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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국가 ㅣ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3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우주여행을 하는가 싶다가는 어느새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고 로봇과 대화를 주고 받기도 하고, 형사나 외판원이 되기도한다.
미래에 있는가 싶으면 다시 현재를 걷고 있는... 신출귀몰[神出鬼沒]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호시 신이치의 23번째 플라시보 시리즈를 펼쳐든다.
이제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아직도 이 시리즈의 체크무늬가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그 설렘은 어서 빨리 책을 펼쳐보라는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듯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마력을 가진다. "어서 책을 펴보라구 그 속에 어떤 선물이 들어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초라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평범한 작은 주택! 그 집은 영토가 되고, 국민과 정부는
모두 자신이라는 남자. 그의 나라 이름은 '마이국'이고 국가의 마크, 국경선까지 정해
져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은행외근 담당자였던 청년은 마이국에 불법침입한 스파이,
이런 이상한 생각을 가진 남자와 붙잡혀버린 청년의 이야기 [마이국가]. 다소 엉뚱
하지만 마이국의 남자가 말하는 우리 현실속 정부에 대한 실랄한 비판은 어느 정도,
아니 거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소위 무정부주의자들에 대한 대중매체의
보도를 접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어찌되었건 이상한 나라 마이국을 빠져나온 청년. 청년이 정신이상 이건 정상이건
간에 결국 마이국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리라.

사실 이 책 <마이국가>는 기존에 만났던 쇼트쇼트 보다는 이야기들이 조금은 길다.
리틀 롱~쇼트?라고 할까? 따라서 책속에 수록된 21편의 쇼트쇼트는 상대적으로 기존
시리즈보다 적어보인다.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N씨와 로봇들, 우주선과 행성
여행...등 많지는 않지만 종종 등장하는 이런 이야기들이 반갑기 그지없다. 자주 등장
하던 소재이지만 역시 이전 작품들과 겹쳐짐 없이 여전히 독특한 색깔을 나타낸다.
가장 인상깊은 쇼트쇼트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를 재구성한 [잠자는 토끼] 였다.
"도대체 거북이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거북이는 무엇하나 재밌는 일을 하지 않았다.
동화에서도 이야기에서도... 좀처럼 죽지도 않았다"... 하는 부분이 너무 즐겁다.
어느하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속에 호시 신이치는 몇가지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조정]에서는 편리하고 안정적인 미래생활과 로봇, 더 편한것만을 찾으려는
인간들의 욕망을 꾸짖고, [밤의 폭풍우]속에는 미래에서 온 청년의 모습을 통해
긴장과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차이]속에는 편법이 횡횡하는
미래의 현실비판이 담겨있는 등 재밌는 이야기속에 숨어있는 호시 신이치의 목소리를
찾는 것도 플라시보 시리즈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된다.
"친절하다. 매우 친절하다. 읽은 후에 다시 한 번 스토리를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
또한 지적인 호기심은 만족되고 상쾌한 뒷맛이 남는다." 도키와 신페이는 해설에서
호시 신이치의 쇼트쇼트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호시신이치의 작품을 이렇게 평가하고 싶다.
"무엇이 들어있을까 하고 들여다보면 여느 음식 재료들이 들어있는 장바구니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것들로 만들어 낸 그의 음식들은 무엇으로 만든것일까?
그 재료를 추측하기 조차 힘들 정도로 맛이 있다." 라고 말이다.
이제 재료만으로도 그의 음식이 그리워져 입안가득 침이 고일 지경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음식으로 우릴 깜짝 놀라게 만들지, 읽고 난후의 재미와 즐거움만큼, 다음을 기다
리는 설렘과 기대 또한 크다. 그의 음식이 언제나 그립다. 내게는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