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몽, 조선 최후의 48년
박성수 지음 / 왕의서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의 뒤안길을 걸어오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있다. 친일파 후손들의

끊임없는 소송과 아직도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

어린 울부짖음, 백두대간 곳곳을 찌르고있는 쇠말뚝.... 이런 일제시대 과거청산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들이 산재한 우리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끊어오르

는 분노가 자리한다. 왜 우리는 아직까지 이런 삶을 선택하고 있고, 왜 어두운 그림자를 쉽게

걷어내지 못할까? 그 원인이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500년 이라는 역사를 가진 조선왕조.

이씨 조선이란 비아냥속에 치욕적 종말을 맞이한 조선의 마지막 모습을 만난다. 뿌리깊은 패배

의식과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가슴아픈 상처를 갖게 만들었던 조선의 마지막 48년, 생생한

기록이 새롭게 태어난다.

 

<남가몽 조선최후의 48년>은 조선의 마직막 왕들을 측근에서 모시고 있던 지금으로 말하자면

대통령 비서실 차장 정도의 직급이라 말할 수 있는 시종원 부경 정환덕이 직접 쓴 [남가몽]에

바탕을 둔 조선왕조 마지막 파란만장했던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12살에 왕이 된 고종, 광인

처럼 지내며 집권을 꿈꿨던 대원군, 여인천하 명성황후와 관련된 마지막 조선의 모습을 생생

하게 담아내고 있다. 순조, 헌종, 철종 3대 60여년에 걸친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로 이미 조선

은 몰락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고종의 즉위에 따라 흥선대원군은 집권의 꿈을 이루게 되지만

명성황후의 등장으로 그들의 피말리는 전쟁?은 시작된다. 쫓겨난 시아버지 대원군은 임오군란

으로 재집권하고 도망친 명성황후는 얼마후 다시 궁으로 돌아오고, 그들의 권력다툼속에 고종

은 허수아비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개화파의 구테타 갑신정변, 동학, 갑오개혁, 을미

사변.... 조선은 대변혁의 시기를 맞게된다. 고종, 대원군, 명성황후... 그들의 선택 하나하나가

마지막 조선의 목을 옳아매고 있었던 것이다. 백성들의 신음은 듣지 못하고, 대신들은 자신

들의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하고, 권력 쟁탈에만 혈안이 되었던 대원군과 명성황후.... 그런

와중에 일본을 비롯한 열강들에게 짖밟히는 조선. 이렇듯 조선의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 초라

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1910년 8월 22일. 경술국치일이다. 대한제국이 망한뒤 작위를 받은 사람이 72명이고 작위를

받지 않은 사람은 단 한명이었다고 한다. 풍전등화의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조선과 왕은, 믿고

의지할 그 누구도 곁에 없었던 것이다. 지방수령들도 부정부패가 팽배했고, 조정에는 간신들이

득실대고, 월미도 매각사건과 같은 매국행위가 비일비재하고 군함제조 사기와 같이 나라를 상대

로 하는 사기극이 버젓이 일어나기도 했다. 나라를 좀먹는 권력층들, 백성들의 피를 빨아대는

지방수령, 피를 부르는 권력쟁탈전속에서 일제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도발한다. 지금의 38선

또한 그 당시 일제가 제안한 39도와 러시아가 제안한 38도선의 한반도 분단안이 시발이 된

것이라는데 또 한번 분노하게 된다. 하나둘씩 각종 이권을 차지하게된 일제는 결국 고종을 폐위

시키고 조선이라는 이름을 역사속에서 사라지게 만들고만다. 유구한 500년 역사를 가진 조선의

쓸쓸한 퇴장. <남가몽...>은 이런 역사적 사실과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담아낸다.

 

역사적 변화를 읽지 못한 주인과 주인을 더이상 따르지 않고 자신의 배만 불릴 수 있다면 무엇

이든 내어주겠다는 개들로 가득했던 조선. <남가몽...>이 그려내는 마지막 조선의 모습은 안타

까움 그 자체이다. 숨겨진 궁중의 비화들과 우리에게 잊혀진 땅 간도를 잊지 않게 해주기도 하고

나라를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바친 영웅 안중근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초반의 대원군

과 명성황후 사이의 비화는 오히려 재미있었고, 망국으로 치닫는 중간부분의 여러 사건들을 만날

때는 너무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되고, 악랄한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마지막부분에서 피가

거꾸로 솟는것처럼 울분이 터져나왔다. 보다 가까이서 보다 섬세하게 조선의 멸망과 왕과 신하

등 궁중내 다양한 표정과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가끔 영화나 소설속에서 '이러했다면' 하는 가정을 통해 지금의 변화된 모습이나 미래의 모습을

꿈꾸기도 한다. 조선의 마지막 48년, 그때 그들에게 변화를 감지할 눈과 나라와 백성을 위한

마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만약 그랬었다면....지금 이렇게 철조망으로

갈라진 조국도 없을 것이고, 근래 새롭게 등장하는 신이데올로기의 허상뿐인 그늘도 없을 것이고,

뿌리깊은 지역감정과 친일, 친미에 대한 반감도 없지 않을까? 독도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도 없고

간도를 비롯한 잃어버린 우리의 땅은 우리에게 더 커다란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하나된 한반도

속에서, 쓸데없이 낭비되고 소비되던 에너지는 우리를 더 발전하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을 갖게한다. 무릇 역사는 순환한다. 이 책속에서 보이는 조선의 마지막

모습이 가끔은 현실속에서 보이지 않은가? 혹시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정해진 듯 하다.

역사는 순환하지만 미래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남가몽....>이 써내려간 그 시대의 진솔한 고민

을 잊지않는다면 순환의 역사가 아닌 창조의 미래와 역사를 만들기에 충분한 눈과 의식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마지막 조선의 숨겨진 비밀과 진실을 책속에서 찾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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