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맛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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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다리가 없을까. 나는 왜 꼬리가 있을까. 나는 왜 다리가 없을까." (P.115)

동화는 우리에게 즐거운 상상과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한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이솝우화,

스쿠루지, 피터팬의 모험... 등 수없이 많은 작품속에서 우리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고

행복한 결말과 마주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동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새롭고

개성있는 작품들과 많이 만나게된다. 얼마전에 읽었던 [백설공주는 왜 난쟁이 집에 갔을까?]

라는 작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던 동화속에 숨어있는 비밀을 풀어내는 '명작동화 다시보기'

라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창작동화인 [잠꾸니 꾸미] 시리즈는 '환상동화 '적 성격을 띈다.

[똥친막대기]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순수동화'로 그리고 잠자던 토끼를 깨워 둘

모두 승리했다는 것으로 끝나는 [토끼와 거북이]와 같은 다양한 '반전동화'들도 있고, [어른

들을 위한 잔혹 동화] 같은 '잔혹동화'의 성격을 띈 작품 등 동화속 이야기들이 단순히

평면적이고 일반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것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이 책 <사과의

맛>은 어떨까? 그 맛을 찾아 책속으로 한걸음 발을 내딛어 보자.

 

[사과의 맛] 은 패러디 동화적 성격이 짙어보인다. 9편의 작품들은 동화와 설화, 신화속

이야기들을 차용하고 있다. 라푼젤, 헨델과 그레텔, 인어공주 ..., 등 동화속 이야기들은

쉽게 그 존재를 알수 있겠지만 다른 작품들은 그 뿌리를 찾기에 조금 낯설어 보인다.

상추를 좋아하는 여자 때문에 이웃집 마녀와 눈이 맞아버린 남편, 그리고 이층집 라푼젤

과 왕자, 카드빚과 은행대출금때문에 누군가를 놀이공원에 버려야만 했던 헨델과 그레텔

할머니 할아버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폐허로 변해버린 낙원 연금술의 밤, 지중해

나이트에서 인어쇼를 하는 수족관속 인어, 어부와 어머니의 욕심을 다룬 연목속 인어,

아버지를 감금하고 재산을 써버리다 동생에게 뒤통수 맞는 아들이야기 열역학 제2법칙,

달나라 북쪽 무지개만에 이주해사는 가족이야기 창백한 푸른 점, 곡예사의 첫사랑,

닭과 달걀에 이르기까지 동화에서 설화, SF를 넘나드는 다양한 소재들이 우리가 사는

치열한 '현실'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동화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등장

인물이 판타지 속의 세계가 아닌 현재의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내려와버린다. 작가는

이를 판타지적 무중력 상태에서 벗어나 일상의 중력권 안으로 하강한다고 말하고있다.

순수하고 행복이 넘실대는 동화속세상을 과감히 뛰쳐나와 간혹 살벌하고 피 비린내가

진동하기도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이 꿈틀대는 현실로 내려와버린 동화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사과의 맛은 사과 자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먹는 사람 입 안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맛은 사과와 먹는 사람 간의 접촉을 필요로 한다.' (P. 302) 

표지속에서 보이는 편안하고 따스한 모습속에, 백설공주가 베어먹었던 사과의 독이들어

있는듯 하다. 동화책을 읽듯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있지만 그 속으로 조금씩 들어

갈 수록 인간들 고유의 역겨운 악취가 배어나온다. 한 입 깨물면 부모를 버리고, 감금

하고 불륜에, 아내를 학대하고, 욕심을 채우는 가장 인간적이고 욕망에 사로잡힌 차가

운 모습의 세상이 보이고, 다시 한입 배어물면 고부간의 갈등, 죽음과 살인이라는 또

다른 비정함이 엿보인다. 9편의 단편들 모두 가족이라는 공통된 배경속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현실로 내려와버린 동화속에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가족관을 여실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작은 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사과의 맛이 어떠했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달콤했는지, 시큼했었던지, 아니면 쓰디

