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랑해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삶, 사람, 사랑을 담아 낸 이야기.

'우리가 헤어진 건, 고작 그만큼의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만큼의 애정>속에 담겨져 있는 사랑

에 대한 시라이시 가즈후미 메세지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다시 만나고 또 다시 이별하고... 만남과

이별이 너무 쉬운 요즈음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조금은 더 고민하게 만들어주던 이 책을 만난지 1년여

만에 다시금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 또 다른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과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당신에게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세가지를 꼽고 싶다. 그중 하나

는 작가이고 나머지 둘은 표지와 책의 제목이다. 영화를 선택할때 감독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보듯

작가의 네임밸류가 가장 우선시 된다. <얼마만큼의 애정>으로 이미 낯익은 이 작가의 작품이 그래서

인지 시선이 갔고, 사랑이라는 제목에 손길이 갔고, 맘을 편안하게 해주는 감성 가득한 일러스트가

이 책 <지금 사랑해> 를 펼치게 만들었다.

 

"진지한 절망만이 인간에게 진정한 사랑을 잉태하게 해준다."  (만약 진실을...中 , P.82)

<지금 사랑해>는 세개의 단편으로 구성된다. 작가 사토미의 죽음을 통해서 밝혀지는 아내 히사코가

숨겨온 엄청난 비밀을 다룬 [만약 진실을 안다해도 그는], 유부남 히데이치를 사랑하는 여자 치카

가 가진 운명의 굴레를 이야기하는 듯한 [다윈의 법칙], 이혼 후 삶의 방향을 잃고 있을때 19살의

자신이 보낸 편지를 받게 된 미사키의 새로운 삶과 사랑의 노래 [20년 후의 나에게]...

이 책은 처음 만날때의 느낌과는 다르게 조금은 무거운 소재들로 가득했던 작품이다. 가볍고 상큼한

사랑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는 무너진다. 이혼, 상처, 불륜, 죽음... 첫번째 단편속 작가 사토미의

작품세계 같이 3편의 단편들속에는 진지한 절망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사랑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상대가 외로운지 아닌지 말로 해야만 알 수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문제가 있는거야."

                                                        (다윈의 법칙 中 ,  P. 138)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는 어쩌면 이별이란 이름이 그림자 처럼 드리워진다. 이별을

준비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이 그렇게 우연이란 이름으로 찾아오듯 이별 또한 마찬

가지로 우연이란 이름을 빌린다. 사랑보다 부정, 불륜이 익숙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 수많은 계층의 인기를 끄는 이유...는... 어쩌면 그만큼 사람들이 사랑에 목말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카렌과의 불륜, 사토미와 히사코, 히데이치와 치카, 치카의 아버지와 미치코, 남편

히로아키의 바람... 단편들속에 담긴 정상적이지 못한 관계들이다. 외로움을 키운 상대방에게 일편

책임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을 바로잡지못한 본인들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20년 후의

나에게]에 담긴 인자이의 말처럼 '인간에게 가능한 일이란 그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뿐

이다. 사랑을 원한다면 사랑이 유지되고 더 견고히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지금까지의 사랑이 지루

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대화를 통해서 작은것부터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윈은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인간에게 있어 궁극적인 진화는 죽음이 아닐까 생각해"

                                                         (다윈의 법칙 中 , P.170)

불륜, 상처, 이혼, 죽음... 이런 무겁고 어두운 소재들의 무게가 조금 무겁기도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의 불씨가 희망을, 새로운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치카와의 마지막 선택도, 치카가 선택

한 새로운 길도, 미사키의 마음속 다짐도.... 이 책의 제목이 <지금 사랑해>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세 단편의 공통점이라면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

하게 된다. 죽음과 삶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끈!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궁극의, 마지막 진화

를 위해 달려가는 인간들이 모습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절망속에 피어난 진정한 사랑 이야기!

