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섬으로 가다 -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
김선미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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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나에게는 두 가지 정도의 인연으로 다가오는 섬이다.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 라는 부제를 가진 <나무, 섬으로 가다>는 그래서인지 나의 눈을 쉽사리 사로잡았다. 물론 '남이섬'이라는 개인적인 인연을 접어두더라도 또 하나 이 책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는 아마도... 내가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일까? 우리에게 그리고 이제는 세계인들에게 더 익숙하고 친숙할 그 섬의 또 다른 시선, 나무를 통해서 바라본 섬의 사계라는 특별한 시선이 아무래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 작품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한 달에 몇번씩 남이섬을 머물며 담아낸 나무, 바람, 해와 달의 모습에 귀기울인 작품이다. 단순히 나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섬과 나무,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이야기와 사연들을 그려낸다. 시작의 글에서 작가는 '나무'의 뜻을 이렇게 풀이한다. 나무가 '나는 없다(無)' 또는 '나만은 없다(無)'로 들린다고... 나무가 흔들리면서도 꿋꿋이 서있을 수 있는 이유는 서로에게 가지를 기대고 어우리지기 때문이며 혼자서는 살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이다. 우리 세상도 그렇다. 나 혼자서만은 살수 없다. 나무처럼 어우러져야 살 수 있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되듯...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그 계절을 따라 남이섬 곳곳에 숨은 아름다운 풍경과 발끝에 채이듯 어쩌면 흔한 나무 한그루 한그루에 의미를 불어넣는다. '동쪽 강 서쪽 강 만나는 두물머리 창경대' 섬 남쪽에 있는 이 풍경에서 밤나무와 산수유 등 우리 주변에서 볼수 있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익숙한 나무들과 풍경이 뒤섞인다. 남이섬에 존재한다는 220여종, 2만5천 그루가 넘는 나무들의 천국, 남이섬 탐험이 그렇게 시작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남이섬, 나무 여행을 하면서 곁에 <APG 나무도감>을 같이 준비했다. 습관처럼 말이다. ^^


앞서 남이섬과 나의 인연을 이야기 했었다. 그 하나는 아내와의 연애 시절 인연이다. 만나고 얼마지나지 않아 아내에게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었다. 그때 아내의 대답이 바로 이 남이섬이었다. 그때만해도 개인적으로도 처음 만나는 남이섬은 어쩌면 그때까지도 드라마 '겨울연가', '욘사마'의 섬이었다. 물론 지금도 동남아 관광객들에게는 그런 의미로 많이 다가오겠지만... 낯선 섬, 하지만 정말 따뜻하고 즐거웠던 섬, 그렇게 사랑을 키워준 멋진 곳이 고맙게도 바로 남이섬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인연은 바로 남이장군과 관련되어서이다.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는 실제 남이장군의 묘가 바로 내가 살고 있는 화성 비봉에 자리한다. 하지만 '남이섬'이라는 명칭을 가져오게 된 전설속 돌무더기가 바로 이 남이섬에 존재한다. 묘하다면 또 묘한 인연! 그리고 또 하나 '나무'라는... 남이섬은 어쩌면 남이장군 묘에 관한 전설처럼 전설속의 섬이 될 운명이었을 수도 있었다. 지금의 청평댐이 없었다면 물속에 가라앉아 온전히 섬의 모양을 갖추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전설같은 섬이 지금은 멋진 나무들과 함께 겨울연가, 연인들의 섬, 요즘 또 다른 즐거움 짚라인 등과 함께 또 다른 전설이 되고 있으니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물이 오르고 잎이 나서 꽃이 피는 시기가 아니면 또 아닌대로, 작은 꽃 눈과 마른 열매가 달린 늦은 겨울을 달려 매미 유충이 소리내어 울 봄을 달린다. 벚꽃 멀미를 느끼다가도 어느새 밤꽃 향기로 섬은 가득해진다. 밤나무 줄기를 타고 올라간 능소화들은 하늘의 끝을 붙잡을 기세로 손을 뻗쳐올린다. 싸리 나무가 보랏빛 여름을 연다면, 배롱나무는 '백일홍'이라는 이름답게 붉은빛으로 타올라 8월 무렵부터 3개월간의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가을...



