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기사, 피로 얼룩진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오늘도 출근길 가판대 앞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신문들이 자리한다. 요즘 가장 많이

관심받는 멜라민 파동과 관련 소식들, 그리고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축구와 야구 선수

들의 어제 밤 활약과 사진이 스포츠 신문의 메인을 차지할 것이다. 어두운 경제, 주요

이슈들에 대한 이야기가 지나고 드디어 세번째 페이지, 삼면기사... 작은 박스에 둘러

쌓인 작고 작은 기사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UFO 발견, 외계인 납치, 은밀하고 성적인

내용들이 담긴 이야기들, 치정에 얽힌 혹은 존속 살인과 세상에 이런일이에나 나올 법한

독특한 이야기들... 자극적인 제목과 소재들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보통 가십기사라는 표현을 많이 하곤한다. 000하더라 통신이 전해주는 패륜과 상식

을 벗어난 사건 사고들이 어두운 세상, 어두운 그림자속 숨겨진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쏟아낸다. 잡담과도 같고, 희한하기만한 세상이야기들이 그속에

가득하다. 삼면기사, 그 짤막하면서도 자극적인 이야기들의 실체속으로 들어가본다.



 

삼면기사 = 가십기사 라는 선입견으로 이 책을 만났다. 보통 작은 박스란에서 만나는

이런 가십기사들은 독자들의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는다. 6가지 작은 이야기들의 제목들만

보자면 충분히 자극적이고 시선을 잡아끈다. 26년전 살해 된 여자의 시체 발견, 정부의

아내를 청부살인하려 했던 여자, 16세 소년을 감금한 이혼녀, 선생님의 급식에 약을 탄

여학생들, 여동생의 살해 그리고 괴한의 정체는?, 치매에 걸린 노모를 유기한 남자...

하지만 그렇게 자극적이기만한 이 작은 이야기들 속에 숨겨진 사연을 들여다보면 조금은

가슴아프기도 하고, 안타깝기만하다.

 

사랑의 보금자리 - 바람을 피운 형부, 외로움에 시달리던 언니 미에코, 그리고 여선생의

죽음,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려던 언니의 모습, 시간이 흐르고 후사에 자신에게 다가온

비슷한 운명의 그림자, 미에코에 대한 연민..

밤 불꽃놀이 - 유부남을 좋아하게된 치에, 불륜 상대의 아내를 괴롭혀 달라고 의뢰,

연인이라 생각했던 그 사람은 자신의 돈과 모든것을 빼앗아가고, 치에는 무엇을 위해

살인을 의뢰하고 돈을 지불해가며 사랑을 샀던것일까?

저 너머의 성 - 두아이의 엄마, 이혼녀 아이코. 만화방에서 만난 16살 고교생과의

자극적 사랑놀이가 시작되고 그 수렁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그녀..

영원의 화원 - 어린시절부터 단짝 친구인 아미와 나쓰미. 미술 선생 다마야를 짝사랑

하는 나쓰미, 나쓰미를 사랑하는 아미, 결국 나쓰미를 위해 다마야의 급식에 항우울제

를 섞게되고... 청춘의 열병이 만들어낸 작은 사건.

빨간 필통 - 외톨이 언니 미치, 친구도 많고 사랑받는 나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활발하고 사랑받고 제멋대로인 나오, 미치를 둘러싼 참을 수 없는 고통. 결국 나오는

괴한의 칼에 살해되고, 하지만 나오를 살해한 괴한의 그림자는 바로....

빛의 강 - 44살의 테루오, 아버지는 암으로 돌아가시고, 알치하이머 인지증 쉬운말로

치매에 걸린 휠체어 신세를 지는 노모를 모시고 사는 남자. 노모의 증세는 점점 심해

지고 생활비는 바닥나고 실업급여는 중단되기에 이른다. 간혹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노모는 자신의 병이 더 나빠지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는데...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말하기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친구들과

술한잔하는 자리에서는 그 자리에 없는 친구의 이야기가 종종 안주거리가 되기도 한다.

