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는 우유 배달부!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상상초월 동물생활백서
비투스 B. 드뢰셔 지음, 이영희 옮김 / 이마고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니체의 저서중 하나의 제목입니다. 제목만으로도 뭔가 가슴에 인간이라는 존재로서의 자부심이나 긍정적인 자각을 갖게 합니다. -적어도 내게는- 한데, 이 책 <하이에나는 우편배달부>를 읽고 나서는 문득 동물들이 '인간적'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아마도 모욕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못된 사람들에게 '짐승같다'느니 '동물같다'는 식의 경멸의 표현을 하는 것처럼 동물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이나 질서에 반하는 구성원에게 자신들만의 의사 표현 방법으로 '인간같다'는 표현을 하며 살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면 너무 과도한 인간비하-자기비하이기도-일까요.^^ 동물생활백서를 자처하는 이 책에 붙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이라고 붙은 수식어를 보면서, 너무 인간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인 표현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해보는 이야기입니다.

 <동물적인 너무나 동물적인> 이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앞에서 말한대로 사람을 동물에 표현한다면 모욕적인 언사가 되기 일쑤이지요.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난 <동물적인 너무나 동물적인>이라는 말 속에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라는 말에서 느끼는 만큼의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살면서 '당신의 자식사랑은 황제 펭귄이나 우유배달부 하이에나보다 더 지극합니다.'라든가 '당신들의 부부사랑은 앨버트로스나 코뿔새보다 더 지극하고 성실합니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이 내 삶의 그 부분에 대한 최대한의 칭찬임을 알았기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물들의 지극히 동물적인 모습이, 지적이고 사회적인 인간의 그것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낯설고 거칠게만 상상되던 야생동물의 세계에 담긴 사람들보다 더 지혜롭고 극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자식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닷새에 걸쳐 120km를 왕복하는 하이에나의 이야기, 돌고래들의 대화방식에 대한 놀라운 연구 결과, 백년해로하는 앨버트로스 부부의 이야기, 공기방울 놀이를 통해 유희를 즐기는 돌고래, 개체수가 많아질 때 백조나 펭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담긴 동물들의 결혼생활이나 자녀 양육, 서로에 대한 희생이나 극한에서의 생존방법 등은 사람들의 상상이나 능력을 초월하는 모습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동물사회를 약육강식의 살벌한 사회로만 이해했던 편협함에서 벗어나, 그들도 평화와 조화와 희생속에서 무리를 이루고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자연을 지탱하고 있음을 저자의 섬세한 관찰과 이야기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자연을 누리며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사람들이 배워야 할 지혜가 무한함을 깨닫고, 그들의 감동적인 삶을 겸허한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면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겸손한 인간을 보고 하나님께선 "돌고래에게 지구를 맡길걸 그랬어!"라고  농담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