쓴 맛이었는지 말이다. 마녀가 건네준 독사과 속에는 예기치못했던 또 다른 기회가

숨어있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과의 맛은 이제 잊어버리자. 그 맛이 어떠했든,

우리가 맛볼 앞으로의 사과는 달콤한 맛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오현종 작가가

네번째 내미는 손을 이제서야 잡았다. 예쁜 표지가 맘에 들어 집어 들었던 작품이었

지만 그 속에는 더 깊고 예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치명적인 독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닌

약간 냄새나기 시작하는 그런 사과가 들어있었다. 그 사과와의 만남은 앞으로 우리

인생에서 더 좋은 사과를 고를 수 있게하고 사과를 오래도록 변하지 않게 잘 보관할

수 있는 눈과 지혜를 선물이었다. 동화라는 쉽고 단순한 이야기 구조속에 철학적 깊이

와 현학적 지혜, 그리고 깊은 반성을 담아낸 오현종 작가의 기발함이 돋보이는 작품

이다. 어느새 그녀의 팬이 되어버릴것 같은 느낌이다. 전작인 <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부터 다시 만나봐야 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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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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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을 갉아먹고 자라난 나무의 뿌리는 더욱 땅속 깊이 뻗어 나갑니다. '

                                                           (P. 164)

'고향' 이라는 말은 바쁜 일상의 작은 쉼표와도 같은 말이다. 쉴새없이 쳇바퀴 돌아

가듯 흘러가는 시간의 굴레 속에서 잠시 쉴 있는 여유를 선물 받는다는 것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커다란 행복일 것이다. 어느 시골 작은 동네에서 태어나

성장 해왔던 사람들이라면 그 추억속 작은 이야기들은 더욱 가슴에 와닿고 하나

하나 따스한 속삭임처럼 들릴것이다. 평범함 속에서 찾아 내는 따스하고 진솔한

우리 인생이야기가 백양나무 옹이에서 곁가지로 태어난 한 나무의 시선을 통해서

예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우리 어린 시절,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떠올리게 하는

똥친 막대기의 모험속으로 이제 그 작은 발걸음을 옮겨본다.

 

"내 아랫도리는 면도날로 날려 버린 듯 매섭게 잘려 나갔습니다. (P. 25)

<똥친 막대기>의 모험은 평안하고 고요한 양지마을의 정적을 깨우는 이장집 아들,

화물 열차 기관사의 기적소리에서 시작 된다. 젊은 기관사가 마을 앞을 지나면서

부모님께 아침인사를 전하는 그 날벼락같은 기적소리에, 논에서 써래질 하던 재희

아빠의 만삭이된 암소가 놀라 달아나게 되고 이런 암소의 반란을 잠재울 요량으로

매질 도구로 사용하기위해, 최후에 똥친 막대기의 운명인 '나'를 꺽게된다. 우연을

가장한 이 운명적 상황에 똥친 막대기는 조금씩 비관하기 시작한다. 다행스럽게도

암소를 매질하면 허리가 부러질 처지였던 그에게 다행스럽게도 회초리의 기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을 암소의 목타래에 끼어둔 박씨는 소를 어미

나무에 매어두고 혼자일하기 시작한다. 어미나무에 다시 다가온 똥친막대기는

어떤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래본다. 하지만 그런 기적은 봇도랑에 잠시 발을 담그는

수준으로 그치고, 암소 목타래에 걸쳐 재희집까지 운명적 모험이 시작된다.

싸리나무들, 돼지와의 만남도 잠시, 나는 재희를 매질하는 회초리의 운명으로

변해버리고 다시 똥친 막대기의 운명이 되어버린다. 기구한 운명의 똥친막대기는

재희를 괴롭히는 친구들에 대항한 살상무기보다 큰 위력을 발휘하지만 결국

봇도랑가에 버려지고 만다. 그리고 장마비에 떠내려가는 똥친막대기, 하지만

또 하나의 특별한 행운이 그의 운명을 또다른 모습으로 바꾸어버리게 되는데...