'나무는 매미뿐 아니라 많은 곤충이 알을 낳는 보금자리이다. 땅속 애벌레에게는 수액으로 젖을 주고, 나무 위에 사는 이들에게는 초촉잎으로 밥을 먹여준다. 새에게는 맛난 먹이들이 숨어 있는 나무가 살아 있는 통조림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 P. 59 -  

가을이 되면 '참나무 집안 도토리 형제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우리나라에는 보통 6종류의 참나무 도토리 형제들이 있는데... 가장 쉽게 그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바로 잎과 줄기의 모양을 보고 구분하거나 도토리의 모양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는 도토리의 모가자 털모자같은 모양을, 신갈나무와 갈참, 졸참나무는 매끈한 빵모자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구분이 쉬울것이다. 가늘고 날카로운 잎을 가진 상수리와 굴참나무, 그리고 신갈과 떡갈 나무는 잎이 넓적하다. 졸참, 갈참 나무는 그 중간이랄까? 이런식으로 참나무 집안 도토리 육형제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이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벌레먹은 나뭇잎] , 이생진 , P.307 - 

어느 시인은 벌레가 뚫은 떡갈나무 잎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낭만... 나무 한그루를 보고, 아니 벌레가 지나간 흔적을 남긴 나뭇잎의 아름다움을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 것이다. 작은 책 한 권을 펼치면서 습관처럼 나무도감을 꺼낸 나의 모습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다. "이름이란 게 무슨 소용인가. 장미는 다른 이름으로 불려도 똑같이 향기로운게 아닌가." 줄리엣이 했다던 혼잣말이 더욱더 이 책의 향기를 말해준다. <나무, 섬으로 가다>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는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마지막 '나무 찾아 보기'는 또 다른 작은 친절함으로 다가온다. 지금 나의 집 마당 앞에 몇 개의 잎이 팔랑거리는 감나무가 앙상하게 눈에 담긴다. 그 모습 자체만으로 지난 가을의 풍성함을, 여름의 싱그러움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그려진다. 몇번을 찾았던 남이섬, 이번에 다시 그 섬을 찾는다면 <나무, 섬으로 가다>의 길을, 그 풍경속 나무를 만나보리라. 밝은 웃음과 활력, 열정이 넘치는 섬에서 조금은 다소곳이 정적인 느낌의 남이섬을 이 책을 통해 만난다. 색다른 경험, 또 다른 만남의 기대! <나무, 섬으로 가다>가 건네준 작은 선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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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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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키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하얀 피부를 가진, 말도 적고 운동 신경도 그닥 좋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 책을 좋아하는 소년 나쓰키 린타로의 책 여행이 펼쳐진다. 부모의 이혼과 엄마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초등학교 다닐 무렵부터 할아버지 집에 맡겨졌고, 계속 할아버지와 살고 있던 린타로에게 슬픔이 찾아온다. 할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그리고 린타로에게 남겨진 건 허름한 작은 고서점, '나쓰키 서점'이었다.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할 겨를도 없이, 친척 고모에게 다시금 맡겨지게 된 린타로는 일주일후 이 나쓰키 서점을 처분하고 고모집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 거야." - P. 26 -  

몇일이 지나고, 나쓰키 서점안에서 있던 린타로에게 갈색의 얼룩고양이 한 마리가 말을 건넨다. 인간의 말을 하는 고양이, 얼룩! 고양이 얼룩은 책을 구해야 한다며 린타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위험에 빠진 책을 구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책을 가두는 지식인, 책을 자르는 학자, 팔아치우는 출판인 그리고 마지막에는 린타로의 유일한 친구 유즈키 사요를 납치하고 책을 위협하는 인물을 만나는 린타로의 환상적인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말하는 고양이 얼룩과 책을 사랑하는 소년 린타로의 책을 구하는 긴 여정을 담아낸다. 책과 관련한 미스터리, 혹은 추리 소설 정도로 인식했던 첫 인상과는 전혀다르게 이 작품은 '마시멜로 이야기' 같은 자기계발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만 판타지가 어우러져 더욱 흥미진진하고 색다르고 환상적인 시공간과 이야기를 그려낸다. ^^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작품은 우리들의 그런 고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그 과정에서 고서점 '나쓰키 서점'을 운영하면서 린타로에게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을 준 그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이 우리들의 가슴을 울린다.


'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 - P. 65 -




우리들이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책에 대한 고민들을 잠시 들여다보자.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은 것일까? 갖고 싶은 책, 무턱대고 소장하고 하고 싶은 욕구는 정당한가? 무조건 빨리 읽고, 핵심만 추리는 것은 어떨까? 반대로 잘 팔리는 책만 만들고, 책을 너무 소모품처럼 여기는 것은? ... 이런 것들이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가끔씩 고민에 빠뜨리는 작은 물음표들이다. 나의 서재에 놓여있는, 가끔은 쌓여 있는 책들의 존재, 가지고 싶은 책들에 대한 욕망, 많이 빨리 읽는게 어떤 때에는 목표가 되어버리는 독서습관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읽으면서 이런 저런 책에 대한 고민과 함께 작은 반성을 하게되는 것은 나뿐만 이었을까?


