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꾸니 루미 3 - 코코아빛의 성
한가을 지음, 김석류 그림 / 엔블록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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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린이와 어른들을 위한 이 환상동화는 이렇게 시작했다.

"넌 누구니?" , "난 먼 바닷속에서 찾아온 너의 꿈이야." , "나의 꿈?""난 잠꾸니 루미

라고해." (1권 P.59) 그리고 기나긴 여행과 환상적인 모험, 우리에게 던지는 여러가지 교훈...

"...우리가 미래를 알고 있고 그것을 바꿀 수 있다면 주저하거나 망설일 필요가 없어."

(3권 P.300) 라는 루미의 말로 끝을 맺는다. 정말이지 길고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다.

그 터널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익히 만나본적이 없던터라..) 조금 발을 들이자 환상적인 그림

으로 시선을 사로잡더니 낯선 방문자를 맞이하는 독특하고 신기하기 까지한 동굴속 주인공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곳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과의 만남이라도 있게되면 우리는

종종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라고 되뇌이기도 하는데... 흡사 그런 느낌과 비슷한 시간이었

다고 이 환상동화와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듯 하다. 아니 꿈을 어떻게

꾸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꿈을 꾸기는 했었던가? 재미를 넘어 여러가지 "?"

표와 "!" 표를 받아든 느낌이든다. 이제 잠꾸니 루미 그 마지막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드까오르 공작의 꿈통조림 zZ1, zZ2, 아이스크림꿈1이 루앙과 잠꾸니 족을 파괴시키고, 인간들

의 세계는 빅뱅바이러스로 위협을 당하게 된다. 어렵게 루앙으로 돌아온 루미는 북친, 비앙키와

함께 아빠와 11명의 사제들 그리고 잠꾸니족과 인간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코코아빛 성으로 향한다.

기괴하게 변해버린 잠꾸니들, 유전자조작으로 만들어진 고양이개 라디, 흉측한 모습의 라마니, 

클론과도 같은 거대 전투용 생명체들.... 이런 수많은 위협을 뚫고 북친과 루미는 코코빛의 성에

잠입한다. 꿈을 꾸게 만드는 스튜 농축액을 아빠와 사제들에게 먹여 자신이 꿈꾸는대로 이루어

지도록 만드는 드림엔진을 가동시키는 드까오르 공작! 지구의 해안에 얼음제국을 건설하고 거

대한 인간팔을 만들어 달을 따겠다는 그를 막기위해 루미와 북친 그리고 붉은 남작의 투사체와

유니콘은 힘을 합쳐 드까오르를 물리친다. 하지만 드까오르 공작 또한 누군가에게 의식이 지배

받던 꼭두각시였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루앙과 지구의 위협은 서서히

그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그 속에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잠꾸니 루미의 마지막 이야기는 앞에서 보여졌던 어떤 스토리보다 재미와 스릴이 가득했다. 루미

와 북친을 위협하던 괴 생명체들과 몸이 변해버린 잠꾸미들, 그리고 반전을 거듭하면서 실체를

드러내는 어둠의 그림자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이야기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매료시

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구성속에 자주 등장하는 아주 세밀하고 섬세한 묘사

가 돋보이는 일러스트들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빠져들게 만드는 커다란

역할을 하고있다. 독특한 설정과 낯설기까지 했던, 이전에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런

스토리와 등장인물, 환상적 배경까지... 잠시 읽고 책장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마는 책이아니라

어린왕자나 피터팬처럼, 어린시절을 거쳐 나이가 들어서까지 간직하고 추억하고 동심의 세계로

함께 할 수 있는 매개체와 같은 매력적인 작품이란 생각을 갖게한다. 예쁘고 독특한 등장인물,

인간과 연결된 독특하게 설정된 공간, 인간이 가진 심리와 의식에 대한 성찰을 일깨우게 하는

스토리구성. 단순히 웃고 즐기기에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 담겨있는 깊은 교훈을

이해하고 느끼도록 하는 마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꿈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꿈을 던져버린 사람도 있고, 꿈을 단순히

욕망으로 가득 채운 사람도있다. 누군가는 꿈을 조작하기도 한다. <잠꾸니 루미>는 단순히 꿈이

아닌 우리의 현실속에서 자행되는 각종 차별, 다수라는 이름의 폭력을 꾸짖기도 한다.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환상적인 모험