 


나는 침착하게 내 운명의 속살 안으로 가만히 손을 내민 행운을 겸허하게

받아 입니다.                                              (P. 163)



수많은 사람들이 운명을 믿는다. 나무는 수백년을 자라서 사람들에게 땀을 식힐

그늘을 선물하기도 하고, 좋은 가구와 종이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커다란 꿈을 키워나가 위해 많은 노력과 땀을 아끼지 않는다.

종종 찾아오는 어두운 운명의 그림자에 좌절하기도 하고 현실의 벽에 막혀 그 꿈을

쉽사리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작은 가지의 똥친 막대기가

될 운명, 하지만 포기와 좌절의 상처 속에서도 똥친막대기는 꿈을 접은 적이 없었

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더 큰 비바람과 천둥 번개를 견뎌내면서

땅속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꿋꿋하게 자라날 것이다. 운명에의 순응과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의지, 그리고 작은 행운에 감사하는 마음을 똥친 막대기의 모험을 통

해 배우게 된다.

 

투명한 언어로 맑고 밝고 섬세하게 써내려 간 똥친 막대기의 이야기를 통해서

김주영 작가를 처음 만난다. 많은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작가이겠지만

나에게는 낯설기만하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그 작가가 전하는 소중한 메세지를

듣게되는 일은 정말이지 즐거운 여행이다. 하찮은 나무 막대기의 운명적 모험속

에서 우리는 삶의 희망과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그리고 어린시절 아름다웠던 추억

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운명속에서도 삶을 개척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또한 <똥친 막대기>를 통해 무의미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자연속 모든 것들은 생명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과 그러므로 우리가

그들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가능하게 만든다.

낯익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통해, 잊고 있던 것들을 되돌아보고 희망과 꿈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아름다운 여행이 <똥친 막대기>속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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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꾸니 루미 1 - 사라지는 사람들
한가을 지음, 김석류 그림 / 엔블록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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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니?" , "난 먼 바닷속에서 찾아온 너의 꿈이야." , "나의 꿈?"

"난 잠꾸니 루미라고해."                            (P. 59)

어른이 된다는 것은 꿈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Dream 을 잃어버리고 Vision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하늘을 날고, 새로운 모습이 되고, 괴물과 싸우던 환상적인

꿈나라여행을 잃어버리면서 이다음에 난 커서 무엇이 될거야라고 말하던 철부지

어린아이의 조금은 허황된 꿈도 같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꿈에서 현실 세계로의

끝없는 추락이 바로 어른이 된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잊혀졌던

꿈속 여행을 선물하는 것이 바로 동화속 세계로의 여행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환상

과 모험, 상상의 세계속에서 날개짓 하는 일이 환상 동화를 만나는 일이다. 꿈을

키우는 아이들과 꿈을 추억하는 어른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환상 동화의 세계,

잠꾸니 루미와 함께 그 신비한 세계속 여행을 떠나보자.

 

요즘 들어 부쩍이나 판타지, SF와 같은 상상력 가득한 책들과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역사속 여행이나 일상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사랑이야기들이 조금은 식상

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하나이겠지만 역시 상상력의 한계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기발하고 기상천외한 작가의 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 판타지 장르로 자신

을 이끄는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겠거니 하고 펼쳐들었던 <잠꾸니 루미>

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작품 이라는 생각을 갖게한다. 부둣가

옆에 위치한 빨간 벽돌집, 그곳에 시원과 엄마, 아빠, 삼촌, 그리고 어린 동생 시원

이와 강아지 아롱이가 함께 산다. 어부인 아빠는 독특하게 생긴 물고기를 잡아오고

동그란 머리에 두다리, 네개의 발가락을 가진 인간과 닮은듯한 이 수수께끼 물고기

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비상위원회가 설치되고 긴급회의가 열린다. 아빠에게 선물