"기왕에 올라가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거라. 아마 멋진 경치가 보일 게다."  - P. 125 -  


나쓰카와 소스케라는 작가는 나쓰메 소세키,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리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등 그가 좋아하던 작가들의 이름을 조합해서 자신의 필명을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이렇듯 문학작품을 사랑하던 독자에서, 진정 책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아 판타지 형식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써내려가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쓰카와 소스케는 2011년 '신의 카르테'를 통해서 만난 기억이 있다.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이 작품 말고는 기억되는 작품이 별로 없는 관계로 아마도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그의 이름 옆에 항상 놓여있어도 좋을 만큼의 매력을 가진 작품이란 생각이든다.


"책에는 마음이 있지. 소중히 대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고, 마음을 가진 책은 주인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반드시 달려가서 힘이 되는 법이야" - P. 228 -  

 

책속에 너무나 좋은 글귀들이 많아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중간중간 다른 때보다도 조금은 많이, 그 글들을 옮겨본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 글들 속에서 또 다른 책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찾을 수 있을거라 믿는다.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말을 하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 책에 대한 사랑을 깨닫지 못하던 소년의 성장을 담아낸 성장 소설, 미궁에 빠진 책을 구하는 모험 소설, 소년의 첫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청춘 소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책이야기를 담아낼 미스터리 소설로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 같다.


왜 책을 읽을까?라는 질문과 고민으로 시작했다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고 왜 책과 함께 해야하는지를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왜 읽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그냥 즐거우니까...! 아직은 이런 대답밖에 내어 놓을 수 없을것 같다. 책을 읽으면 편하고, 즐겁고, 책의 향기가 너무 좋고, 그냥 뭐~ 그렇다. 책속에서 여행을 하는듯도 싶고 누군가의 삶을 살아보기도 하고, 즐거운 추리와 미스터리를 풀고, 때로는 내가 힘든 문제에 해답을 내어놓기에 나는 책과 함께 한다.


"어쩌면 책은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게 아닐까요?" - P. 261 -


책을 읽으면 나는 그냥 그렇게 즐겁고 행복하다. 하지만 왜 책을 읽느냐는 그 질문은 언제까지나 진한 물음표로 간직하는 게 좋을 듯하다. 왜냐하면 계속해서 책에 대해서 고민하고 느끼고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밑거름이 될테니까 말이다. 그런의미에서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내게 너무 반갑고 고마운 작품이라고 다시한번 말하고 싶다. 고마워 얼룩, 반가워 린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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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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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쇠갈고리에 입이 걸려있는 여자! 유령맨션이라는 별명이 붙은 맨션단지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알몸에 파란 비닐이 덮여져 있어 발견하지 못했던 여성의 사체가 배달소년에 의해 발견되고, 그 곁에는 쪽지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었다. 개구리를 잡았다!...라고 삐뚤삐뚤 쓰여진 범인이 남긴듯한 이 쪽지로 인해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언론에서는 이 잔인한 살인자에 대해 궁금증을 키워나간다. 수사본부는 한노 경찰서에 차려졌고 사건의 담당 형사는 베테랑 와타세 반장고 신입 고테가와가 맡게 된다.


'오늘 개구리를 잡았다. 상자에 넣어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지만 점점 싫증이 났다. 좋은 생각이 났다. 도롱이 벌레 모양으로 만들어보자. 입에 바늘을 꿰어 아주아주 높은 곳에 매달아 보자.' - P. 12 -  


나카야마 시치리와의 만남이 거듭되어 간다. 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에 이름을 올린 최애작가중 한 명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 '속죄의 소나타'를 만난지 한달여만에 이 작품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와 마주한다. 사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다른 의미에서 먼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이름을 독자들에게 알리게 된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의 대상을 '안녕, 드뷔시'로 수상할 당시 또 다른 후보작으로 이 작품이 거론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과 인기를 얻게된 작품으로 말이다. 물론 수상의 영예는 뒤로 미룬채...


