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라쇼몽' 이라는 일본 영화가 있다. 사무라이와 아내, 산적, 그리고 나뭇꾼이 등장하는 아주

오래된 영화. 사무라이는 말을 타고 아내와 숲속길을 지나가던 길이었다. 그의 아내를 본

산적은 예쁜 그녀를 겁탈하려고 한다. 나중에 숲에 들어온 나뭇꾼에 의해 사무라이의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걸보고 신고를 하게되어 그 범인을 찾게되는데. 명백해 보이는 하나의 사건이

지만 산적과 아내, 그리고 무당의 힘을 빌은 죽은 사무라이의 말은 서로 전혀 다른데..

하지만 결국 사건을 목격한 나뭇꾼에 의해 실체가 밝혀진다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이다.

 

알링턴파크, 런던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흡사 연극과도 어울리는 이 작품을 보고는

'라쇼몽' 이 영화가 떠오른다. 이 마을에 사는 다섯명의 여성들이 그리는 하루가 세세하게

그려지는 <알링턴파크 여자들의....>는 동일한 공간에서 비슷한 유형의 삶을 살아가지만 전혀

다른 가치와 삶을 살아가는 그녀들.. 고등학교 영어교사 줄리엣, 알링턴파크에서 가장 비싼

곳에 살고싶어했고 뜻을 이룬 어맨다, 알링턴파크적인 것에 목메이는 크리스틴, 네번째 아이를

임신한 솔리, 복잡한 도시를 떠나 교외를 원했던 메이지. 런던 근교의 작은 마을, 동일한 공간

을 살아가는 다섯여인이지만 그들이 몸담고 있는 그 마을에 대한 이미지는 모두 다르다.





행복을 찾아 떠나온 여인에게 이곳은 또 다른 악몽이고, 꿈을 키워왔던 여인에게 이곳은 불행

의 공간이고, 또 누군가에게 모든것을 이룬 성취의 공간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지속적 생존을

위한 공간이되기도 한다. 동일한 공간이지만 그녀들이 느끼는 그곳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에게도 공통점이 발견된다. 심리적 불안, 불만, 회의, 상실... 아내로서 엄마

로서, 꿈을 포기하거나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여자를 잃어가고, 자신만의 삶을

잃어가는 여인들. 서로를 험담하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들이 가진 불만에 다름아니다.

 

'라쇼몽'이 하나의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독특한 작품이라면, <알링턴파크 여자..>

는 동일한 공간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필요에 의해서, 변화를 위해서, 누군가를

위해서 선택한 공간이지만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 속에서 자신들이 진정으로 필요

로 하고 원하는 것을 놓쳐버린것에 대한 실망과 불안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회속에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녀들의 모습, 안정적인 가정을 갖고 있는 그녀들이지만 결국 여성으로서 살아

가면서 여성이 겪어야하는 사회적 위협과 불안, 위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단 하루만의 삶

을 담아내지만 그 하루속에 여성들이 가진 여러가지 삶의 모습이 그려진다.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아내들의, 엄마들의 이야기... 시시각각 자신들을 위협하는 사회와

삶에 관한 이야기, 그속에 담겨있는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결국은 타협이라는 단어와

만날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수많은 공감과 또 다른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녀들의 하루가 섬세하고 솔직하게 그렇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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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 맛보는 해방과 자유, 1991년 델마와 루이스 라는 영화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이름의 존재에 대한 진솔한 모습을 그려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수잔 서렌든과 지나

데이비스의 탁월한 연기도 좋았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보여준 여러가지 사건들, 마지막

그랜드 캐년을 향해 질주하는 그녀들의 마지막 선택이 가슴 찡하게 했던 기억되는 영화였다.

