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진실과 미래 화폐전쟁
CCTV 경제 30분팀 지음, 류방승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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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도 있듯이 시대는 또 새로운 세계 화폐를 만들어낼 것이다. -p19

 금융위기 이후로 달러의 지위 약화와 몰락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당장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그 자리를 위안화가 차지할 듯이 요란스러움을 떠는 글들도 보입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아직까지 달러화가 여전히 이 세계의 경제와 금융의 혈액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할 듯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돈을 찍어서 위기를 틀어막고 있는 미국이, 여전히 큰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달러화가 지니는 세계 화폐로서의 위상때문일 것입니다. 만약에 다른 나라가 이번 위기에 자국의 화폐를 마구 찍어내서 유동성을 유지할려고 했다면..... 당연히 극심한 혼란과 인플레이션 속에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몰락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돈을 뿌려대고서도 여전히 건재하고, 그외 모든 나라는 그 여파로 인한 부작용이 자국에 악영향을 미칠까 보아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바로 세계 화폐-기축 통화-가 가지는 극단적인 단면일 것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세계 화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이전의 화폐전쟁 1, 2가 쑹홍빈이라는 저자 개인의 주관에 의한 음모론적인 시각이 강하게 개입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훨씬 더 객관적인 방송사의 다큐멘타리라는 시각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면이 장점이 되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책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아무래도 음모론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일 듯 합니다..... 

 국가간의 교역이 활발해지기 전의 고대나 중세 시대에는 금이나 은이 화폐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고유한 화폐제도가 있기는 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유통된 것이 금과 은이었다고 한다면, 당시의 세계 화폐는 금과 은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근대에 이르러 산업혁명과 신세계의 발견, 식민지 개척 등의 결과로 촉발되는 국가간 교역의 증가는 이러한 경향에 변화를 가져오고, 해가 지지않는 제국을 건설한 영국의 파운드화가 그러한 국력과 금융제도를 뒤에 업고 첫번째 세계 화폐의 왕좌에 오릅니다. 두차례의 세계 전쟁뒤에는 막대한 자금을 소요한 영국의 국력이 쇠퇴한 반면, 유럽 대륙에서의 전쟁을 통해 막대한 부와 국력을 신장시킨 미국의 달러화가 세계 화폐의 왕좌를 계승합니다. 중간에 일본의 엔화나 독일의 마르크화가 그 왕좌에 도전하기는 했지만, 그리고 이전의 영광에 비해 조금 빛이 바라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그 왕좌는 달러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로화가 그 입지를 다지고는 있지만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보듯이 뒷심이 달리는 모습이고,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인 중국의 위안화가 기대주로서 선망을 받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기대주라고 할 정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주된 주제는 이 다섯가지 통화를 통해서 누가 세계 화폐의 왕좌에 오르고 누가 왜 실패했는가를 되돌아보고 위안화가 그 왕좌에 오르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 화폐의 지위에 오른 파운드화나 달러화의 이면에는 동시대의 최강대국이라는 국력이 뒷받침된 결과임을 곳곳에서 강조하고, 특히 일본 엔화의 실패를 돌아보며 화폐전쟁의 국면을 분석하는 부분을 보면, 분명 이 책의 주된 목적은 위안화가 실패하지 않고 세계 화폐의 왕좌에 오르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것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중국인의 시각에서 세계 화폐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는 것은 현재 미국과 G2를 이루는 이 대국이 자신들의 역량을 통해서 달러화가 가지는 왕좌를 탐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읽는 이의 입장 - 특히 이 두 대국사이에 끼인 우리의 입장- 에서는 한편으로는 저들의 야망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낄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방관자적으로 위안화가 엔화처럼 고꾸러지지 않고 기어이 세계 통화의 왕좌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대하는 우리의 전략적인 자세는 저들의 미래 전략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리의 갈 바를 모색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감수자가 언급한 대로 위안화의 '만만디 국제화' 전략을 '추구하는 진리의 길을 멀고 험하지만 나는 오르락내리락하면서도 있는 힘을 다해 찾아 나선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우리의 생존 전략은 가랑비에도 대비하는 자세, 즉 '한 마리 제비가 봄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봄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봄은 영영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변화를 바라보지만 말고 미리 준비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강자는 자신가 원하는 대로 하며 약자는 자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인해 고통받는다. 강자와 약자는 힘(power)이 결정한다. 정의와 공정이란 것이 있지만 그저 강자의 이익을 달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 p9, 투키디데스  

