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면 그리워하라
손종일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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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릴때면 생각나는 얼굴들이 있다. 엄마, 초등학교 단짝 친구, 그리고..

첫사랑의 추억이 그렇다. "떠난 사람의 시간은 떠날 때 이미 멈추었다" (P. 16)는 말처럼

그들에 대한 추억의 시간과 모습은 그 시절 그 시간에 맞추어진다. 우리곁을 떠난지 10여년이

다 되어가는 엄마의 모습은 백발의 할머니가 아닌 조금은 젊은 엄마의 모습으로, 이젠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있을 친구들과 첫사랑의 이미지는 마지막 시간에 만났던 그 모습으로 남아있게된다.

그리움이라는 말은 사랑과 이별과 추억을 담아낸다. 따스한 태양이 그리워지는 때는 몇일동안

계속되는 비에, 혹은 찌뿌연 황사가 하늘을 허락하지 않은 시간에 더 간절하듯이, 사랑이 더욱

그 아름다운 빛을 내는 시간은 이별이란 눈물과 아픔을 겪은 이후의 시간이리라.

그리우면 그리워해야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계절이 흐르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되는 사랑과

이별의 굴레속에 그리움은 그렇게 짙은 색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우면 그리워하라.

 

못견딜 슬픔이란 것은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거리를 걷다도 울컥, 친구들과 당신 이야기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울음을 토해내기도 하고, 참다가 참다가 털퍼덕 아무곳에서 주저앉게 하지

만... 못견딜 슬픔이란 것은 아마 없다. 누군가와의 이별이 못견딜 정도로 아플지라도 우리에게는

두가지 슬픔을 이기는 방법이 있다. 그 하나는 시간이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건망증이라는 녀석

이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놓아도 돌아간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듯이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는

인력으로는 막을 길이 없다. 익숙했던 것이 멀어지면 마음도 몸도 멀어지는게 사람의 습성인가

보다. 영원이라는 이름을 걸고 약속하고 맹세하지만 결국, 결국... 이 되어버린다. 시간이 그리고

잊혀짐이라는 것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원망하고 탓할 맘이란 추호도 없다.

만약 그런 시간이 주는 망각이 우리에게 없다면 아마도 제대로된 삶을 살아가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잊혀짐은 안타까울 수 있지만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잊혀짐

이후에 남는것이 바로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그리움...

 

"그립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한다는 것." (P. 16)

사랑, 이별 그리고 남는것은 그리움이다. 그립다는 말을 되뇌인다는것은 아직 사랑한다는 말이다.

<그리우면 그리워하라>는 그런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움이 자리

하는 시간을 모두 담아낸다. 단순히 계절과 관계된 그리움을 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리움은 현재

가 아닌 추억의 시간, 과거를 담아내는 시간이기에 계절 또한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또

하나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계절속에 담아낸 그리움, 그 그리움과 사랑의

언어들 중에 가슴을 살짝 쥐었다 펴는듯 짜릿한 몇몇 시어들이 있다.

 

'나의 가슴 밭은 오직 단 한번의 일모작입니다.'          (P.26 당신이라는 꽃씨 中)

'그대는 멀고 눈물은 가까웠네!'                                (P.36 첫사랑2 中)

'나는 오직 그대에게 한 그루 가을 나무였으면 좋겠습니다.'     (P.120 가을나무 中)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사든 그를 위해

    더도 말고 꼭 하나늘 더 준비하는 것입니다.' (P.160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中)

 

그리움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만의 특권이다. 그(그녀)를 위해 작은

것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했던 마음, 가까이 가까이 하고 싶었지만 그대와의 가까움보다는 눈물

이 더 먼저였고, 한그루 가을 나무처럼, 한번의 일모작 처럼 내 가슴에 남아 기억되고 간질될

사랑으로 자리할 수 있다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움, 그것은 부끄러운 것도

더이상 안타까워할 것도 아니다. 나만이 간직한 비밀이자, 아픈 기억에서 이젠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린 소중한 보물이다. 가을과 시는 너무 잘 어울린다. 변할것 같지 않던 나뭇잎들도 그

옷을 바꿔입고 여름을 추억하는 시간 가을. 이 시간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 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시가되지 않을까? 그리우면 그렇게 그리워하면 된다. 눈물나도 그리워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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