과 꿈에 대한, 꿈을 위한, 판타지를 선물한다. 아이들에게 상상과 모험을, 어른들에게는 올바른

삶의 자세와 꿈을 잃지 말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선물한다. 이외수 선생님의 작은 올챙이와도

비슷한, 쬐끄만 루미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희망의 메세지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가

희망을, 꿈을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언제고 우리가 원하는대로 바꿀 수 있다'

는 그 감동과 희망의 메세지 말이다. 그리고 그 희망과 꿈을 위한 미래는 지금 이 시간에 만들

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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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퍼즐
기모토 신지 지음, 송희진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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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더라도, 신이 만들었다는 창조론이라 하더라도

정말 인류 그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을까? 신은 그럼 어떻게 인간을 만들어 냈을까? 창조론

이나 진화론이나 마찬가지로 신빙성이나 근거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 인류와 지구, 태양계와 은하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 단서를 풀기위한 노력들이

얼마전 미디어를 통해 알려졌다. 9월10일 가동에 들어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바로

그것이다. 우주의 생성과 인류의 생성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이연구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인근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빅뱅이론을 주목하고 있다. 빅뱅이론이란 진공 대폭발로 인해

진공상태에서 우주가 생성되었고 그로인해 기본적인 물질들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가설이다.
그들이 찾고자 하는것은 힉스립자이다. 이 힉스입자의 발견은 빅뱅이론을 뒷바침하고 질량의 결정

이 빅뱅이후라는 가설을 입증 시킬 수 있기때문이다. 또한 이 실험은 블랙홀과 호킹 복사의 검증

이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익숙치 않은 결과물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빅뱅...그것이 인류의 기원

일까? 하지만 이것조차 아직까지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 인류 탄생의 비밀을 가슴에 둔

젊은이들의 이야기 <신의 퍼즐>이 우리가 품고있는 이런 원초적 의문을 조금은 씻어주지 않을까?

 

"우주는 무(無)에서 태어났다." ... "그렇다면 인간도 만들 수 있습니까? ..."  (P. 9)

<신의 퍼즐>은 우리가 일반화시켜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은?

우주는? 그리고 또 다른 수많은 것들은 어떻게 생성되었는가?하는 물음 말이다. 좋아하는 여학생

이 있지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소심남인 졸업반 와타누키, 천재소녀로 알려졌지만 말

못할 고민과 그녀가 접한 학교에 대한 적응에 힘겨워하는 열여섯살의 호미즈와의 만남으로 이야

기는 시작된다. 연구수업을 통해 인간이 우주를 만들수 있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서로 엇갈

리는 주장속에 서로의 팀을 만들고 그에 대한 토론과 실험을 통해 검증해나가는 청춘들. 와타누키

가 써내려간 연구수업 일기가 바로 신의퍼즐이 된다. 물리학을 기초로한 이 작품은 치열한 두뇌

싸움과 함께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이 곁들여져 더 큰 재미를 선물한다. 또한 단순히 딱딱한 물리

학적 지식의 나열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깊은 철학적 사색이 담아내기도 한다. 신의 퍼즐,

그들은 그 비밀을 밝혀 낼 수 있을까?



 

피상적으로만 생각했던 인류와 우주의 생성비밀을 풀어낸다는 설정 자체가 독특하고 판타지적인

성격이 읽는 이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누구나 그런 상상들을 한다. 외계인,

UFO, 지구에서 사는 우리들은 어떤 존재인가? 죽음이후의 세상은? ... 와 같은 이런 다양하고

철학적이면서 조금은 비현실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일은 흥미로움 그 자체이다. 영화

맨인블랙2의 마지막 부분을 잊지 못한다. 캐비넷에세 살아가는 작은 종족, 우리도 그들과 같이

하나의 캐비넷을 차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SF 판타지 소설에 수여하는 코마츠

사쿄상 수상을 수상했다는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 졌다고 한다. 아직 영화로는 만나보지 못했

지만... 왠지 책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용은 SF일지 모르지만 영상으로는 그다지