 화폐는 다만 자기 침대에서 숨을 거둘 뿐이다. - p35, 앙드레 코스톨라니 

 달러가 우리의 화폐임을 인정한다. 그러나 달러 평가 절하와 관련한 문제는 여러분의 문제다. - p116, 달러 패권에 대한 드골 대통령의 비판에 대한 미국 고위 관료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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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 긍정의 배신 

 알라딘 책소개:  유쾌한 사회 비평가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자본주의와 철저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긍정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전방위적으로 파헤쳤다. 출간 직후 단박에 미국 아마존 사회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독자들 사이에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긍정주의는 미국의 신사상 운동에서 태동하여 신복음주의 교회 및 기업계와 결합하면서 발전했다. 구조 조정이 일상화된 신자유주의 시대와 맞물려 기업이 선호하는 강력한 신념 체계로 자리를 잡은 긍정주의는 영어권에 이어 중국, 한국, 인도와 같은 성장 국가들로 확산되었다. 긍정은 위기의 징후에 눈감게 만들어 금융 위기를 비롯한 사회적 재앙에 대비하는 힘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실패의 책임을 개인의 긍정성 부족으로 돌림으로써 시장경제의 잔인함을 변호한다.

 ==> <시크릿>, <긍정의 힘> 등 한때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풍미했던 긍정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입니다. 왠지 아닌 듯 하다면서도 미처 비판적으로 마주치지 못했던 긍정 만능주의(?)에 대한 솔직한 마주침을 기대해 봅니다.

 

2. 조선 평전 

 알라딘 책소개: 조선시대 정치, 사회, 문화의 사건과 풍경들을 60갑자의 틀 속에 담아낸 '조선평전'. 조선시대 역사의 진면목들을 흥미롭게 펼쳐내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재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서술했다. 이미 여러 권의 대중 역사서를 집필한 저자는 "역사는 박물관 속에 갇혀 있을 때보다 이를 되살려내 현재화시킬 때 의미가 있다"고 보고 조선시대 역사의 전면적 현대화를 이 책을 통해 실천하고 있다.

역사의 현장성이 살아 있는 책이다. 서울 성곽과 자신만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조선 왕릉의 역사를 다뤘고, 1623년 인조반정의 역사 현장을 따라가 보았다. 청계천 물길에는 태종.영조대 영광의 역사가 담겨 있음을 강조했고, 중인층의 위항문학 운동의 산실인 인왕산 일대의 문화유적지들도 소개했다. 그 외에도 옛사람들의 놀이, 화폐, 코끼리, 왕의 식단 등 생활사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조선의 정치, 사회, 문화, 자연을 포괄적으로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는 점. 주요 사건이 망라되었고, 각 신분의 이야기가 있으며, 사시사철의 풍속의 책 속에서 뛰어논다. 어떤 사안의 장점과 단점을 치우침 없이 서술했으며, 자유로운 문체와 엄정한 사료적 판단을 통해 조선이라는 나라의 생애를 핍진하게 묘사했다. 

==> 갈수록 우리 역사를 다양하게 대할 수 있는 책들이 많아진다는 것이 반갑습니다. 조선 역사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속살이 생생하게 내비치는 이야기들을 기대해도 될는지..... 

 

3.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알라딘 책소개:  일본 출간 즉시 15만부 돌파한 베스트셀러. 전작 <생물과 무생물 사이> 등 저자가 이전 저서들에서 설파했던 ‘동적평형’이라는 생명현상의 거대한 관념을 근저에 두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일상 속 궁금증, 저자 자신의 경험, 과학 역사에 남을 만한 실험 조작 스캔들, 성서를 비롯해 에세이, 소설 등 기존 문학 작품의 글귀 등을 재구성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단순한 부분의 집합체가 아니라는 것, 모든 생명현상이 유기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어 세상은 총체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 과학의 마이크로적인 눈을 맹신하지 않는 과학자를 통해 실타래처럼 풀리는 과학 그리고 세상 이야기는 그 도발성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읽는 이를 매료시킨다. 이에 더해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과학사의 진실, 일반 독자들이 가질 법한 의문의 해답을 유려한 필치로 표현하며 문학성을 가미했다.

