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신혼여행
고스기 겐지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문학의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더운 여름이다. 쏟아진다던 비는 없고 하루종일 눅눅한 더위만이 여름이라는 계절을

실감케 한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는 역시 온 몸을 전율케하는 스릴러 소설이 제격이다.

하지만 나는 곁에 있던 이상한 제목의 이 책을 집어들었다. 어떤 장르를 담고있는지

어떤 내용인지도 잘 모른채. <기묘한 신혼여행> 책의 제목보다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의 이름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그의 작품들을 이전에 만나본 기억은 다시금

이 책을 내게 집어들게 만들고 있던것이다. 11명의 일본 유명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이 책,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조심스레 책을 펼쳐본다.

 

"상대의 행동만 생각하면 좀처럼 오해는 풀려지지 않는 법이오.

정황을 잘 생각해 보시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묘한 신혼여행], 신혼여행에서 자신의 아내 나오미를 죽이려는

남자 노부히코,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노부부, 그 노인이 던진 오해에 관한 말을

떠올리며 모든 사건의 실타래는 풀어지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 말고는 다른

작가들의 이름은 사실 좀 낯설다. 그래서인지 제목도 그의 작품을 메인으로 한것일

테고..  3, 40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그 소재나 내용이 참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비롯한 11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속

에는 결혼과 남녀간의 사랑 그리고 살인사건이 주요 테마로 자리잡는다.

첫사랑, 배신?, 그리고 복수라는 전형적인 소재속에 예측치 못했던 반전으로 재미를

주는 [마지막 꽃다발], 한 변호사의 지능적 범죄와 인간의 다면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붉은 강], 한 호텔의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가쓰라기 경위의 멋진 추리가 돋보이는

[겹쳐서 두개], 의도된 인연을 만드는 한 남자 스미다를 그린 [기이한 인연].... 등

우리의 일상에서 평범하게 접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공감과 함께 사건들을 이끌어

가고 문제를 풀어가는 작가들의 독특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라 생각된다.





섬뜩하고 오싹한 공포가 있지는 않지만, 뭔가 시원하고 통쾌하며 스릴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겹쳐서 두개]와 같은 치밀한 구성과 사건을 풀어가는 추리가 일품인

작품이 있는 반면, [붉은 강]과 [기이한 인연]과 같이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고

교모하게 이끌어가는 재미를 선물하는 작품도 있다. 추리소설의 매력을 담은 반전

이 주를 이루기도 하고 오해를 통해 긴박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며, 상상력을 가득

담은 작품도, 우리 사회에서 진실이 무엇인지 약간은 의심을 갖게 하는 작품도

만날 수가 있다. 약간은 기괴하게 장식된 표지속 인물들과 책의 제목을 보고 어떤

책일까 하고 갖게되었던 궁금증은, 책을 내려놓으며 신선하고 매력넘치는 책과의

만남이라는 작은 흥분까지 간직하게 된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참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여러가지 이유 중에서

단연 꼽을 수 있는 한가지 이유는 내용이 짧다는 것이다. 짧은 내용속에서 그 많은

것들을 모두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 그렇기에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

<기묘한 신혼여행>도 그런 점이 매력적이라 할 수있다.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일상적

이면서 기발한 소재들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돋보인다. 결혼과 가정이라는 특정한

공간과 관계들 속에서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탁월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이 책의 특징을 생활밀착형 오싹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묘한 신혼여행>은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적인 공간, 가정과 결혼이라는 관계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라기 보다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

날 수 있는 그런 공포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내를 죽이고, 잔인하게 복수를

하고, 사람을 이용하는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살인과

복수라는 내용만 제외하자면 너무나 일상화되고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

들이기에 공감과 교훈, 그리고 범죄에 대한 오싹함까지 함께 할 수 있는것 같다.

단 한명의 낯익은 작가의 이름으로 시작해서 이제 기억해야 할 작가들의 이름이

조금은 더 늘어난것 같다.

무더운 이 여름을 시원하게해줄 기묘한 이야기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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