SF적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 않을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치열하고 날카로운 주장과 두뇌싸움속에서, 조금은 복잡하게 생각되는 공식들이 난무하면서도 
계속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그 속에 담겨있는 청춘들의 시간을 감각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청춘이 겪는 아픔과 숨죽인 고민들, 그리고 사랑과 우정을 통해 그 문제들을 풀어가는
감동이 담겨있기에 매력적인 작품이다. 딱딱함속에 담겨있는 부드러움을 꿰뚫어보지 못한 독자
라면 쉽게 책을 내려놓을 수도 있으리라. 우주창조의 비밀이라는 거창한 물음과 그 대답을 찾기
위한 노력들로 시작했지만 책을 내려놓으며 찾을 수 있었던건 단순히 괄호(   )롤 채우는 해답이
아니었다. 더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보자. 퍼즐을 하나씩 하나씩 맞추어 갈때마다 쌓여

가는 가슴 따스함을 조금씩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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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 - 세상의 모든 패배자에게 보내는 재기 멘토링
박성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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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버락(Barack), '후세인(Hussein)'..... 그리고 '오바마(Obama)!!!'

미국의 제44대 대통령, 버락오바마. 그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것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였다. 최초의 미국 여자 대통령 힐러리, 최로의 미국 흑인 대통령 오바마.... 이

두 사람의 불꽃튀는 대결은 지금의 대통령 선거와는 또 다른 재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

해 보였다. 힐러리를 따돌리고 그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을때 수많은 사람들이 우려

하기도 했지만... 백인사회에도 흑인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덜'검은 오바마는 세계의 대통령

이라 불리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 당당하게 그 이름을 올리게 된다. 짧은 정치경험과 그리 폭

넓지 않은 지지층, 흑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기기 힘겨울 것만 같던 게임을 즐기며

그를 위한 게임으로 만들수 있었던 그만이 가진 특별한 리더십은 도대체 무엇인지, 사람들은 왜

그에게 열광하는 것인지... 검은 오바마 그의 숨겨진 힘은 무엇일까?

 

버락 오바마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것은 2004년 7월 열린 존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출정식에서 였다고 한다. 이 중요한 자리의 기조연설 자리에 선 흑인 애송이 오바마. 사람들은

적잖이 실망하고 전당대회의 분위기는 어수선 했다. 하지만 나중에 그의 연설을 들을 기회를

잃게된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그 때 그 시간을 후회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진보적인 미국이 따로 있고 보수적인 미국

따로 있는게 아닙니다. 하나된 주들인 미국이 있을 뿐입니다. 검은 미국이 따로 있고

하얀 미국이 따로있고 라틴계 미국, 아시아계 미국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오로지 하나된

주들인 미국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 있을 뿐입니다."       (P. 17)



 

피해의식에 사로잡인 사람들, 분노를 놓지 못했던 사람들,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득만을 취하려던

사람들에게 오바마는 일침을 가하고 '통합과 변화 그리고 희망이라는 메세지'를 그들에게 선물

하게 된다. 그의 이 연설은 링컨의 "쪼개진 집은 서있을 수 없다. A House divided against

itself cannot stand"는 유명한 연설에 버금가는 메세지를 우리에게 선물해주고 있다. 단순히

미국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감동은 더해보인다. 진보와 보수, 새롭게 진행되는 신 이데올

로기, 지역주의,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한반도에도 딱 들어맞는, 가슴에 아로새길 그런 의미

있는 연설인것이다. 이런 변화속의 통합은 '위대한 소통자'로 불렸던 레이건과도 그 맥을 같이 한다.

또한 그는 블랙 케네디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라이프스토리를 가진 사람에게 대중

은 흥미와 매력을 느끼게되고 복종하게 된다고 말이다. 케네디에 열광하는 미국인들은 케네디가의

비극적 라이프스토리를 통해 만들어진것이다. 20세기 최대 미스터리를 간직한 정치 가문 케네디.

남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영웅적으로 뛰어들어야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 존 F. 케네

디의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의 말 또한 이런 케네디가문의 명예스럽고 미스터리한 라이프 스토리를

만들기에 충분해보인다. 오바마 또한 역경을 딛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라이프 스토리를 갖는다.

그의 매력속에 사람들은 한동안 빠져나오기 힘들어 보이는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이다.

 

"나는 흑과 백의 두 세상 사이에서 줄을 타는 법을 익혔다."  (P. 51)

4년 만에 전당대회 들러리에서 당당히 우뚝선 주인공으로, 8년전 '충분히 검지 않다'는 이유로

패배의 쓴 잔을 마셨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너무 검다'는 편견과 맞서 축배를 들게된 블랙 케네디,

38년전 마리아나와 코카인에 의지하던 희망이 없던 소년에서 아프리카 이름 '버락(Barack)'과

이슬람교도였던 할아버지의 미들네임 '후세인(Hussein)' 을 고집하며 세상의 편견과 당당히 맞서

위대한 영웅으로 그는 새롭게 태어났다. 변화와 혁신, 공감과 통합, 다양성의 인정, 그리고 희망...