이 책은 제목에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무언가를 잘게 쪼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그 본질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는 더 미세하게, 더 마이크로적인 관점으로 세상에 잣대를 들이대는 과학자들은 결국 세상을 잘못 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며, 세상의 많은 ‘부분’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고, 결국 인간은 보려고 하는 것밖에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동적평형'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생물체를 살펴보는 저자의 글 속에는 현대 과학의 모습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인문학적인 의미도 함께 담겨 있어, 읽는 이로 과학책을 대하는 독특함 즐거움을 선사하곤 합니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로 시작된 글이 어디까지 이르게 될는지 궁금해집니다.    

 

4. 햄릿을 수사한다 

  알라딘 책소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예상 표절>의 저자이며 파리 8대학의 문학교수이자 정신분석가인 피에르 바야르. 그가 문학에 관해 성찰하면서 범죄 수수께끼의 해결을 목표로 집중하고 있는 '추리 비평' 연작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고 종종 불완전하기도 한 문학 작품에 대한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독서를 보여준다.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치밀한 논리를 전개하며 애거서 크리스티(<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죽였는가?>(1998))와 코난 도일(<셜록 홈즈가 틀렸다>(2008))의 허점을 짚어 독창적으로 범죄를 해결해가는 바야르의 추리 비평이 이번에 파헤치는 작품은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영문학의 고전으로 너무도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다.

저자는 <햄릿>을 두고 수세기 동안 이어진 방대한 귀머거리들의 대화를 모두 인정하며 치밀하게 분석해야지만 이 비극과 그 심연의 중심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힘입어 그는 5세기 전 덴마크 엘시노어에서 벌어진 사건을 재구성하여 범죄와 관련된 수수께끼를, 몇 세기 동안 미진한 채로 남겨진 답답함을 나름대로 해소한다.

 ==> 열심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중에.... 여러 번역본마다 그 나름의 특징이 있는데, 거기에 읽는 독자의 특성과 시각까지 곁들이면, 내가 읽는 셰익스피어는 결코 다른 사람이 읽는 셰익스피어와 같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막연히 <4대비극>이라는 광채에 휘둘려 주눅(?)들며 읽곤하는 햄릿을 조금더 삐딱하게 다시 한번 읽어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5.  마음의 시계  

알라딘 책소개: 전 세계 심리학자와 행동 경제학자들이 극찬한 책. 질병이나 노화에 직면한 사람들, 달리 말해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책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소한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 등 그간 속설로만 받아들여졌던 일상의 지침들을 실제 심리 실험들을 통해 증명하며 우리를 틀에 가두는 것은 신체가 아니라 신체가 한계를 지닌다고 믿는 스스로의 사고방식임을 밝혀냈다.

랭어 박사는 우리 몸에 불가피한 상처를 남기는 것처럼 보이는 많은 질병들이 사실은 되돌릴 수 있으며, 의식을 집중하여 자그마한 변화에도 주목하며 건강을 학습하는 자세로 우리 몸을 대한다면, 몸과 마음, 삶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고 젊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말한다. 나이 듦이 두려운가? 어느 날 갑자기 나 자신도, 현대 의학도 어찌하지 못할 질병이 엄습해 올까 걱정되는가?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도 젊음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 

==> 마음의 시계(심리적인 시간)를 거꾸로 돌린다면 육체적인 시간도 거꾸로 돌릴 수가 있을 것인가?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솔직히 부정적 생각이 더 앞서는 것 같습니다. 더 젊고 건강하게 산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자세를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책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됩니다. 다만 어느 정도 합리적인 증거들이 제시되어 있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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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원자 -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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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원자와 물리적 원자 사이에는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수소 원자는 탁자에 있든, 별 속에 있든, 물속에 있든 언제나 똑같은 수소 원자이다. 물리적 원자는 언제 어디서나 똑같다. 그러나 사회적 원자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변하고 적응하며 사회 조직을 알아채고 거기에 반응한다. 사회 물리학의 아이디어를 비판했던 위대한 철학자들은 인간 행동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수학적으로 예측하지 못한다고 말한 점에서 옳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 현상에 대한 물리학적 접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 현상이 물리 현상보다 더 풍부할 뿐이다. 물리적 원자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패턴을 따른다. -p61~62 