받은 어항을 채우려 낚시를 갔던 시원은 그곳에서 또 다시 괴물고기를 발견하게되고

물고기를 연구하던 장세희 박사를 만난다. 시원은 또 젤리인형처럼 생긴 잠꾸니 루미

와 만나게되는데... 루미는 인간의 꿈과 연결된 바닷속 도시 루앙과 까망에 대해서

시원에게 설명을 해준다. 누군가 꿈을 꾸면 꿈이 물방울 꿈이 되고 그 꿈방울을 먹고

꾸니가 되며, 물꿈사람이라는 뜻의 꾸니는 잠꿈족, 꿈꿈족, 잠꼬대족 등 바닷속에

사는 세부족으로 구성된다는...발가락 다섯개의 꿈꿈족 드까오르 공작이 달콤꿈판매

주식회사를 통해 지지원(zZ1)을 판매시키고 그의 어떤 속셈이 숨어있는 듯한 그

꿈통조림은 급속도로 잠꿈족에게 퍼지게 된다. 땅에서는 몸집이 크게 변하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빅뱅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엄마와 삼촌은 풍선처럼 커져

버려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운명에 처하게된다. 이제 남은 시간은 48시간! 잠꾸니

루미는 이 모든것이 꾸니들이 먹은 꿈꿈족과 지지원(zZ1)과 관련된것으로 의심하고

다시 루앙으로 떠나게되는데...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운 독특한 제목부터, 환상적인 이미지가 넘쳐나는 표지 그림까지,

<꿈꾸니 루미>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상상과 환상적인 여행을 선물하고 있다. 또한

어른들에게는 꿈을 통해 바라보는 이성과 무의식, 잠재의식, 비이성적인 인간의 행동

등을 돌아보게 만드는 여러가지 주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사람들의 희망과 욕망

으로 대변되는 꿈꿈족이 무의식의 잠꿈족의 루앙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설정 자체가

이런 우리 인간들이 가진 의식과 이성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그

이야기가 시작에 불과해 더 자세한 내용들을 파악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꿈을 통해 살아가는 꾸니들의 바닷속 세상의 혼란이 인간 세상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는 설정이 상징적이면서도 독특하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환상과 모험이 가득한 신나는 여행이 이어질 두번째 이야

기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이야기 중간 중간 보여지는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김석류의

그림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어느 외국 작가의 작품이겠거니 했던 한가을작가

의 안정적이면서 생동감 넘치는 표현과 전개가 맛깔 스럽다. 꿈과 관련된 프로이드나

칼 융의 무의식에 기초한 꿈의 해석이 이 책의 전반적인 소재로 작용한 듯 보이는데

한번쯤 그들의 이론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이어질 두번째 이야기를

맞이해야 할 것 같다. 일본 에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부드럽고 자연스런 화면

구성과 개성넘치는 캐릭터들, 그리고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야기 전반에

담겨있는 깊은 주제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재미와

즐거움을 주지만 어른들에게도 깊은 성찰과 반성 등 여러가지 상징성을 담아내기에

제패니메이션이 다양한 계층에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잠꾸니

루미>는 이 두가지 모두를 갖추고있는 국내 문학속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표지, 제목, 내용, 구성까지, 마음을 사로잡는 '느낌좋은 환상동화'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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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동
앙드레 지드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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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coming out] 이 말은 'come out of closet' 에서 유래한 용어로

'벽장 속에서 나오다' 라는 뜻이다. 사전적의미로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

적으로 드러내는 일을 말한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연애인들을 중심으로 이런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서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많은 않아 보인다. 얼마전 모 인기 연예프로

그램에서 여장 남자로 출연했다가 실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장모씨가 자살

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회의 냉대와 따가운 시선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아 버린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커밍아웃을 선언했던 연예인 홍모씨의 경우, 당시 자신

을 자신을 더럽고 징그러운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자연적인것, 관습적인 것에서 어긋나는

모습을 극도로 부정하고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커밍아웃 선언은 이

처럼 파격과 도전이라는 두 개의 시선속에 존재한다. 지금으로부터 80년전 작품이

지만 여전한 논란이 예상되는 <코리동>은 그런 성정체성에 대한 철학적이고 현학적

지식이 넘쳐흐르는 그런 독특한 작품이다.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병과 더불어 태연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P. 17)

