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사토 다카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Summertime when the living is easy~~"

로 시작하는 조지 거슈윈의 째즈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에 나오는

[서머타임]의 은은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귓속을 맴돈다. 평소 째즈라는 음악장르를

즐겨듣는 편은 아니지만 째즈라는 음악은 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것 같다.

안정감을 주는 멜로디, 그리고 여가수의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다. 슌과 고이치 그리고

가나를 이어주는, [서머타임] 이라는 째즈음악을 먼저 듣지 않고서는 이 책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곡을 어렵게 찾아보았다.

 

6년전 여름, 찬란한 그 여름날의 추억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비가 몹시도 내리는

날 수영장에서 만난 한쪽 팔로 헤엄치던 고이치, 피아니스트 엄마와 함께 사는 그가

한손으로 들려준 [서머타임]이라는 째즈 곡은 어린 슌의 가슴에 음악에 대한 감동으로

작은 파랑을 일으킨다.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고 자신은 한쪽 팔을 잃어버린 고이치,

피아노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고이치와 슌은 그렇게 친해지게 된다. 말괄량이인 슌의 

누나 가나도 피아노를 사랑하는 순수한 고이치를 좋아하게된다. 자전거를 가르쳐주려다

다투고 난, 여름이 지나던 어느날 말도없이 고이치는 이사를 가고 만다. 그리고 열일곱

살이된 슌에게 고이치가 찾아온다. 그 짧았지만 아름답던 그 해 여름의 추억이 각각

슌과 고이치, 그리고 가나의 시선속에 담긴다. 고이치의 째즈곡 [서머타임]으로 하나가

되었고, 가나의 민트젤리는 웃음이 되었고, 자전거는 추억속에서 이별이 되었다.

한 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처럼, 그렇게 짧지만 그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

바로 <서머타임> 이었다.





나에게 고이치 형이 피아노였다면, 누나에게는 자전거였던 것이다.

네 개의 단편으로 이어진 <서머타임>은 세사람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만남과 이별,

그 속에서 간직한 추억을 담아낸다. 피아노와 자전거는 그들에게 소통의 의미를 지닌다.

고이치가 들려준 [서머타임]은 슌의 인생에 음악을 느끼고 간직하는 기회가 되었고,

가나와 고이치 자신에게 첫사랑의 매개이자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아빠를 잃은 아픔

속에 엄마의 새남자들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고이치, 불편한 몸은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지만... 성장은 단순히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커가는 것이다. 홀연히 떠나버린

고이치를 마음속에 담고 지내는 가나의 순수한 사랑도 아름답다. 가나의 어설프고

이상한 맛의 젤리를 먹으며 "앗, 바다다 바다!"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속에서

순수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청춘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여름 소나기처럼 빠르다.

청춘은 성장속에서 상처도 받고 만남과 사랑속에서 이별의 아픔도 경험한다. 그런

아픔과 상처의 치유를 통한 성장은 앞으로의 삶속에서 커다란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아릿한 첫사랑, [서머타임]을 들을 때마다 그런 게 생각났다.

수줍어하는 두 소년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예쁜 표지를 펼치면, 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추억속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만한

첫사랑의 설레임, 소년소녀들이 가진 상처와 고민들, 이별과 상처를 딛고 새로운

만남을 열어가는 행복의 미소... 한 여름 은은하게 들려오는 째즈 선율과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젊음의 추억들이 어우러져 즐거움이 된다. 지금 밖은 늦장마로

한껏 어두워있지만 금방이라도 햇살이 고개를 든다면 자전거를 앞세우고 시원한

여름 바람을 가로지르고 싶어진다. 내가 간직한 소중한 사랑과 추억을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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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국가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3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우주여행을 하는가 싶다가는 어느새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고 로봇과 대화를 주고 받기도 하고, 형사나 외판원이 되기도한다.

미래에 있는가 싶으면 다시 현재를 걷고 있는... 신출귀몰[神出鬼沒]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호시 신이치의 23번째 플라시보 시리즈를 펼쳐든다.

