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2 - 상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사람에겐 비밀이 있어. 문제는 어떤 비밀을 발견하느냐는 거지." (밀레니엄 1권)

아담스 패밀리의 꼬마 웬즈데이를 쏙 빼닮은 여자아이를 만난지 세달여만에 온 몸을 문신으로

감싼 다양한 얼굴을 가진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다시 만난다. 밀레니엄이라는 낯선 제목과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독특한 내용과 등장인물들에 매료되었던 그 시간들이 아직도 기억속에 생생하다.

슈퍼 블롬크비스트라는 흡사 다빈치코드에 나오는 로버트 랭던과 비교되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밀레니엄 1부를 주도했다면, 두번째 이야기는 1부에서 베일에 쌓여있던 여인 리스베트 살란데르

를 집중 조명한다. 천재적인 해커이며 보안업체 조사원으로 활동하던 리스베트, 드디어 그녀를

둘러싼 거대한 비밀이 조금씩 베일을 벗게된다.

 

리스베트 살란데르.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밀레니엄 2부 상권을 펼치며 가졌던 기대는

초반 여지없이 무너져버린다.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라는 부제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좀처럼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부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있고,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에 대한 언급들, 스웨덴

을 떠나 카리브해의 그레나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리스베트, 갑작스럽게 떠난 리스베트를 그리

워하는 미카엘... 상권의 전반부를 이런 단순한 이야기들이 차지하기에 밀레니엄 두번째 이야기에

대해 가졌던 기대는 너무나 쉽게 허물어지는 듯해보였다.

 

클릭. 나무. 클릭. 불... 그녀는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꾸기 시작했다. (하권 P.409)

하지만 역시 밀레니엄... 중반이 지나고 스웨덴으로 다시 돌아온 리스베트, 섹스 마피아와 관련해

다그 스벤손, 미아 베리만과 함께 밀레니엄의 특집호를 준비하던 미카엘은 얼마후 그들의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리스베트의 후견인인 비우르만 변호사 역시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리스베트는

그들의 죽음과 관련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당하게 된다. 그녀에 대한 경찰의 추격이 시작되지만

미카엘과 그녀가 다니던 보안업체의 아르만스키는 그녀의 결백을 믿는다. 그렇게해서 살인사건에

대한 세개의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다. 부불란스키 형사와 미카엘, 그리고 아르만스키... 2부에서도

리스베트를 둘러싼 비밀들은 좀처럼 우리에게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녀가 '모든 악'이라

부르는 사건이 무엇이며, 엔셔데 살인사건의 범인이 정말 리스베트인지, 섹스 마피아 문제에 있어

자주 등장하는 '살라'라는 미지의 인물, 그리고 금발거인 로날드 니더만과 얽혀있는 숨겨진 비밀들,

도대체 휘발유통과 성냥은 무슨의미를 담고 있는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xn + yn = zn

밀레니엄 2부 속에 등장하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리스베트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비밀들과

마찬가지로 이 공식 또한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리스베트를 쫓는 경찰과

그녀가 가진 비밀을 풀어내려는 미카엘, 어둠속에 숨어있는 살라와 금발거인, 리스베트가 말하는

모든악의 실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초반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언제 그랬냐는듯 속도

를 내기 시작한다. 영국의 수학자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풀어냈듯 살인사건의 실체와 리스베트

를 감싸고 있던 비밀들이 하나씩 그 껍질을 벗어낸다. 그리고 영화 식스센스와 유주얼 서스펙트를

능가하는 반전이 우리를 기다린다. '역시 밀레니엄이야!!' 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밀레니엄의 매력이 그 빛을 발한다.

 

밀레니엄 1부가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라는 전문가적인 식견과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캐릭터

를 위한 작품이었다면, 2부는 역시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소녀와 여자의 경계에 선듯한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매력적인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모든 악'으로 대변되는 리스베트의 비밀.. 가냘프

지만 강인한, 치밀하면서 드러나지 않는, 보일듯 말듯 다양한 얼굴을 가진 그녀의 매력에 빠져드는

시간이다.

 

이 책의 제목이 왜 <밀레니엄>일까? 하는 생각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했었다. 밀레니엄이라는

잡지사를 중심으로 주인공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면서, 사회에서 언론이 가져야 할 역할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 제목이 되지 않았을까? 1부에서와 마찬가지로 2부에서도 우리 사회

가 가진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 비판한다. 공권력을 위해서 한 개인의 인생을 무참히 짖밟는 국가

권력,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무한히 강한 힘을 발휘하는 변호사들, 사회 지도층들이 보이는 난잡한

섹스 스캔들, 언론이 사건을 대하는 방식 -인권 외면과 흥미위주의 보도- 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재미? 물론이다. 숨가쁘게 쫓아가는 사건의 실체, 베일에 쌓인 인물들 그리고 반전.... 재미와

더불어 앞서 말한 사회 비판과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보게끔 하는 특별함도 간직한

작품이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 시점의 다양한 변화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등장

은 이 작품을 곧 영화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겠구나 하는 또 다른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밀레

니엄을 만나본 사람들의 마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열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밀레니엄의 마지막을 그리워하며 다시 기다림의 시간에 접어들어야

할 것같다. '빌어먹을 슈퍼 블롬크비스트...' 라는 리스베트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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