 서문에 소개된 토머스 셸링의 체스판 위의 흰 동전과 검은 동전을 통한 흑인과 백인 사회의 분리 경향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실험은 사람들이 인종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사는 사회의 환경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을 통해서 저절로 분리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꼭 인종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이 단지 소수자가 되기 싫어하는 경향을 지녔다는 가정만으로도 결국은 사회가 흑백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이 실험은 보여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우리의 안목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흑백 사회의 분리에 대한 기존의 설명이 인종주의에 대한 비난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면, 분명 이 실험은 사회가 분리되는 경향은 그러한 극단적인 인종 차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이나 삶의 패턴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현상에 대한 이러한 극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한 셸링의 분리 게임은 기존의 사회학이나 철학, 경제학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던 인간사의 영역에 대한 설명에 단순화한 과학적인 모형이 더 유용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다루는 사회 물리학은 그런 원대한 꿈을 지니고 세상에 첫 선을 보였을 것입니다.

 '세상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이제 사람들에겐 진부한 진리가 되었고, 물리학은 그것 보다 더 작은 미시세계를 다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학이 현대에 이르게 된 것은 바로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분자들 이루고 또한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그 바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역자가 인용한 파인만의 '모든 물체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 이 작은 입자는 조금 떨어져 있으면 서로 끌어당기고, 밀착되면 반발하면서 영구히 운동한다.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이 한 문장에 세계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들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처럼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 등의 과학은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 상상력을 입히고 그것을 현실에서 확인하는 학문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과학에서의 원자라는 아이디어를 사람이 사는 사회에 적용하고자 이 책에서 사용한 용어가 '사회적 원자'입니다. 세상을 이루는 물질의 기본 단위가 원자이듯이, 사람들이 사는 사회를 이루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원자의 개념으로 이해하자는 의미인데, 물론 첫머리에 소개한 사회적 원자와 물리적 원자 사이에 확연한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일정한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물리적 원자들처럼 사회적 원자도 결국은 일정한 원칙이나 패턴에 따라 사회를 구성하고 또한 변화를 일으키리라는 가정을 그 바탕에 둔 개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문에 소개된 셸링의 분리실험은 사회적 원자라는 개념이 복잡한 인문학적인 이유와 인과관계에 대한 고찰보다 인간 사회를 더 잘 설명해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사회 물리학이 다양한 방면에서 과학적인 단순화와 패턴의 정립을 통해서, 기존의 인문학이나 철학, 경제학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복잡하게만 보였던 사회현상을 상당히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사회물리학의 설명에 이용한 주된 분야는 경제학으로 요즈음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행동경제학의 영역과 일맥상통하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과연 인간 세상도 물리적인 세계처럼 수학적인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을 원자로 보고, 전체 패턴에 크게 기여하는 핵심만 남겨두고 군더더기는 없애버리는 단순화를 통해서, 통계 물리학의 아이디어로 사회현상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러한 관점에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 같습니다. 각 나라의 소득분포, 인종분리, 집단학살, 주가의 예측, 루머의 확산 등과 같은 사회현상을 과학적인 방법론에 의거한 패턴이나 원리를 통해 간단명료하게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사회적인 원자라는 개념에 스스로 배우고 행동을 따라하기도 하고 교정할 수도 있다는 특징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를 집단적인 특징이 중시되는 집합체인 사회적인 원자로 다룬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까지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은 아닌 듯 합니다. 물론 이제 시작한 이 분야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 정교해지고, 더 설득력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설명을 내놓을수록 사람들에겐 단순한 관심분야가 아닌 실제적인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때에 이르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그리고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고, 종교적인 심성 또한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되기는 하겠지만.....