등 다양한 리더십을 통해 그는 정치에 관심없던 청소년과 소외받아 오던 계층과 인종, 수많은 사람

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제 그들의 기대와 시선은 온통 오바마 자신에게 쏠려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시간은 역사속에 오바마를 어떤 모습으로 비출것인지 그것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흑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한 버락 오바마, 하지만 그에겐 아직 많은 난관들이 남아있다. 정치초보자,

불확실한 경제환경과 미래, 급진성 등이 아직 그가 받아야 할 시험무대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검은 오바마>, 사실 책의 제목이 조금은 자극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인종차별이 아닌가 해서

조금 걱정이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피부색깔도 마찬가지

란 생각이든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는 추세속에서도

유독 피부색을 따지고 단일민족을 따지며 차별의 도를 넘는 일, 우리사회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오바마의 캐츠프레이즈는 바로 'Change' 였다. 'WE NEED CHANGE' 변혁 어쩌면 쉽게 말할

수 있는 짧고 간결한 단어이지만, 그 실행은 좀처럼 쉽지 않고 그를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마저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그를 믿고 지지하고 있다. 편견이 가득담긴

검은 바람으로 시작했지만, 단순한 색깔을 넘어 세계곳곳 어느곳이든 경제를 살릴 따스한바람으로

불어닥칠 무채색의 변혁의 바람을 기대해본다. 단순히 한 나라의 대통령 선거 대리전을 바라보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일으킨 변화와 통합, 혁신과 희망의 메세지를 통해 먼 미국이 아닌 한반도

안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또 어두운 경제환경속에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된다.

38년전 희망을 잃고 헤메던 작은 소년이 이룬 커다란 기적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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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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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가장 존경하는 작가중 한명인 황석영 작가를 즐겨보는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만날 수 있었
다. 현대사속 굴곡진 역사의 현장 곳곳에 서있었고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역작들을 쏟아낸 대
작가의 진솔한 모습이 수많은 시청자들을 가슴 따뜻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작가인 나도 광대다.' 라고 하면서 '광대는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감춘 채 상대방에 비춘 여러
자아를 갖고 살아간다. 그래서 홀로 있을 때는 슬픈 자아가 생기게 되는데 나도 그런 내면의 쓸쓸
함을 가진 광대다' 라고 하시던 말씀이 너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지식인이 아니다.
나는 이야기를 짓는 목수이다!'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 존어빙. 페이지 터너(page turn
er)라는 별명을 갖고 천재적인 스토리텔러라 평가받는 그의 소의 '목수론'이나 황석영 선생의
'광대론'이나 모두 작가로서 이름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하나의 자세라고 생각
된다. 목수나 광대 모두 누군가를 위해 스토리를 창조하는 무엇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건 스토리지만 더 중요한건 그 누군가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중요한 그 누군가
의 대상은 바로 우리 독자이다. 독자의 독자에 위한 독자를 위한 작가로서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지
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목수를 자처하는 작가, 존어빙의 지은 새 집을 구경하려
한다. 1958년 어느 여름, 그들의 집 일층에서 이층까지...
 
"슬픔은 전염되는 법이야...   나는 네가 내 슬픔에 감염되는걸 바라지 않았어. 에디,

루스가 감염되는 것은 정말로 원하지 않았어.   (P. 365)

1958년, 토머스와 티모시 두 아이들을 잃고 끊임없는 고통속에 살아가는 테드 콜과 메리언 콜.

