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알쓸신잡'은 많은 이들에게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듯 보인다. 그저 웃고 즐기기만하는 여행,
바보들이 복불복이나 하며 생각을 내려놓고 떠나던 여행에서, 한번 더 유쾌하게 생각하게 만들고, 우리에게 그저 평범한 여행에서의 일들을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만드는, 신비하고 놀라운 세상과의 조우가 시청자들은 그저 즐겁고 행복했다. 그럼으로해서 시청자들이, 독자들이 아니면
관객들이 원하는 Needs가 무엇인지 그 프로그램이 제시한 방향성에 의미를 두고 싶어진다.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선로위에 선
이 한 권의 책과 만난다.
'체온이 떨어진 이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온정이다'
<오리진1> 그 첫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미래에서 온 '로봇 베타'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인간이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미래세계,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삶의 의지가 사라지고 있다. 생명 연장의 꿈 역시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지만, 오히려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불가사의한 일이 발생하는 미래. 그래서 미래에서 누군가, 사람들이 삶의 에너지가 가장 뜨거웠던 21세기로 로봇을 보내기에 이른다.
그래서 그 로봇이 학습하는 내용을 미래로 송출해 미래 인류에게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기를 바란다는... 그렇게 현재의 시간으로 오게 된 로봇
베타! 이 로봇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사업장이 폐쇄된, 쫄딱 망해버린 로봇드림이라는 회사였다.
그곳에서 중요한 두 사람! 아니 두 부류의 인간들을 만나는 로봇 베타! 하나는 이 회사, 로봇드림에 온 열정을 쏟았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
서른살 동구리를 비롯한 네 명의 로봇 천재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 회사에 투자했다 쪽박차게 된 통닭 프랜차이즈 회사 지원팀 과장인 마흔한살 봉황
아저씨였다. 봉황은 이 회사에 들이 닥쳤다가 미래에서 온 로봇 베타를 만나게 되고, 로봇을 담보로 가져가려 한다. 하지만 마음씨 착하기만한
봉황은 오히려 이들 네명의 친구들에게 자신의 방 한켠을 내어주게 된다. 그렇게 예상치도 못한 이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로봇베타는 봉황
가족의 또 다른 식구가 되고 새로운 이름 '봉투 BONG TWO'로 거듭 태어난다.
지난주였나 오랫만에 김태호 작가의 미생 열두번째 이야기를 함께 했었다. 여전히 크고 작은 일들은 넘쳐나고, 여전히 그들의 따스한 감동은
사그러들줄 모르고 타오르고 있었다. 윤태호 작가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행복이다. 이 작품 <오리진>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다른
많은 이들처럼 개인적으로도 참 많은 기대를 했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내러티브 교양 만화? 세상의 모든 기원? 보온? 알듯 모를듯한
수식들로 가득했던 책에 대한 궁금증을 책을 열어버린 순간부터 알찬 교양? 감동?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를 쉽게, 그리고 명확히 알수가
있었다.
이야기의 처음 '알쓸신잡'을 이야기 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제는 그냥 쉽게 웃고 지나치는 그런 이야기들보다는, 보고 생각하고
읽고 기억하는 감동, 지식, 추억, 공감...이 함께 할 때 비로소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된다.
<오리진>의 처음 시작에서 작가의 이런 고민, 또 오리진이 나아가고자하는 방향성,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감들을
엿볼 수가 있었다. 교양과 결합된 만화의 세계, 기초없이 이룬 성취가 아닌, 기초를 다지는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작가의 의지 역시 확인하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묵직한 메세지처럼 들려왔다. 그래서인지 더욱 믿음이 간다. 윤태호라는 그 이름에...
'같은 따스함이면 너와 같아질 수
있을까?'
마지막 첫번째 이야기의 의미있는 작은 물음이 끝나고, 교양으로써의 또 다른 '보온'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만화와는 또 다른, 감동을 쏘옥
뺀 오로지 '보온'에 집중된 교양으로써의 지식들이 또 다른 색다름을 선물한다. 따스하고 섬세한 시선을 끝에, 냉정하고 과학적인 접근이 돋보인다.
우리가 놓쳐버린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앞으로 경험해야 할, '봉투'가 학습해나갈 21세기 우리의 이야기에 다시 한번 온 마음을 모아, 시선을
함께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벌써부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다음 이야기의 부제인 '에티켓'이 궁금하다. '보온'처럼 쌩뚱 맞으며서도 또
기발한 무언가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오리진>을 언제나 따스한 시선으로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