가십기사 처럼 쉽게 취급되는 이야기들. 하지만 그 깊은 내막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나름의 가슴아픈 사연과 깊은 고민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삼면기사의 작은 제목

만을 볼때는 자극적이고 별 사건들이 다있구나 하고 혀를 끌끌 차게되지만 그 깊은

속을 들여다 보고나면 휴~ 하는 한숨이 새어나온다. 앞선 3가지는 조금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들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의 감상이라면 뒤의 3가지 이야기는

공감이라는 반응을 불러온다. 집착, 존속살인, 그리고 패륜이라는 용어가 붙어다니는

이야기들이지만 그보다 사랑, 고독, 사회적 고립이라는 나름의 애절한 사연들이 너무나

가슴을 안타깝게 만든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불량 사건들이 삼면기사를 통해 소개된다. 기사로 짧게만 기록된

실제 이야기들이 가쿠타 미쓰요의 치밀하고 세밀한 묘사와 상상력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된다. 고독한 사람들, 그래서 더 사랑에 집착하는 사람들, 그 집착이 불러온

비참한 결말이 바로 이 삼면기사를 낳은것이다. 단순히 자극적이기만 하리라는 예상

과는 달리 그 속에서 만나는 사건의 실체를 통해 사회의 비극과 깊은 고민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불량 사건들을 돌아봄으로써 건강 사회를 만들 소중한 경험을 하게된다.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닌, 사회 일원들이 가진 그들의 고민을 함께 하고 나름의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피로 얼룩지고, 돈으로 물든... 그런 3면기사 보다는 앞으로

조금은 과장되더라도 밝고, 허무맹랑하더라고 즐겁고, 조금은 무겁더라도 자극적이지

않은 기사들이 우리를 찾아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가쿠타 미쓰요의 즐거운 상상은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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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 정진홍의 인문경영 시리즈 2
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일년이란 시간 조금 못미쳐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라는 책을 만난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게 남아있다. 모두가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던 시절 정진홍 교수는

우리에게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통해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붐을 이끌어냈다.

<인문의 숲...> 첫번째 이야기속에서 그는 경영이 인문을 꿈꾸는 이유는 어쩌면

사람답게 살기위한 몸부림이라고 이야기 했다. 인문학이라는 자양분을 섭취해 모두

에게 필요한 통찰의 힘을 키우자는 것이었다. 우리 삶속에서 조금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가고 있는 인문학, 이제 그는 인문학 정신의 울림이 우리 삶과 기업, 국가의

미래를 위한 방향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라며 두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문의 숲...>에서는 역사, 창의성, 디지털, 스토리, 욕망, 유혹, 매너, 전쟁, 모험

그리고 역사의 순환 등 '경영이 인문을 만나야 하는 10가지 이유'를 이야기 했다.

역사속 강희제의 리더쉽, 프리미어리그로 대표되는 창의성, 헬렌켈러와 감각 리더쉽,

정보화사회 이후 드림소사이어티 안에서의 스토리 마케팅, 마음산업시대의 욕망과

감성 CEO의 리더쉽, 유혹과 매력 그리고 소프트파워, 글로벌리더에게 필요한 매너,

전쟁과 영웅의 리더쉽, 모험과 마지막으로 역사의 흥망 성쇠를 통해서 인문학의 필요

성을 재미와 감동으로 써내려갔다. 인문학 그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드는 인문학 정신'을 이야기한다. 인문학의 위기에서 붐, 유행이 아닌

인문학이 품고 있는 삶의 열정을 이야기한다. 나의 삶, 기업과 국가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인문학적 패러다임을 말한다. 리더로서의 치세, 이기거나 죽는 전쟁 인생, 세상

에서 가장 강력한 힘 자조, 감성리더가 되기위해 필요한 호기심, 알고 느끼고 만드는

창조적 생각,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문화, 마음의 시력 소통, 보이지 않는 미래의 부

지식, 인생을 바꾸는 지혜 전략, 그것으로 부터 자유로워져야 얻을 수 있는 권력,

역사를 바로 세우는 힘 징비... 이 11가지 인문학의 정신을 통해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나를 인문의 숲에서 찾아내고 만들어갈 수 있다.