<도피행>이라는 책을 펼치면서 왠지 이 영화가 떠올랐다. 그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 그리고

조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에 대한 도피, 아니 과감한

해방이 바로 영화속 그녀들이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여러가지 문제의식이 담겨있고 거기에 대해

고민케 하는 시사점을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해게된다. 자신을 옳아매던 족쇄를 던져버린 한 여자,

그녀의 친구와의 긴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타에코, 쉰살의 그녀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딸의 엄마다. 20년 이상 자신을 괴롭혀오던 통증

으로 4개월전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그녀. 어느날 그녀의 유일한 친구였던 애완견 포포가 옆집

아이의 장난에 놀라 아이를 죽이는 사고가 일어난다.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지 않은지 이미 오래

였던 남편과 엄마의 모든 행동을 갱년기 장애로 취급하는 딸들은 포포를 안락사 시키자고 한다.

타에코에게 유일한 친구이자 삶의 위안인 포포를 죽이다니... 잘못은 그 아이가 포포를 괴롭힌

것이 원인이기에 그럴 수 없다는 타에코. 타에코는 포포와 함께 남편이 토지 대금으로 지불하기

로 한 2천만엔 통장을 들고 도피행을 나선다. 남편과 딸들에 대해 자신의 삶을 바쳐가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들을 위해 살았던 자신이 이제는 비아냥과 괄시의 대상일 뿐이란 사실에 그녀

는 하염없는 분노와 좌절을 느끼게 된다. 언론을 통해 연일 그녀와 포포에 대한 보도가 나가고,

현의 경계선을 넘어 얻어탄 화물 차량 운전기사를 붕락에서 구하는 포포, 다이짱, 겐과의 만남

이 이어지고 조카딸 가즈미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 타에코는 결국 또 한번의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사건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타에코와 포포는 한 귀농마을에 이르고... 그들의 도피행

도 이제 서서히 그 마지막 시간으로 흘러가게 된다.

 

요즘 여성과 관련된 가장 부각되는 문제를 꼽으라면 친권(親權) 관련문제와 얼마전 헌법소원

결정이 내려졌던 간통죄와 관련한 이슈일 것이다. 이 두가지 사건 사고와 관련된 이슈는 어쩌면

우리 시대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듯도 보인다. 현실속에서 여성이라는 존재의 의미

를 보여주는 동시에 요즘 여성이 가진 커다란 문제점 혹은 이슈가 바로 이 두가지 단어로 요약

된다고 할 수 있을것같다. 호주제폐지나 자식에 대한 친권문제에 대한 대두는 여성에 대한 기존

의 인식 변화가 한걸음 전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억압받고 자신의 주장조차 내세울 수 없었

던 여성들의 발언권이 조금은 신장된다는 측면이 엿보인다. 간통죄와 관련해서는 사회적인 통념

을 깨는 여성적 자유를 대변한다고나 할까?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지만 아직 이 부분에

있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어 보인다. 과거 여성계는 간통죄의 합헌을 주장해왔지만 얼마전부터

위헌을 주장하고 있다. 단순한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거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

을 남성들의 힘속에서 보호하고자 했던 여성계가 위헌을 주장한다는 것은 다시말해 어느정도

여성들의 자유의식?이 그만큼 커졌고, 우리사회에 간통에 대한 비율이 보이지는 않지만 많이

자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친권논란과 간통죄, 이 두가지 현실을 대표하는 여성과 관련된 이슈속에 <도피행>속 타에코의

모습이 보여진다.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강요된 삶을 살았지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괄시와 비아

냥에 불과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여성들. 단순히 아이의 죽음으로 시작된 여자와 애완견의

현실 도피가 아닌 그 속에 숨겨진 뿌리깊은 여성으로서의 억압과 배신의 가슴 아픔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단, 단순히 그리고 무작정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느낀 배신과 억압의 족쇄

를 과감히, 단호하게 끊어버리고 그녀의 목소리로, 당당하게 떠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얼마전 인기를 끌었던 <엄마가 뿔났다>라는 드라마속 엄마의 모습처럼 말이다.

타에코의 마지막 모습속에 결국, 엄마일 수 밖에 없는, 아내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모습과 현실이 담겨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든다.

