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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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담스 패밀리, 1992년의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기억 나는 것이라곤 '씽' 이라는 이름을 가진 걸어다니는 손과 딸 웬즈

데이(크리스티나 리치)의 독특했던 캐릭터였다. 그리고는 잠시 잊고 있던 이름들이

었다. <밀레니엄>을 받아들고선 아 이게 누구였더라 한참을 생각하다 드디어 웬즈

데이라는 이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아이가 이 책의 표지를 왜 장식하고 있을까?

많은 여성들의 머리를 모아놓은 목걸이를 하고 거울속에서인지 액자인지 모를 곳

에서 뚤어져라 쳐다보는 그 아이가 여기에 왜 있는 것일까? <밀레니엄> 와 웬즈

데이... 책을 내려놓을때쯤 그 비밀 또한 알아낼 수 있을까? ^^





3부작으로 이어진 밀레니엄 시리즈는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낯선이름의 작가를 단숨

에 세계 문학계의 중심에 세운 특별한 작품이다. 그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함에

그의 이력을 둘러보다가 1954 ~2004년 이라 쓰여진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스웨덴을 비롯해 전세계를 흥분시키고 있는 장본인, 하지만 자신이 집필한 작품의

출간조차 보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 소설의 극적인

재미를 배가시키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기적 작품을

남기고, 데뷔작이자 유작을 남기고 떠난 작가 스티그 라르손과 <밀레니엄 시리즈>.

작은 설레임으로 그 만남을 시작한다.

 

<밀레니엄>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막가파 은행강도 사건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슈퍼 블롬크비스트'라는 애칭을 가진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베네르스트룀

사건에서 명예훼손죄를 판결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미카엘의 중학교 동창이던

로베르트에게 듣게된 베네르스트룀 그룹과 SIB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를 썼다가

명예회손으로 징역3개월과 벌금형을 선고받게되는 미카엘.. 한편 보안 경호회사 밀턴

세큐리티에서 일하는 미스터리한 캐릭터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미카엘에 대해서 조사

해줄것을 의뢰받게 된다. 천재적인 두뇌와 해킹 솜씨, 그리고 철저하고 치밀한 스타일

의 리스베트를 의뢰한 사람은 대기업 반예르 그룹의 전직 회장인 헨리크 반예르 였다.

[밀레니엄] 잡지사의 기자이면서 주요주주이면서, 잡지사 사장인 에리카와 연인관계

이기도 했던 미카엘은 헨리크 반예르에게 두가지 제의를 받게된다. 하나는 가문의

연대기를 집필해줄 것과 다른 하나는 40여년전 하리에트 반예르라는 헨리크의 형

친손녀의 실종사건을 1년이라는 시간내에 파헤쳐달라는 것이었다. 의뢰에 대한 대가는

엄청난 사례비와 베네르스트룀의 유죄를 입증시킬 자료를 준다는 것. 미카엘은 결국

그 제의를 받아들이게 되고 복잡한 반예르 가문이 간직한 수수께끼를 향해 발걸음을

떼어놓는다.

 

"모든 사람에겐 비밀이 있어. 문제는 어떤 비밀을 발견하느냐는 거지."

가문의 사람들은 모르게, 하리에트 실종과 살인사건을 파헤치려 하지만 워낙 오래된

일이기에 좀처럼 단서를 찾지 못하는 미카엘. 그렇게 무의미한 6개월이 지나게되고,

결국 그는 3개의 퍼즐조각들을 찾아낸다. 하리에트가 실종된날 일어났던 추돌사고의

사진속에서 찾게된 단서, 새롭게 발견한 사진들, 그리고 하리에트의 수첩 뒷부분

전화번호부에 쓰여진 이름과 전화번호... 오래되어 흐트러져있던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미카엘은 그의 조수겸 동료로 리스베트와 함께 일하게된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그녀와 미카엘의 활약속에 사건은 조금씩 역사속에서 그 실체를 드러

낸다. 하지만 그속에는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데...



처음 책을 펼쳐들었을때 반예르가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 낯익지 않은 이름들을 가진

등장인물들 때문에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조금은 힘겨웠다. 그리고 오래된 과거속에서

시작하는 실종사건은 그리 추리소설적 긴장과 박진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조금은 부족

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1권의 종반부 별거 없어보이던 사건이 그 실체를 드러

내고 흐트러져있던 퍼즐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야기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시원스레 전개된다. 미카엘과 리스베트. 이 두 주인공들의 캐릭터와의 만남은 이 책의

진정한 재미다. 이혼남이면서 직장 사장과 애인관계를 갖고, 반예르 가문의 여인과

또 리스베트와도 관계를 갖는, 굉장한 여성 편력을 가진 남자 미카엘. 중성적 카리

스마와 천재적인 두뇌와 해킹, 불우한 가정사와 개인적 문제 등 조금은 베일에 가려

진 여인 리스베트, 두 사람이 이끌어가는 <밀레니엄>의 이야기는 빠른 전개와 치밀

한 이야기 구성, 복합적인 이야기구조 등으로 독자들에게 잠시의 쉴틈도 허용치않는다.