<지금 사랑해>가 들려주는 그 속삭임을 기억한다. 기억하려 한다. 오랜 시간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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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惡人> P. 448)

요시다 슈이치.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다. 낯익지만 설레게하는 이름이다. 예전부터 그의

작품을 만나기는 했지만, 2008년에서야 요시다 슈이치의 최고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악인> 이었다. 한 여성의 죽음, 죽음을 이끈 한 청년, 그리고 주변인들... 그들을 통해 그려지는

현대사회의 문제점과 철학적, 사회적 이슈들을 평범한듯 치밀하고 섬세하게 묘사하는 그의 매력

에 사로잡혔던 2008년 초를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부터 요시다슈이치와 '악인'은 항상 뇌리속에

같이 의미로 인식되고있다. <악인>이 그려냈던 치열하며 격정적인 사랑을 뒤로하고 <사랑을 말해줘>

는 조금은 더 안정되고 편안함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일깨우게 만드는것 같다.

요즘들어 차가운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사랑의 온도가 차가운 겨울의 기온을 조금은 낯추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랑은 무엇일까? 이 책을 내려놓은 뒤 우리는 사랑에 대해 정의할 수 있을까?

 

"'당신은 귀가 들리지만, 그런건 신경 쓰지 않아요.' 라는 말 들어본적 있어?" (P.125)

귀가 불편한 교코와 방송국에서 일하는 슌페이의 우연한 만남과 사랑이 그려진다. 메이지 신궁

외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교코와 슌페이. 슌페이는 교코가 듣지 못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게되고

수첩과 펜으로 이어진 대화를 통해 조금씩 끌림이란 감정을 갖게된다. 그리고 얼마후 주말을 함께

보내는 사이로 발전한다. 조금씩 서로 다른 세계에 익숙했던 이들의 간격은 좁혀지고 부모님께

교코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대화의 한계, 익숙치 않은 상황의 반복으로 슌페이는 의도한건 아니

지만 조금씩 교코를 멀리하게 된다. 탈레반의 대불파괴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게된 슌페이.

교코와의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취재를 다녀오게 된 슌페이에게 교코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를 찾아 헤메지만 그녀의 집도, 그녀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도 모른다는걸 깨닫게 되는 슌페이.

너무 늦어버린건 아닌지... 슌페이와 교코의 사랑은 이렇게 끝나버리는 건지... 일과 사랑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는 것은 무엇인지... 마지막 쿄코를 찾아 헤매는 슌페이를 보면서 우리는 사랑의

모습을 조금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기도하다.  



 

"폭이 2미터쯤 되는 돌계단을 정확히 3등분한 지점에 두 사람이 앉았다. 가깝지도, 멀지

도 않았다.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것 같은 위치였다."                       (P. 12)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사랑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와 같거나 혹은 나와

다르거나... 단순한 호기심으로 사랑은 시작된다. 그리고 조금 더 가까워지고 서로의 삶의 방식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속에서 그녀와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간격을 인지하게 된다. 가까운 듯

하면서도 멀고, 먼 듯 하면서도 가까운 그와 그녀. 말하고 듣는 것이 일상적이었던 그에게 수첩과 펜

은 또 다른 세상이다. 입모양으로 대화를 나눌때면 그 단어적 한계, 소통의 한계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조금씩 좁힐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간격이 점점더 커다랗게 느껴질때 사랑은 더이상 그 힘을

유지할 수 없게된다. 슌페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생각된다. 처음 교코가 가진 고요로 인해 갖게된

호기심, 드러나지 않았던 동정과 연민이라는 감정이 어느순간 무서움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의도하건 의도치 않건간에 그 무서움은 둘사이의 조금더 커다란 간격으로 뒤바뀐다.

 

사랑은 어찌보면 소통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화두로 떠오른것 또한 소통이지만..

탈레반의 대불파괴를 취재하는 슌페이. 2001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 또한 어쩌면

원활한 소통의 불가피성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란 생각을 갖게한다. 정단한 아프간의 정부로서

인정받고 싶어했던 탈레반이었지만 일부 소수에게만 그럴뿐 그들의 목소리는 공허한 외침이었을

뿐이었고 대불파괴라는 극단적 방법만이 그들의 소리를 전해주기에 이른다. <사랑을 말해줘>에서

이 대불파괴 취재와 교코와의 일을 매치시킨 상황 또한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번 작품의

테마가 바로 '전달'에 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위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슌페이, 교코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에 한계를 느끼는 그의 모습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소통의

의미와 사랑속에 담겨야하는 소통의 의미 또한 배우게된다.

