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
임채영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반만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문화,

하지만 수많은 외세의 침략과 약탈속에서 왜곡과 한반도라는 좁은 틀에 갖혀

우물안 개구리처럼 반복되고 편협한 시각에 살고있지는 않은가? 일본의 침략에 의한

역사 날조와 왜곡이 아직까지도 바로잡히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이런 모습이

21세기를 걷고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고조선, 고구려, 삼국시대를 아우르는 고

문헌의 부재속에 상상의 나래조차 제대로 펼수없는 현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아직도

고조선이 우리의 역사인지조차 제대로 밝히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고조선은 누구의,

중국의 역사인가? 광복이후 전쟁, 그리고 경제발전에 목메어 지내 온 시간이 벌써

50여년이 넘는다. 그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온것일까? 먹고 사는 일에만 집착하고

역사를 등안시해온 결과가 이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제의 독도 야욕이 그렇고

중국의 동북공정이, 프랑스에 있는 의궤가, 왕오천축국전이 그렇다. 무엇하나 힘있게

추진하고 바로잡지 못하는 현실. 역사는 승자(勝者)의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언제 승자의 길을 걸어본적이 있는가? 승자는 아니더라도 자긍심을 느껴본적이 있었

는가? 애국심 고취!! 강요된 애국심이 아니라 진정으로 우러나는 애국심을 국가는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이국땅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아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던 하얀 백발의 아버지의 모습에 대사관은 도움은 커녕

예산과 인력 타령만 한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역사속에서

패배자의 쓴 잔을 부여잡고 있을 것인가?

 

이런 수많은 상념들속에 <조선의 위대한 패배자들>을 만난다. 언제고 역사속에서

웃고있는 승자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우리의 현실, 위대하지만 역사속 왜곡과

그 진정한 마음을 인정받지 못한 패배자로 기록된 인물들, 어딘지 많이 닮아보인다.

더이상 패자로만 살수는 없지 않은가? 역사속 패자들의 모습을 통해 위대한 오늘을,

미래를 만드는 교훈을 함께한다. 새로운 세상의 기치를 들고 반정을 주도했던 혁명

가들, 수양대군의 야심에 희생당한 김종서, 사육신과 생육신, 문란한 정부와 관리

들의 사욕에 대항하고 민심을 대변한 의적3인방, 몰락하던 조선을 거부한 인물들,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던, 시대가 버린 인물들.... 그 패배자들의 삶속에서

그들이 품었던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새롭게 조명해본다. 패배자들이기에 승자들에

의해 조금은 왜곡되고 올바르게 인식되지 못했던 사실을 되짚어 본다.





역사는 반복된다. 2008년, 그 역사의 반복속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걷고 있는가?

세계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원군. 이미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끝이 나버린

오늘, 대립과 반목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조장하고 새로운 공안정국을 이끄는 현

정부의 여러가지 정책들. 역사의 패배자로 기억되는 대원군의 전철을 밟고 있는것은

아닌지 실로 걱정되는 부분이다. 전봉준이 외쳤던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우리시대

촛불이 대변한다. 친일에 대해서는 그리도 진저리를 치면서도 친미에 대해서는 박수

와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50년전의 전쟁은 민족적 비극이었

지만 우리의 의지는 아니었다. 우리는 단지 강자들의 먹잇감이었고 한반도는 그들의

놀이터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 어두워 보이는 대외 여건보다 무시무시한 어둠이

내리고있는 국내 정국이 더 불안하다. 역사속 어두운 그림자로 발길을 옮기는 대한민국

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시기, 조선에서도 의적 3인방이 활약했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파워 히어로가 아니라, 올바른 의견과 더 올바른 길을 이야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지도자 일것이다. 수양의 야심에 희생된 사람들이 현실에서 역사적

반복으로 재현 되지 않기를 바란다.

 

책 속 남이장군의 묘가 있는 곳이 내가 사는곳 지척이다. 지나다니면서 남이장군묘라는

이정표를 자주 보기는 했지만 고향의 역사에 대해서도 무심했던것 같아 부끄럽다.

북벌을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꿈꾸었을 장군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주말에

라도 한번 찾아봐야 할 듯하다. 이렇듯 패배자란 이름으로 묻혀있던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을 새롭게 만나고 그들이 가진 역사적 가치와 신념을 다시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된다. 역사의 반복이라는 대명제속에 더이상 허울뿐인, 명목만 내세우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바로세우기와 더큰 세상바라보기라는 두가지

새로운 명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역사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교육, 그리고 현실 정치의 참여가 바로 잘못된 역사의 반복을 없앨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새로운 역사의 창조를 위해 위대한 패배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다가올 역사의 주인이 바로 우리임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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