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키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하얀 피부를 가진, 말도 적고 운동 신경도 그닥 좋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 책을 좋아하는 소년 나쓰키 린타로의 책 여행이 펼쳐진다. 부모의 이혼과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초등학교 다닐 무렵부터 할아버지
집에 맡겨졌고, 계속 할아버지와 살고 있던 린타로에게 슬픔이 찾아온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린타로에게 남겨진 건 허름한 작은
고서점, '나쓰키 서점'이었다.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할 겨를도 없이, 친척 고모에게 다시금 맡겨지게 된 린타로는 일주일후 이 나쓰키
서점을 처분하고 고모집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 거야." - P. 26
-
몇일이 지나고, 나쓰키 서점안에서 있던 린타로에게 갈색의 얼룩고양이 한 마리가 말을 건넨다. 인간의 말을 하는
고양이, 얼룩! 고양이 얼룩은 책을 구해야 한다며 린타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위험에 빠진 책을 구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책을 가두는 지식인, 책을 자르는 학자, 팔아치우는 출판인 그리고 마지막에는 린타로의 유일한 친구 유즈키 사요를 납치하고 책을 위협하는
인물을 만나는 린타로의 환상적인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말하는 고양이 얼룩과 책을 사랑하는 소년 린타로의 책을 구하는 긴 여정을 담아낸다. 책과 관련한
미스터리, 혹은 추리 소설 정도로 인식했던 첫 인상과는 전혀다르게 이 작품은 '마시멜로 이야기' 같은 자기계발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만 판타지가 어우러져 더욱 흥미진진하고 색다르고 환상적인 시공간과 이야기를 그려낸다. ^^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작품은
우리들의 그런 고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그 과정에서 고서점 '나쓰키 서점'을 운영하면서 린타로에게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을 준 그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이 우리들의 가슴을 울린다.
'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 - P. 65 -

우리들이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책에 대한 고민들을 잠시 들여다보자.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일까? 갖고 싶은 책, 무턱대고
소장하고 하고 싶은 욕구는 정당한가? 무조건 빨리 읽고, 핵심만 추리는 것은 어떨까? 반대로 잘 팔리는 책만 만들고, 책을 너무 소모품처럼
여기는 것은? ... 이런 것들이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가끔씩 고민에 빠뜨리는 작은 물음표들이다. 나의 서재에 놓여있는, 가끔은 쌓여 있는
책들의 존재, 가지고 싶은 책들에 대한 욕망, 많이 빨리 읽는게 어떤 때에는 목표가 되어버리는 독서습관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읽으면서 이런 저런 책에 대한 고민과 함께 작은 반성을 하게되는 것은 나뿐만 이었을까?
"기왕에 올라가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거라. 아마 멋진 경치가
보일 게다." - P.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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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카와 소스케라는 작가는 나쓰메 소세키,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리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등 그가 좋아하던 작가들의 이름을
조합해서 자신의 필명을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이렇듯 문학작품을 사랑하던 독자에서, 진정 책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아 판타지 형식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써내려가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쓰카와 소스케는 2011년 '신의 카르테'를 통해서 만난 기억이 있다.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이 작품 말고는 기억되는 작품이 별로 없는 관계로 아마도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그의 이름 옆에 항상 놓여있어도 좋을
만큼의 매력을 가진 작품이란 생각이든다.
"책에는 마음이 있지. 소중히 대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고,
마음을 가진 책은 주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반드시 달려가서 힘이 되는 법이야" - P. 228 -
책속에 너무나 좋은 글귀들이 많아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중간중간 다른 때보다도 조금은 많이, 그 글들을 옮겨본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 글들 속에서 또 다른 책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을거라 믿는다.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말을 하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 책에 대한 사랑을 깨닫지 못하던 소년의 성장을 담아낸 성장 소설, 미궁에 빠진 책을 구하는 모험 소설, 소년의 첫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청춘 소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책이야기를 담아낼 미스터리 소설로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 같다.
왜 책을 읽을까?라는 질문과 고민으로 시작했다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고 왜 책과 함께 해야하는지를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왜 읽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그냥 즐거우니까...! 아직은 이런 대답밖에 내어 놓을 수 없을것
같다. 책을 읽으면 편하고, 즐겁고, 책의 향기가 너무 좋고, 그냥 뭐~ 그렇다. 책속에서 여행을 하는듯도 싶고 누군가의 삶을 살아보기도 하고,
즐거운 추리와 미스터리를 풀고, 때로는 내가 힘든 문제에 해답을 내어놓기에 나는 책과 함께 한다.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 P. 261 -
책을 읽으면 나는 그냥 그렇게 즐겁고 행복하다. 하지만 왜 책을 읽느냐는 그 질문은 언제까지나 진한 물음표로 간직하는 게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책에 대해서 고민하고 느끼고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밑거름이 될테니까 말이다. 그런의미에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내게 너무 반갑고 고마운 작품이라고 다시한번 말하고 싶다. 고마워 얼룩, 반가워 린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