 





 

<인문의 숲...> 첫번째 이야기를 통해 역사속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했다. 그

두번째 이야기속에도 수많은 위인과 그들이 남긴 저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우리

마음을 감동으로 이끈다. 동양 리더십의 고전 [정관정요(貞觀政要)]를 통해서

정관의 치라 불렸던 당 태종의 리더십을 배우고, 2000여년전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남긴 전쟁기록 [갈리아 전쟁기]를 통해 삶이라는 전장에 놓여진 자신을

투영해본다. 새무얼 스마일스의 [자조론]을 통해 자기계발의 강력한 힘과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호기심 노트속에서 지치지 않는 호기심에

대한 열정을 배운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부의 미래]를 통해 지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마지막으로 류성룡의 [징비록] 으로부터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반성하고 나아갈 길을 살피는 시간을 갖게된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에서 가장 인상깊은 내용을 꼽으라면 단연

첫번째 이야기인 당태종의 치세와 관련한 [정관정요(貞觀政要)]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문학을 '새롭게 시작하기를 근본적으로 가르쳐주는것'이라고 했다.

통찰의 힘을 키우는것 그것은 결국 역사가 그 중심에 선다. 역사는 순환이고 반복

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현실에서 요구되는 것에 대한 가치는 인문학 속에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든다. [정관정요]의 핵심이 되는 군주의 12가지 자세, 신하의

6가지 올바른 자세, '육정(六正)' , 그리고 위징이 당 태종에게 고한 마지막 10가지

충언속에서 우리는 정치 권력자들과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자세를 배우고 느낄 수 있게

된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 '징비(懲毖)'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류성룡의 [징비록]이

4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가슴을 무겁게 억누르는 까닭, 그것은 아직까지도

우리가 제대로 징비하지 않은 탓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반성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단순히 나라만의 일이 아닌 나자신과 가정, 그리고 기업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오늘 '나와 우리의 징비록'을 써야한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속에 커다란

메아리가 된다.

 

미래는 도둑처럼 우리 앞에 온다고 했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미래라는 시간속에

과거속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인문의 숲... 2>는 인문학의

본령인 문학, 역사, 철학을 통해서 우리의 삶, 기업과 나라의 미래를 새롭게 할 인문학

정신의 울림을 책속에 담아내고 있다. 책의 서문에 나오는 인문의 숲을 만나고자 했던

김씨, 안양교도소의 유아무개씨,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온 편지의 주인공의 이야기처럼

사람을 다시 사람답게 살도록 만드는 인문학의 힘과 정신을 믿어본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굳건한 방향을 찾게하는 인문학의 길을 배우게 된다.

단순한 붐과 유행이 아닌 열정으로 나를 다시세우고 살게하는,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드는

그 힘을 가슴속 깊이 느끼게된다.

그리고 2009년 상반기 만날 마지막 인문의 숲과의 특별한 만남을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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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 완성된 초상
앤드류 노먼 지음, 한수영 옮김 / 끌림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예술적 창작품에는 그것을 창작한 사람의 개성이 반영되어있다'

추리소설 84편, 단편소설 136편, 로맨스 소설 6편, 자전적 작품 2편을 출간하였고

18편의 희곡을 무대에 올렸으며, 23억권에 달하는 작품이 전세계적으로 판매 된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바라보는 그녀의 인생과 

환경, 여러가지 의혹과 미스터리...시간여행을 통해 그녀와 함께 걷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게된다. 그녀가 남겨놓은 환상적이고 상상 가득한 여행, 그 속에 숨겨져있는 그녀만이

간직한 비밀을 살며시 들여다보는 애거서 크리스티 훔쳐보기 .. 추리소설보다 더 흥미

진진한 여행을 이제 시작해보려한다.

 

작가주의.... 예술적 창작품 속에는 작가만의 개성과 사상이 들어있다고 한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그녀도 마찬가지로 그녀만의 인생과 경험, 그리고 그속에서

얻어진 사상이 작품속에 투영되고 있다. 그녀의 작품속에서 등장하는 매력적인 인물들,

수많은 사건들, 그리고 배경들은 과연 어떻게 창작되었고 어디에서 영감을 얻게 되었을까?

<완성된 초상>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출생과 유년시절, 성장과 결혼,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겪었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여러가지 의문들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작품속에 그

모습들이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그녀와 관련된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퍼즐게임과도 같은

작품이다.



