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성(華城)'에 살며 '화성(火星)'을 꿈꾼다.

2015년 마션(The Martian)이란 영화는 우리에게 화성(Mars)이라는 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끔 만들었다. 아마도 얼마후에는 정말 저렇게 우리도 화성에서 살아 갈수 있지 않을까? 감자도 키우고 우리에게 필요한 작물들도 키우면서, 지구를 떠나 또 다른 행성에 정착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꿈꾸게 했다. '화성(火星)'은 어쩌면 먼 미래 지구를 떠나게 될 우리 인간의 또 다른 희망이 되어버린 땅이라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화성은 그럴수가 없다. 희망을 꿈꿀 수 없는 공간으로서의 화성! 내가 사는 '화성(華城)' 은 다행히도 아직은 희망이 꿈틀거린다.


어디서부터 먼저 이야기해야 할까? '화성'은 이미 살짝 건드렸으니, '평화경찰' 이야기가 먼저일 것 같다. 가상의 공간, 물론 센다이 지방이란 이름을 가지지만 이 또한 가상공간이다. 사회에 위험이 될 만한 인물을 색출해 처형하는 임무를 맡는 이들 평화경찰은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하에 사람들을 고문하고 죽이기를 서슴지 않는다. 사람들은 권력자들은 잘못이 없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고, 그에 더해 서로를 감시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사회에 대항하는 '정의의 편'이 등장한다. 검은 쫄쫄이 히어로, 라이더 슈트를 입고, 온몸을 검은 색으로 치장한 목검과 골프공 같은 비밀무기를 들고 나타난 블랙 히어로! 우리는 그에게 주목한다.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월드! 그의 작품 세계를 말할때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기발한 상상력, 치밀하고 정교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빼어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바로 재기넘치는 웃음이다. 이사카 월드로 빠질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는 이런 다양성에 있을 것이다. 이 작품 이전에 만났던 그의 작품이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였다. 이전에 만났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풍기는, 평범한 인물들의 조금은 따스한 이야기들이 그에게도 이런 색깔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갖게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다시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속에서 잊혀졌던 그의 모습을 다시금 찾게된다.


이 작품은 특히 얼마전까지 만연 했던 우리사회의 병폐와도 너무나 닮아 있어 당혹감을 갖지 않을수 없다. 일본 사회 역시 이 작품속 풍경과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니 세상은 어쩌면 돌고 돌아 서로 비슷한 형국으로 흐르는 듯하다는 씁쓸한 맘이 든다. 공권력 앞에 스스로 작고 초라함을 새삼 실감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잃어버린 10년이 어쩌면 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처뿐인 영광~! 촛불 혁명으로 일군 민주주의의 결과물이 아직까지도 물길을 막아놓은 비버의 나무둑처럼 길게 늘어선 현실에 아직도 안타까움이 앞선다.




 

평화 경찰에게 잡혀온 인물들은 위험인물이든 아니든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평화 경찰 자신들의 존재 의무를 부여하기 위한 존재일 뿐이라는데 무서움이 있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 였다. 평화 시위대를 둘러쌓던 차벽과 물대포가 그랬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들고 우리들을 탄압했던 정권의 부역자들이 그랬다. 평화 경찰이 원한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닌, 평화를 위협하는 것들을 만들어내어 평화를 해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현실의 권력자들, 힘을 쥔 자들의 모습들 속에 평화 경찰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나라를 떠나면 돼. 다만 어느 나라에 가든 이 사회의 연장선상에 있지. 일본보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도 있어. 약도 없고 에어컨도 없지. 말라리아 때문에 고생하는 나라도 있어. 이 나라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예 화성에 가서 살 생각이야?'  - P, 121 -

오래전 TV토론회에서, 현재는 작가활동 중이신 유시민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법치주의가 무엇이냐?' 라는 물음과 대답을 말이다. 법치라는 말은 국민이 법을 잘 지키라는 말이 아니라,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나라를 운영하고 통치활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고 말이다. 지금까지 잃어버린 10년 치하에서 그들이 우리에게 했던 말의 전부가 바로 법을 잘 지키라는 것이었다. 아니면 잡아가고 밥줄끊고 겁주는게 일상이었던 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화경찰, 안전구역, 그리고 공개처형... 이런 단어들이 그 시간속에 그려졌던 모습들을 그려내는듯 해서 소름이 돋는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유작가의 외침이 머릿속에 선명해진다.


말이 나온김에 유시민 작가가 했던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말이라면서 당시 대통령이 이 책을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했던 말이다. '제일 좋은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따라 다스리는 것이고, 이익으로 국민을 유도하는 것이며, 도덕으로 설교하는 것이라 했다. 가장 나쁜 정치는 형벌로 겁을 주는 것이고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 다투는 것이다'라는 말로 그는 정치에 대해서, 권력자들의 태도에 대해서 강한 어조로 말을 맺고 있었다. 우리의 지난 시간, 권력자들은 어떠했는가? 법을 지키라고 외치면서 국민을 겁박하고 억압하고 주눅들게 만든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심판의 시간이 왔고,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유작가의 말은 옳았다. 그리고 사마천의 말도 그랬다.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는 오랫만에 이사카 고타로와의 만남이면서도 이사카 월드 재입성이자,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불안한 시선과 함께 한 작품이었다. 이사카 고타로 그만의 독특한 웃음이 있어 즐거우면서도 그 웃음속에 사회를 비판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낸 작품이다. 독특한 히어로의 등장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었고, 그 속에서 '희망'이란 작은 낱말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소중함이 있었다. 2010년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아마도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던진 서민들의 물음표학 아니었을까? 그리고 오늘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속에서 다시 그 '정의'를 말하게 된다. 나는 아직도 '화성(華城)에서 살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