 

"도중에 내가 뭘 찾으려 하는지 알 수 없게 됐어." ...... "보고 싶어"     (P. 217)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것이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사랑,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던것이 너무나

커다란 차이로 인식되고 서로간에 가졌던 커다란 간격때문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고민하던 모습. 누구나 이렇듯 사랑속에서 커다란 벽에 부딪히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디부터 이렇게 된것인지...하지만 좀처럼 쉽게 그 답을 찾을 길은

없어보인다. 슌페이의 말처럼 도중에 내가 찾으려하던 것이 무엇인지 조차 잊게되는 수도 있다.

하지만 복잡한 마음도 생각도 '보고싶다'는 말 한마디속에 모두 묻혀진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

하고, 서로간의 간격을 메워갈 수 있도록 나름의 소통방법을 찾고, 아직 사랑을 말해줄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면 '보고싶다'는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악인>이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들, 우리현실의 안타까움을 이야기했다면 <사랑을 말해줘>는

소중한 사람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과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요시다 슈이치. 이제 <악인>과 함께 <사랑을 말해줘> 또한 기억될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흔한 말이자 가장 소중한 말인 '사랑'. 책을 내려놓으면서도 '사랑이 무엇이다'

라고 정의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그대신 이렇게 말해보고 싶어진다. 내게 소중한 그 사람이

"너무 '보고싶다'. 너무나 '보고싶어진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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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2 - 상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사람에겐 비밀이 있어. 문제는 어떤 비밀을 발견하느냐는 거지." (밀레니엄 1권)

아담스 패밀리의 꼬마 웬즈데이를 쏙 빼닮은 여자아이를 만난지 세달여만에 온 몸을 문신으로

감싼 다양한 얼굴을 가진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다시 만난다. 밀레니엄이라는 낯선 제목과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독특한 내용과 등장인물들에 매료되었던 그 시간들이 아직도 기억속에 생생하다.

슈퍼 블롬크비스트라는 흡사 다빈치코드에 나오는 로버트 랭던과 비교되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밀레니엄 1부를 주도했다면, 두번째 이야기는 1부에서 베일에 쌓여있던 여인 리스베트 살란데르

를 집중 조명한다. 천재적인 해커이며 보안업체 조사원으로 활동하던 리스베트, 드디어 그녀를

둘러싼 거대한 비밀이 조금씩 베일을 벗게된다.

 

리스베트 살란데르.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밀레니엄 2부 상권을 펼치며 가졌던 기대는

초반 여지없이 무너져버린다.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라는 부제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좀처럼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부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있고,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언급들, 스웨덴

을 떠나 카리브해의 그레나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리스베트, 갑작스럽게 떠난 리스베트를 그리

워하는 미카엘... 상권의 전반부를 이런 단순한 이야기들이 차지하기에 밀레니엄 두번째 이야기에

대해 가졌던 기대는 너무나 쉽게 허물어지는 듯해보였다.

 

클릭. 나무. 클릭. 불... 그녀는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꾸기 시작했다. (하권 P.409)

하지만 역시 밀레니엄... 중반이 지나고 스웨덴으로 다시 돌아온 리스베트, 섹스 마피아와 관련해

다그 스벤손, 미아 베리만과 함께 밀레니엄의 특집호를 준비하던 미카엘은 얼마후 그들의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리스베트의 후견인인 비우르만 변호사 역시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리스베트는

그들의 죽음과 관련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당하게 된다. 그녀에 대한 경찰의 추격이 시작되지만

미카엘과 그녀가 다니던 보안업체의 아르만스키는 그녀의 결백을 믿는다. 그렇게해서 살인사건에

대한 세개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다. 부불란스키 형사와 미카엘, 그리고 아르만스키... 2부에서도

리스베트를 둘러싼 비밀들은 좀처럼 우리에게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녀가 '모든 악'이라

부르는 사건이 무엇이며, 엔셔데 살인사건의 범인이 정말 리스베트인지, 섹스 마피아 문제에 있어

자주 등장하는 '살라'라는 미지의 인물, 그리고 금발거인 로날드 니더만과 얽혀있는 숨겨진 비밀들,

도대체 휘발유통과 성냥은 무슨의미를 담고 있는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xn + yn = zn

