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꾸니 루미 1 - 사라지는 사람들
한가을 지음, 김석류 그림 / 엔블록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넌 누구니?" , "난 먼 바닷속에서 찾아온 너의 꿈이야." , "나의 꿈?"

"난 잠꾸니 루미라고해."                            (P. 59)

어른이 된다는 것은 꿈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Dream 을 잃어버리고 Vision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하늘을 날고, 새로운 모습이 되고, 괴물과 싸우던 환상적인

꿈나라여행을 잃어버리면서 이다음에 난 커서 무엇이 될거야라고 말하던 철부지

어린아이의 조금은 허황된 꿈도 같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꿈에서 현실 세계로의

끝없는 추락이 바로 어른이 된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잊혀졌던

꿈속 여행을 선물하는 것이 바로 동화속 세계로의 여행이다. 아이들이 꿈꾸는 환상

과 모험, 상상의 세계속에서 날개짓 하는 일이 환상 동화를 만나는 일이다. 꿈을

키우는 아이들과 꿈을 추억하는 어른들이 함께 행복해지는 환상 동화의 세계,

잠꾸니 루미와 함께 그 신비한 세계속 여행을 떠나보자.

 

요즘 들어 부쩍이나 판타지, SF와 같은 상상력 가득한 책들과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역사속 여행이나 일상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사랑이야기들이 조금은 식상

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하나이겠지만 역시 상상력의 한계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기발하고 기상천외한 작가의 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 판타지 장르로 자신

을 이끄는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겠거니 하고 펼쳐들었던 <잠꾸니 루미>

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작품 이라는 생각을 갖게한다. 부둣가

옆에 위치한 빨간 벽돌집, 그곳에 시원과 엄마, 아빠, 삼촌, 그리고 어린 동생 시원

이와 강아지 아롱이가 함께 산다. 어부인 아빠는 독특하게 생긴 물고기를 잡아오고

동그란 머리에 두다리, 네개의 발가락을 가진 인간과 닮은듯한 이 수수께끼 물고기

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비상위원회가 설치되고 긴급회의가 열린다. 아빠에게 선물

받은 어항을 채우려 낚시를 갔던 시원은 그곳에서 또 다시 괴물고기를 발견하게되고

물고기를 연구하던 장세희 박사를 만난다. 시원은 또 젤리인형처럼 생긴 잠꾸니 루미

와 만나게되는데... 루미는 인간의 꿈과 연결된 바닷속 도시 루앙과 까망에 대해서

시원에게 설명을 해준다. 누군가 꿈을 꾸면 꿈이 물방울 꿈이 되고 그 꿈방울을 먹고

꾸니가 되며, 물꿈사람이라는 뜻의 꾸니는 잠꿈족, 꿈꿈족, 잠꼬대족 등 바닷속에

사는 세부족으로 구성된다는...발가락 다섯개의 꿈꿈족 드까오르 공작이 달콤꿈판매

주식회사를 통해 지지원(zZ1)을 판매시키고 그의 어떤 속셈이 숨어있는 듯한 그

꿈통조림은 급속도로 잠꿈족에게 퍼지게 된다. 땅에서는 몸집이 크게 변하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빅뱅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하고 엄마와 삼촌은 풍선처럼 커져

버려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운명에 처하게된다. 이제 남은 시간은 48시간! 잠꾸니

루미는 이 모든것이 꾸니들이 먹은 꿈꿈족과 지지원(zZ1)과 관련된것으로 의심하고

다시 루앙으로 떠나게되는데...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운 독특한 제목부터, 환상적인 이미지가 넘쳐나는 표지 그림까지,

<꿈꾸니 루미>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상상과 환상적인 여행을 선물하고 있다. 또한

어른들에게는 꿈을 통해 바라보는 이성과 무의식, 잠재의식, 비이성적인 인간의 행동

등을 돌아보게 만드는 여러가지 주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사람들의 희망과 욕망

으로 대변되는 꿈꿈족이 무의식의 잠꿈족의 루앙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설정 자체가

이런 우리 인간들이 가진 의식과 이성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그

이야기가 시작에 불과해 더 자세한 내용들을 파악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인간의

꿈을 통해 살아가는 꾸니들의 바닷속 세상의 혼란이 인간 세상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는 설정이 상징적이면서도 독특하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서고 환상과 모험이 가득한 신나는 여행이 이어질 두번째 이야

기가 너무나 기다려진다. 이야기 중간 중간 보여지는 독특하고 개성넘치는 김석류의

그림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어느 외국 작가의 작품이겠거니 했던 한가을작가

의 안정적이면서 생동감 넘치는 표현과 전개가 맛깔 스럽다. 꿈과 관련된 프로이드나

칼 융의 무의식에 기초한 꿈의 해석이 이 책의 전반적인 소재로 작용한 듯 보이는데

한번쯤 그들의 이론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 이어질 두번째 이야기를

맞이해야 할 것 같다. 일본 에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부드럽고 자연스런 화면

구성과 개성넘치는 캐릭터들, 그리고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야기 전반에

담겨있는 깊은 주제의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재미와

즐거움을 주지만 어른들에게도 깊은 성찰과 반성 등 여러가지 상징성을 담아내기에

제패니메이션이 다양한 계층에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잠꾸니

루미>는 이 두가지 모두를 갖추고있는 국내 문학속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표지, 제목, 내용, 구성까지, 마음을 사로잡는 '느낌좋은 환상동화'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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