이제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아직도 이 시리즈의 체크무늬가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그 설렘은 어서 빨리 책을 펼쳐보라는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듯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다. "어서 책을 펴보라구 그 속에 어떤 선물이 들어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초라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평범한 작은 주택! 그 집은 영토가 되고, 국민과 정부는

모두 자신이라는 남자. 그의 나라 이름은 '마이국'이고 국가의 마크, 국경선까지 정해

져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은행외근 담당자였던 청년은 마이국에 불법침입한 스파이,

이런 이상한 생각을 가진 남자와 붙잡혀버린 청년의 이야기 [마이국가]. 다소 엉뚱

하지만 마이국의 남자가 말하는 우리 현실속 정부에 대한 실랄한 비판은 어느 정도,

아니 거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소위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대중매체의

보도를 접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어찌되었건 이상한 나라 마이국을 빠져나온 청년. 청년이 정신이상 이건 정상이건

간에 결국 마이국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리라.





사실 이 책 <마이국가>는 기존에 만났던 쇼트쇼트 보다는 이야기들이 조금은 길다.

리틀 롱~쇼트?라고 할까? 따라서 책속에 수록된 21편의 쇼트쇼트는 상대적으로 기존

시리즈보다 적어보인다.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N씨와 로봇들, 우주선과 행성

여행...등 많지는 않지만 종종 등장하는 이런 이야기들이 반갑기 그지없다. 자주 등장

하던 소재이지만 역시 이전 작품들과 겹쳐짐 없이 여전히 독특한 색깔을 나타낸다.

가장 인상깊은 쇼트쇼트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재구성한 [잠자는 토끼] 였다.

"도대체 거북이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거북이는 무엇하나 재밌는 일을 하지 않았다.

동화에서도 이야기에서도... 좀처럼 죽지도 않았다"... 하는 부분이 너무 즐겁다.

어느하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속에 호시 신이치는 몇가지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조정]에서는 편리하고 안정적인 미래생활과 로봇, 더 편한것만을 찾으려는

인간들의 욕망을 꾸짖고, [밤의 폭풍우]속에는 미래에서 온 청년의 모습을 통해

긴장과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차이]속에는 편법이 횡횡하는

미래의 현실비판이 담겨있는 등 재밌는 이야기속에 숨어있는 호시 신이치의 목소리를

찾는 것도 플라시보 시리즈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친절하다. 매우 친절하다. 읽은 후에 다시 한 번 스토리를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또한 지적인 호기심은 만족되고 상쾌한 뒷맛이 남는다." 도키와 신페이는 해설에서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호시신이치의 작품을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무엇이 들어있을까 하고 들여다보면 여느 음식 재료들이 들어있는 장바구니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것들로 만들어 낸 그의 음식들은 무엇으로 만든것일까?

그 재료를 추측하기 조차 힘들 정도로 맛이 있다."  라고 말이다.

이제 재료만으로도 그의 음식이 그리워져 입안가득 침이 고일 지경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음식으로 우릴 깜짝 놀라게 만들지, 읽고 난후의 재미와 즐거움만큼, 다음을 기다

리는 설렘과 기대 또한 크다. 그의 음식이 언제나 그립다. 내게는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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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민화관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4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어느 신선이 나타나... 노인은... 옛날 작은 왕국에..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께 즐겨들었음직한 옛날 이야기들이 이 책 한권에 모두

담겨있다. 한편의 민화를 보는 듯, 친근하기도 하고 우리 일상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만한 그런 달짝 지근하고 친근한 이야기들이 곰방대위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처럼 옛날 정취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 시작은 여느 노인들의 그것처럼 미미

하지만 그 끝은 누구도 상상치 못할, 혹은 당황스럽기까지한 호시신이치 만의 매력

으로 가득하다. 만족할 만한 웃음과 반전, 그의 플라시보 시리즈만이 가진 특별함이

그 속에 있다.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을 초롱초롱하게 만들어버린다.