 

드라마 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아줌마파워는 상당하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재미를 대변하는

말에 지나지 않아보인다. 현재의 모습에서 아줌마, 여성의 자유와 해방이라는 말은 불륜과

일탈에 다름 아닌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여권신장, 올바른 권리찾기에 나선 여성들. 무의식적

으로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적 표현과 의식, 행동들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작은 부분 하나

하나에서 시작된 여성바로보기가 앞으로는 더욱 더 활발해지고 두드러질것이다. 엄마, 아내로

살아 온 그녀들의 이야기가 있다. 바로 <도피행>속에 말이다. 하지만 당당해지기 바란다. 도피

가 아닌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말이다. 작은 변화들은 그 속에서 이루어질것이다.

현실은 어둡지만 미래는 조금은 더 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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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어쩌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

안거나 사랑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할 곳은 외로운 휴게소인지도 모른다"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로 유명한 알랭 드 보통의 저서 [여행의 기술]에 나오는 말이다.

오래전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너무 외로울때 한 밤 깊은 어둠에 잠든 고속도로를 달려 서해대교

아래 떠 있는 휴게소에 들러 따끈한 우동한그릇을 먹고 돌아오곤 했다. 물론 지금도...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는 못하고 잠깐 그 기분만 내고 온다고나 할까? 휴게소 우동은 여행의 필수코스..

여행은 우리에게 수많은 새로움을 선물한다. 익숙해진 공간에서 벗어나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주기도하고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그 속에서

서로의 관계에 대한, 사랑에 대한 새로움을 찾는 시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방랑해버려?'

다소 충동적인 멘트와 함께 두눈이 동그란 어린 아이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버린 책 <러브 앤

프리> 2년동안의 세계일주라는 말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부.러.움. 이다. 모두 던져버릴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지금은 모든것을 던져버릴 수는 없기에 자유인이라 불리는 다카하시

아유무의 그 자유여행에 잠시 무임승차해보려고 한다. 2년여의 여행동안 그가 얻은 것은 무엇

일까? Love & Free... ??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시점, 결혼과 함께 퇴사한 아내와 무작정 떠난 여행, 오스트레일리아를

시작으로 돈 떨어지면 돌아오자는 결정과 함께 떠난 것이 1년 8개월여 기나긴 여행의 파편들을

담아낸 책 <러브 앤 프리>이다. 저자를 보니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나지 않는다. 저 자신감,

결단력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또 한번 부.러.움.이 든다. 싸구려 임대아파트를 전전하고

부족한 돈 때문에 작은 곳들에 전전하지만 시간만은 무한히 가진 여행, 그 속에서 그들은 새로

움이 가득한 세상을 만난다. 사람을 만난다. 일상에서 바라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풍경들,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아내 사야카의 기뻐하는 얼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닌 아이들, 길, 바다, 하늘, 섬... 그 모습들을 하나하나 사진속에 담아낸다. Money도 Food

도 아닌 Love에 굶주려 있는 동남아시아 아이들의 모습, 유라시아의 광할한 초원, 존레논이

걷던 거리를 걸으며 떠나온지 1년째 여행을 하던 유럽, 아프리카와 북남미를 거쳐 세계 최북단

알래스카에 이르는 대여정을 그려낸다. 단순히 보이는 것만이 아닌 느낌있는 언어로 자유와 사랑,

그리고 사람을 그려내고 있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오늘을 즐기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즐긴다. 가지려 하는 게 아니라 늘 사랑한다.

<러브 앤 프리>는 그 흔한 페이지번호 하나 없는 책이다. 자유인이라는 저자의 소개가 이채롭다.

이 책은 단순히 유명한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발길 닫는대로, 시간 가는대로 가고 보고

느낀것을 그려내고 있다. 누구나 다 아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다녀온 어떤

곳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편안하게 그곳이 어디이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과

풍경을 통해서 느낀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써내려간다. 여행에세이라고 하지만 조금은 더

자유로워 보인다. 편안해보인다. 어느 히피가 말했다는 섬의 일생을 통해 우리 인간의 잔인함을

반성하게 만들기도 하고, 지금도 어느 어두운 곳에서 무심히 방치되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게도 한다. 정말 찐했던 인도여행, 아니 수행을 재밌게 써내려가기도 하고, 초원에서 똥

누기란 전설을 코믹하게 그리기도 한다.