그의 이름을 처음 접했던 작품,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는 법의학 교수 미쓰자키 교수의 활약이 돋보이지만 이 작품속에서는 또 다른 법의학 교수 오마에자키 교수가 한발자욱 발을 더 내민다. 물론 이야기의 전반을 책임지는건 와타세와 고테가와 형사의 몫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마에자키 교수 역시 보이지 않는 키(Key)를 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튼 수사본부는 개구리남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사건은 연쇄 살인의 양상을 띄어간다. 다시금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더 잔인하다.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아니다. 폐차장 압축기 아래에서 떨어지는 핏소리였다. 압축되어 네모난 모양이 되어버린 자동차에 짖눌려 버린 살덩이와 두개골.... 처참한 사건현장, 연쇄살인이다. 언론에서는 이제 범인의 이름을 공표한다. '개구리 남자'라고.... 수사본부는 조금더 바쁘게 움직인다. 연쇄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의 실체에 충격이 크지만 연쇄 살인은 여러가지 공통점은 통해 용의자를 추릴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개구리남자... 그는 왜? 어쩌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와타세와 고테가와의 활약, 그리고 연쇄 살인 속에 숨겨져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 중반이후 점점더 긴장감이 고조된다.





심신미약자의 법적 책임에 관한 일본 형법 제39조가 바로 이 작품의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물론 이전 많은 작품들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가 다루는 쟁점은 아마도 범인의 시점, 피해자의 시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차이점을 보여주는데 있지 않을가 싶다. 이야기의 긴박감과 몰입도가 높아질수록 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사회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와 고민이 깊이를 더해갈 것이다. 그 와중에 베테랑 와타세의 활약은 돋보이고, 신참 고테가와는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사건과 문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형법 39조에 대한 고민과 같이 우리 사회에도 이와 비슷한 고민거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심신미약자의 범죄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만연하는 '주취감형'이라는 모호한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는 문제가 가장 크게 느껴진다. 조두순 사건으로 다시금 주취감형 폐지 청원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큰 움직임이 없는걸 보면 인식의 변화가 정말 시급해보인다. 술때문에... 그렇다면 더 죄를 크게 물어야 하는게 아닐까? 범죄의 예방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시급하게 해결될 문제라는데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소년법과 관련해서이다. 툭하면 터져나오는 청소년 범죄의 잔인함과 말로 표현하기 힘든 폭력성이다. 성범죄에 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잔인성 때문에 소년법 폐지 청원 역시 사회문제로 대두된지 이미 오래다. 일본 형법 39조에 대한 고민, 우리의 소년법과 주취감형에 대한 문제인식이 바로 이 작품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가 말하려는 바인것이다. 사회의 모순이 더해질 때마다 어쩌면 이런 개구리 남자와 같은 사이코패스 범죄가 늘어날 것은 자명한 바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과 변화의 작은 노력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이 될것임은 이 작품을 통해서도 다가갈 수 있었다.


나카야마 시치리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는 물론이고 역시 그의 대표작인 '안녕, 드뷔시'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개구리남자' 역시 그 이름 곁에 있을 것 같다. 의학, 법률, 그리고 나카야마 시치리는 음악 미스터리와 코지 미스터리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대반전의 제왕'이라는 타이틀 역시 그의 이름과 꽤나 오랫동안 잘 어울릴 것 같다. 사회의 문제를 시선에 담아내는 작가라는 표현도 그에게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올 겨울은 나카야마 시치리와의 몇번의 만남으로 즐거운 계절이 되었다. 요즈음 가장 핫한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그로인해 따스한 봄이라는 계절이 앞당겨진듯 하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속에서 고테가와 와타세 콤비를 계속 만날 수 있겠지 하는 믿음이 생긴다. 단순한 재미와 즐거움도 담을 줄 알지만 냉철하거나 혹은 따스하거나 사회의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들을 담을 줄 아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행보가 마음에 든다. 시간을 달리는 작가, 자신만의 색깔로 다양성을 그려가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그가 있어 행복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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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까지 딱 한 걸음 - 여전히 사랑이 어려운 나와 당신에게
심승현 지음 / 예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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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떨린 시작.... 파페포포의 사랑 이야기는 월드컵의 함성이 집어 삼켰던 그 해 가을에 우리를 찾아왔었다. 파페와 포포의 너무나도 예쁜 일러스트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면, 우리들, 청춘의 이야기와도 같은 그와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사랑하고 추억하고 이별하고 실패하며 웃고 웃는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에 모두가 온 마음을 빼앗겼던 시간이 바로 그 시절이었다. 그리고 15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파페와 포포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그래도일까?