밀레니엄 2부 속에 등장하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리스베트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비밀들과

마찬가지로 이 공식 또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리스베트를 쫓는 경찰과

그녀가 가진 비밀을 풀어내려는 미카엘, 어둠속에 숨어있는 살라와 금발거인, 리스베트가 말하는

모든악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초반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언제 그랬냐는듯 속도

를 내기 시작한다. 영국의 수학자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어냈듯 살인사건의 실체와 리스베트

를 감싸고 있던 비밀들이 하나씩 그 껍질을 벗어낸다. 그리고 영화 식스센스와 유주얼 서스펙트를

능가하는 반전이 우리를 기다린다. '역시 밀레니엄이야!!' 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밀레니엄의 매력이 그 빛을 발한다.

 

밀레니엄 1부가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라는 전문가적인 식견과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캐릭터

를 위한 작품이었다면, 2부는 역시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소녀와 여자의 경계에 선듯한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매력적인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모든 악'으로 대변되는 리스베트의 비밀.. 가냘프

지만 강인한, 치밀하면서 드러나지 않는, 보일듯 말듯 다양한 얼굴을 가진 그녀의 매력에 빠져드는

시간이다.

 

이 책의 제목이 왜 <밀레니엄>일까? 하는 생각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했었다.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사를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면서, 사회에서 언론이 가져야 할 역할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 제목이 되지 않았을까?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2부에서도 우리 사회

가 가진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 비판한다. 공권력을 위해서 한 개인의 인생을 무참히 짖밟는 국가

권력,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무한히 강한 힘을 발휘하는 변호사들, 사회 지도층들이 보이는 난잡한

섹스 스캔들, 언론이 사건을 대하는 방식 -인권 외면과 흥미위주의 보도- 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재미? 물론이다. 숨가쁘게 쫓아가는 사건의 실체, 베일에 쌓인 인물들 그리고 반전.... 재미와

더불어 앞서 말한 사회 비판과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보게끔 하는 특별함도 간직한

작품이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 시점의 다양한 변화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

은 이 작품을 곧 영화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겠구나 하는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밀레

니엄을 만나본 사람들의 마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열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밀레니엄의 마지막을 그리워하며 다시 기다림의 시간에 접어들어야

할 것같다. '빌어먹을 슈퍼 블롬크비스트...' 라는 리스베트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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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탁월한 이야기꾼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병기를 만난다. 벌써 15년 이전에 출간된 작품이지만

추리소설하면 연상되는 그의 이미지답게 이 책도 그의 네임밸류를 톡톡히 실감케 하는 작품이다.

충격적인 반전과 추리하는 즐거움, 그리고 스릴넘치는 구성이 매력적인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매력이 이 책속에는 있다. 반전의 묘미는 그대로이지만 추리보다는 영화의 장면장면

들을 연상시킬 만큼 이어지는 사건을 따라가는 시선들이 재미를 더해준다. 추리를 빼로 복수라는

테마를 가진 액션과 스릴을 가미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는 향기나는 작품

이 바로 이 <아름다운 향기>인 것이다.

 

"어둠 속 생활도 이제 곧 끝이야. 너는 빛 속으로 나간다. 그렇게 세상을 바꾼다."(P. 12)

헵테슬런 선수이며 타란툴라와 같은 소녀, 독거미라는 별명을 지닌, 190센티미터의 외국여자..

센도에 의해 키워진 비밀병기 그녀, 아름다운 흉기가 되어버린 그녀를 만난다. 이름한번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이 여자는 실제 미국 육상 국가대표 재키 조이너 커시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선가 본듯한 아름다운 얼굴을 따라 흘러내린 눈물, 그녀의 눈물은 그를 키운 스승이자 남편

인 센도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왕년의 유명한 운동선수였던 유스케, 준야, 다쿠마, 쇼코가 센도의

집에 침입하게되고 우연찮게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도핑이라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던 그들에게 센도는 눈엣 가시와 같은 존재였으리라. 이제 명예와 부, 그리고

안정적 가정을 지키기위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비정함. 비정함의 향기가 묻어있다. 스승이자

남편을 잃어버린 타란툴라는 그들 네명을 차례 차례 찾아가 복수를 시작한다. 쫓기는 네명의

살인자, 살인자를 쫓아 복수하려는 타란툴라, 그리고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들..야마시나, 시토..