194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앙드레지드, 내생애 최고의 업적이라고 불렀던 그의

작품 <코리동>이 이제서야 우리 곁을 찾아온 이유는 아마도 이런 성정체성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 아직까지도 보수적인 우리사회의 인식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된

다. 파리법과 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기독교인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나 엄격한 규율속

에 성장했던 앙드레 지드 그 자신에게 성적 정체성, 남성의 동성애란 주제는 어쩌면

그 자체로 파격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 하자면 '앙드레 지드의 커밍아웃' 이라고 말하고 싶다.

<코리동>은 학교 친구였던 나와 코리동이 나누는 동성애에 대한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코리동과 그에 동조할 수 없는 나의 대화를

통해서 동성애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회적 편견과 인간적 자유사이에 놓인 동성애의

모습을 철학적 접근을 통해 풀어나간다.

 



 



책속에는 수많은 철학자와 그들의 말들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코리동은 파스칼과


몽테뉴, 그리고 스피노자의 말을 통해 동성애가 자연적인 것에서 벗어난다고 말하

지만 그 자연적인것 이라는 생각은 단순히 우리의 습관과 관습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인간의 속성이나 본질이 인간마다 다르듯이 성적 쾌락도

다른 인간의 그것과는 자연스럽게 구분된다고 말하고 있다.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것은 결국 관습을 통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데 코리동은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책속의 나는 괴테의 말을 인용한다. 문화가

자연에 대해서 거둔 승리, 그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포기되어서도 안되면 내어

주어서도 안된다는 말로 대답한다. 소크라테스 대화법을 통해서 동성애에 대한 철학

적 접근과 다양한 인식을 전해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주제

를 가지고 우리에게 편파적이지 않으면서도 사고의 다양성 인식시켜주는 철학적

향기를 가진 작품이라는 생각을 갖게한다. 

 


얼마전 모 케이블 TV를 통해 커밍아웃을 선언했던 모 연예인이 직접 진행하는 <커밍

아웃> 이라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단순히 가십거리로 이런

성적 정체성과 자연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동성애를 바라보고 있어보인다. 모 연예인

동성애에 대해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이 말이 생각난다. '자신은 스스로 더러운 사람

이 아니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또한 더러운 사람이 아닌데, 왜 우리가 이것을 숨겨야

하느냐' 는 그말이 그렇게 가슴을 아프게 한다. 동성애는 어쩌면 종교와도 많은 관련이

있다. 인간을 창조한 하느님, 그의 말씀이 담긴 성경에는 동성애의 죄악을 저지른 소돔

과 고모라를 엄중히 벌하신 장면이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고, 이슬람도 마찬가지로 동성

애에 대해서는 엄한 벌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종교적 억압보다

는 동성애자가 가진 인권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자연을 거스르는 일은 관습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던 코리동의 말처럼 이제 종교와 어느정도 동떨어진 현대

사회는 관습보다는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8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앙드레지드가 자신의 최고의 업적이라고 칭송했던 그 작품속에

담아낸 목소리가 그 힘을 얻어가는 듯하다.

 

이 책을 만나면서 내용이 너무 어렵고, 담고있는 메세지가 너무 파격적 이어서 당황하기

까지 했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성적 소수자들의

픔과 그들이 말하는 성적자유에 대해서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된것 같다.