 사람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정직한 노력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사람의 힘을 늘리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진리 탐구이며, 이것을 통해서만 인간의 완성에 끝없이 다가갈 수 있다. -p255,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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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하세요 - 전예원세계문학선 306 셰익스피어 전집 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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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노래여, 나뭇가지에 매달려 사랑의 증인이 되어다오. ..... 이 나무들을 수첩삼아 그 껍질에다 내 심정을 새겨 놓으리다. ..... 그 아름답고 정숙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녀의 이름을 모든 나무에 새기자. -p78, 3막 2장, 올랜도  

  낭만 희극으로 분류되는 이 작품은 1599년에서 1600년 경에 창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역사극과 비극 사이의 휴식기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에 대해서 역자는 '감동적인 분위기로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작품', '어둡고 냉랭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 않은, 암울하고 황량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고 쾌적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극의 대부분은 아덴의 숲이라는 자연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사랑의 하모니를 이루어가는데, 인위적인 궁전이나 대저택에서 벗어난 이러한 배경 설정이 이 작품에 쾌적함과 상쾌함을 불어넣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의 소재는 토마스 로지의 <로잘린드-유퓨즈의 진주의 유문>이라는 산문 로맨스 작품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동생인 프레데릭 공작에 의해 성에서 쫒겨난 전 공작이 아덴의 숲으로 잠적하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그 후에  프레데릭의 딸 실리어와의 친분으로 성에 남았던 전 공작의 딸 로잘린드가 쫒겨나게 되는 과정에서 실리어가 아버지 몰래 로잘린드와 동행하기로 하고 함께 집을 나와 아덴 숲에 거처를 마련하고 기거하게 되는 사촌간의 우정, 또 다른 형제 올리버와 올랜도와의 갈등, 올랜도와 로잘린드가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성에서의 숙명적인 만남과 아덴 숲에서 로잘린드의 남장으로 인해 두 사람 사이의 변형된 사랑 나눔, 로잘린드가 피비와 실비어스의 사랑에 얽히게 되는 이야기 등이 이리저리 얽혀서 사랑이라는 큰 주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여느 희극에서처럼 이 작품에서도 여성인 로잘린드가 사랑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십이야>에서의 올리비아나 <베니스의 상인>에서의 포오셔보다도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작품의 주된 뼈대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남여간에 이루어지는 로맨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사랑이 결혼이라는 축복으로 맺어지는 과정은 숲이라는 배경과 어울려 상쾌하고 유쾌하게 진행됩니다. 이러한 면이 이 작품을 읽는 이나 연극을 보는 이들 모두가 역자의 평가대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고 책을 덮거나 극장을 나올 수 있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사려깊은 독자나 관객이라면 이러한 사랑이라는 주제가 주는 경쾌함에 덧붙여진 이 극의 이면에 담긴 몇 가지 요소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셰익스피어가 이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또다른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풍요롭기는 하겠지만 배신과 음모의 음습함이 담겨있는 궁궐에서의 생활과 물질적인 빈곤을 겪지만 몸과 마음의 순전함을 유지할 수 있는 아덴 숲을 배경으로 하는 자연 속 생활의 대비를 통해 우리의 삶의 위치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전 공작의 '이런 생활이 몸에 배고 보면 겉모양만 화려한 저 궁궐 생활보다 한결 상쾌하지 않느냐 말이오? 이 숲이 저 사악함이 가득찬 궁궐보다 위험성이 오히려 없잖은가? ..... 그리고 동지 섣달 모진 바람이 사납게 휘몰아쳐 살을 저미듯하고 온몸이 추워 오그라들 때에도 난 웃으면서 이렇게 의연하게 말할 수 있소, "이건 간신의 알랑수가아니라 진심으로 나의 참다운 위치를 가르쳐 주는 올바른 충신의 직언이다."라고.....'라는 대사를 통해서 나타나는 자연속에서의 삶에 대한 예찬은 곧 저자가 독자 -또는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력의 한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는 광대 터취스턴과 전 공작을 따라 숲으로 들어간 항상 우울한 제이퀴즈의 대사에 담긴 삶에 대한 유모와 풍자, 비판이 주는 일깨움입니다. 사랑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마냥 그 주제에 취해서 현실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현실의 모순과 냉혹함에 대해서 일깨우는 두 인물의 대사는 이 작품에서처럼 가슴뭉클한 사랑이라는 주제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수도 있는 숨겨진 우리 삶의 진정한 일면을 진지하게 살펴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아름다움을 준 여자에게는 정조를 주지 않고, 정절을 준 여자에게는 추함을 같이 준다니까. -p29, 1막 2장, 실리어 