스웨덴이라는 나라 인구의 25% 이상이 이 책을 만나고 유럽에서 1000만부 돌파를

앞두고 있다는 이 책의 매력은 바로 그런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활약에 있다. 여성편력

이 심한 남자, 정신적 장애로 후견인이 있어야하는 여자 리스베트, 조금은 부족해보이

기도 하지만 사건의 해결과 일에서 만큼의 최고을 얻어내는 최적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현실감 넘치는 두뇌 게임, 그리고 하나의 사건 그 이상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구성, 이것이 캐릭터의 매력과 더불어 <밀레니엄>을 그토록 사람

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리라 생각된다.

 

<밀레니엄>은 사회의 한 부분을 이끌어가는 기업, 변호사, 대기업 회장 등 사회 지도층

들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한다. 또한 "그녀도 지금부터 조심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잡지에 실릴 수 있다고요." 라고 말하는 미카엘의 말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조심스레 이야기하고 있다. 언론사

기자 출신인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악한 사회적 문제들, 언론과 기업의 야합, 이중적

태도를 지닌 권력층... 등 우리 사회에 아직 존재하는 이런 잘못된 현상을 비판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의 표지에는 웬즈데이를 닮은 소녀의 모습이 담겨져있다.

(웬즈데이가 아닐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밀레니엄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유와,

웬즈데이의 모습을 한 소녀의 뚤어지듯 쳐다보는 눈빛이 상징하는 의미를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밀레니엄>이란 이름은 잡지사의 이름으로 언론이 가진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소녀의 눈빛은 진실은 결코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진실을 찾아가는 매력적 캐릭터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리고

잊지말아야 할 것 하나! 뜬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싶지 않다면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말라는 애정어린 경고를 결코 무시하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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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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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언 매큐언! 그의 작품을 보고 누군가 무시무시한 작가라 평한 말을 들었다.

어떤 작가일까? 아직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손안에 <이런 사랑>이라

는 제목을 가진 작품이 들려 있다. 무더운 여름 감성적 사랑이야기가 그리워

펼쳐든 이 책, 책장을 덮으며 어떤 생각이, 어떤 향기로운 사랑의 내음이 코끝에

밀려올지 자못 기대를.... 책의 표지에 그려진 에드벌룬과 거기 매달린 한 사람.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 한다. 무시무시한 작가의 예상치못한 이야기는 그렇게 우리

에게 말문을 열고 있다.

 

7년동안을 함께지내오다 6주간 이라는 시간동안 잠시 떨어져 있다 다시만나게

된 조 와 클라리사. 오랫만에 만난 그녀와 피크닉을 나선 그들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끔찍한 상황이 앞을 가로막는다. 눈물방울 모양의 집채만한 회색풍선이

들판으로 내려오고, 그안에 있던 어린소년, 그들을 구하려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 힘을 모았지만 결국 풍선을 하늘높이 날아가버린다. 그 와중에 존 로건이란

사람이 풍선에서 떨어져 죽게된다. 그가 떨어진 곳으로 가장 먼저 달려갔던 조.

그리고 제드 페리가 그 뒤를 쫓아와 자신과 함께 그를 위해 기도하자고 말한다.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조. 그 충격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와 클라리사의 일상속에 어디선가 불쑥 고개를 들어올리는 제드 페리. 그는 조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한다. 혼란스러움에 빠진 조, 정신적 패닉상태에 빠져버린 제드

페리, 그의 광기는 급기야 조를 살해하려는 시도와 자살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이런 사랑]은 종교적 색채를 띤 동성애적 강박증, 드 클레랑보 신드롬 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담고있다. 감성적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만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고 만다. 이언 매큐언 이란 작가를 무시무시한 작가라고 한 이유를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측 불가능?!! 그것이 그를 독자들로 하여금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만들어버린게 아닐까? 처음 이야기 도입부에 전개된 사건이

단순하게 클라리사와 사랑에 어떤 재밌는 소재가 될거란 생각을 했지만 제드 페리

라는 인물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장르적 특징을 갖게 되어버린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붙임을 통해 '드 클레랑보 신드롬' 이라는 성애적 망상, 성욕

이상 이라는 병을 알고 나니 제드 페리의 행동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 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 그대로 스토리를 접해갈때는 사실 조금 낯설기도 했고,

거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느님, 사랑, 동성애... 등 조금은 어색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과 너무나 과학적 접근으로 사색이 많은 주인공 조의 생각과 이야기

들이 너무 어렵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28살의 미혼 남성 P의 실제 사례가 이 책의

결정적인 모티브가 된것 같다. 고립과 종교적 신앙, 사랑과 바뀌어진 분노...