그 시절의 그 이야기들은 재미뿐만 아니라 삶의 교훈이 담겨있었다. 착하게 살자,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정직이 언젠가는 큰 복을 주고, 잘못에는 그 책임이 뒤따

르게 되어있다는...권선징악이 명백한 구조가 특징이다. 호시 신이치의 민화를 보는

듯한 이번 작품은 그런 면에서 그 이야기들과 어느정도 닮아 보인다. [신기한 개]

에서 "자수한 무리 속에 부정하고 부당한 돈을 갈취한 정치가는 한사람도 없군요"

라던 경찰관의 말속에 현실 사회를 꼬집는 눈이 들어있고, [지문 방정식]에 나오는

컴퓨터에 의지하는 비인간적인 삶이 표현되기도 한다. 민화를 보는듯 과거 정취에

사로잡히지만 그 이야기들 만큼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른다. 이 책의 내용들과

옛날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이야기와의 유사성이 소재의 선택이라면, 그 차이점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자유로운 기법과 상상, 호시 신이치 만의 독특한 결말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과 파격이 <도토리 민화관>에도 그대로 이어

진다.





이 책에서는 또 하나의 파격이 돋보인다. 그것은 [영원한 청춘]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다. 400~500자, 두 페이지도 채 안되는 극단적으로 짧은 쇼트쇼트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짧지만 강력한 메세지! 외모에 대한 집착과 젊음에 대한 무조건적 집착을
꼬집는다. 극단적으로 짧은 이야기이지만, 적절한 유머를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절묘하게 담아내는 그만의 능력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도토리 민화관에 가보고 싶은데.... 
정말로 도토리 민화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수아비 자리의 풀
한포기가 석엽으로 남아있고, 스님이 적어놓았다는 문제의 돌, 신비한 이야깃거리와
다양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도토리 민화관이 어딘가에 정말 있지 않을까?
이 책의 마지막 작품인 [봄의 우화] 에서는 앞서 이야기 했듯 옛날 이야기속에 들어
있음직한 교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교훈, 여자는 누구나 자신이 아름답다고 믿는
동물이다. 또 한 남자의 결혼 약속은 정치가의 공약과도 같다." 여성의 집착과 외모
에 대한 집념, 남자의 외모지상주의와 거짓된 약속, 정치인에 대한 우회적 비판!
이 한마디 말 속에 많은 교훈들이 담겨진다.
논리적인 이야기 구조를 원하는 독자라면 호시신이치의 작품을 읽지 않길 바란다.
어떤 정형화된 틀 안에서 안정적인 재미와 교훈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작품을
만나지 않길 바란다. 다만, 평범함이 이제 지루하고, 특별하고 새로우며 혁신적인
작품을 원하고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고 그 세계에 첫발을 내딛고 싶은 독자
라면 호시 신이치 라는 작가, 플라시보 시리즈, 쇼트 쇼트 라는 이름을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과거속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케 하는 그의 탁월한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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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마 키 1 - 스티븐 킹 장편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8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예술은 기억이야, 에드거 더 이상 간단한 정의는 없어!" 

최고의 공포소설가로 불리는 스티븐 킹, 수 많은 영화화된 작품들의 원작자이기도 한

그의 작품들속에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악(惡)과 밀폐되거나 한정된 공간과 상황속에

놓여진 인간의 고통을 통해 공포를 극대화하는 작품적 특성을 지니는것 같다. 영화

로도 잘 알려진 '미져리', '미스트', '나는 전설이다'... 등의 작품속에서 주인공들은

특별한 공간이면서도 한정되고 극한의 상황속으로 빠져든다. 그 속에서 솟아나는 인간

본연의 악의와 분노의 표출, 주체하지 못할 만큼 극한의 공포가 우리를 감싸게 만든다.

어떤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 서서히 드러나는 공포의 실체속으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어 본다.

 

듀마키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잖습니까? 도대체 이곳의 정체가 뭐죠?

건축가로 잘나가던 성공남 에드거 프리맨틀, 아내 팸과 두 딸 일제와 멜린다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던 그에게 찾아온 사고! 한쪽 팔을 잃고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울려

대고,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180도 변화된 삶이 그에게 찾아온다. 정신적

이상으로 아내의 목을 조르고 칼로 찌르고 폭언은 일삼는 등 난폭함에 팸은 이혼을

선언하고 결국 주치의 케이먼 박사의 권유로 플로리다 해안가의 듀마 키를 찾게된다.