 

상상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어머니 클라라, 게으른 사람이라 묘사되었지만 수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었던 아버지 프레더릭, 1890년 9월 해안 휴양도시인 토키에서  그녀는 그들의

3번째 선물이 된다. 클라라의 능력과 프레더릭의 책들은 그녀가 훗날 작가로 성공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가난한 환경때문에 프랑스에서 겨울을 보내

기도 했던 어린시절, 그녀의 유럽대륙에 대한 깊은 인상은 나중에 소설속 주인공의 고향을

벨기에로 선택하는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학교가 아닌 집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형제들과는 10이 넘는 차이가 났고, 11살이 되던해 아버지의 죽음 등 그녀는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내게된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시기는 소위 말하는 혼자놀기의 진수를

터득하여 상상력을 키워 작가로서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시기이기도 하다.

 

<완성된 초상>은 1934년에 출판된 [미완의 초상]에서 비롯된 제목이다.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을 통해 그녀의 인생을 많은 부분 엿볼 수 있다. 어린시절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던 모습, 애거서와 아치와의 결혼을 반대했던 클라라, 골프에 광적이었던

아치와 외로움에 시달리던 애거서, 그리고 이혼, 클라라의 죽음, 그리고 공포를 가져오는

건맨.... 그녀의 삶을 그녀의 작품을 통해 간접적으로 바라보고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심리상태와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럼으로써 미완성이었던 그녀의 모습을 조금은

완성에 가까운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책에서는 1926년에 일어났던

바람처럼 사라진 애거서의 실종과 관련한 미스터리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11일에 걸친

실종과 그녀의 행적, 이후 보이는 그녀의 행동,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그녀의 병적 증상....

 

"나는 여전히 내가 마치 작가 흉내를 내고 있는것만 같다."

세상과 단절되었던 어린시절, 사랑하던 사람들과의 이별, 결혼과 행복에 대한 환상이

깨져버린 이혼의 충격... 평탄하지 많은 않았던 그녀의 생을 돌아보면서 그녀의 삶이

작품속에 녹아있는 그 흔적들을 찾게된다. 누구보다도 작가로서 커다란 성공을 거둔

그녀였지만, 자신이 아직도 작가 흉내만 내고 있다는 마음가짐은 그녀로 하여금 더욱 더

좋은 글을 쓰게 만들었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애거서를 이해하려면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 된다. 애거서와 비슷한 라이프 스타일을 지녔던 작품속 주인공 제인 마플,

좋아하는 음식, 크리스마스, 정원과 꽃... 그녀를 둘러싼 모든것은 그녀의 작품속에서

소재가되고 인물이되고 성격이 되어버린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 데카르트 -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 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많이 만나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좋은 책은 과거 위인과의 대화라는 데카르트의 말처럼 이번기회에

애거서와의 깊은 대화를 가질 많은 시간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미스 와플과 에르큘 포와르를 통해서 그녀를 조금더 자세히 알아가고 그녀의 작품

속에 담겨있는 모든것을 통해 <완성된 초상>에서 알게 된 여러가지 사실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

그녀의 작품과 인생을 통해서 또한 몇가지 고민을 떠올리게 된다. 가족의 의미와

아이들의 교육 문제, 부모의 가르침, 이혼과 결혼생활 등 다양한 우리 가정의 문제

들에 대해서 생각케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완성된 초상>은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유명 추리소설가를 통해 그녀의 작품과 인생 여정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담긴 아픔과

고민, 행복을 들여다보며 그 삶이 던져주는 인생의 교훈을 찾게하는 작품이다.

이제는 정말 바람과 함께 사라진 애거서 크리스티. 하지만 그녀가 남긴 작품들의

향기는 언제까지나 영원이란 시간동안 우리곁에 좋은 향기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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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 2 - 지루한 일상을 날리는 코믹 가족극, MBC 시트콤 사진만화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빗자루 같았던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

이 드라마를 그렇게 부르고 싶다. 빗자루... 매일매일 일상속에서 쌓여가는 스트레스

를 한방에 쓸어버리는 드라마라는 말 이외에 더이상 무슨 수식어가 필요하겠는가?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가진 독특한 개성으로 가족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하는 멋진 드라마가 바로 거침없이 하이킥이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간의 갈등을, 청소년들의 이성과 방황을, 우리 사회의 커다란 문제가 되고있는

이혼이란 불청객을... 유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게 써내려간 문제작이 바로 이 작품

이다. 드라마의 재미와 감동을 한컷 한컷 담아낸 사진만화 <거침없이 하이킥> 그

두번째 이야기를 만난다.