제리 페드의 모습이 P의 사례를 통해 그대로 투영된다. 어런것들이 가능하구나....

낯설면서도 독특한 내용과 소재에 놀라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직은 책에 대한 집중과 작가가 요구하는, 그가 담고싶어하는 내용을 파악하고 찾아

내는 것이 많이 부족한 나를 느낀다. 조를 통해 표현한 많은 관념적 사색속에서 고작

내가 찾아낼 수 있었던건 하나의 피상적인 목표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위해 로프를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이기심 정도였다. 사랑, 물론 이 책의 제목처럼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건 사랑에대한

가치적 접근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찾아낸 그저 단순한 사랑의 분류 정도라고

생각된다. 사실 작가가 하고 픈 말보다는 이런 사랑도 있구나 하는 스토리적 접근

으로 이 책을 만났다. 조금은 어려웠고 조금은 특별했다. 이 책을 만나본 다른 많은

이들의 생각은 어떤지 그들의 리뷰를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다시한번 책을 새롭게

만나보고 그런후 함께 책에 대한 토론을 했으면 한다.

<이런 사랑>. 쉽게 예상하기 힘들고, 그의 작품은 이렇다고 결코 쉽게 단정짓지 못할

작가의 독특함이 담겨있는 그런 작품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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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신혼여행
고스기 겐지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의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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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다. 쏟아진다던 비는 없고 하루종일 눅눅한 더위만이 여름이라는 계절을

실감케 한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는 역시 온 몸을 전율케하는 스릴러 소설이 제격이다.

하지만 나는 곁에 있던 이상한 제목의 이 책을 집어들었다. 어떤 장르를 담고있는지

어떤 내용인지도 잘 모른채. <기묘한 신혼여행> 책의 제목보다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이름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의 작품들을 이전에 만나본 기억은 다시금

이 책을 내게 집어들게 만들고 있던것이다. 11명의 일본 유명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이 책,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조심스레 책을 펼쳐본다.

 

"상대의 행동만 생각하면 좀처럼 오해는 풀려지지 않는 법이오.

정황을 잘 생각해 보시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묘한 신혼여행], 신혼여행에서 자신의 아내 나오미를 죽이려는

남자 노부히코,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노부부, 그 노인이 던진 오해에 관한 말을

떠올리며 모든 사건의 실타래는 풀어지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 말고는 다른

작가들의 이름은 사실 좀 낯설다. 그래서인지 제목도 그의 작품을 메인으로 한것일

테고..  3, 40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소재나 내용이 참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한 11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속

에는 결혼과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살인사건이 주요 테마로 자리잡는다.

첫사랑, 배신?, 그리고 복수라는 전형적인 소재속에 예측치 못했던 반전으로 재미를

주는 [마지막 꽃다발], 한 변호사의 지능적 범죄와 인간의 다면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붉은 강], 한 호텔의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가쓰라기 경위의 멋진 추리가 돋보이는

[겹쳐서 두개], 의도된 인연을 만드는 한 남자 스미다를 그린 [기이한 인연].... 등

우리의 일상에서 평범하게 접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공감과 함께 사건들을 이끌어

가고 문제를 풀어가는 작가들의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라 생각된다.





섬뜩하고 오싹한 공포가 있지는 않지만, 뭔가 시원하고 통쾌하며 스릴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겹쳐서 두개]와 같은 치밀한 구성과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가 일품인

작품이 있는 반면, [붉은 강]과 [기이한 인연]과 같이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고

교모하게 이끌어가는 재미를 선물하는 작품도 있다. 추리소설의 매력을 담은 반전

이 주를 이루기도 하고 오해를 통해 긴박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며, 상상력을 가득

담은 작품도, 우리 사회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약간은 의심을 갖게 하는 작품도

만날 수가 있다. 약간은 기괴하게 장식된 표지속 인물들과 책의 제목을 보고 어떤

책일까 하고 갖게되었던 궁금증은, 책을 내려놓으며 신선하고 매력넘치는 책과의

만남이라는 작은 흥분까지 간직하게 된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참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여러가지 이유 중에서