 

껍데기뿐인 기교는 필요없다. 요란한 비평이나 해설도 필요없다....

                                   죽는 순간에 '나라는 작품'에 감동하고 싶을 뿐...

저자는 여행을 통해 커다란것, 넓은 것, 다종다양한 것을 접하면 접할 수록 소중한 것은 작게

좁혀져 가는 느낌이 든다면서 우리 곁에 있는 가족, 친구, 동료들...처럼 소중한 누군가을 위해

시작한 작은 일들이 결과적으로 세계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여행은 바로 이런

것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다양한 사람을, 세상을 접함으로써 익숙한 것들에 소중함을 느끼고

더 사랑하게 만들고 더불어 나 자신에게 더 큰 자유와 삶을 살아갈 용기를 선물하는 것이다.

여행은 단순히 어떤 곳을 거쳐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다. 그 속에서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보고 나의 모습 또한 돌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얻게된 삶의 기술! 즐겁게 살아가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 여행의 끝에서 저자는 이렇게 외친다.

이 책을 통해 사랑을 찾고, 삶의 용기와 방식을 찾고, 무엇보다 '나'를 찾는 멋진 시간이었던것

같다. 잠시 그의 길고 독특했던 시간 여행에 무임승차해 보았다. 버릴 용기가 부족했던 나를

새삼 돌아보게 된다. 더 넓은 곳을 보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여행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느끼게하는 시간이었다. <러브 앤 프리>를 통해서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것은 외로

움을 달래줄 휴게소가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이 아니라,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용기가 아닐까 생각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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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이야기 -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세계 청소년의 롤모델 오바마의 도전하는 삶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2
헤더 레어 와그너 지음, 유수경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오바마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바로 이런것입니다.

                    모든것이 가능하다고 믿게하는 것입니다." (P. 6 프롤로그 中)

2008년 11월 5일, 미국은 대변혁의 시대를 맞이했다.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그의

정치 생활이었지만 드디어 미국의 대통령, 세계의 리더로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단순히 오바마라는 이름이 아닌 변혁과 희망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리는 듯한 그의 이미지

속에는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바램이 담겨져 있다. "11월 5일자 신문을 찾아라!"

그가 당선된 그날, 주요 일간지들은 품귀현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의 지지자들이 앞 다투어

오바마 당선 기념 소장품으로 일간지들을 구매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다. 사람들을 이토록 열광

하게 만든 그만이 가진 리더십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그는 금융불안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 위기의 틀속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일깨우는 인물로서 수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요동치는 세계경제, 초일류를 자부했던 미국의 몰락, 구제금융에 목말라하는 아시아 각국의

나라들... 안정을 원하지만 이전으로의 회귀가 아닌 변화를 통한 희망을 찾길 바라는 사람들의

두눈이 모두 그에게 드리워진다. 그가 우리에게 희망의 씨앗을 선물할지 어떨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전 대통령과는 다른 그의 피부색에서 희망이라는 밝은 빛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오바마의 도전하는 삶, 그 험난하고 열정과 패기넘치던 그의 곁을 걸어보고

자 한다.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 백인 어머니 그들의 이혼, 그리고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가족 생활.

청소년기 오바마에겐 시련의 나날이었다. 백인인 외조부모 밑에서 생활을 하게되지만 흑인이면서

혼혈이라는 콤플렉스는 어린 오바마에게 커다란 짐이었다. 자신의 뿌리에 대해 고민하고 삶의

방향조차 설정할 수 없었던 그는 방황의 시간들을 보내게된다. 얼마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그가 농구를 하는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농구공은 방황과

갈등의 시간을 보내던 오바마에게 커다란 친구가 되어준다. 어머니와 가족들을 통해서 그는 조금

씩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되고 꿈을 키워나가게된다. 아버지의 땅을 찾은 그는 그 곳에서 자신

의 뿌리를 찾고 가야할 길과 자신의 앞에 놓인 수많은 벽을 헤쳐나갈 용기를 선물받기에 이른다.

