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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 추리소설, 요즘들어 너무 익숙한 장르가 되어버렸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찾기위해 관련된 전문가에게 의뢰가 들어오고, 수많은 위협속에서 결국 살인
동기와 범인을 찾게되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거대한 반전이 숨어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속에 이런 미로를 찾아가는 듯한 재미와
두뇌를 즐겁게 만드는 추리가 가득하다. 현대의 이런 미스터리 추리소설들 이전의,
고전이라 불리는 시대, 유행하고 사랑받았던 중단편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한데
모아 놓은, 문학적 향기와 사색이 가득한 황금기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만나보자.
사실 추리소설을 즐겨 익은 이들이라면 익숙 할만한 작가들의 이름조차 나에게는
낯설기 그지없다. 따라서 작가에 대한 감상보다는 작품의 재미와 그 작품들이 현대와
다른 색다른 매력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다섯편의 중단편이 담겨있는 이 책속
유일하게 이름이 낯익은 작가는 윌리엄 윌키 콜린스 정도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들을
이전에 만나본 기억은 없다. 미스터리소설의 황금기를 품에 안았던 작가들의 작품
이지만 나에게는 어쩌면 새내기작가들을 만나 듯 쉽고 편안한 맘으로 만날 수 있는
이유가 그들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다섯편 모두 독특한 매력이 있다. 첫번째
작품인 [3층 살인사건]]은 한정된 공간, 하숙집속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그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인데, 연극 한편을 보는듯한 재미가 있다. 극도로 자제된 공간
의 이동과 대화 형식으로 풀어가는 형태로 단편선 가운데 가장 긴 분량이지만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 사실 처음 시작부터 약간의 단조롭고 단순한 구성이 신경이 쓰였
지만 어쩌면 그것이 나름의 매력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데드 얼라이브] 는
미스터리를 담은 작품이라기 보다, 단순한 사랑이야기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안개속으로]는 액자 소설의 형태와 유사하다. 클럽에 모인 네 남자가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있다가 뒤통수라도 한대
맞은 것같은 반전이 재미있다. 정치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이외에 [버클
핸드백]과 [세미라미스 호텔사건] 은 의학과 관련한 탐정소설과 철학적 사색이 가미
된 독특한 형식을 갖춘 미스터리물이다.
현대 미스터리 추리 소설들이 복잡한 구조와 극과극을 달리는 스토리, 마지막 반전
에 힘을 쏟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면 이 책과 같은 고전 미스터리물들의 특징은
문화적 향기속에서 인간의 내면탐구,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속에서 두드러지는
재치와 유머가 생명이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목을 조여오는듯한 긴박함과 눈을 제대로
뜨지못할 만큼의 처참한 살인은 아니지만 우리 일상의 공간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공간과
사람들을 통해서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형식을 띈다.
피비린내나는 살인 현장과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뚜렷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주인공의
죽음을 넘나들며 펼치는 액션.. 이런 일련의 구조속에 우리들을 너무 가둬놓고 지내온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펼치면서 느꼈던 실망감이 그것을 대변한다. 이러이러할 것이고
이러이러해야한다는 기대감의 틀에 이야기를 끼어맞추려 했던것 같다. 긴장감 보다는
단순해 보이는 구조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적 냄새가 더 매력있는 작품들이다.
한편의 영상을 보는듯 숨막히고 액션과 스릴이 넘치는 그런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들
이라면 책 조차 펼쳐보지 말기를 바란다. 사실 처음 책을 펼칠 때 나의 모습이 바로
그랬다. 여지없는 실망감! 하지만 현대 추리소설들의 구성이나 독자가 원하는 스펙
타클이 아닌 고전의 향기를 느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피비린내
도 없고 흥미진진한 액션, 어떤 선을 따라가는 미스터리적 요소도 조금은 약하지만,
논리적 구성과 격이 있는 재치와 유머, 편안함을 느끼게하는 재미를 간직하고 있다.
현대 일반화 되어있는 재미라는 틀을 깨고 고전의 향기를 편안함속에 만끽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