 

그렇게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간의 숨막히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이기심'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요약된 중요한 소재가 바로 이 단어라 할 수 있겠다. 명예와 부를 위해 약물을 복용한 선수와

의사, 어렵게 얻어낸 자신의 것을 놓치기 실어 살인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스포츠 스타, 인간을

인간적인 사랑이 아닌 목표를 위해 만들어내고 키워가는 비정하고 이기적인 스포츠 닥터, 수단

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데만 열중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되고 일그러진 단면들이 이런

이기적인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명예를 위해 괴물이기를 거부하지 않았던 스포츠 스타들,

살인까지 저지르고 그 아름다운 괴물에 쫓기게된 그들, 그들을 쫓는 치명적인 흉기. 괴물이 되어

버린 세상, 괴물을 만들어내는 인간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이 책은 표현한다. 400여 페이지를

넘나드는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액션과 긴박감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정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끊임없이 왜? 를 외칠 수 밖에 없었던 그들, 그녀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숨가쁜 재미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아름다운 향기>속에는 세가지 부류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쫓는자, 쫓기는자, 그리고 경찰.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쫓고 쫓기는 이들의 모습과는 별개로 항상 뒷북이 취미인듯한 경찰들의

몫은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라 할 수 있을것 같다.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쫓는자 쫓기는자의 심리나 여러가지 상황을 독자들이 객관적이고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살인사건, 범인과 피해자... 처음부터 명백하게 그 윤곽이 나타나있고

추리의 즐거움보다는 경찰, 쫓고 쫓기는자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유형을 따르고 있는 이 작품

을 마지막에 내려놓을때 쯤이면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애매한 입장을 취하게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 모두가 시대의, 사회의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하려 하는 것이 어쩌면 그것인지도 모른다. 냉혹한 사회, 비정한 사회를 살고 있는 당신들

모두가 피해자다 라는... 향기나는 꽃은 가시를 지녔다. 사회의 이기심과 비정함이 가시를

가진, 향기를 지닌 꽃을 흉기로 만들어내지 않기를... <아름다운 향기> 이전 그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향기를 지닌 작품이다.

내려놓을 수 없는 즐거움...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향기 가득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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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몽, 조선 최후의 48년
박성수 지음 / 왕의서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의 뒤안길을 걸어오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있다. 친일파 후손들의

끊임없는 소송과 아직도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

어린 울부짖음, 백두대간 곳곳을 찌르고있는 쇠말뚝.... 이런 일제시대 과거청산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들이 산재한 우리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끊어오르

는 분노가 자리한다. 왜 우리는 아직까지 이런 삶을 선택하고 있고, 왜 어두운 그림자를 쉽게

걷어내지 못할까? 그 원인이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500년 이라는 역사를 가진 조선왕조.

이씨 조선이란 비아냥속에 치욕적 종말을 맞이한 조선의 마지막 모습을 만난다. 뿌리깊은 패배

의식과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가슴아픈 상처를 갖게 만들었던 조선의 마지막 48년, 생생한

기록이 새롭게 태어난다.

 

<남가몽 조선최후의 48년>은 조선의 마직막 왕들을 측근에서 모시고 있던 지금으로 말하자면

대통령 비서실 차장 정도의 직급이라 말할 수 있는 시종원 부경 정환덕이 직접 쓴 [남가몽]에

바탕을 둔 조선왕조 마지막 파란만장했던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12살에 왕이 된 고종, 광인

처럼 지내며 집권을 꿈꿨던 대원군, 여인천하 명성황후와 관련된 마지막 조선의 모습을 생생

하게 담아내고 있다. 순조, 헌종, 철종 3대 60여년에 걸친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로 이미 조선

은 몰락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고종의 즉위에 따라 흥선대원군은 집권의 꿈을 이루게 되지만