쉽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리고 내용도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성적인 부분을

포함해서 세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앙드레 지드라는 그 이름을 찾아 선택한 작품속에서 노벨상에 빛나는, 그가 자신

생애 최고 업적이라 말했던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그의 문학적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코리동> 쉽지 않았고, 높은 벽처럼 느껴졌기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쉽게 잊히 힘든

작품으로 그렇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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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단짝 파랑새 사과문고 65
이미애 지음, 이선민 그림 / 파랑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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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P. 164)

어느 성장 드라마의 주제곡같기도 한 이 말이 은비가 즐겨부르는 노래이다. 아이들의

시선속에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 그런 소외감과 외로움속에서 '친구'라는 존재의 필요성

을 느껴가고 친구의 소중함을 하나씩 일깨워가는 아이들의 성장을 그려가는 동화가

우리곁은 찾아왔다. 여자들의 우정, 남자들과는 조금은 다른 그런 단짝과도 같은 친구

를 만들어가는 그녀들의 이야기속에서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배우고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아직까지 정의내리지 못한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

리게 되는 시간을 갖아 본다.

 

"바다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아무리 변하고 오만가지 모습이 된다

해도 내게서 도망 안가고 그 자리에 있는 친구말이야."  (P. 129)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는 말을 또 다시 인용해야 할 것 같다.

내가 가진 슬픔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당신은 그런 친구를 하나쯤 가지고 있는가?

12살의 유경과 은비. 선머슴 같은 유경과는 달리 예쁘고 공주님 같은 은비를 유경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쿠키 아줌마인 유경의 엄마와 교수아줌마, 은비 엄마는 둘도 없는

친구다. 교수아줌마가 여름방학 동안 캐나다에 연수를 가게 되어 은비는 유경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일찍 아빠를 여의고, 엄마마저 자신의 꿈을 위해 은비에게는 조금은 소홀

했던것이 은비를 그처럼 외로움속에 밀어넣고 만다. 큰 곰아빠 인형을 안고 자고, 밤이면

남몰래 흐느껴 우는 아이, 가슴속에 가시가 박혀있는 아이, 바다를 처음 본다는 아이 은비.

자신과 비교되는 은비에게 콤플렉스마저 느끼던 유경은 외로움속에 홀로 놓인 은비에게

조금씩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된다. 서먹하고 작은 미움이 자리하던 두 친구. 작은

사건들을 계기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은비와 유경의 단짝이 되어가는 과정이 따뜻한 시선

속에 그려진다.





"떠나는 법과 기다리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안돼. 진짜 우정이라면." (P. 178)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기, 그 시간 속에서 가장 커다란 어려움을 꼽으라면 만남과

이별이라고 말 할 수 있을것같다. 친구라는 존재와 의미를 깨달아가고 더불어 만남

이 있으면 헤어짐도 뒤따른다는 진리를 배우게 된다. 쿠키아줌마의 말처럼 떠나보내는

법과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시간속에서 바로 우정을 배우고 아픔속에서 조금씩 커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조금은 색다른 시간이었다. 남자들의 우정과는 조금은 다른

여자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우정을 만나보는 독특한 시간이었다. 단짝이라는 말은 물론

남자들 사이에서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여자들간의 사이에서 많이 쓰여진다. 자신의

단짝을 사이에 두고 새롭게 끼어든 다른 친구 때문에 속상해 하기도 하고, 조금 더 큰

후에는 친구와 이성 사이에 많은 고민이 그 틈사이로 끼어들기도 한다. 쿠키아줌마와

교수 아줌마를 보면서 여자들 사이에 오랜 시간 이어지는 아름다운 우정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은비가 말했던 바다같은 친구,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줄 나무같은 친구, 내 슬픔까지

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 그리고 나만의 단짝친구!! 아이들의 풋풋함 속에서 소중한

친구를 찾아 떠나는 성장이야기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저 함께 있

으면 즐거웠고 함께 있기에 행복했던 그 시절 소중한 친구들을 떠오르게 한다.

아이의 아빠가 되어버린 친구들, 혹은 머리 숱이 빠져버린 친구들, 흰 머리가 조금씩

새어 나오는 나이가 되어버린 이 시간에도 친구라는 가슴 떨리고, 아련한 추억속으로

우리를 안내해준다. <나만의 단짝>!! 아이들에게는 '친구'라는 특별한 존재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하게 하고, 어른들에게는 소중한 친구와의 옛 추억여행을 선물하는 가슴

따뜻하고 예쁜 동화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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