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서 법의학 교실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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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는 실패하지 않는다! 어쩌면 TV 드라마의 불문율처럼 되어버린 이 공식은 아직까지도 유효한듯 보인다. 가장 최근 작품으로 볼 때 '태양의 후예'가 그렇고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가 그렇고, 조금더 과거로 올라가자면, '하얀거탑', 그리고 전설이된 '종합병원'이란 드라마가 그렇다. 처음 사람들이 의학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역시 생소한 분야에 국한된, 특별한 직업을 가진 의사라는 집단과 병원에 대한 궁금증이 그 시발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그 특별한 공간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간애를 우리와 다르면서 또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만드는 과정 역시 특별함을 전해주는 경험이었던것 같다. 휴머니즘! 의학드라마 성공 비결중 하나는 바로 이 휴머니즘에 있기도 하다.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나의 스승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다. ...'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나의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명예를 걸고 위와 같이 서약한다.' - 히포크라테스 선서 中에서 -

휴머니즘의 시작은 바로 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로부터 기인한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에 의해 쓰여진 이 선서는 의학윤리를 담고 있다. 기원전 4~5세기에 기록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의사로서 첫발을 내는 이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잡는 이 선서가 바로 휴머니즘, 인간애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인륜에 거스르지 않고 자신의 명예와 인류 봉사를 서약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돈과 권력 앞에서도 당당하고 인류 봉사, 명예를 존중하는 그들의 다짐이 이 세상에 빛을 더하는 이유일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제목부터 소독약 향기를 풍기고 흰 가운을 휘날리며 재미를 담보할 것 같은 그런 소설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병원, 의사, 환자의 고정관념의 틀을 넘어 그들이 상대하는 환자는 바로 '시신'이다. 경찰의 요청에 의해 죽은 이의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혀내고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의학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 속에는 모두 다섯가지 죽음이 등장한다. 어찌보면 평범할 것 같은 죽음, 굳이 부검까지 필요할까 싶은 단순한 사고를 당한 시신들이 등장하는데, 부검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사건, 사고 이면의 진실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을 전해준다. 우리는 그 속에서 색다른 재미와 함께할 것이다.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마코토, 법의학계 권위자인 미쓰자키 교수가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이들이다. 괴팍하기 짝이없는 미쓰자키 교수에 대한 불신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시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게되고 그로 부터 또 다른 깨달음을 얻게된다. 무엇보다도 법의학이라는 조금은 낯선 학문, 장르에 대해서 마코토가 경험한 놀라움과 충격 그 이상의 것들을 우리 독자들이 빠져들듯 몰입할 수 있었다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신들린 듯한 부검의 기술(?), 환자를 고치는 일에 국한하던 의사로서의 사명을 넘어선 법의학의 경이로움에 독자들 모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이 경​이적인 의학 미스터리를 접하면서 이 작품의 작가는 아마도 의학관련 경력 하나쯤은 이력에 담겨있을꺼야 하는 생각을 갖기도 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작가인 나카야마 시치리는 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미스터리에 매료되어 작가가 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안녕 드뷔시'를 통해서 일본 권위의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을 거머쥐게 된 작가는 이전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이를 계기로 정식 추리소설 작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이 작품과 더불어 사회파 미스터리 서스펜스인 '살인마 잭의 고백'으로도 이 작가를 알고 있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속에서도 '의학'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지식은 그의 경력을 다시한번 의심하게 만들만큼 섬세하기도 하다.

 

초반 의학드라마의 성공요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서 밝혔듯 '휴머니즘'은 병원과 의사, 소독약 냄새와 함께한다. 시신의 부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산자와 죽은자의 구분 없이 환자를 대하는 의사들의 모습속에서 바로 휴머니즘의 실체를 바라보게 된다. 가족, 인간애,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신념! 죽은자들의 사인을 밝혀내는 미스터리적인 요소. 우리 사회에 던지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들, 평범해 보이는 죽음들 단편적인 사건들이 마지막 하나의 연결점을 이루고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 놀라운 진실이 가져다주는 재미가 바로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가진 다양한 즐거움의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더불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가슴에 안은 새내기 의학도가 진정한 의사로 성장해가는 스토리라인 역시 독자들의 시선속에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해준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법의학 교실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인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이어  '히포크라테스의 우울' 이라는 제목의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가 곧 작가의 손에서 태어날 거라고 한다. 뇌를 해부하는 장면을 곁에서 바라보듯 섬세하고 자세하게 그려내는 놀랍기만한 과정들처럼,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숨겨진 이야기들이 죽은자들의 몸속에 담겨져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색다른 장르의 독특한 미스터리! 이 여름,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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