<사랑까지 딱 한 걸음>으로 오랫만의 파페와 포포를 만난다. '여전히 사랑이 어려운 나와 당신에게'라는 부제를 담아내고 있는데, 그런걸로 봐서 아직 그들의 모습은, 사랑은, 청춘이란 느낌이든다. 한걸음, 한걸음.... 모두 다섯걸음을 걷는다.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건네는 용기의 한걸음, 그리고 그 사랑을 굳건히 다지는 또 한걸음, 사랑을 넘어 어른이 되는데 한걸음, 사랑을 딛고 행복을 위해 또 한걸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프고 힘들어도 힘내자며 마지막 한걸음을 예쁘고 소중하게 파페와 포포의 이야기속에 담아낸다.



심승현 작가 역시 이제 나이를 먹었나보다. 나와 비슷한 또래, 그래서 열정이 흘러넘치던 그 시절에 가졌던 사랑과 상처의 추억에 더욱 공감했었고, 불혹이 지난 지금의 나이에 서서 그의 이야기에 다시금 공감이 꾸욱 눌러진다. 사랑에 필요한 용기와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 할때는 오랫만에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고, 삶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비슷한 나이로서 갖게 되는 삶의 무게와 거기에 대한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랑은 언제나 사고처럼 찾아온다. 언제 누구와 부딪힐지 모르는 것이 사랑이다.' - P. 17 -  


'멀찍이 서서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에게 향기를 내어주는 꽃은 없다. 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한 걸음 기꺼이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눈길이 가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사랑이 시작되므로.' - P. 23 -

 


용기내어 한걸음 다가가는 것이 바로 사랑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사랑조차도 우연히, 뜻밖에 발견할수도 있지만, 우연에 기대지 말고 먼저 한 발자국 그 사랑을 향해 움직여 사랑을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드는 노력, 사랑의 시작은 바로 그런것이다. 더불어 시선에 현혹되는 사랑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요즈음 청춘들에 들려줄수 있는 최선의 사랑법, 하지만 이런 말들이 청춘들의 귀에 들어올지는 모르겠다. ^^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그 안에 이별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헤어질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의 사랑이 더욱 소중하다.' - P. 86 -  


세상에 영원이란 것이 존재할까? 하물며 불안정한 사랑이란 단어에 영원을 함께 둘 수 있을까? 그렇기에 지금의 사랑에 충실하고 사랑을 하는 그 시간에 온전히 그 사랑만을 위해 열정을 불살라야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했다가 이별을 겪는 것처럼 쉬운것은 없다. 하물며 결혼을 한 이후에도 요즘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별하는 시대이기에 사랑의 유효기간을 콕 못박아 둔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것이다. 유효기간이 없는 사랑의 기간을 연장시키는 힘은 아마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한걸음 다가서지만 한걸음 물러설때도 있고, 한걸음의 여유를 남겨두는 지혜도 사랑에서, 삶에서는 필요한 것이다.



아이들의 겨울방학이 되고나서 전보다 조금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태어나줘서 고맙다'라는 책속 그말처럼 살아가면서, 아이들을 보면서, 그런 말을 읊조릴때가 여러번 있다. 이제 일곱살이 된 아들 녀석, 한창 까불고 장난치고 정신없다가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잘 크는 아이를 볼때나, 잠든 녀석의 머리를 쓸어올리며 고맙다, 고맙다... 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때가 많아졌다. 또 한번 작가와의 공감이 이곳 저곳에서 다가와 자리에 앉는다.


'어른이 되면 울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나이가 들었다고 어른이 되었다고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울음을 견디며 살 뿐...' - P. 134 -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사랑도 우리의 삶도 두려워 하지말고 한걸음 다가서는 용기 있다면, 행복한 웃음에 가까워지려는 한걸음만 있다면, 나 자신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이고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다시 한걸음 내딛는다면 우리 삶은 우리가 간직한 추억속의 그 따스한 시간들처럼 존재하게 될 것이다. 딱 한 걸음, 남았다. 우리 사랑에, 삶에, 사람들에, 그리고 나 자신의 행복에.... <사랑까지 딱 한 걸음> 오랫만에 만난 파페포포 그들과 한걸음 다가갈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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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표지가 참 마음에든다. 인상적이다. 사랑하는 듯해 보이는 두 남녀, 그리고 그들 사이의 달 하나. 무채색의 색감 역시 그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낸듯 보인다. 제목 역시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영휴(盈虧), '차고 기울다' 라는 의미를 가진 이 제목은 또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한없는 물을표들이 늘어간다. 달이 차고 기운다? 사랑? 이들 사이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을까? 그남자, 그여자는 어떤 사연을 가슴속에 품고 있는걸까? 얼른 책을 열어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는 달처럼 죽어서 다시 태어난다.'  