단연 꼽을 수 있는 한가지 이유는 내용이 짧다는 것이다. 짧은 내용속에서 그 많은

것들을 모두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 그렇기에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기묘한 신혼여행>도 그런 점이 매력적이라 할 수있다.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일상적

이면서 기발한 소재들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돋보인다. 결혼과 가정이라는 특정한

공간과 관계들 속에서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탁월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이 책의 특징을 생활밀착형 오싹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묘한 신혼여행>은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적인 공간, 가정과 결혼이라는 관계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라기 보다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는 그런 공포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내를 죽이고, 잔인하게 복수를

하고, 사람을 이용하는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살인과

복수라는 내용만 제외하자면 너무나 일상화되고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

들이기에 공감과 교훈, 그리고 범죄에 대한 오싹함까지 함께 할 수 있는것 같다.

단 한명의 낯익은 작가의 이름으로 시작해서 이제 기억해야 할 작가들의 이름이

조금은 더 늘어난것 같다.

무더운 이 여름을 시원하게해줄 기묘한 이야기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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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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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10년후에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때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살아가면서 어느 한순간 가슴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시간이있다.

그 소중한 추억의 시간,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른다. 첫사랑의 이야기들,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정립, 그리고 만나

는 새로운 사람들, 사람들...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라는것을 언제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나이를 조금씩 줄여서 말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

자기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인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자신이 나이가 들었고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한 살 이라도 더 나이가 들어보이고 싶었던 시절, 사랑이라는 열병에 힘겨워하던

시간들 그 소중한 시간속으로 잠시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10여년전 나는 어떤 모습이었지? 나의 학창시절은 지금 나의 모습과 어떠한가?

1970년대 검은 교복과 모자를 눌러 쓴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머저리클럽의 다섯멤버

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아이스하키부 출신의 동혁, 말더듬이 문수, 그리고 영구,

철수, 그리고 나, 동순. 이렇게 함께 뭉쳐지내던 다섯명에게 불쑥 나타난 영민.

처음 영민의 불량스런 태도가 맘에 들지않았던 동순과 친구들은 그를 손봐주기로

하고 싸움을 하게되지만 결국 영민까지 포함해 여섯명이 머저리 클럽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까지 만들어 하나가 되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온 사랑의 이야기들.

시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동순에게 사랑의 향기가 가장 먼저 찾아온다. 우연히 만난

소림이라는 여학생을 좋아하지만 친구 영민과 소림이 사귀게 되고... 첫사랑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 안타까움으로 남게된다. 이후 샛별 클럽이라는 여학생

모임과 함께 만남을 갖게되면서 머저리클럽에도 사랑의 불꽃이 피어오르게 된다.





<머저리 클럽>의 부제를 붙이자면 머저리클럽 연애대작전 정도로 할 수 있을것

같다.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여학생의 뒤를 몰래 따라가던 기억,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하고 온통 그 여학생 생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랑의 열병. 미성년자라는

꼬리표속에 빵집도 제대로 들어갈 수 없었던 70년대를 책속에서는 실감나게 표현

하고 있다. 검은 교복에 배레모, 음악감상실, 15원짜리 우동에 그 유명하던 파커 21

을 자랑스러워하던 모습들... 사실 나도 그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기에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풍토속에서

첫사랑에 설레여하고 쉽게 말한번 걸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그런 모습들이 요즘의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낯설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그런 순수함이란

커다란 무기가 있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과거를 추억하고 그땐 참 좋았는데...

하는 말을 되뇌일때쯤 그때를 그리워하는 맘속에는, 지금은 잃어버린 그런 순수함

과 무엇하나 무서울것 없었던 열정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는것이다.

참 그땐 그랬었는데...

 

처음 전학 온 영민이의 가족사가 나중에 그의 입에서 나온다. 활력이 넘치는 청춘

시절에 가정문제로 한번쯤 고민해보지 않은 이가 있겠는가 만은 그래서 더욱 더

공감이 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잊었던 첫사랑의 설레임과 순수한 사랑이야기들,

공부와 사랑, 두가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 시기의 열정, 친구들간의 오해

와 끈끈한 우정이야기.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라고 말하는 승혜의

말속에 청춘과 성인의 기로에선 아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그대로 담고있다.