그들은 네살배기 딸 루스 콜과 살고있다. 소설가이지만 동화작가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는 루스

의 아빠 테드콜은 폭음을 하고 어린 여자를 밝힌다. 두 아이들이 죽기전까지 좋은 엄마 충실한

아내이면서 작가였던 매리언 콜은 사고 이후 차갑고 쌀쌀맞은 여자가 되어 버렸다. 아이들의

죽음으로 드리워진 그늘은 보이지 않게 그들 가정에 짙은 어둠으로 자리잡는다. 그해 여름 그들

에게 한 소년이 찾아온다. 16살의 에드워드 오헤어. 필립스 엑시터 학교를 다니다 아르바이트로

테드의 조수일을 하게된 오헤어의 등장과 함께 이야기의 막이 오른다. 소년은 매리언과 사랑에

빠져버리게 되고 어느밤 어린 루스는 그들의 정사현장을 보게된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후, 매리

언은 가족들과 소년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시간은 흘러 1990년 가을. 작가가 된

중년의 에디는 아직도 매리언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네살배기 꼬마 루스는 지금 너무

나도 유명작가가 되어버렸고 그런 그녀의 강연회에 초대받은 에디는 그녀와 재회하게 된다.

루스의 성장과 결혼, 그리고 이혼의 과정들, 에디, 테드와 매리언의 또 다른 인물들의 등장속

에서 이 네 사람이 간직한 과거의 상처가 다양한 시각으로 그려진다. 간결하면서도 복잡함으로

뒤엉켜진 가족애와 사랑이 하나씩 조각된다.

 



 

등장인물들이 가진 상처가 있다. 아이들의 죽음으로 충격과 슬픔속에 살아야만 했던 매리언과 테드.

사랑이란 이름으로 혹독한 청춘의 아픔을 겪고 성장하면서도 사랑을 끈을 놓지 못하는 에디.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를 조금씩 조금씩 치유해가는 루스의 모습을 존 어빙은 이 거대한 집에  조심스

럽고 정교하게 나무를 하나하나 재단하고 쌓아 나간다. 치밀하게 짜놓은 양탄자처럼 촘촘하게 집의

뼈대를 세우고 곳곳에 암시와 복선이라는 붉은 카펫으로 이층 계단을 준비한다.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담긴 아름다운 그림들로 벽면을 장식하고 사랑이라는 영원 불멸의 모티브는 커다란 창속에

빛난다. 이야기속에서 느끼게되는 진한 감동은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듯 뾰족지붕이 되어버린다.

이야기 짓는 목수라는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단순히 목수라기보다 건축예술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존 어빙이 지은 새집은 이런 모습이다.

 

'어빙의 인물들은 독자를 빙판 위로 꾀여 내서 거기서 춤추게 한다'는 표현이 너무 마음에 든다.

매리언과 테드, 에디 그리고 루스가 되어본다.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들이 보고 느끼고 받았

던 상처를 함께해본다. 존어빙이 섬세하고 치밀하게 세운 <일년동안의 과부>라는 이집을 이제

잠깐 구경했을 뿐이다. 책속의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는 두 번째 읽을 때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야 할 것 같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말과 행동속에 담긴

복선과 암시를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존 어빙의 집 구경이 아닌 월세 생활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시대 최고 이야기꾼이 지은 사랑, 기다림, 만남과 용서를 담고 있는 멋진

이 집에 한동안 살고 싶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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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과 알 - 138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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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키코는 내 왼쪽에 서고, 미도리코는 내 오른쪽에 서고, 좌석은 전부 차있다. (P.23)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엄마' 다. 부르고 있으면 왠지 편안해지고

그리움이 되기도 하고 미안함과 눈물이 되기도하는 그 이름 '엄마'.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

보는 엄마의 모습은 남자의 시각과 조금은 다를 것이다. 엄마가 바라보는 딸아이의 존재 또한

아들이란 존재와 조금은 다를지도 모른다. 잘은 모르겠지만 여성이라는 동질감과 함께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을 가진 이질적인 부분이 공존할거라고 생각되어진다. 엄마와 딸. 딸의 입장에서는

엄마의 삶을 통해 자신과 여성의 삶을 미리 보는 창이 될 것이고 엄마의 입장에서는 딸이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딸에 대한 걱정과 염려와 같이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을거란 생각

이든다.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살아온 엄마의 이름과 그런 엄마의 모습에 미안함과 소중함

을 오히려 투정과 일탈이라는 거꾸로된 표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딸이라는 이름. 그 두여자

의 이름을 이 책 <젖과 알>속에서 불러본다.

 

여자가 되어가는 미도리코, 여자가 되고싶은 마키코의 이야기가 여기있다. 10년전 남편과 이혼

한 39살의 언니 마키코는 스낵바에서 호스티스로 일한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인가부터 유방

확대수술을 받겠다고 한다. 그녀의 딸 미도리코는 초경을 걱정하며 여자가 되어가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엄마와는 벌써 6개월째 말도 않고 글로써만 대화하고 있는 상태다.

