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이해인 수녀의 사모곡
이해인 지음 / 샘터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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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리울 적마다 눈물을 모아 둔 항아리가 있네
들키지 않으려고 고이고이 가슴에만 키워 온 둥굴고 고운 항아리
 
부르면 눈물이 되어버리는 이름이 있다. '엄마'. 그리울 적마다 눈물을 모아둔
항아리는 마르지 않는 샘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눈물이 가득고이고 소중했던 추억
을 떠올리면 항아리는 차고 넘친다. 그렇게 엄마는 내게도 눈물의 항아리를 선물
해준 분이다. 세상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을까? 그 후회속에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가 5할 이상은 차지할거라 생각된다. 엄마 그리고 아버지...
오늘자 미디어에서 관심을 받던 동영상중 하나는 코미디언 조혜련이 일본 방송프로
그램에서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털어놓은, 일본을 감동시킨 이야기였다. 어린시절
가난했고 몸까지 불편하셨던 아버지는 그녀에게나 다른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는 말을 하셨다고 한다. 마지막 임종의 순간까지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속삭이셨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촉촉해진다. 오히려 자식인 자신이 죄송한데도...아버지의 그 미안
하다는 말이 남아있는 딸에게 얼마나 커다란 아픔이었고 아쉬움이었을까?
미안하다는 그말 그것이 바로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이다. 자식들은 너무 가깝고
친근함에 소중함을 모르고 부모님은 자식이 너무 사랑스러워 줄것만을 생각하기에
해주지 못하면 미안한...
 
<엄마>는 꽃물든 그리움을 추억해보는 글이다. 그리움으로 불러보고, 곁에 계시지는
않지만 더 생생한 모습의 엄마를 추억하고, 엄마를 노래한 이해인 수녀의 아름다운
시들이 가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엄마와 주고 받았던 편지들, 엄마가 쓰시던
꽃 골무, 헝겊가방, 묵주 주머니, 수저집 등 아직도 그 체취가 느껴지는 그리움 가득
한 물건들, 그리움으로 남아있고 생생한 기억으로 살아있는 엄마의 모습을 따스하게
그려낸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은 뒤늦은 후회의 감정이 그렇듯 누구에게나
비슷한가보다. 이해인 수녀는 엄마의 손때묻은 도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에게도
엄마의 이름이 조그맣게 쓰여진 도장 하나가 있다. 그냥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도장
이지만 아직도 그 도장에선 엄마의 따스한 체온이 남아있다. 생전에 즐겨하시던
감탄사, 우리 엄마는 '어머나' 라는 말을 참 자주 하셨는데... 그 많은 연세에 어쩜
그리도 많은 것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셨던지. 촌부의 아내로, 많은 자식들을 키워
내시면서도 언제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잔잔한 웃음으로 표현해주시던 엄마의 모습
이 눈물로 그려진다. 이해인 수녀가 써내려간 사모곡속에 세상 모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세상 모든 아들, 딸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있다.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이든 어른도 모두 어린이가 됩니다.

생전에 엄마손의 을 잡아 본적이 있다. 거칠고 갈라진 작은 손, 겨울이면 더 아프고

더 거친듯 보이던 그 손이, 어린 시절 내겐 하나의 부끄러움 이었다. 친구들의 엄마는

젊고 예쁜데, 막내로 태어난 나와 엄마의 모습은 흡사 할머니와 손자였다. 대화도

통하지 않고 짜증내도 그저 웃어만 주셨던 엄마. 거칠고 갈라진 그 손이 이제는 너무

나 그립다. 사람 좋기로 소문났던 아버지 덕분에 하루에도 몇번씩 식사를 준비하셔야

했던 엄마. 손칼국수 만드는 일이 제일 싫었다시던 엄마의 그 손맛이 그립기만 하다.

한글도 제대로 모르시던 엄마였다. 대학시절 학교에서 돌아온 내눈에 초등학생처럼

조심스레 써내려간 엄마의 글자연습노트가 들어왔다. 받침도 틀리고 발음대로 쓰여진

엄마의 그 노트를 보고 눈물이났다. "이거 맞지?"하며 글자 하나하나를 쓰면서 그렇게

즐거워 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해보였다. 엄마의 손칼국수도, 연습노트도

이젠 모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렇게 엄마를 불러보며 엄마 품에서 깊은 잠이

들어보고 싶다.

 

엄마란 이름은 아직도 그렇게 그리움이고 눈물이다. 엄마라는 두글자 속에는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있다. 세상 모든 엄마, 아들 딸들의 그리움과 사랑이 담긴 <엄마>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후회는 늦었다는 의미겠지만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이 우리 곁에 더 많이 존재한다. 후회한 시간 이후의 그리움이 아닌 후회 이전의

그리움을 항상 간직한 사랑이 필요해 보인다.

내일은 나의 생일이다. 아침에 잠자고 잃어나면 따뜻하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엄마가 끓여주신 미역국이 상위에 올려있었으면 좋겠다. 꿈속에서라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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