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쇠갈고리에 입이 걸려있는 여자! 유령맨션이라는 별명이 붙은 맨션단지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알몸에 파란
비닐이 덮여져 있어 발견하지 못했던 여성의 사체가 배달소년에 의해 발견되고, 그 곁에는 쪽지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져 있었다. 개구리를
잡았다!...라고 삐뚤삐뚤 쓰여진 범인이 남긴듯한 이 쪽지로 인해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언론에서는 이 잔인한 살인자에 대해 궁금증을 키워나간다.
수사본부는 한노 경찰서에 차려졌고 사건의 담당 형사는 베테랑 와타세 반장고 신입 고테가와가 맡게 된다.
'오늘 개구리를 잡았다. 상자에 넣어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지만
점점 싫증이 났다. 좋은 생각이 났다. 도롱이 벌레 모양으로 만들어보자. 입에 바늘을 꿰어 아주아주 높은 곳에 매달아 보자.' - P. 12 -
나카야마 시치리와의 만남이 거듭되어 간다. 이제는 믿고 보는 작가에 이름을 올린 최애작가중 한 명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
'속죄의 소나타'를 만난지 한달여만에 이 작품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와 마주한다. 사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다른 의미에서 먼저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이름을 독자들에게 알리게 된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의 대상을 '안녕, 드뷔시'로 수상할
당시 또 다른 후보작으로 이 작품이 거론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관심과 인기를 얻게된 작품으로 말이다. 물론 수상의 영예는 뒤로
미룬채...
그의 이름을 처음 접했던 작품,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는 법의학 교수 미쓰자키 교수의 활약이 돋보이지만 이 작품속에서는 또 다른 법의학
교수 오마에자키 교수가 한발자욱 발을 더 내민다. 물론 이야기의 전반을 책임지는건 와타세와 고테가와 형사의 몫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마에자키
교수 역시 보이지 않는 키(Key)를 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여튼 수사본부는 개구리남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사건은 연쇄
살인의 양상을 띄어간다. 다시금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더 잔인하다.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아니다. 폐차장 압축기 아래에서 떨어지는 핏소리였다. 압축되어 네모난 모양이
되어버린 자동차에 짖눌려 버린 살덩이와 두개골.... 처참한 사건현장, 연쇄살인이다. 언론에서는 이제 범인의 이름을 공표한다. '개구리
남자'라고.... 수사본부는 조금더 바쁘게 움직인다. 연쇄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의 실체에 충격이 크지만 연쇄 살인은 여러가지 공통점은 통해
용의자를 추릴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개구리남자... 그는 왜? 어쩌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 와타세와 고테가와의 활약, 그리고
연쇄 살인 속에 숨겨져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 중반이후 점점더 긴장감이 고조된다.

심신미약자의 법적 책임에 관한 일본 형법 제39조가 바로 이 작품의 주요 소재이기도 하다. 물론 이전 많은 작품들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가 다루는 쟁점은 아마도 범인의 시점, 피해자의 시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차이점을 보여주는데 있지
않을가 싶다. 이야기의 긴박감과 몰입도가 높아질수록 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사회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와 고민이 깊이를 더해갈 것이다. 그
와중에 베테랑 와타세의 활약은 돋보이고, 신참 고테가와는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사건과 문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형법 39조에 대한 고민과 같이 우리 사회에도 이와 비슷한 고민거리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심신미약자의 범죄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만연하는 '주취감형'이라는 모호한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는 문제가 가장 크게 느껴진다. 조두순 사건으로 다시금 주취감형 폐지 청원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큰 움직임이 없는걸 보면 인식의 변화가 정말 시급해보인다. 술때문에... 그렇다면 더 죄를 크게
물어야 하는게 아닐까? 범죄의 예방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시급하게 해결될 문제라는데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소년법과 관련해서이다. 툭하면 터져나오는 청소년 범죄의 잔인함과 말로 표현하기 힘든 폭력성이다. 성범죄에 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잔인성 때문에 소년법 폐지 청원 역시 사회문제로 대두된지 이미 오래다. 일본 형법 39조에 대한 고민, 우리의 소년법과
주취감형에 대한 문제인식이 바로 이 작품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가 말하려는 바인것이다. 사회의 모순이 더해질 때마다 어쩌면 이런
개구리 남자와 같은 사이코패스 범죄가 늘어날 것은 자명한 바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과 변화의 작은 노력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점이 될것임은 이 작품을 통해서도 다가갈 수 있었다.
나카야마 시치리라고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는 물론이고 역시 그의 대표작인 '안녕, 드뷔시'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개구리남자' 역시 그 이름 곁에 있을 것 같다. 의학, 법률, 그리고 나카야마 시치리는 음악 미스터리와 코지 미스터리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대반전의 제왕'이라는 타이틀 역시 그의 이름과 꽤나 오랫동안 잘 어울릴 것 같다. 사회의 문제를 시선에
담아내는 작가라는 표현도 그에게는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올 겨울은 나카야마 시치리와의 몇번의 만남으로 즐거운 계절이 되었다. 요즈음 가장 핫한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그로인해 따스한
봄이라는 계절이 앞당겨진듯 하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속에서 고테가와 와타세 콤비를 계속 만날 수 있겠지 하는 믿음이 생긴다. 단순한 재미와
즐거움도 담을 줄 알지만 냉철하거나 혹은 따스하거나 사회의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들을 담을 줄 아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행보가 마음에
든다. 시간을 달리는 작가, 자신만의 색깔로 다양성을 그려가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 그가 있어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