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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
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로 유명한 알랭 드 보통의 저서 [여행의 기술]에 나오는 말이다.
오래전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너무 외로울때 한 밤 깊은 어둠에 잠든 고속도로를 달려 서해대교
아래 떠 있는 휴게소에 들러 따끈한 우동한그릇을 먹고 돌아오곤 했다. 물론 지금도...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는 못하고 잠깐 그 기분만 내고 온다고나 할까? 휴게소 우동은 여행의 필수코스..
여행은 우리에게 수많은 새로움을 선물한다. 익숙해진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주기도하고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그 속에서
서로의 관계에 대한, 사랑에 대한 새로움을 찾는 시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방랑해버려?'
다소 충동적인 멘트와 함께 두눈이 동그란 어린 아이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버린 책 <러브 앤
프리> 2년동안의 세계일주라는 말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부.러.움. 이다. 모두 던져버릴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지금은 모든것을 던져버릴 수는 없기에 자유인이라 불리는 다카하시
아유무의 그 자유여행에 잠시 무임승차해보려고 한다. 2년여의 여행동안 그가 얻은 것은 무엇
일까? Love & Free... ??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시점, 결혼과 함께 퇴사한 아내와 무작정 떠난 여행, 오스트레일리아를
시작으로 돈 떨어지면 돌아오자는 결정과 함께 떠난 것이 1년 8개월여 기나긴 여행의 파편들을
담아낸 책 <러브 앤 프리>이다. 저자를 보니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는다. 저 자신감,
결단력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또 한번 부.러.움.이 든다. 싸구려 임대아파트를 전전하고
부족한 돈 때문에 작은 곳들에 전전하지만 시간만은 무한히 가진 여행, 그 속에서 그들은 새로
움이 가득한 세상을 만난다. 사람을 만난다. 일상에서 바라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풍경들,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아내 사야카의 기뻐하는 얼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닌 아이들, 길, 바다, 하늘, 섬... 그 모습들을 하나하나 사진속에 담아낸다. Money도 Food
도 아닌 Love에 굶주려 있는 동남아시아 아이들의 모습, 유라시아의 광할한 초원, 존레논이
걷던 거리를 걸으며 떠나온지 1년째 여행을 하던 유럽, 아프리카와 북남미를 거쳐 세계 최북단
알래스카에 이르는 대여정을 그려낸다. 단순히 보이는 것만이 아닌 느낌있는 언어로 자유와 사랑,
그리고 사람을 그려내고 있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오늘을 즐기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즐긴다. 가지려 하는 게 아니라 늘 사랑한다.
<러브 앤 프리>는 그 흔한 페이지번호 하나 없는 책이다. 자유인이라는 저자의 소개가 이채롭다.
이 책은 단순히 유명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발길 닫는대로, 시간 가는대로 가고 보고
느낀것을 그려내고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다녀온 어떤
곳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편안하게 그곳이 어디이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과
풍경을 통해서 느낀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써내려간다. 여행에세이라고 하지만 조금은 더
자유로워 보인다. 편안해보인다. 어느 히피가 말했다는 섬의 일생을 통해 우리 인간의 잔인함을
반성하게 만들기도 하고, 지금도 어느 어두운 곳에서 무심히 방치되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게도 한다. 정말 찐했던 인도여행, 아니 수행을 재밌게 써내려가기도 하고, 초원에서 똥
누기란 전설을 코믹하게 그리기도 한다.
껍데기뿐인 기교는 필요없다. 요란한 비평이나 해설도 필요없다....
죽는 순간에 '나라는 작품'에 감동하고 싶을 뿐...
저자는 여행을 통해 커다란것, 넓은 것, 다종다양한 것을 접하면 접할 수록 소중한 것은 작게
좁혀져 가는 느낌이 든다면서 우리 곁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처럼 소중한 누군가을 위해
시작한 작은 일들이 결과적으로 세계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여행은 바로 이런
것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양한 사람을, 세상을 접함으로써 익숙한 것들에 소중함을 느끼고
더 사랑하게 만들고 더불어 나 자신에게 더 큰 자유와 삶을 살아갈 용기를 선물하는 것이다.
여행은 단순히 어떤 곳을 거쳐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다. 그 속에서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보고 나의 모습 또한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얻게된 삶의 기술! 즐겁게 살아가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 여행의 끝에서 저자는 이렇게 외친다.
이 책을 통해 사랑을 찾고, 삶의 용기와 방식을 찾고, 무엇보다 '나'를 찾는 멋진 시간이었던것
같다. 잠시 그의 길고 독특했던 시간 여행에 무임승차해 보았다. 버릴 용기가 부족했던 나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더 넓은 곳을 보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여행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느끼게하는 시간이었다. <러브 앤 프리>를 통해서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것은 외로
움을 달래줄 휴게소가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이 아니라,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용기가 아닐까 생각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