 

 

<거침없이 하이킥>은 야동순재, 꽈당민정, 찌질윤호, 하숙범이, OK해미, 밍크문희,

비굴민호...등 독특하고 개성있는 이들 캐릭터들이 주는 재미가 쏠쏠했던 작품이다.

이혼을 했던 민용과 신지, 민호의 짝사랑 유미, 윤호의 방황, 해미와 나여사의 갈등,

여전히 엉뚱한 서선생... 첫번째 이야기에 이어지는 웃음의 하이킥이 어김없이 하루

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쉽게 말하기도, 또 해결하기도 어려운 고부간의 갈등...

매일 당하기만 하는 시어머니 나여사는 며느리 박해미의 변기사건으로 하이킥 한방

을 날리려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얼굴에 날아온다. "그게 왜 내X이야" 하며 외치는

처절한 시어머니의 외침은 말하기 어려운 갈등에 대해서 웃음으로 해결책을 제시

한다. 이기려하는 것보다는 져주고 이해해주려는 마음을 그속에서 배우게된다.

민용과 신지.. 이혼 또한 우리사회의 커다란 문제중 하나다. 러시아로 떠났던 신지가

되돌아오고 그 사실을 알게된 민용은 신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사랑과 결혼이란

것은 끊임없는 양보와 서로의 부족한것을 메워주는 일... 웃음으로 시작해서 웃음

으로 끝을 맺지만 그 속에는 진지한 말한마디를 넘어서는 깊은 메세지들이 담겨있다.



준하와 나여사와의 사소한 다툼, 하지만 서로간의 진심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

이 걸리지 않는다. 위엄과는 거리감있는 서선생의 캐릭터... 아이들에게 항상 당하고

헤어진 남친에게 당하고... 그렇게 풋풋하고 약간은 부족해보이기도 하는 그런 서선생의

인간적인 면이 오히려 친근하고 정겹다. 윤기나는 캐릭터들의 연기와 짧지만 강한

느낌을 담아내는 대화들이 한컷 한컷 드라마속 장면장면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1년여라는 오랜시간 사랑받았던 작품을 단 두권의 사진만화에 모두 담으려다보니

전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재밌었던 에피소드 위주로 편집된듯한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미의 등장과 퇴장부분도 그렇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사진만화로

모두 담기가 힘들다면 마지막부분 약간의 페이지를 할애해서라도 마지막 이야기들을

언급해주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갖게한다. 물론 <거침없이 하이킥>의 매력이 

일정한 '틀'에 얽매이는것보다 '파격'을 추구한 작품이기에 그럴 만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드라마속 필름들이 되살아나듯 생생하게 캡쳐된 장면 장면들이 아직도 그 재미와

즐거움을 간직하게 한다. 한 가족을 통해서, 독특한 개성으로 가득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우리사회가 가진 문제점들을 틀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는

<거침없이 하이킥>. 이 가족들의 모습을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항상 갖게된다. 우리곁에는 아직도 빗자루가 필요하다. 짙은 구름이 드리워

언제 걷힐지 모르는 우리 경제, 무엇하나 즐거운 일 없는 서민들의 고달픈 삶, 연신

터져나오는 이혼과 가정관련 뉴스들... 하이킥 가족들이 또 한번 거침없이 스트레스

를 날려주었으면 하는 마음, 모두의 작은 바램일 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 시즌 2를 기대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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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
이해인 지음 / 샘터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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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리울 적마다 눈물을 모아 둔 항아리가 있네
들키지 않으려고 고이고이 가슴에만 키워 온 둥굴고 고운 항아리
 
