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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 시리즈 - 전7권 ㅣ 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
조지프 엡스타인 외 지음, 김시현 외 옮김 / 민음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시기 - 나보다 잘난 너에 대한 솔직한 감정, 하지만 스스로 속이 좁고 쩨쩨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기에 사람들이 가장 숨기고 부정하고 싶은 욕망. 누구나 이 감정을 지니고 있지만, 딱부러지게 정의하기는 어려운,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왜 저치들은 가지고 있단 말인가? 나는 왜 아니고?'라는 말 속에 이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것이 다 들어 있는 듯 합니다.
<우리를 지배하는 7가지 욕망의 심리학 시리즈>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7대 죄악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을 담은 것입니다. 7대죄악이라고 하지만 어찌보면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본성을 담은 일곱가지 욕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지요. 그 일곱가지는 자만, 시기(또는 질투), 분노(또는 화), 정욕, 탐욕, 탐식, 게으름 입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이것들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미덕들이 바로 겸손, 순종, 인내, 정결, 관대함, 절제, 열정과 성실함 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일곱가지 욕망중에 가장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욕망인 시기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시리즈가 씌여진 목적이, 이러한 욕망들을 죄악으로 규정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책을 찾기 위한 것 보다는 기본적인 인간본성으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고찰과 탐색의 의미가 강한 것 처럼, 이 책도 시기에 대한 다양한 각도서의 고찰과 심리학적인 분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시기에 대해 죄악으로서의 접근이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간본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감정이 '옳고 그르네'의 가치판단보다는 시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시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시작하여, 드러나지 않은 욕망으로서의 시기의 정체, 시기가 표현방식이나 표현되는 상태, 남자와 여자의 시기의 차이, 시기를 유발하는 것들에 대한 고찰, 그리고 소설과 정치와 유대인의 박해의 역사속에 담겨진 시기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아주 조금 '시기가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과 이것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기술되어 있습니다. 분명 삶속에 만연해 있다면 많은 폐해를 낳고 극복해야하는 것들이지만, 이것도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속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다양한 심리적인 고찰들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노라면, 이것을 완전히 삶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하는 부질없는 노력보다는, 플레밍의 말대로 죄악의 건강한 흔적으로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더 의미있고 생산적인 것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시기로 인해 자신의 판단력이 흐려지고, 마음의 평온이 완전히 희생되고 자기 비하감에 뻐져들게 하는 것이 아닌 감정으로서 절제되고 조절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면 아마도 성취를 위한 불쏘시개의 역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열린 자세가 '절친한 친구의 불행 속에서 우리는 항상 어떤 즐거움을 발견한다.'는 날카로운 시기의 칼날까지 포용해 버리는 죄악만은 피하며 살 수 있기를.........
참고로 저자의 서문에 있는 말이지만 -내용만큼이나 흥미로워서 적어봅니다.- 플레밍이라는 이는 현대의 일곱가지 죄악을 소유욕, 잔혹성, 속물근성, 위선, 독선, 비겁함, 악의 라고 했다네요. 그리고 이에 대한 새로운 일곱가지 미덕은 절약, 이기심에서 오는 박애, 사회성, 아첨의 위험이 있을 때의 존경, 과도한 단정함, 병적인 청결, 냉담함을 가리기 위한 금욕 이라고 했답니다. 속물들의 일곱 가지 욕망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바로 손님에게 송아지 고기와 브로콜리 대접하기,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기, 조지 부시 부자에게 투표하기, 캐딜락 SUV 구입하기, 청바지 차림을 대놓고 조롱하기, 통통한 여인과 달콜한 와인과 차이토프스키를 공공연히 찬미하기 랍니다. 고전적인 것들에 비해 현대적인 새로운 죄와 욕망의 목록들이 훨씬 세련(?)되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속물들의 일곱가지 욕망중에서는 정확히 저자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는 항목도 있지만 내게 해당하는 것도 한두가지 보입니다.^^
'세상에 이런 죄악이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따분할까? 우리 안에 죄악의 건강한 흔적이 없다면 모든 사람은 개만도 못한 존재가 될 것이다.' -플레밍-
' 감탄은 행복한 자포자기이지만, 시기는 불행한 자기만족이다.' - 키르케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