자신을 도와주는 잭, 팔라시오 해변에서 만난 와이어먼과 함께 조금씩 안정을 찾아

가는 에드거에게 그림이라는 새로운 희망이 생겨나지만 그 희망은 공포의 시작이된다.

듀마 키의 거의 모든것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귀족의 딸 엘리자베스와 그녀의 언니

로라와 테시의 죽음과 관련된 비극적 가족사. 에드거는 그림을 통해서 현실 혹은 미래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게 되고 그 능력을 통해 죽음에서 사람들을 구해낸다. 듀마 키

와 엘리자베스, 그리고 에드거의 그림, 그 숨겨진 연관관계와 서서히 드러나는 공포

의 실체, 듀마키라는 한정된 공간속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죽음의 그림

자들. 공포의

실체를 풀어가는 특별한 능력의 에드거, 와이어먼과 잭과 함께 그 비밀의 문을 연다.



"처음에는 죽게될까봐 두렵더군. 그리고 그 다음엔 죽지 못할까봐 두려웠네"

1999년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메었다는 스티븐 킹. 주인공 에드거의 교통사고와

그 끔찍하고 힘겨운 생활속에 그 자신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는듯 보인다. 잘나가던

건축가와 소설가, 사고로 팔을 잃고 정신까지 놓아버린 에드거의 폭력적인 행동과

거친 언어 표현이 그 자신의 그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보다 사실적으로 다가오는것

같다. 처음엔 죽게될까봐 나중엔 죽지 못할까봐 두려웠다는 와이어먼의 말처럼, 갑자기

생활과 가족, 신체와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아픔일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신의 비관적 현실에 대한 두려움으로의

변화는 사람을 더 힘겹고 고통스럽게 만들것이다. 그런 고통을 예술로 승화 시켰다는

점에서 에드거는 스티븐 킹 그 자신의 모습이 어느정도 투영된 인물로 볼 수 있다.

 

공포!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공포, 그것이야 말로 현기증나는 오싹함을 주고있다.

한정된 공간, 실체를 찾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공포, 의문으로 가득한 엘리자베스의

가족사, 서서히 공포의 실체가 에드거에 의해 밝혀진다. 공포스런 분위기 속에서도

작가는 와이어먼과 에드거의 대화를 통해 적절한 유머가 잊지 않는다. 과장되지 않으

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이끄는 적절함이 엿보인다. 좀비가 들끊던 전작들의 좀처럼

무섭지 않은 공포에서 벗어나 초창기 스티븐 킹의 상상력과 환상이 되살아 난것처럼

느껴지는 듀마 키에서의 에드거와 친구들의 활약이 신선함을 준다. 소설은 소설로서

그 존재가치를 다하지만, 다가올 다음 여름쯤엔 시원하고 오싹함을 선물해 줄 멋진

영상이 스크린에 담겨질것처럼 같은 느낌이다. 스티븐 킹, 또 하나의 대표작이 이렇게

우리곁에 찾아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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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3미터
페데리코 모치아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림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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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장한다는 것은 더이상 시속 200킬로로 달릴 수 없다는 말이야"

사랑을 시작한 여자의 가슴에는 매일 무지개가 뜬다고 했고 사랑을 시작하는 남자는

모두가 시인이 되어버린다. 요즘들어 청춘소설이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이

와 어른의 경계에선 청소년들의 사랑, 우정, 성장을 그린 이런 청춘소설의 인기는

시간속에 흘려버렸던 과거를 추억하는 어른들과 성장통을 앓고 있는 청소년들 모두

에게 뜻깊은 시간을 선물한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흘러갈 수 없다. 어른이

되어버린 청춘들에게 그 시절 채워지지 못했던 빈자리와 웅덩이는 영원히 남아있게

되고 그 빈자리를 채워 줄 수 있는것이 어쩌면 이런 '젊음'을 담은 소설인 것이다.

