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탁월한 이야기꾼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병기를 만난다. 벌써 15년 이전에 출간된 작품이지만

추리소설하면 연상되는 그의 이미지답게 이 책도 그의 네임밸류를 톡톡히 실감케 하는 작품이다.

충격적인 반전과 추리하는 즐거움, 그리고 스릴넘치는 구성이 매력적인 그의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매력이 이 책속에는 있다. 반전의 묘미는 그대로이지만 추리보다는 영화의 장면장면

들을 연상시킬 만큼 이어지는 사건을 따라가는 시선들이 재미를 더해준다. 추리를 빼로 복수라는

테마를 가진 액션과 스릴을 가미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하는 향기나는 작품

이 바로 이 <아름다운 향기>인 것이다.

 

"어둠 속 생활도 이제 곧 끝이야. 너는 빛 속으로 나간다. 그렇게 세상을 바꾼다."(P. 12)

헵테슬런 선수이며 타란툴라와 같은 소녀, 독거미라는 별명을 지닌, 190센티미터의 외국여자..

센도에 의해 키워진 비밀병기 그녀, 아름다운 흉기가 되어버린 그녀를 만난다. 이름한번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이 여자는 실제 미국 육상 국가대표 재키 조이너 커시를 모델로 하고 있다고 한다.

어디선가 본듯한 아름다운 얼굴을 따라 흘러내린 눈물, 그녀의 눈물은 그를 키운 스승이자 남편

인 센도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왕년의 유명한 운동선수였던 유스케, 준야, 다쿠마, 쇼코가 센도의

집에 침입하게되고 우연찮게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도핑이라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던 그들에게 센도는 눈엣 가시와 같은 존재였으리라. 이제 명예와 부, 그리고

안정적 가정을 지키기위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비정함. 비정함의 향기가 묻어있다. 스승이자

남편을 잃어버린 타란툴라는 그들 네명을 차례 차례 찾아가 복수를 시작한다. 쫓기는 네명의

살인자, 살인자를 쫓아 복수하려는 타란툴라, 그리고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들..야마시나, 시토..



 

그렇게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간의 숨막히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이기심'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이

요약된 중요한 소재가 바로 이 단어라 할 수 있겠다. 명예와 부를 위해 약물을 복용한 선수와

의사, 어렵게 얻어낸 자신의 것을 놓치기 실어 살인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스포츠 스타, 인간을

인간적인 사랑이 아닌 목표를 위해 만들어내고 키워가는 비정하고 이기적인 스포츠 닥터, 수단

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데만 열중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되고 일그러진 단면들이 이런

이기적인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명예를 위해 괴물이기를 거부하지 않았던 스포츠 스타들,

살인까지 저지르고 그 아름다운 괴물에 쫓기게된 그들, 그들을 쫓는 치명적인 흉기. 괴물이 되어

버린 세상, 괴물을 만들어내는 인간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이 책은 표현한다. 400여 페이지를

넘나드는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액션과 긴박감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정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끊임없이 왜? 를 외칠 수 밖에 없었던 그들, 그녀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숨가쁜 재미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아름다운 향기>속에는 세가지 부류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쫓는자, 쫓기는자, 그리고 경찰.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쫓고 쫓기는 이들의 모습과는 별개로 항상 뒷북이 취미인듯한 경찰들의

몫은 사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라 할 수 있을것 같다.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쫓는자 쫓기는자의 심리나 여러가지 상황을 독자들이 객관적이고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살인사건, 범인과 피해자... 처음부터 명백하게 그 윤곽이 나타나있고

추리의 즐거움보다는 경찰, 쫓고 쫓기는자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유형을 따르고 있는 이 작품

을 마지막에 내려놓을때 쯤이면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애매한 입장을 취하게 될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 모두가 시대의, 사회의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하려 하는 것이 어쩌면 그것인지도 모른다. 냉혹한 사회, 비정한 사회를 살고 있는 당신들

모두가 피해자다 라는... 향기나는 꽃은 가시를 지녔다. 사회의 이기심과 비정함이 가시를

가진, 향기를 지닌 꽃을 흉기로 만들어내지 않기를... <아름다운 향기> 이전 그의 작품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향기를 지닌 작품이다.

내려놓을 수 없는 즐거움...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향기 가득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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