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민화관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4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어느 신선이 나타나... 노인은... 옛날 작은 왕국에..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께 즐겨들었음직한 옛날 이야기들이 이 책 한권에 모두

담겨있다. 한편의 민화를 보는 듯, 친근하기도 하고 우리 일상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만한 그런 달짝 지근하고 친근한 이야기들이 곰방대위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처럼 옛날 정취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 시작은 여느 노인들의 그것처럼 미미

하지만 그 끝은 누구도 상상치 못할, 혹은 당황스럽기까지한 호시신이치 만의 매력

으로 가득하다. 만족할 만한 웃음과 반전, 그의 플라시보 시리즈만이 가진 특별함이

그 속에 있다.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을 초롱초롱하게 만들어버린다.

그 시절의 그 이야기들은 재미뿐만 아니라 삶의 교훈이 담겨있었다. 착하게 살자,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정직이 언젠가는 큰 복을 주고, 잘못에는 그 책임이 뒤따

르게 되어있다는...권선징악이 명백한 구조가 특징이다. 호시 신이치의 민화를 보는

듯한 이번 작품은 그런 면에서 그 이야기들과 어느정도 닮아 보인다. [신기한 개]

에서 "자수한 무리 속에 부정하고 부당한 돈을 갈취한 정치가는 한사람도 없군요"

라던 경찰관의 말속에 현실 사회를 꼬집는 눈이 들어있고, [지문 방정식]에 나오는

컴퓨터에 의지하는 비인간적인 삶이 표현되기도 한다. 민화를 보는듯 과거 정취에

사로잡히지만 그 이야기들 만큼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른다. 이 책의 내용들과

옛날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이야기와의 유사성이 소재의 선택이라면, 그 차이점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자유로운 기법과 상상, 호시 신이치 만의 독특한 결말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과 파격이 <도토리 민화관>에도 그대로 이어

진다.





이 책에서는 또 하나의 파격이 돋보인다. 그것은 [영원한 청춘]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다. 400~500자, 두 페이지도 채 안되는 극단적으로 짧은 쇼트쇼트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짧지만 강력한 메세지! 외모에 대한 집착과 젊음에 대한 무조건적 집착을
꼬집는다. 극단적으로 짧은 이야기이지만, 적절한 유머를 통해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절묘하게 담아내는 그만의 능력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도토리 민화관에 가보고 싶은데.... 
정말로 도토리 민화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수아비 자리의 풀
한포기가 석엽으로 남아있고, 스님이 적어놓았다는 문제의 돌, 신비한 이야깃거리와
다양한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도토리 민화관이 어딘가에 정말 있지 않을까?
이 책의 마지막 작품인 [봄의 우화] 에서는 앞서 이야기 했듯 옛날 이야기속에 들어
있음직한 교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교훈, 여자는 누구나 자신이 아름답다고 믿는
동물이다. 또 한 남자의 결혼 약속은 정치가의 공약과도 같다." 여성의 집착과 외모
에 대한 집념, 남자의 외모지상주의와 거짓된 약속, 정치인에 대한 우회적 비판!
이 한마디 말 속에 많은 교훈들이 담겨진다.
논리적인 이야기 구조를 원하는 독자라면 호시신이치의 작품을 읽지 않길 바란다.
어떤 정형화된 틀 안에서 안정적인 재미와 교훈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작품을
만나지 않길 바란다. 다만, 평범함이 이제 지루하고, 특별하고 새로우며 혁신적인
작품을 원하고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고 그 세계에 첫발을 내딛고 싶은 독자
라면 호시 신이치 라는 작가, 플라시보 시리즈, 쇼트 쇼트 라는 이름을 잊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과거속에서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케 하는 그의 탁월한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