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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3미터
페데리코 모치아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림원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성장한다는 것은 더이상 시속 200킬로로 달릴 수 없다는 말이야"
사랑을 시작한 여자의 가슴에는 매일 무지개가 뜬다고 했고 사랑을 시작하는 남자는
모두가 시인이 되어버린다. 요즘들어 청춘소설이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이
와 어른의 경계에선 청소년들의 사랑, 우정, 성장을 그린 이런 청춘소설의 인기는
시간속에 흘려버렸던 과거를 추억하는 어른들과 성장통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 모두
에게 뜻깊은 시간을 선물한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흘러갈 수 없다. 어른이
되어버린 청춘들에게 그 시절 채워지지 못했던 빈자리와 웅덩이는 영원히 남아있게
되고 그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것이 어쩌면 이런 '젊음'을 담은 소설인 것이다.
사회라는 거대한 공간에 가까이 다가가는 청춘들에게는 모든것이 낯설다. 인생에서
가장 짧은 시기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 사랑과 상처, 가족과 친구... 이런
풀리지 않는 미제들을 가슴에 품은 아이들에게 청춘소설은 어쩌면 하나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아이들과 속도를 잃어버린 어른들.
<하늘위 3미터> 이제 그 공간, 그 높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만나보자.
비 내린뒤 피어나는 무지개 위? 그 높이가 하늘위 3미터 정도 될까? 첫사랑의 느낌!
행복의 미소가 번지는 높이가 바로 하늘위 3미터이다. 하늘보다 더 높아버린 행복!
첫사랑을 기억하는가? 설레임, 말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마음 조려하던 그 시절,
우리 사귈래?란 말 한마디가 나오기 전까지 수십번을 연습하고 연습하고 나서려다
돌아서던 기억, 떠오르는 기억만으로도 설레고 부끄럽고 미소짓게되는 그 시절이
있었다. <하늘위 3미터>는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는 풋풋한 설레임을 간직한 그런
첫사랑을 담아내는 작품은 아니다. 상류층 가정에서 좋은 학교에 다니는 바비, 폭력과
절도를 일삼으며 아이들과 몰려다니는 폭주족 건달 스텝!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두 아이들, 처음부터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다른 환경과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아이
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 속에 우리가 기대하던 풋풋한 사랑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첫사랑은 누구에나 마찬가지로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어울리지도 않고
절대로 이루어질것 같지 않던 두 청춘들의 특별한 사랑이 이 책만의 매력이다.
세상에 빛을 내지도 못할뻔 했던 이 책이 이탈리아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어버린
아이러니 속에 이 책만이 가진 그런 매력이 숨어있다.

작은 출판사에서 처음 소량이 출간되어 청소년들에게 읽혀지고 12년만에 새롭게
세상에 빛을 보게된 이 소설의 매력은 '공감' 이라 생각된다. 시속 200 킬로를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는 전혀 공감가지도 않고 조금은 우려스럽기까지 한 청소년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이탈리아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다는 이 소설은 그런면에서
철저히 주인공 나이 또래 청소년들의 시선을 따르고 있다. 폭주, 파티, 이성교제,
학교생활, 가족과의 관계, 우정.... 어른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과 그들이
가진 사고방식... 그들만의 언어를 충실히 따르고 있기에 청소년들의 공감과 지지를
흠뻑 받고 있는 것이다. 표지속 어여쁘고 수줍은 소녀의 모습과 유사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이 책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추억할 소중했던 과거와도 작별하는 일이다. 학창시절 우리도
지금의 아이들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표현은 다르지만 나름의 또래 문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기억조차도 시간의 흐름속에 묻혀진다. 그리고 기억하기 쉽지 않게된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소통하기를 원하는 어른이라면
<하늘 위 3미터>를 만나보기를 권한다. 아이들의 소리없는 아우성도 담겨있는..
이루어 질것같지 않은, 어울리지 않은 바비와 스텝! 사랑은 그렇게 바위사이를 뚫고
올라온 풀꽃처럼 예측불가능하고 통제하기 어렵고 신비스럽고 그래서 더 행복한
지도 모를일이다. 처음 느껴보는 사랑이라는 감정, 친구들과의 우정, 그들이 가진
그들만의 문화... 어른의 눈이 아닌, 그들의 시선을 통해 청소년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존중해 줄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한다. 나의 이야기였고, 혹은 내
아이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이 소설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게된다. 혹시 지금 당신의 삶은 '땅 아래 3미터'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하늘 위 3미터' 로 훌쩍 뛰어오르는 기분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잊혀졌던 추억이건, 지금의 모습이건, 첫사랑과 설레임이라는 그 명제하에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