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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밀사 - 일본 막부 잠입 사건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
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나의 소원 中 내가원하는 나라... 백범 김구]
역사는 쉼 없이 순환한다고 한다. 2008년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구한말 외세의
거침없는 개방의 물결속에 풍전등화와 같았던 대한제국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생각
되지 않는가? 일본의 야욕이 꿈틀대고, 미국의 방조속에 침략이 시작되던 그 시간의
흐름속에 다시 놓여진 대한민국의 역사. 독도에 대한 도발, 세계경제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중국의 동북공정, 세계 경찰 미국의 독도 방관과 개방압력, 자원강국 러시아
의 새로운 도약과 우리의 우주사업 지연... 그 거센 파랑의 한가운데 우리가 서있다.
외교력의 부재 또한 마찬가지이다. 국제 교류속에서 반복되는 외교능력의 한계점을
드러내는 정부. 과거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되밟고 서지 않으려면 이제 새로운 맘
으로 모든것을 바꾸고 혁신해야할 시점이 아닐까? 이런 역사의 반복, 순환이란 명제를
앞에 두고 이 책 <왕의 밀사>를 만난다.
어느 나라건 자국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시선을 돌리고 대내적
으로 결집과 단합을 강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일본이 자행한 임진왜란도 그렇고, 선거
때마다 반복되어왔던 우리의 대북, 대일 강경 노선도 마찬가지이다. 17세기 일본과 조선
간 통상과 교섭의 창구였던 조선통신사는 조일간 외교채널로서 선린과 우호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효종은 북벌을 앞두고 통신사로 임명된 남용익 종사관에게 극비리에
밀명을 전달한다. 하지만 밀명을 수행하기도 전에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를 수행
했던 역관 박명준은 그의 결백과 연쇄살인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게 된다. 일본의 막부와
황실, 쇼군이라는 권력구조속에서 대립과 갈등구조 속에서 조선의 운명을 걸고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역관 박명준. 17세기 일본과 조선, 그리고 명왕조의 부활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인물들과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역관의 활약상이 긴박감과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물한다.

독도문제, 정신대할머니들 문제, 문화재 반환문제, 동해지명과 독도, 한일어업협정
등 일본과 산적한 역사적 문제들은 아직도 수를 헤아릴 수가 없다. 독도 도발을 주기
적으로 자행하는 일본 극우파 정치세력들, 그들이 언제 어느때 어떤일을 빌미로 과거
역사에서 자행했던 도발을 일으킬지 모른다. 조선통신사의 죽음에 힌트를 얻어 쓰여진
<왕의 밀사>는 효종의 북벌, 조선통신사 그리고 일본의 내부권력다툼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내적 시대상황과 작가적 상상이 적절히 어우러져 역사팩션소설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준다. <색, 샤라쿠>, <쿠텐베르크의 조선>, <외규장각도서의 비밀> 등
요즘들어 단순히 조선의 왕과 왕실을 배경으로한 팩션소설의 공간적 배경을 뛰어넘어
일본과 프랑스, 북경과 독일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배경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만큼
독자들로서는 새로운 문화와 그 시기 세계적인 시각을 통해 시대를 읽어갈 수 있는
재미를 얻을 수 있게 되는것이다. <왕의 밀사>는 이런 시대적 동북아 정세를 바탕
으로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추리소설의 재미와 스펙터클, 그리고 사랑을 적절히 조화시켜
놓는다. 역사소설을 만날때 조금 힘겨운 점이 등장인물들과 그들간의 관계, 배경이 된
장소나 도시, 이야기속에 담겨진 역사적 사건과 설화 등 다양한 내용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초반 등장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스토리
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마지막 도시와 역사속 실제인물들, 설화등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조금 더 쉽게 이야기속으로 빠져들도록 만들어준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게한다. 남을 침략하는것도 아니고 남을 해하지도 않으면서
남이 나를 업수이 여기지 않을 만큼이면 족하다는 그 말씀이 지금 이 시간 우리에게
절실하게 다가온다. 역사는 순환한다. 이 명제는 단순하면서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
을 던져주는듯 하다. <왕의 밀사>를 단순히 역사속 상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랬었다면? 하는 상상을 우리는 가끔 하게된다. 하지만 앞으로
이렇게 된다면? 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역사는 순환하기 때문이다. 독도와 맞물려
아직도 칼날위에선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어떤 빌미로, 어떤 작고 사소한 문제로
그들이 우리의 목을 옭죄어올지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위해서
그들이 감히 허황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강력(强力)을 키워야한다. 그
강력의 바탕은 바로 문화이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 그 역사를 지금이라도 바로세우고
더 찬란한 문화를 창출해야한다. 그 중심에 백년대계인 교육도 있고, <왕의 밀사>처럼
소중한 문학작품도 있다. 예술적 상상이 우리를 강건하게 만드는 힘이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을 통해서 재미와 함께 우리시대 진정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