보장되고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지역사회 운동가로 활약하고 결국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 되어

실행하는 수많은 지지자들을 이끄는 리더로서 조금씩 그가 꿈꾸던 희망을 이루어나간다. 그리고

2008년 그는 미국 대통령에 이름을 올린다.



 

"오늘 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진보적 미국도, 보수적 미국도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미합중국만이 존재할 따름입니다. 거기에는 흑인을 위한 미국도, 백인을 위한 미국도,

라틴 아메리카계 시민들을 위한 미국도, 아시아인을 위한 미국도 없습니다. 미합중국만

있을 뿐입니다."                                                        (P. 201)

그가 이름을 알리게 된것은 2004년 존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출정식인 전당대회에서 였다.

이 한마디가 흑인이며 낯선 초보 정치인인 그를 주목하게 만든 연설이었다. 미국의 정신을 흔들

어 깨웠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이 연설은 2008년의 오늘을 있게 만든 시발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3년후 민주당 대통령 경선후보에 출마하면서 한 연설은 그 맥락을 함께한다.

 

"링컨이, 공통된 희망과 꿈이 존재하는 '분열된 집'은 절대 제대로 설 수 없으므로 하루

빨리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로 이 장소에서 저는 여러분께 제가 민주당 경선후보에

출마함을 알려드립니다."                                                (P. 204)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옛 주의회 의사당에서 한 그는 링컨이 말했던 유산과 연관된 이 연설로

사람들은 링컨을 연상하게 된다. 그의 정치적 위치나 영향력, 투표율....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제시한 미래의 비젼과 미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이 연설 속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오바마의 지지자들은 '오바마 패밀리' 혹은 '오바마 마니아'로 불린다고 한다. 언듯 우리나라의

2004년 대선을 연상케 된다. '노사모'와 같은... 그해 우리에게도 꿈처럼 다가온 리더가 있었

다. 그의 모습속에 진정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정책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의 정치적 경력과 영향력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와 바람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많은 않았다. 정치속에는 경제도, 문화도, 외교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합을 위한 지지가 필요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2004년 이후 4년간 누구도

그를 지지하지 않았다. 탄핵이라는 가공할만한 핵폭탄을 맞으면서도 그는 그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4년은 너무 짧았고 기득권의 저항과 경제불황은 그를 지지자들로 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하지만 4년후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특성

상, 정치인들의 습성상 발생된 일이라 치부하고 싶지만 잃어버린 4년 아니 8년을 사람들은

다시 추억할 것이다. 오바마, 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피부색때문에 고통받고 자신의 뿌리에 갈등하며, 꿈을 잃어버린 삶을 살던 그였지만 변화와

희망을 모두에게 선물해줄 수 있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처럼 그는 다시 우리곁에 섰다. '꿈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의 혼란한 현실을 바꿀 꿈을 

가진 리더를 원하고 있는것이다. 우리가 그를 선택했다. 그에게 더 많은 지지를, 더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그를 계속 지켜볼 의무와 책임도 우리에게 있다. 세계 곳곳에서 오바마의

당선이 자신들의 나라에 미칠 득실을 따지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선물한건 바로 통합과 변화 그리고 희망이라는 메세지이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통합, 지금의 틀을 던져버리는 변혁, 그리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이미 그는

선물했다. 누구나 가진 상처를 희망의 씨앗이 잘 자라게하는 토양으로 바꾸게하는 힘을 전해

주었다. 5년, 아니 10년후 그가 우리곁에서 지금처럼 미소짓고 우리도 그를 보며 미소지을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그는 희망을 이야기했을 뿐이고, 난... 그 희망 안에 서있을 뿐이고...'

문득 이런 개그가 떠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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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우면 그리워하라
손종일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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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릴때면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다. 엄마, 초등학교 단짝 친구, 그리고..