오사나이 쓰요시. 한 남자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호텔로 들어선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유명 여배우와 일곱살 정도된 그녀의 딸이다. 그리고 또 한 명 만나기로 했던 남자의 부재를 오사나이는 그녀들에게 알린다. 그리고 오사나이의 과거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무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감을 잡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이야기이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 딸아이 루리의 어린 시절 가출과 이후 평범한 고교생활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게 되는 이야기... 하지만 그 마지막에 드디어 사건이 벌어진다. 고교 졸업식을 마친 딸 루리와 아내 고즈에의 갑작스런 교통사고! 그렇게 오사나이는 혼자가 되었다.


자신의 딸, 오사나이 루리의 죽음.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또 다른 루리!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이 될 나라오카 루리라는 여인의 삶에 이야기는 촛점이 맞추어진다. 사랑, 죽음, 그리고 환생! 이야기의 중반 이후부터 전반적인 흐름이 조금씩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또 다른 한 사람 '마사키 류노스케'라는 이름이 이야기 전반에 등장하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은 마사키라는 이름이 아닌 전혀 다른 이름으로 시작되게 되는데...


<달의 영휴>는 2017년 157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토 쇼고의 작품이다.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빈틈없는 이야기인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하는 아사다 지로, '압도적인 문장력을 가졌다!'고 말하는 기타카타 겐조의 심사평은 책을 내려놓을 때쯤 절대 과장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2017년을 장식한 최고의 작품을 2018년 가장 먼저 만나는 행운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책을 내려놓으며 가슴을 울리는 표지와 차고 기우는 달에 비유한 제목에 가졌던 물음표는 이내 느낌표로 뒤바뀌어 버린다.





수수께끼 같은 만남! ​처음 그 만남의 시작속에 오사나이라는 남자가 있다. 작품의 거의 대부분을 그의 시선, 혹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채워 지지만... 어쩌면 오사나이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 아니다. 루리라는 이름이 가장 크게 다가오고, 그 이름의 반대편에 선 두 남자, 이야기의 시작점에 선 그들의 이름 역시 주인공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을 앞서도 예고 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결코 특별하지 않은 관조적인 입장의 오사나이의 반대편에 선 이들 때문에라도 그가 <달의 영휴>의 주인공이 확실해 보이기도 하다.


"하느님이 이 세상에 태어난 최초의 남녀에게 죽을 때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어. 하나는 나무처럼 죽어서 씨앗을 남기는, 자신은 죽지만 뒤에 자손을 남기는 방법. 또 하나는 달처럼 죽었다가도 몇번이나 다시 태어나는 방법. 그런 전설이 있어. 죽음의 기원을 둘러싼 유명한 전설인데, 몰라?" - P. 181~2 -  


사랑, 환생, 윤회...라는 조금은 평범한 소재를 차용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구석 평범하지 않은, 색다르고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는 스토리 라인은 정말이지 그 틈을 내어놓지 않는다. 사실 이야기의 초반 스토리의 복잡성과 혼동되는 낯선 이름들 탓에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는듯 했지만.... 그런 느낌을 상쇄 시켜주고 지탱해주는 한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수식이었던것 같다. 뭔가 있다! 이건 확실히 뭔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고 확실히 그 무언가를 찾아낼 수가 있었던 작품이다.


환갑을 넘긴 작가 사토 쇼고는 'Y', '신상이야기' 정도만으로 국내에 소개된 조금은 낯선 작가다. 이번 나오키 상 수상으로 아마도 그의 더 많은 작품이 국내 독자들을 찾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적지 않은 나이, 나오키 상을 수상하며 열정을 더해가는 노작가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달의 영휴>를 옮긴이는 이 작품을 두 번 읽으라고 권한다. 사랑과 환생, 계속 반복되는 하나의 이름속에 담겨진 복잡한 이야기들을 다시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줄것이라고...


하느님이 사람의 죽음에 두 개의 방법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죽음을 택할것인가? 나무같은 죽음? 아니면 달과 같은 죽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죽음의 모습이 그나마 인간적인 모습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것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반복이 아닌 단 한번의 삶임을 인식할때 지금 나의 삶이 더욱 소중하고 값지고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달처럼 죽어 다시 태어나기를 꿈꾸기도 한다. 아주... 아주... 가끔은...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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