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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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10년후에 어떻게 변해 있을까? 그때 우리는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살아가면서 어느 한순간 가슴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시간이있다.

그 소중한 추억의 시간,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른다. 첫사랑의 이야기들,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정립, 그리고 만나

는 새로운 사람들, 사람들...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라는것을 언제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의 나이를 조금씩 줄여서 말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

자기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인다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자신이 나이가 들었고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한 살 이라도 더 나이가 들어보이고 싶었던 시절, 사랑이라는 열병에 힘겨워하던

시간들 그 소중한 시간속으로 잠시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10여년전 나는 어떤 모습이었지? 나의 학창시절은 지금 나의 모습과 어떠한가?

1970년대 검은 교복과 모자를 눌러 쓴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머저리클럽의 다섯멤버

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아이스하키부 출신의 동혁, 말더듬이 문수, 그리고 영구,

철수, 그리고 나, 동순. 이렇게 함께 뭉쳐지내던 다섯명에게 불쑥 나타난 영민.

처음 영민의 불량스런 태도가 맘에 들지않았던 동순과 친구들은 그를 손봐주기로

하고 싸움을 하게되지만 결국 영민까지 포함해 여섯명이 머저리 클럽이라는 그럴

듯한 이름까지 만들어 하나가 되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온 사랑의 이야기들.

시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동순에게 사랑의 향기가 가장 먼저 찾아온다. 우연히 만난

소림이라는 여학생을 좋아하지만 친구 영민과 소림이 사귀게 되고... 첫사랑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 안타까움으로 남게된다. 이후 샛별 클럽이라는 여학생

모임과 함께 만남을 갖게되면서 머저리클럽에도 사랑의 불꽃이 피어오르게 된다.





<머저리 클럽>의 부제를 붙이자면 머저리클럽 연애대작전 정도로 할 수 있을것

같다.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여학생의 뒤를 몰래 따라가던 기억,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하고 온통 그 여학생 생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랑의 열병. 미성년자라는

꼬리표속에 빵집도 제대로 들어갈 수 없었던 70년대를 책속에서는 실감나게 표현

하고 있다. 검은 교복에 배레모, 음악감상실, 15원짜리 우동에 그 유명하던 파커 21

을 자랑스러워하던 모습들... 사실 나도 그 시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것은 아니기에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처럼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풍토속에서

첫사랑에 설레여하고 쉽게 말한번 걸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그런 모습들이 요즘의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낯설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그런 순수함이란

커다란 무기가 있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과거를 추억하고 그땐 참 좋았는데...

하는 말을 되뇌일때쯤 그때를 그리워하는 맘속에는, 지금은 잃어버린 그런 순수함

과 무엇하나 무서울것 없었던 열정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는것이다.

참 그땐 그랬었는데...

 

처음 전학 온 영민이의 가족사가 나중에 그의 입에서 나온다. 활력이 넘치는 청춘

시절에 가정문제로 한번쯤 고민해보지 않은 이가 있겠는가 만은 그래서 더욱 더

공감이 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잊었던 첫사랑의 설레임과 순수한 사랑이야기들,

공부와 사랑, 두가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 시기의 열정, 친구들간의 오해

와 끈끈한 우정이야기.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라고 말하는 승혜의

말속에 청춘과 성인의 기로에선 아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그대로 담고있다.

어른이기를 꿈꾸던 시절, 사랑의 상처에 방황하던 시절,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안

이 함께하는 시기. 머저리 클럽 멤버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 그 추억의 시간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청춘,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던 그 시간이 얼마 후 너무나

그리워 하게될 순간이란걸 그들은 모를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리운 그 시간속으로

조심스레 발을 내딛어 본다. 그때의 열정과 순수한 사랑이 가득한 시간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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