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원자 -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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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원자와 물리적 원자 사이에는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수소 원자는 탁자에 있든, 별 속에 있든, 물속에 있든 언제나 똑같은 수소 원자이다. 물리적 원자는 언제 어디서나 똑같다. 그러나 사회적 원자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변하고 적응하며 사회 조직을 알아채고 거기에 반응한다. 사회 물리학의 아이디어를 비판했던 위대한 철학자들은 인간 행동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수학적으로 예측하지 못한다고 말한 점에서 옳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 현상에 대한 물리학적 접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 현상이 물리 현상보다 더 풍부할 뿐이다. 물리적 원자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패턴을 따른다. -p61~62 

 서문에 소개된 토머스 셸링의 체스판 위의 흰 동전과 검은 동전을 통한 흑인과 백인 사회의 분리 경향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실험은 사람들이 인종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사는 사회의 환경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을 통해서 저절로 분리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꼭 인종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자신이 단지 소수자가 되기 싫어하는 경향을 지녔다는 가정만으로도 결국은 사회가 흑백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이 실험은 보여지는 현상을 설명하는 우리의 안목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흑백 사회의 분리에 대한 기존의 설명이 인종주의에 대한 비난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면, 분명 이 실험은 사회가 분리되는 경향은 그러한 극단적인 인종 차별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이나 삶의 패턴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현상에 대한 이러한 극적인 설명을 가능하게 한 셸링의 분리 게임은 기존의 사회학이나 철학, 경제학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던 인간사의 영역에 대한 설명에 단순화한 과학적인 모형이 더 유용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다루는 사회 물리학은 그런 원대한 꿈을 지니고 세상에 첫 선을 보였을 것입니다.

 '세상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이제 사람들에겐 진부한 진리가 되었고, 물리학은 그것 보다 더 작은 미시세계를 다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학이 현대에 이르게 된 것은 바로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분자들 이루고 또한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그 바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역자가 인용한 파인만의 '모든 물체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 이 작은 입자는 조금 떨어져 있으면 서로 끌어당기고, 밀착되면 반발하면서 영구히 운동한다.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이 한 문장에 세계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들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처럼 물리학과 화학, 생물학 등의 과학은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 상상력을 입히고 그것을 현실에서 확인하는 학문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과학에서의 원자라는 아이디어를 사람이 사는 사회에 적용하고자 이 책에서 사용한 용어가 '사회적 원자'입니다. 세상을 이루는 물질의 기본 단위가 원자이듯이, 사람들이 사는 사회를 이루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원자의 개념으로 이해하자는 의미인데, 물론 첫머리에 소개한 사회적 원자와 물리적 원자 사이에 확연한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근원적으로는 일정한 패턴에 따라 움직이는 물리적 원자들처럼 사회적 원자도 결국은 일정한 원칙이나 패턴에 따라 사회를 구성하고 또한 변화를 일으키리라는 가정을 그 바탕에 둔 개념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문에 소개된 셸링의 분리실험은 사회적 원자라는 개념이 복잡한 인문학적인 이유와 인과관계에 대한 고찰보다 인간 사회를 더 잘 설명해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사회 물리학이 다양한 방면에서 과학적인 단순화와 패턴의 정립을 통해서, 기존의 인문학이나 철학, 경제학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복잡하게만 보였던 사회현상을 상당히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사회물리학의 설명에 이용한 주된 분야는 경제학으로 요즈음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행동경제학의 영역과 일맥상통하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과연 인간 세상도 물리적인 세계처럼 수학적인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을 원자로 보고, 전체 패턴에 크게 기여하는 핵심만 남겨두고 군더더기는 없애버리는 단순화를 통해서, 통계 물리학의 아이디어로 사회현상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러한 관점에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 같습니다. 각 나라의 소득분포, 인종분리, 집단학살, 주가의 예측, 루머의 확산 등과 같은 사회현상을 과학적인 방법론에 의거한 패턴이나 원리를 통해 간단명료하게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사회적인 원자라는 개념에 스스로 배우고 행동을 따라하기도 하고 교정할 수도 있다는 특징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를 집단적인 특징이 중시되는 집합체인 사회적인 원자로 다룬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까지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은 아닌 듯 합니다. 물론 이제 시작한 이 분야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 정교해지고, 더 설득력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설명을 내놓을수록 사람들에겐 단순한 관심분야가 아닌 실제적인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때에 이르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그리고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고, 종교적인 심성 또한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되기는 하겠지만.....

 사람은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정직한 노력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사람의 힘을 늘리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진리 탐구이며, 이것을 통해서만 인간의 완성에 끝없이 다가갈 수 있다. -p255,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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