도쿄에 사는 주인공 나를 찾아온 마키코와 미도리코 모녀. 가게에서 일할때 입는 옷을 입고 자전

거를 탄 엄마를 보고 놀려대는 남자아이들때문에 엄마를 미워하기 시작한 미도리코. 유방확대

수술을 한다는 엄마가 미도리코는 싫다. 자신때문에 없어진 가슴을 새롭게 채워 넣겠다는 엄마.

마도리코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미안하다. 하지만 그런 미안함과 그녀에 대한 반항은

대화의 단절로 이어진다. 엄마 마키코는 어떨까? 가슴은 어쩌면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외부로

나타나는 표현과도 같은 것이다. 가슴이 없는 여자에게 가슴은 여성 그 자체를 상징할지도 모른

다. 다시 여자가 되고 싶고 미도리코에게도 좋은 엄마가 되고싶은 마키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자 하는 미도리코와 일상의 작은 변화를 통해 여성으로써 자신의 삶을

되찾기를 원하는 마키코의 작은 반란, 혹은 전쟁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녀들에게도 삶의 평화가

찾아오게 될것인지....





"아아, 마키코도 미도리코도 지금 현재 말이 부족해, 그리고 이걸 여기서 보고있는 나도

말이 부족해, 할 말이 아무것도 없어...."                                   (P.100)

마키코와 미도리코의 삶은 우리 사회 가족이 가진 대화의 단절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엄마라는

존재는 앞서 말했듯이 그리움과 눈물로 점철된다.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

살아 온 엄마, 그걸 알지만 그런 엄마의 삶이 싫고 자신을 그런 삶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하는,

어른이 되는것을 거부하고픈 딸. 여성을 대표하는 젖과 알(난자)을 통해서 엄마와 딸이 가진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녀들의 마지막 행동과 대화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그 깊었던 갈등의 골이 메어진다. 여자가 되기를 거부하는 딸과 여자이기를 꿈꾸는 엄마의 작은

반란이 그렇게 시작되고 이어진다.

 

얼마전 만났던 맘마미아라는 영화속에서도 엄마와 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혼이 임박한 딸이

엄마 몰래 아빠의 존재를 찾기위해 세남자를 초대하게되고 거기에서 벌어지는 웃음 가득한 에피

소드들이 음악과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었다. 영화의 OST 중에서 "Slipping Through My Fin

-gers"라는 곡에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자꾸 클수록 내 곁에서

멀어져만 가요' 라는 가사가 있었다. 결혼식에서 딸의 머리를 빗겨 주며 부르던 엄마의 노래. 커갈

수록 딸은 조금씩 엄마의 곁에서 멀어져만가고 대화도 줄어들게된다는, 엄마가 느끼는 딸의 모습

이 가사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엄마는 가출을 감행한다. 수많은 희생

을 강요받던 엄마라는 이름, 아내라는, 며느리라는 이름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보겠다고 선언

한 엄마의 반란을 잔잔하게 그렸던 드라마였다. 영화와 드라마속에는 이처럼 다양한 엄마와 딸의

모습이 수없이 그려지고 있다. 엄마와 딸 - 영원한 라이벌이자 동반자. <젖과 알>은 이런

엄마와 딸이 가진 서로의 시각을 '나'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고 결국 엄마와 딸의 소리없는 전쟁속

에서 포화처럼 터지는 대화를 통해 그 해답을 찾으려 하고있다.

 

어릴때 엄마는 뭐든 가능하게하는 원더우먼 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어 가면서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투덜거리게 된다. 엄마를 부르는 동안은 나이든 어른도 모두 어린이가 된다고

한다. 뭐든 가능하게 했던 엄마의 모습이 그립다. 미안함과 안쓰러움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피어

났던 반항과 분노를, 이제 따스한 대화와 작은 스킨십으로 표현해보길 바란다. <젖과 알>을 통해

엄마와 딸이라는 이름속에서 피어나던 작은 갈등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배우게된다. 남자의 입장

에서 대립된 두 모녀의 갈등으로 상징되는 젖과 알을 통해 여성을 이해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간결한 문체와 탁월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짧지만 강한 인상의 이 작품을 만나 깊어가는 이 가을이

더욱 즐거울 수 있었던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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