명성황후의 등장으로 그들의 피말리는 전쟁?은 시작된다. 쫓겨난 시아버지 대원군은 임오군란

으로 재집권하고 도망친 명성황후는 얼마후 다시 궁으로 돌아오고, 그들의 권력다툼속에 고종

은 허수아비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개화파의 구테타 갑신정변, 동학, 갑오개혁, 을미

사변.... 조선은 대변혁의 시기를 맞게된다. 고종, 대원군, 명성황후... 그들의 선택 하나하나가

마지막 조선의 목을 옳아매고 있었던 것이다. 백성들의 신음은 듣지 못하고, 대신들은 자신

들의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하고, 권력 쟁탈에만 혈안이 되었던 대원군과 명성황후.... 그런

와중에 일본을 비롯한 열강들에게 짖밟히는 조선. 이렇듯 조선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 초라

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1910년 8월 22일. 경술국치일이다. 대한제국이 망한뒤 작위를 받은 사람이 72명이고 작위를

받지 않은 사람은 단 한명이었다고 한다. 풍전등화의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조선과 왕은, 믿고

의지할 그 누구도 곁에 없었던 것이다. 지방수령들도 부정부패가 팽배했고, 조정에는 간신들이

득실대고, 월미도 매각사건과 같은 매국행위가 비일비재하고 군함제조 사기와 같이 나라를 상대

로 하는 사기극이 버젓이 일어나기도 했다. 나라를 좀먹는 권력층들, 백성들의 피를 빨아대는

지방수령, 피를 부르는 권력쟁탈전속에서 일제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도발한다. 지금의 38선

또한 그 당시 일제가 제안한 39도와 러시아가 제안한 38도선의 한반도 분단안이 시발이 된

것이라는데 또 한번 분노하게 된다. 하나둘씩 각종 이권을 차지하게된 일제는 결국 고종을 폐위

시키고 조선이라는 이름을 역사속에서 사라지게 만들고만다. 유구한 500년 역사를 가진 조선의

쓸쓸한 퇴장. <남가몽...>은 이런 역사적 사실과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담아낸다.

 

역사적 변화를 읽지 못한 주인과 주인을 더이상 따르지 않고 자신의 배만 불릴 수 있다면 무엇

이든 내어주겠다는 개들로 가득했던 조선. <남가몽...>이 그려내는 마지막 조선의 모습은 안타

까움 그 자체이다. 숨겨진 궁중의 비화들과 우리에게 잊혀진 땅 간도를 잊지 않게 해주기도 하고

나라를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바친 영웅 안중근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초반의 대원군

과 명성황후 사이의 비화는 오히려 재미있었고, 망국으로 치닫는 중간부분의 여러 사건들을 만날

때는 너무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되고, 악랄한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마지막부분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것처럼 울분이 터져나왔다. 보다 가까이서 보다 섬세하게 조선의 멸망과 왕과 신하

등 궁중내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가끔 영화나 소설속에서 '이러했다면' 하는 가정을 통해 지금의 변화된 모습이나 미래의 모습을

꿈꾸기도 한다. 조선의 마지막 48년, 그때 그들에게 변화를 감지할 눈과 나라와 백성을 위한

마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만약 그랬었다면....지금 이렇게 철조망으로

갈라진 조국도 없을 것이고, 근래 새롭게 등장하는 신이데올로기의 허상뿐인 그늘도 없을 것이고,

뿌리깊은 지역감정과 친일, 친미에 대한 반감도 없지 않을까? 독도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도 없고

간도를 비롯한 잃어버린 우리의 땅은 우리에게 더 커다란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하나된 한반도

속에서, 쓸데없이 낭비되고 소비되던 에너지는 우리를 더 발전하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을 갖게한다. 무릇 역사는 순환한다. 이 책속에서 보이는 조선의 마지막

모습이 가끔은 현실속에서 보이지 않은가? 혹시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정해진 듯 하다.

역사는 순환하지만 미래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남가몽....>이 써내려간 그 시대의 진솔한 고민

을 잊지않는다면 순환의 역사가 아닌 창조의 미래와 역사를 만들기에 충분한 눈과 의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마지막 조선의 숨겨진 비밀과 진실을 책속에서 찾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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