 현명한 분네들이 바보짓을 하는 판국을 바보가 현명한 말로 해서 안되다니. 젠장 알고도 모를 일이군. -p31, 1막 2장, 터취스턴 

  역경이야말로 우리 인간에게 주는 아름다운 교훈이오. 이는 옴두꺼비를 닮아 보기 흉하고 독도 뿜지마는 그 머리에 귀한 보석을 지니고 있지 않소? 속세와 멀리 떨어져 온갖 사람들로부터 방해 받지 않고 사는 우리의 나날은 수목에서 말을 듣고 흘러가는 여울물을 책으로 삼고, 작은 돌에서 신의 가르침을 얻고 삼라만상 속에서 선을 발견하지 않느냐 말이오. -p49, 2막 1장, 전 공작 

  잊혀지지도 않습니다만 제가 어떤 여자에 반했을 땐 칼로 돌을 쳐서 부러뜨리고선 한밤중에 제인 스마일을 찾아가는 놈은 이렇게 작살을 내겠다고 외쳐댔습죠. 그리고 아직도 생각납니다만 그 처녀가 쓰던 빨래방망이엔 말할 것도 없고, 그녀의 곱싸한 손으로 짠 젖소의 젖꼭지에 입을 맞추기도 했습죠. 그리고 완두깍지를 그 여자로 생각하고 사랑을 하소연도 했으며, 그 깍지 안에서 알맹이 두 개를 꺼냈다가 도로 넣어서 그 처녀에게 준 다음 눈물을 흘리면서 "날 위해 이걸 지녀다오." 하고 말했습죠..... 정말로 참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란 묘한 미친 짓을 잘하나 봐요. 세상만사가 덧없듯이 사랑은 하면 모든 사람이 미련둥이가 되나보죠! -p58, 2막 4장, 터취스턴 

 이 세상 모두가 하나의 무대요, 남녀 모두는 한낱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 제각각 무대에 등장했다간 퇴장해버리고 하지. 그리고 살아 생전에 사람은 여러가지 역할을 맡아 하는데 연령에 따라 7막으로 나눌 수 있는 바..... 우선 제1막은 아기역 ..... 제2막은 개구장이 학동 ..... 제3막은 사랑하는 젊은이 ..... 제4막은 군인 ..... 제5막은 법관 ..... 제6막은 실내호를 신은 수척한 어릿광대 노인 ..... 파란 많고 기이한 인생살이의 마지막 제7막은 제2막의 어린아이랄까, 오직 망각이 있을 뿐. 이도 빠지고, 눈도 안보이고, 입맛도 없고, 세상만사가 허무하다. -p71-72, 2막 7장, 제이퀴즈 

 시간의 걸음걸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답니다. ..... 시간은 어떤 분하고 걸을 땐 느리구 또 어떤 분하곤 종종걸음을 하구 또 어떤 분하곤 마구 달리는가 하면 누군가에게는 아주 정지하기도 한다 이 말입니다. -p90, 3막 2장, 로잘린드  

 남자란 청혼할 때는 화사한 사월이지만 일단 결혼하고 나면 눈보라 치는 섣달이지요. 처녀 역시 처녀 땐 따스한 오월이지만 결혼하구 나면 변덕스런 날씨가 되거든요..... -p119, 4막 1장, 로잘린드 

 "우자는 자신을 현인인 줄 알고 현인은 자신을 우자로 아느니라"..... 어떤 철학자는 포도가 먹고 싶자 입을 딱 벌리구 포도를 집어 녛었다지 뭔가. 포도는 사람이 먹기 위해 생겨났고, 입은 벌리기 위해 생긴 것이라는 거야..... -p134, 5막 1장, 터취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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