부르면 눈물이 되어버리는 이름이 있다. '엄마'. 그리울 적마다 눈물을 모아둔
항아리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눈물이 가득고이고 소중했던 추억
을 떠올리면 항아리는 차고 넘친다. 그렇게 엄마는 내게도 눈물의 항아리를 선물
해준 분이다. 세상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을까? 그 후회속에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가 5할 이상은 차지할거라 생각된다. 엄마 그리고 아버지...
오늘자 미디어에서 관심을 받던 동영상중 하나는 코미디언 조혜련이 일본 방송프로
그램에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털어놓은, 일본을 감동시킨 이야기였다. 어린시절
가난했고 몸까지 불편하셨던 아버지는 그녀에게나 다른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마지막 임종의 순간까지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속삭이셨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촉촉해진다. 오히려 자식인 자신이 죄송한데도...아버지의 그 미안
하다는 말이 남아있는 딸에게 얼마나 커다란 아픔이었고 아쉬움이었을까?
미안하다는 그말 그것이 바로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이다. 자식들은 너무 가깝고
친근함에 소중함을 모르고 부모님은 자식이 너무 사랑스러워 줄것만을 생각하기에
해주지 못하면 미안한...
 
<엄마>는 꽃물든 그리움을 추억해보는 글이다. 그리움으로 불러보고, 곁에 계시지는
않지만 더 생생한 모습의 엄마를 추억하고, 엄마를 노래한 이해인 수녀의 아름다운
시들이 가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엄마와 주고 받았던 편지들, 엄마가 쓰시던
꽃 골무, 헝겊가방, 묵주 주머니, 수저집 등 아직도 그 체취가 느껴지는 그리움 가득
한 물건들, 그리움으로 남아있고 생생한 기억으로 살아있는 엄마의 모습을 따스하게
그려낸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은 뒤늦은 후회의 감정이 그렇듯 누구에게나
비슷한가보다. 이해인 수녀는 엄마의 손때묻은 도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에게도
엄마의 이름이 조그맣게 쓰여진 도장 하나가 있다. 그냥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도장
이지만 아직도 그 도장에선 엄마의 따스한 체온이 남아있다. 생전에 즐겨하시던
감탄사, 우리 엄마는 '어머나' 라는 말을 참 자주 하셨는데... 그 많은 연세에 어쩜
그리도 많은 것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셨던지. 촌부의 아내로, 많은 자식들을 키워
내시면서도 언제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잔잔한 웃음으로 표현해주시던 엄마의 모습
이 눈물로 그려진다. 이해인 수녀가 써내려간 사모곡속에 세상 모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세상 모든 아들, 딸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있다.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이든 어른도 모두 어린이가 됩니다.

생전에 엄마손의 을 잡아 본적이 있다. 거칠고 갈라진 작은 손, 겨울이면 더 아프고

더 거친듯 보이던 그 손이, 어린 시절 내겐 하나의 부끄러움 이었다. 친구들의 엄마는

젊고 예쁜데, 막내로 태어난 나와 엄마의 모습은 흡사 할머니와 손자였다. 대화도

통하지 않고 짜증내도 그저 웃어만 주셨던 엄마. 거칠고 갈라진 그 손이 이제는 너무

나 그립다. 사람 좋기로 소문났던 아버지 덕분에 하루에도 몇번씩 식사를 준비하셔야

했던 엄마. 손칼국수 만드는 일이 제일 싫었다시던 엄마의 그 손맛이 그립기만 하다.

한글도 제대로 모르시던 엄마였다. 대학시절 학교에서 돌아온 내눈에 초등학생처럼

조심스레 써내려간 엄마의 글자연습노트가 들어왔다. 받침도 틀리고 발음대로 쓰여진

엄마의 그 노트를 보고 눈물이났다. "이거 맞지?"하며 글자 하나하나를 쓰면서 그렇게

즐거워 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해보였다. 엄마의 손칼국수도, 연습노트도

이젠 모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렇게 엄마를 불러보며 엄마 품에서 깊은 잠이

들어보고 싶다.

 

엄마란 이름은 아직도 그렇게 그리움이고 눈물이다. 엄마라는 두글자 속에는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있다. 세상 모든 엄마, 아들 딸들의 그리움과 사랑이 담긴 <엄마>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후회는 늦었다는 의미겠지만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이 우리 곁에 더 많이 존재한다. 후회한 시간 이후의 그리움이 아닌 후회 이전의

그리움을 항상 간직한 사랑이 필요해 보인다.

내일은 나의 생일이다. 아침에 잠자고 잃어나면 따뜻하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이 상위에 올려있었으면 좋겠다. 꿈속에서라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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