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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담스 패밀리, 1992년의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기억 나는 것이라곤 '씽' 이라는 이름을 가진 걸어다니는 손과 딸 웬즈
데이(크리스티나 리치)의 독특했던 캐릭터였다. 그리고는 잠시 잊고 있던 이름들이
었다. <밀레니엄>을 받아들고선 아 이게 누구였더라 한참을 생각하다 드디어 웬즈
데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아이가 이 책의 표지를 왜 장식하고 있을까?
많은 여성들의 머리를 모아놓은 목걸이를 하고 거울속에서인지 액자인지 모를 곳
에서 뚤어져라 쳐다보는 그 아이가 여기에 왜 있는 것일까? <밀레니엄> 와 웬즈
데이... 책을 내려놓을때쯤 그 비밀 또한 알아낼 수 있을까? ^^

3부작으로 이어진 밀레니엄 시리즈는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낯선이름의 작가를 단숨
에 세계 문학계의 중심에 세운 특별한 작품이다. 그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함에
그의 이력을 둘러보다가 1954 ~2004년 이라 쓰여진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스웨덴을 비롯해 전세계를 흥분시키고 있는 장본인, 하지만 자신이 집필한 작품의
출간조차 보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 소설의 극적인
재미를 배가시키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기적 작품을
남기고, 데뷔작이자 유작을 남기고 떠난 작가 스티그 라르손과 <밀레니엄 시리즈>.
작은 설레임으로 그 만남을 시작한다.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막가파 은행강도 사건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슈퍼 블롬크비스트'라는 애칭을 가진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베네르스트룀
사건에서 명예훼손죄를 판결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미카엘의 중학교 동창이던
로베르트에게 듣게된 베네르스트룀 그룹과 SIB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를 썼다가
명예회손으로 징역3개월과 벌금형을 선고받게되는 미카엘.. 한편 보안 경호회사 밀턴
세큐리티에서 일하는 미스터리한 캐릭터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미카엘에 대해서 조사
해줄것을 의뢰받게 된다. 천재적인 두뇌와 해킹 솜씨, 그리고 철저하고 치밀한 스타일
의 리스베트를 의뢰한 사람은 대기업 반예르 그룹의 전직 회장인 헨리크 반예르 였다.
[밀레니엄] 잡지사의 기자이면서 주요주주이면서, 잡지사 사장인 에리카와 연인관계
이기도 했던 미카엘은 헨리크 반예르에게 두가지 제의를 받게된다. 하나는 가문의
연대기를 집필해줄 것과 다른 하나는 40여년전 하리에트 반예르라는 헨리크의 형
친손녀의 실종사건을 1년이라는 시간내에 파헤쳐달라는 것이었다. 의뢰에 대한 대가는
엄청난 사례비와 베네르스트룀의 유죄를 입증시킬 자료를 준다는 것. 미카엘은 결국
그 제의를 받아들이게 되고 복잡한 반예르 가문이 간직한 수수께끼를 향해 발걸음을
떼어놓는다.
"모든 사람에겐 비밀이 있어. 문제는 어떤 비밀을 발견하느냐는 거지."
가문의 사람들은 모르게, 하리에트 실종과 살인사건을 파헤치려 하지만 워낙 오래된
일이기에 좀처럼 단서를 찾지 못하는 미카엘. 그렇게 무의미한 6개월이 지나게되고,
결국 그는 3개의 퍼즐조각들을 찾아낸다. 하리에트가 실종된날 일어났던 추돌사고의
사진속에서 찾게된 단서, 새롭게 발견한 사진들, 그리고 하리에트의 수첩 뒷부분
전화번호부에 쓰여진 이름과 전화번호... 오래되어 흐트러져있던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미카엘은 그의 조수겸 동료로 리스베트와 함께 일하게된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그녀와 미카엘의 활약속에 사건은 조금씩 역사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
낸다. 하지만 그속에는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데...

처음 책을 펼쳐들었을때 반예르가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 낯익지 않은 이름들을 가진
등장인물들 때문에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조금은 힘겨웠다. 그리고 오래된 과거속에서
시작하는 실종사건은 그리 추리소설적 긴장과 박진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조금은 부족
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1권의 종반부 별거 없어보이던 사건이 그 실체를 드러
내고 흐트러져있던 퍼즐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야기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시원스레 전개된다. 미카엘과 리스베트. 이 두 주인공들의 캐릭터와의 만남은 이 책의
진정한 재미다. 이혼남이면서 직장 사장과 애인관계를 갖고, 반예르 가문의 여인과
또 리스베트와도 관계를 갖는, 굉장한 여성 편력을 가진 남자 미카엘. 중성적 카리
스마와 천재적인 두뇌와 해킹, 불우한 가정사와 개인적 문제 등 조금은 베일에 가려
진 여인 리스베트, 두 사람이 이끌어가는 <밀레니엄>의 이야기는 빠른 전개와 치밀
한 이야기 구성, 복합적인 이야기구조 등으로 독자들에게 잠시의 쉴틈도 허용치않는다.
스웨덴이라는 나라 인구의 25% 이상이 이 책을 만나고 유럽에서 1000만부 돌파를
앞두고 있다는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런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활약에 있다. 여성편력
이 심한 남자, 정신적 장애로 후견인이 있어야하는 여자 리스베트, 조금은 부족해보이
기도 하지만 사건의 해결과 일에서 만큼의 최고을 얻어내는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현실감 넘치는 두뇌 게임, 그리고 하나의 사건 그 이상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구성, 이것이 캐릭터의 매력과 더불어 <밀레니엄>을 그토록 사람
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리라 생각된다.
<밀레니엄>은 사회의 한 부분을 이끌어가는 기업, 변호사, 대기업 회장 등 사회 지도층
들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한다. 또한 "그녀도 지금부터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잡지에 실릴 수 있다고요." 라고 말하는 미카엘의 말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조심스레 이야기하고 있다. 언론사
기자 출신인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악한 사회적 문제들, 언론과 기업의 야합, 이중적
태도를 지닌 권력층... 등 우리 사회에 아직 존재하는 이런 잘못된 현상을 비판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의 표지에는 웬즈데이를 닮은 소녀의 모습이 담겨져있다.
(웬즈데이가 아닐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밀레니엄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유와,
웬즈데이의 모습을 한 소녀의 뚤어지듯 쳐다보는 눈빛이 상징하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밀레니엄>이란 이름은 잡지사의 이름으로 언론이 가진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소녀의 눈빛은 진실은 결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실을 찾아가는 매력적 캐릭터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리고
잊지말아야 할 것 하나! 뜬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싶지 않다면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말라는 애정어린 경고를 결코 무시하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