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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타임
사토 다카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Summertime when the living is easy~~"
로 시작하는 조지 거슈윈의 째즈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에 나오는
[서머타임]의 은은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귓속을 맴돈다. 평소 째즈라는 음악장르를
즐겨듣는 편은 아니지만 째즈라는 음악은 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것 같다.
안정감을 주는 멜로디, 그리고 여가수의 목소리가 참 매력적이다. 슌과 고이치 그리고
가나를 이어주는, [서머타임] 이라는 째즈음악을 먼저 듣지 않고서는 이 책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곡을 어렵게 찾아보았다.
6년전 여름, 찬란한 그 여름날의 추억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비가 몹시도 내리는
날 수영장에서 만난 한쪽 팔로 헤엄치던 고이치, 피아니스트 엄마와 함께 사는 그가
한손으로 들려준 [서머타임]이라는 째즈 곡은 어린 슌의 가슴에 음악에 대한 감동으로
작은 파랑을 일으킨다.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고 자신은 한쪽 팔을 잃어버린 고이치,
피아노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고이치와 슌은 그렇게 친해지게 된다. 말괄량이인 슌의
누나 가나도 피아노를 사랑하는 순수한 고이치를 좋아하게된다. 자전거를 가르쳐주려다
다투고 난, 여름이 지나던 어느날 말도없이 고이치는 이사를 가고 만다. 그리고 열일곱
살이된 슌에게 고이치가 찾아온다. 그 짧았지만 아름답던 그 해 여름의 추억이 각각
슌과 고이치, 그리고 가나의 시선속에 담긴다. 고이치의 째즈곡 [서머타임]으로 하나가
되었고, 가나의 민트젤리는 웃음이 되었고, 자전거는 추억속에서 이별이 되었다.
한 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처럼, 그렇게 짧지만 그들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
바로 <서머타임> 이었다.

나에게 고이치 형이 피아노였다면, 누나에게는 자전거였던 것이다.
네 개의 단편으로 이어진 <서머타임>은 세사람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만남과 이별,
그 속에서 간직한 추억을 담아낸다. 피아노와 자전거는 그들에게 소통의 의미를 지닌다.
고이치가 들려준 [서머타임]은 슌의 인생에 음악을 느끼고 간직하는 기회가 되었고,
가나와 고이치 자신에게 첫사랑의 매개이자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아빠를 잃은 아픔
속에 엄마의 새남자들에 마음을 열지 못하는 고이치, 불편한 몸은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들지만... 성장은 단순히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커가는 것이다. 홀연히 떠나버린
고이치를 마음속에 담고 지내는 가나의 순수한 사랑도 아름답다. 가나의 어설프고
이상한 맛의 젤리를 먹으며 "앗, 바다다 바다!"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속에서
순수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청춘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여름 소나기처럼 빠르다.
청춘은 성장속에서 상처도 받고 만남과 사랑속에서 이별의 아픔도 경험한다. 그런
아픔과 상처의 치유를 통한 성장은 앞으로의 삶속에서 커다란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아릿한 첫사랑, [서머타임]을 들을 때마다 그런 게 생각났다.
수줍어하는 두 소년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예쁜 표지를 펼치면, 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추억속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그려진다. 누구에게나 있었을 만한
첫사랑의 설레임, 소년소녀들이 가진 상처와 고민들, 이별과 상처를 딛고 새로운
만남을 열어가는 행복의 미소... 한 여름 은은하게 들려오는 째즈 선율과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젊음의 추억들이 어우러져 즐거움이 된다. 지금 밖은 늦장마로
한껏 어두워있지만 금방이라도 햇살이 고개를 든다면 자전거를 앞세우고 시원한
여름 바람을 가로지르고 싶어진다. 내가 간직한 소중한 사랑과 추억을 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