사회라는 거대한 공간에 가까이 다가가는 청춘들에게는 모든것이 낯설다. 인생에서

가장 짧은 시기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 사랑과 상처, 가족과 친구... 이런

풀리지 않는 미제들을 가슴에 품은 아이들에게 청춘소설은 어쩌면 하나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아이들과 속도를 잃어버린 어른들.

<하늘위 3미터> 이제 그 공간, 그 높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만나보자.

 

비 내린뒤 피어나는 무지개 위? 그 높이가 하늘위 3미터 정도 될까? 첫사랑의 느낌!

행복의 미소가 번지는 높이가 바로 하늘위 3미터이다. 하늘보다 더 높아버린 행복!

첫사랑을 기억하는가? 설레임, 말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마음 조려하던 그 시절,

우리 사귈래?란 말 한마디가 나오기 전까지 수십번을 연습하고 연습하고 나서려다

돌아서던 기억, 떠오르는 기억만으로도 설레고 부끄럽고 미소짓게되는 그 시절이

있었다. <하늘위 3미터>는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는 풋풋한 설레임을 간직한 그런 

첫사랑을 담아내는 작품은 아니다. 상류층 가정에서 좋은 학교에 다니는 바비, 폭력과

절도를 일삼으며 아이들과 몰려다니는 폭주족 건달 스텝!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 같은

두 아이들, 처음부터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다른 환경과 다른 생각을 가진 두 아이

들이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 속에 우리가 기대하던 풋풋한 사랑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첫사랑은 누구에나 마찬가지로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어울리지도 않고

절대로 이루어질것 같지 않던 두 청춘들의 특별한 사랑이 이 책만의 매력이다.

세상에 빛을 내지도 못할뻔 했던 이 책이 이탈리아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어버린

아이러니 속에 이 책만이 가진 그런 매력이 숨어있다.




작은 출판사에서 처음 소량이 출간되어 청소년들에게 읽혀지고 12년만에 새롭게

세상에 빛을 보게된 이 소설의 매력은 '공감' 이라 생각된다. 시속 200 킬로를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는 전혀 공감가지도 않고 조금은 우려스럽기까지 한 청소년들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이탈리아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었다는 이 소설은 그런면에서

철저히 주인공 나이 또래 청소년들의 시선을 따르고 있다. 폭주, 파티, 이성교제,

학교생활, 가족과의 관계, 우정.... 어른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과 그들이

가진 사고방식... 그들만의 언어를 충실히 따르고 있기에 청소년들의 공감과 지지를

흠뻑 받고 있는 것이다. 표지속 어여쁘고 수줍은 소녀의 모습과 유사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이 책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추억할 소중했던 과거와도 작별하는 일이다. 학창시절 우리도

지금의 아이들과 비슷하게 행동하고 표현은 다르지만 나름의 또래 문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기억조차도 시간의 흐름속에 묻혀진다. 그리고 기억하기 쉽지 않게된다.

혹시라도 우리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소통하기를 원하는 어른이라면

<하늘 위 3미터>를 만나보기를 권한다. 아이들의 소리없는 아우성도 담겨있는..

 

이루어 질것같지 않은, 어울리지 않은 바비와 스텝! 사랑은 그렇게 바위사이를 뚫고

올라온 풀꽃처럼 예측불가능하고 통제하기 어렵고 신비스럽고 그래서 더 행복한

지도 모를일이다. 처음 느껴보는 사랑이라는 감정, 친구들과의 우정, 그들이 가진

그들만의 문화... 어른의 눈이 아닌, 그들의 시선을 통해 청소년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존중해 줄 수 있는 시선을 갖게 한다. 나의 이야기였고, 혹은 내

아이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이 소설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추억하는 시간을 갖게된다. 혹시 지금 당신의 삶은 '땅 아래 3미터'

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하늘 위 3미터' 로 훌쩍 뛰어오르는 기분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잊혀졌던 추억이건, 지금의 모습이건, 첫사랑과 설레임이라는 그 명제하에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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