첫사랑의 추억이 그렇다. "떠난 사람의 시간은 떠날 때 이미 멈추었다" (P. 16)는 말처럼

그들에 대한 추억의 시간과 모습은 그 시절 그 시간에 맞추어진다. 우리곁을 떠난지 10여년이

다 되어가는 엄마의 모습은 백발의 할머니가 아닌 조금은 젊은 엄마의 모습으로, 이젠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있을 친구들과 첫사랑의 이미지는 마지막 시간에 만났던 그 모습으로 남아있게된다.

그리움이라는 말은 사랑과 이별과 추억을 담아낸다. 따스한 태양이 그리워지는 때는 몇일동안

계속되는 비에, 혹은 찌뿌연 황사가 하늘을 허락하지 않은 시간에 더 간절하듯이, 사랑이 더욱

그 아름다운 빛을 내는 시간은 이별이란 눈물과 아픔을 겪은 이후의 시간이리라.

그리우면 그리워해야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계절이 흐르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는 사랑과

이별의 굴레속에 그리움은 그렇게 짙은 색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우면 그리워하라.

 

못견딜 슬픔이란 것은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거리를 걷다도 울컥, 친구들과 당신 이야기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울음을 토해내기도 하고, 참다가 참다가 털퍼덕 아무곳에서 주저앉게 하지

만... 못견딜 슬픔이란 것은 아마 없다. 누군가와의 이별이 못견딜 정도로 아플지라도 우리에게는

두가지 슬픔을 이기는 방법이 있다. 그 하나는 시간이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건망증이라는 녀석

이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놓아도 돌아간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듯이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는

인력으로는 막을 길이 없다. 익숙했던 것이 멀어지면 마음도 몸도 멀어지는게 사람의 습성인가

보다. 영원이라는 이름을 걸고 약속하고 맹세하지만 결국, 결국... 이 되어버린다. 시간이 그리고

잊혀짐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원망하고 탓할 맘이란 추호도 없다.

만약 그런 시간이 주는 망각이 우리에게 없다면 아마도 제대로된 삶을 살아가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잊혀짐은 안타까울 수 있지만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잊혀짐

이후에 남는것이 바로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그리움...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한다는 것." (P. 16)

사랑, 이별 그리고 남는것은 그리움이다. 그립다는 말을 되뇌인다는것은 아직 사랑한다는 말이다.

<그리우면 그리워하라>는 그런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움이 자리

하는 시간을 모두 담아낸다. 단순히 계절과 관계된 그리움을 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리움은 현재

가 아닌 추억의 시간, 과거를 담아내는 시간이기에 계절 또한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또

하나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계절속에 담아낸 그리움, 그 그리움과 사랑의

언어들 중에 가슴을 살짝 쥐었다 펴는듯 짜릿한 몇몇 시어들이 있다.

 

'나의 가슴 밭은 오직 단 한번의 일모작입니다.'          (P.26 당신이라는 꽃씨 中)

'그대는 멀고 눈물은 가까웠네!'                                (P.36 첫사랑2 中)

'나는 오직 그대에게 한 그루 가을 나무였으면 좋겠습니다.'     (P.120 가을나무 中)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사든 그를 위해

    더도 말고 꼭 하나늘 더 준비하는 것입니다.' (P.160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中)

 

그리움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만의 특권이다. 그(그녀)를 위해 작은

것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했던 마음, 가까이 가까이 하고 싶었지만 그대와의 가까움보다는 눈물

이 더 먼저였고, 한그루 가을 나무처럼, 한번의 일모작 처럼 내 가슴에 남아 기억되고 간질될

사랑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움, 그것은 부끄러운 것도

더이상 안타까워할 것도 아니다. 나만이 간직한 비밀이자, 아픈 기억에서 이젠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린 소중한 보물이다. 가을과 시는 너무 잘 어울린다. 변할것 같지 않던 나뭇잎들도 그

옷을 바꿔입고 여름을 추억하는 시간 가을. 이 시간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시가되지 않을까? 그리우면 그렇게 그리워하면 된다. 눈물나도 그리워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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