어른이기를 꿈꾸던 시절, 사랑의 상처에 방황하던 시절,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안

이 함께하는 시기. 머저리 클럽 멤버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 그 추억의 시간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청춘,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던 그 시간이 얼마 후 너무나

그리워 하게될 순간이란걸 그들은 모를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리운 그 시간속으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어 본다. 그때의 열정과 순수한 사랑이 가득한 시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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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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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어떻게 된걸까? 처음에 나는 내가 죽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내가 만약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눈앞에 두고있다면 나는 어떤 기억들을 떠올릴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릴까? 아니면 가장 미안했던 시간과 일들을 떠올리게

될까? 아니면 그 짧은 시간 수없이 많은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소리없이 흘러 내리

게 될까? 얼마전 [죽는 남자]라는 책을 만났다. 100일이라는 마지막 시간을 선고

받은 남자의 마지막 시간을 담은 내용이다. 괴팍하고 자신밖에 모르던 주인공은

죽음을 앞두고 무엇인가 좋은 일을, 자신이 할 수 있는일, 꼭 해야만 할 일을 찾고

있는듯 했다. 죽음을 앞두고는 진정 그렇게 착하게 변할 수 있을까? 죽음! 먼 미래

의 일일수도 있고 느닷없이 찾아 올 가까운 어느시간일수도 있을 것이다. 죽음의

순간, 어디론가 떠나가기 전 신이 인간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은 그 시간을

<이별을 잃다>는 담아낸다.

 

"나는 시간을 거꾸로 걸어가 나를 보러 간다."

한진수. 경찰. 두 아이의 아빠. 일때문에 항상 아이들에게, 아내에게 미안한 남자.

그 남자가 죽는다. 청소년 성범죄자의 칼에 무자비하게 찔리고 죽음을 맞이한 진수.

그에게 신이 허락한 짧은 시간 그는 과거로 발걸음을 옮긴다. 아버지도 없이 무한한

사랑으로 자신을 돌봐주던 이젠 백발지고 주름으로 가득한 어머니의 젊은 시절과

다시 만나고, 지운과 수진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의 아내 수경과의 첫 만남과 사랑

을 고백하던 수줍고 아름답던 추억을 걷는다. 첫아이 지운이 태어날때 혼자 아이를

낳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 경찰이라는 업무특성상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하는

진수의 맘이 고스란이 과거 이야기들속에 담겨진다. 파트너였던 우성이와 경찰서

생활들, 죽은 그를 찾아온 아내, 어머니, 경찰식구들.... 죽음에서 거꾸로 걸어온

시간은 그렇게 이별을 준비한다.





사랑해....그리고....미안해!

아프다. 죽음은 그렇게 아픈것이다. 몸이 아픈것보다 그렇게 마음이 아픈것일 거다.

사랑해서 너무 미안한것이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함께 해주지 못해서

더 미안한 것이다. 너무 일상적이기에 사랑한다는 말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했는데,

죽음은 그렇게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정말로 죽음의 순간, 이러한 과거여행이 가능

하다면 그건 정말 신의 선물일까, 잔인한 아픔일까? 죽음조차 믿기지 않는 그런

상황속에서 그 추억여행의 시간은 어쩌면 마지막 소중한 선물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그 시간의 촛불까지 꺼져버리려는 시간에 다다를수록 커다란

상실과 아픔의 시간이 될 것이다. 사랑하고 미안한 남겨진 사람들을 어찌 그렇게

두고 떠날 수 있을까?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때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별을 잃어버린다? 한진수의 마지막 이야기속에 그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자신을 잊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라는 아내에 대한 부탁이 그것이다. 잊으라는..

이별을 잊어버리라는...그것이 바로 책 제목의 의미가 아닐까?

 

보고 싶을 거다. 너무너무 보고 싶을 거다.

모두 안녕... 세상도... 그리고 우리가족도... 아~ 벌써 보고싶다...

마지막으로 남긴 그의 말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더이상 지켜주고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보고싶은거라는 그의 말이 눈물겹다. 이별은 무엇일까? 한 별에

같이 살던 사람들중에서 죽음이라는 이름을 만난 사람이 다른 별로 떠나가는것 그것이

이별이 아닐까? 그들은 서로 다른 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럴거야. 이별은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다. 이 별에서 시간이 다한다면

언젠가 다른 별로 가게될 테니까 말이다. 우리에게 죽음은 떠나보낸다는 의미도 있지만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시작한다는 의미도 된다. 영원이란 이별은 없을 것이다. 잠시

그렇게 떨어져 있을 뿐이다. 이별의 상처와 아픔은 잠시 잃어버려도 좋을 것 같다.

내게도 소방관,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 한겨울 화재현장에서 사고

를 당한 소방관의 이야기라도 들리면 먼저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기도 한다.

그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곁에서 너무 일상화되어 잊고 지냈던 소중한 것들

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고 느껴보는 시간이 된것 같다. 우리 곁을 지켜주는 소중한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땀방울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별을 잃다> 죽음과 이별이라는 소재를 통해 일상속 소중한 것을 일깨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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