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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삶, 사람, 사랑을 담아 낸 이야기.
'우리가 헤어진 건, 고작 그만큼의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만큼의 애정>속에 담겨져 있는 사랑
에 대한 시라이시 가즈후미 메세지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만나고 또 다시 이별하고... 만남과
이별이 너무 쉬운 요즈음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조금은 더 고민하게 만들어주던 이 책을 만난지 1년여
만에 다시금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 또 다른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과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당신에게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세가지를 꼽고 싶다. 그중 하나
는 작가이고 나머지 둘은 표지와 책의 제목이다. 영화를 선택할때 감독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보듯
작가의 네임밸류가 가장 우선시 된다. <얼마만큼의 애정>으로 이미 낯익은 이 작가의 작품이 그래서
인지 시선이 갔고, 사랑이라는 제목에 손길이 갔고, 맘을 편안하게 해주는 감성 가득한 일러스트가
이 책 <지금 사랑해> 를 펼치게 만들었다.
"진지한 절망만이 인간에게 진정한 사랑을 잉태하게 해준다." (만약 진실을...中 , P.82)
<지금 사랑해>는 세개의 단편으로 구성된다. 작가 사토미의 죽음을 통해서 밝혀지는 아내 히사코가
숨겨온 엄청난 비밀을 다룬 [만약 진실을 안다해도 그는], 유부남 히데이치를 사랑하는 여자 치카
가 가진 운명의 굴레를 이야기하는 듯한 [다윈의 법칙], 이혼 후 삶의 방향을 잃고 있을때 19살의
자신이 보낸 편지를 받게 된 미사키의 새로운 삶과 사랑의 노래 [20년 후의 나에게]...
이 책은 처음 만날때의 느낌과는 다르게 조금은 무거운 소재들로 가득했던 작품이다. 가볍고 상큼한
사랑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는 무너진다. 이혼, 상처, 불륜, 죽음... 첫번째 단편속 작가 사토미의
작품세계 같이 3편의 단편들속에는 진지한 절망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사랑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상대가 외로운지 아닌지 말로 해야만 알 수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문제가 있는거야."
(다윈의 법칙 中 , P. 138)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는 어쩌면 이별이란 이름이 그림자 처럼 드리워진다. 이별을
준비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이 그렇게 우연이란 이름으로 찾아오듯 이별 또한 마찬
가지로 우연이란 이름을 빌린다. 사랑보다 부정, 불륜이 익숙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수많은 계층의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쩌면 그만큼 사람들이 사랑에 목말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카렌과의 불륜, 사토미와 히사코, 히데이치와 치카, 치카의 아버지와 미치코, 남편
히로아키의 바람... 단편들속에 담긴 정상적이지 못한 관계들이다. 외로움을 키운 상대방에게 일편
책임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을 바로잡지못한 본인들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20년 후의
나에게]에 담긴 인자이의 말처럼 '인간에게 가능한 일이란 그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뿐
이다. 사랑을 원한다면 사랑이 유지되고 더 견고히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사랑이 지루
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대화를 통해서 작은것부터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윈은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인간에게 있어 궁극적인 진화는 죽음이 아닐까 생각해"
(다윈의 법칙 中 , P.170)
불륜, 상처, 이혼, 죽음... 이런 무겁고 어두운 소재들의 무게가 조금 무겁기도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의 불씨가 희망을, 새로운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치카와의 마지막 선택도, 치카가 선택
한 새로운 길도, 미사키의 마음속 다짐도.... 이 책의 제목이 <지금 사랑해>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세 단편의 공통점이라면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
하게 된다. 죽음과 삶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끈!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궁극의, 마지막 진화
를 위해 달려가는 인간들이 모습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절망속에 피어난 진정한 사랑 이야기!
<지금 사랑해>가 들려주는 그 속삭임을 기억한다. 기억하려 한다. 오랜 시간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