 이후 그들의 유괴 사업은 본 궤도에 올라 도모키가 입사하려던 회사의 사장과 아들을 유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몸값으로 거액의 금괴를 요구하는데... 이런 그들의 활약(?) 덕분에 '범인에게 고한다' 시리즈의 히어로 마키시마 후미히코 경시가 다시금 멋찌게 등장한다. '배드맨 사건'을 화려하게 해결해낸 그의 활약상을 다시한번 기대하며...'립맨'이라 불리는 아와노의 천재적이고 치밀한 범행 설계 기술과 마키시마, 그리고 피해자 미즈오카 가쓰토시간의 쫓고 쫓기는, 속고 속이는 치열한 머리싸움이 다시금 시작된다.

 

 

 

 

<립맨>은 'Rest in peace.' 의 앞글자 'R. I. P.' 를 딴 말이기도 하다. 사실상 립맨으로 불리는 아와노가 차갑게 안녕을 고하는 이 말은 '편히 잠들라!'라는,  묘비명 등에 자주 쓰이는 그런 말이다. 이와노의 상상을 불허하는 기발하고 치밀한 계획에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사전 정보가 바탕이 된다. 전 시리즈에서 사건을 해결한 마키시마 경시가 작품속 진정한 주인공이었다면 아마도 이번 시리즈에서 그 메인의 자리는 아와노에게 넘겨야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야기 전반을 주도하는 캐릭터는 도모키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건과 이야기 전반을 주도하는 인물은 역시 립맨이기 때문이다.

 

경찰소설의 대표작이었던 이전 작품에 비해 '립맨'에게 자리를 내어준 이번 작품은 '범죄소설'로 불러야 할 것 같다. 보이스 피싱, 아동 유괴!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나 쉽지 않은 소재들이 작품의 전반을 주도한다. 결코 쉽게 다루어서는 안 될 이런 범죄들이 현실 불가능한 범죄 설계자 아와노의 손을 거쳐 조금은 가볍고 미화되듯 다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립맨의 캐릭터는 정말 매력적이라는 말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을것 같다. 경찰과 범인, 그리고 피해자간의 숨막히는 대결이 승자는 결국 립맨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의 탄생인 셈이다. 다만 다음 시리즈에서 그가 등장한다면 범죄의 컨셉을 조금은 다르게 가져가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예를들어 괴도 루팡처럼 정의의 편에서 서는 착한 악당 처럼???

 

무엇보다도 도모키가 처한 시대적 상황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도 알바를 전전해야 하는, 공무원 시험 밖에 출구가 없다는듯 작은 바늘구멍을 향하는 우리 시대의 청춘들의 모습들이 그의 모습을 통해 투영되어 그려진다. 다단계 회사에 끌려 다니고 몇푼의 돈을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의 통장을 내어놓는 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립맨이 휘두른 짧은 혀에 범죄를 정당화 해가는, 자신의 처지에 순응해가는 그의 모습이 다시금 안타깝게 느껴진다. 마지막까지 보여지는 도모키의 모습이 지금 우리 시대의 청년들의 모습처럼 그저 평범하기에 더욱 더 안타까운지도 모른다.

 

'경찰소설'이란 수식을 살짝 내려놓았지만 '철야(徹夜)소설'의 계보는 계속 이어갈 충분한 이유가 있어보인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터운 무게를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가독성이 빼어난 작품이기 때문이다. 살짝 주인공의 자리를 매력넘치는 범죄자에게 내어준 마키시마 경시, 다음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 지 기대해본다. 개인적으로는 '범인에게 고한다' 시리즈는 마키시마 경시에게 양보하고, <립맨>은 '범인에게 고한다' 시리즈 외전(外傳) 형식으로 이어지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아직도 미스터리를 간직한 립맨의 모습과 활약, 다음에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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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선서 법의학 교실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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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는 실패하지 않는다! 어쩌면 TV 드라마의 불문율처럼 되어버린 이 공식은 아직까지도 유효한듯 보인다. 가장 최근 작품으로 볼 때 '태양의 후예'가 그렇고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가 그렇고, 조금더 과거로 올라가자면, '하얀거탑', 그리고 전설이된 '종합병원'이란 드라마가 그렇다. 처음 사람들이 의학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역시 생소한 분야에 국한된, 특별한 직업을 가진 의사라는 집단과 병원에 대한 궁금증이 그 시발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그 특별한 공간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간애를 우리와 다르면서 또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만드는 과정 역시 특별함을 전해주는 경험이었던것 같다. 휴머니즘! 의학드라마 성공 비결중 하나는 바로 이 휴머니즘에 있기도 하다.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나의 스승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다. ...'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나의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명예를 걸고 위와 같이 서약한다.' - 히포크라테스 선서 中에서 -

