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동
앙드레 지드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커밍아웃 [coming out] 이 말은 'come out of closet' 에서 유래한 용어로

'벽장 속에서 나오다' 라는 뜻이다. 사전적의미로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

적으로 드러내는 일을 말한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연애인들을 중심으로 이런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서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많은 않아 보인다. 얼마전 모 인기 연예프로

그램에서 여장 남자로 출연했다가 실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장모씨가 자살

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회의 냉대와 따가운 시선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아 버린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커밍아웃을 선언했던 연예인 홍모씨의 경우, 당시 자신

을 자신을 더럽고 징그러운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자연적인것, 관습적인 것에서 어긋나는

모습을 극도로 부정하고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커밍아웃 선언은 이

처럼 파격과 도전이라는 두 개의 시선속에 존재한다. 지금으로부터 80년전 작품이

지만 여전한 논란이 예상되는 <코리동>은 그런 성정체성에 대한 철학적이고 현학적

지식이 넘쳐흐르는 그런 독특한 작품이다.

 

"중요한 것은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병과 더불어 태연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P. 17)

194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앙드레지드, 내생애 최고의 업적이라고 불렀던 그의

작품 <코리동>이 이제서야 우리 곁을 찾아온 이유는 아마도 이런 성정체성과 관련한

부분에 있어 아직까지도 보수적인 우리사회의 인식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생각된

다. 파리법과 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기독교인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나 엄격한 규율속

에 성장했던 앙드레 지드 그 자신에게 성적 정체성, 남성의 동성애란 주제는 어쩌면

그 자체로 파격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 하자면 '앙드레 지드의 커밍아웃' 이라고 말하고 싶다.

<코리동>은 학교 친구였던 나와 코리동이 나누는 동성애에 대한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코리동과 그에 동조할 수 없는 나의 대화를

통해서 동성애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회적 편견과 인간적 자유사이에 놓인 동성애의

모습을 철학적 접근을 통해 풀어나간다.

 



 



책속에는 수많은 철학자와 그들의 말들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코리동은 파스칼과


몽테뉴, 그리고 스피노자의 말을 통해 동성애가 자연적인 것에서 벗어난다고 말하

지만 그 자연적인것 이라는 생각은 단순히 우리의 습관과 관습에서 태어났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인간의 속성이나 본질이 인간마다 다르듯이 성적 쾌락도

다른 인간의 그것과는 자연스럽게 구분된다고 말하고 있다.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것은 결국 관습을 통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데 코리동은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책속의 나는 괴테의 말을 인용한다. 문화가

자연에 대해서 거둔 승리, 그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포기되어서도 안되면 내어

주어서도 안된다는 말로 대답한다. 소크라테스 대화법을 통해서 동성애에 대한 철학

적 접근과 다양한 인식을 전해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주제

를 가지고 우리에게 편파적이지 않으면서도 사고의 다양성 인식시켜주는 철학적

향기를 가진 작품이라는 생각을 갖게한다. 

 


얼마전 모 케이블 TV를 통해 커밍아웃을 선언했던 모 연예인이 직접 진행하는 <커밍

아웃> 이라는 프로그램을 본적이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단순히 가십거리로 이런

성적 정체성과 자연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동성애를 바라보고 있어보인다. 모 연예인

동성애에 대해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이 말이 생각난다. '자신은 스스로 더러운 사람

이 아니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또한 더러운 사람이 아닌데, 왜 우리가 이것을 숨겨야

하느냐' 는 그말이 그렇게 가슴을 아프게 한다. 동성애는 어쩌면 종교와도 많은 관련이

있다. 인간을 창조한 하느님, 그의 말씀이 담긴 성경에는 동성애의 죄악을 저지른 소돔

과 고모라를 엄중히 벌하신 장면이 창세기에 기록되어 있고, 이슬람도 마찬가지로 동성

애에 대해서는 엄한 벌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종교적 억압보다

는 동성애자가 가진 인권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자연을 거스르는 일은 관습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던 코리동의 말처럼 이제 종교와 어느정도 동떨어진 현대

사회는 관습보다는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8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앙드레지드가 자신의 최고의 업적이라고 칭송했던 그 작품속에

담아낸 목소리가 그 힘을 얻어가는 듯하다.

 

이 책을 만나면서 내용이 너무 어렵고, 담고있는 메세지가 너무 파격적 이어서 당황하기

까지 했던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성적 소수자들의

픔과 그들이 말하는 성적자유에 대해서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된것 같다.

쉽지 않았던 작품이다. 그리고 내용도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성적인 부분을

포함해서 세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앙드레 지드라는 그 이름을 찾아 선택한 작품속에서 노벨상에 빛나는, 그가 자신

생애 최고 업적이라 말했던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그의 문학적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코리동> 쉽지 않았고, 높은 벽처럼 느껴졌기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쉽게 잊히 힘든

작품으로 그렇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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