휴머니즘의 시작은 바로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로부터 기인한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쓰여진 이 선서는 의학윤리를 담고 있다. 기원전 4~5세기에 기록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의사로서 첫발을 내는 이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잡는 이 선서가 바로 휴머니즘, 인간애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인륜에 거스르지 않고 자신의 명예와 인류 봉사를 서약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돈과 권력 앞에서도 당당하고 인류 봉사, 명예를 존중하는 그들의 다짐이 이 세상에 빛을 더하는 이유일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제목부터 소독약 향기를 풍기고 흰 가운을 휘날리며 재미를 담보할 것 같은 그런 소설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병원, 의사, 환자의 고정관념의 틀을 넘어 그들이 상대하는 환자는 바로 '시신'이다. 경찰의 요청에 의해 죽은 이의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혀내고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의학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 속에는 모두 다섯가지 죽음이 등장한다. 어찌보면 평범할 것 같은 죽음, 굳이 부검까지 필요할까 싶은 단순한 사고를 당한 시신들이 등장하는데, 부검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 사고 이면의 진실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전해준다. 우리는 그 속에서 색다른 재미와 함께할 것이다.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마코토, 법의학계 권위자인 미쓰자키 교수가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이들이다. 괴팍하기 짝이없는 미쓰자키 교수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시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게되고 그로 부터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된다. 무엇보다도 법의학이라는 조금은 낯선 학문, 장르에 대해서 마코토가 경험한 놀라움과 충격 그 이상의 것들을 우리 독자들이 빠져들듯 몰입할 수 있었다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신들린 듯한 부검의 기술(?), 환자를 고치는 일에 국한하던 의사로서의 사명을 넘어선 법의학의 경이로움에 독자들 모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 경​이적인 의학 미스터리를 접하면서 이 작품의 작가는 아마도 의학관련 경력 하나쯤은 이력에 담겨있을꺼야 하는 생각을 갖기도 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는 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미스터리에 매료되어 작가가 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안녕 드뷔시'를 통해서 일본 권위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을 거머쥐게 된 작가는 이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이를 계기로 정식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이 작품과 더불어 사회파 미스터리 서스펜스인 '살인마 잭의 고백'으로도 이 작가를 알고 있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속에서도 '의학'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지식은 그의 경력을 다시한번 의심하게 만들만큼 섬세하기도 하다.

 

초반 의학드라마의 성공요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서 밝혔듯 '휴머니즘'은 병원과 의사, 소독약 냄새와 함께한다. 시신의 부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산자와 죽은자의 구분 없이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의 모습속에서 바로 휴머니즘의 실체를 바라보게 된다. 가족, 인간애,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신념! 죽은자들의 사인을 밝혀내는 미스터리적인 요소. 우리 사회에 던지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들, 평범해 보이는 죽음들 단편적인 사건들이 마지막 하나의 연결점을 이루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 놀라운 진실이 가져다주는 재미가 바로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가진 다양한 즐거움의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더불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가슴에 안은 새내기 의학도가 진정한 의사로 성장해가는 스토리라인 역시 독자들의 시선속에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해준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법의학 교실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인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이어  '히포크라테스의 우울' 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가 곧 작가의 손에서 태어날 거라고 한다. 뇌를 해부하는 장면을 곁에서 바라보듯 섬세하고 자세하게 그려내는 놀랍기만한 과정들처럼,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숨겨진 이야기들이 죽은자들의 몸속에 담겨져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색다른 장르의 독특한 미스터리! 이 여름,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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